허재현TV [손가락 칼럼] 직권남용 수사 내용 뜯어보니...조국 수사가 아니라 조국 제거가 목적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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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94회 작성일 19-12-17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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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허재현 기자는 과거 한겨레 법조팀에서 근무하며 '손가락 법조일기'를 썼던 적 있습니다. 휴대전화 자판을 손가락으로 두들기며 가볍게 쓰는 법조 칼럼이었습니다. 딱딱한 시사이슈를 알기 쉽게 설명드리기 위해, 그러한 방법을 썼습니다. 앞으로도 리포액트에서는 '손가락 칼럼'을 자주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유재수 감찰 무마 직권남용 의혹' 관련해, 설사 검찰이 기소하더라도 최종 무죄 판결이 예상되는 이유를 과거 법조기자의 경험을 살려 조심스럽게 분석해드리겠습니다.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2017년 말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유재수 비위 첩보'가 접수되었고 민정수석실은 내용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러나 뚜렷한 이유없이 감찰은 중단되었고  이 과정에서 정권의 측근을 봐주기 한 직권남용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입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타인에게 의무없는 일을 시키거나 타인의 권리를 방해할 때 적용됩니다. 그러니까 조국 전 민정수석이 유재수 감찰 중단지시를 할 때, 합리적 근거가 있었느냐의 여부가 이번 사건의 관건이 될 겁니다.


이 직권남용죄는 사회적으로 조명받기 시작한지가 얼마 안됐습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때 우병우 민정수석, 양승태 대법관 등 26명이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되면서 직권남용이란 범죄가 사회적으로 관심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열명중 세명 꼴로 최종 무죄 판결을 받기도 했습니다. 1심과 2심의 판단, 대법원의 판단이 각각 다른 경우도 많았습니다. 즉, 판사마다 직권남용의 범주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 달라서 명확한 판례가 정립되어가는 단계에 있는 범죄 유형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조 전 수석이 직권남용을 저질렀다는 식으로 단정하듯 보도하는 건 지나치게 검찰 편향적인 기사로 보시면 됩니다.


자, 이제 제가 조 전 수석에 대해 왜 무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전망하는지 그 이유입니다.


첫번째.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직권남용 무죄 판결 사건 때문입니다.
국정원 댓글수사 외압 의혹으로 김 전 청장은 2013년 6월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최종 무죄판결 받았습니다. 당시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외압성 전화'를 받았다고 증언했지만 김 전 청장은 격려전화였을 뿐이라고 맞섰지요. 재판부는 권은희 과장의 말만 들어서는 외압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었고 결국 김 전 천장은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제가 판사들을 만나서 대화해보면, 늘 유무죄 판단을 할 때 '합리적 의심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유죄가 증명되지 않으면 무죄 판결을 내린다는 걸 느낍니다. 무죄 선고 판결문에도 비슷한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좀 쉽게 설명하자면, '49대51'법칙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재판 과정에서 유죄가 49%까지 입증되었다 칩시다. 피고인이 분명 뭔가 수상해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유죄라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보아 판사들은 무죄를 선고합니다. 홍준표-성완종 뇌물 의혹 사건에서 홍준표씨가 무죄판결 받은 것도 이러한 이유입니다. 홍준표에게 돈 갖다준 사람도 존재하고 증언도 있지만, 그 사람 한명의 말만 믿고 판사가 유죄를 선고하기에는 확실히 입증이 안되었다고 본 겁니다.


조국 직권남용 의혹 사건의 경우, 현재 '조국이 감찰 중단 지시했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기는 합니다. 바로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입니다. '여기저기 전화가 많이 온다'며 조 전 수석이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 한명 외에는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러면, 김용판씨 사건 처럼 판사는 유죄 선고를 하기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박형철 전 비서관의 주장도 명확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언론보도를 보면, 박 전 비서관이 "~~취지로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게 전부입니다. 뭔가 불확실할 때 '취지'라는 단어를 언론은 자주 활용합니다. 그러나 재판정에 가면 이러한 '취지성 발언'은 신빙성을 의심받습니다. 유죄의 증거로 인정되기에는 모호한게 바로 '취지성 발언'입니다.

두번째. 현재 당사자들의 진술들이 너무 엇갈린다는 점입니다. 조국 전 수석은 이른바 3인회의(조국-백원우-박형철)에서 결정했다는 건데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은 그 이전에 결정된 것이라고 맞서고 있고,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은 조국 장관이 결정했다고 하고 있지요.  이 상황을 판사 입장에서 살펴보면, 3인회의 내용은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는 이상 유죄의 증거로 삼기에는 여러가지 고민이 들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제가 설명드린 '49대51 법칙'을 다시 떠올리십시오.

 

세번째. 검찰이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앞서 살펴보셨듯, 박형철 혼자의 주장과 엇갈리는 3인회의라는 증거가 있긴 합니다. 그러나 이건 물증이라고 보긴 어렵지요. 언론 보도를 보면, 검찰이 확보한 물증은, '특감반원 텔레그램 메시지'입니다.  여기서 뭔가 '조국 전 수석이 우리편 유재수를 보호하자. 감찰 중단시켜' 이런 말을 한 흔적이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언론에 이런 보도는 나온게 없습니다. 검찰이 진작에 흘리고도 남았을텐데 아직까지 안나온 걸 보면, 그런 흔적은 없는거 아닌가 합니다.


또하나 이 텔레그램 메시지는 청와대가 이미 확보해서 갖고 있던 텔레그램 메시지입니다. 그것도 조 전 수석이 2017년 말 유재수를 조사하며 그의 휴대전화 등의 포렌식을 지시해서 드러난 텔레그램 메시지입니다. 이 텔레그램 메시지에 조국 전 수석의 소위 부적절한 업무 지시 등의 흔적이 담겨 있을 가능성은 매우 적어 보입니다.


박형철 전 비서관이 '여기저기 전화가 많이 온다'고 한 조 전 수석의 녹취록이 튀어나오면 모를까. 현재 검찰이 확보한 텔레그램 메시지는 별게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여기저기 전화가 많이 온다'는 말은 '감찰을 무마해달라는 전화인지','유재수 문제 많으니 잘 감찰하라'는 전화인지 내용이 불투명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판사는 어떤 판단을 할까요. 다시 한번 '49대51 법칙'을 떠올리십시오.


네번째. 감찰 중단 지시 의도에 대한 판단입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조 전 수석이 감찰 중단을 지시하고 유재수의 사표를 받은 건 맞는 거 같습니다. 유재수가 사생활 외 다른 감찰에는 동의하지 않고 버티고 있던 마당에 청와대로서는 어쩔 수 없이 사표수리를 하고 만 것 같습니다. 내부에선 수사의뢰까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었던 것 같지만 그렇게까지는 안한 듯 합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감찰 권한이 있는 기관이지 수사 기관이 아니니까요.


조국 전 수석이 수사 의뢰까지 결정하지 않은 것은 정무적 판단의 오류라고 비난받을 여지는 있습니다. '제 식구 감싸기' 라는 비판의 여지가 있는 것이죠. 그러나 이것은 도덕적 비판의 대상은 될 수 있을 지언정 직권남용 범죄의 대상은 되기 어렵겠지요. 판사도 아마 판단을 할 겁니다. 이것이 직권남용이라는 범죄로 연결되기에는 조 전수석이 '유재수는 우리편이니까 감찰 중단하자'고 지시한 정황이 입증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검찰이 조 전 수석을 설사 기소하더라도 현재까지만 보면 판사가 무죄 판결할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자, 여기까지가 법조기자의 시선입니다.



이제는 좀더 나아가 일반 기자로서의 분석을 해보겠습니다. 검찰은 무죄 판결 날 가능성을 예상하면서도 왜 조 전 수석 수사에 열을 올릴까요. 저는 최근 조국이 애초부터 '수사 대상이 아니라 제거 대상'이 아니었나 의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조 전 수석이 설마 재판에서 끝내 무죄가 나오더라도, 조 전 수석을 흠집내고 내년 총선 출마를 못하게 하려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됩니다. 왜냐면, 조 전 수석은 총선일 즈음해서 계속 법정 앞에 서게 될 것이기 때문이지요. 절대로 민주당의 공천을 받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조 전 장관 부부가 한날 같이 법정에 서게 되는 장면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정경심 교수의 '표창장 위조 의혹' 사건 재판이 검찰의 증거제출 비협조로 계속 늦어지고 있습니다. 총선 전까지 결론이 안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은 사퇴 이후 대통령 후보로 급부상했습니다. 차기 대통령 후보가 되려면 총선이라는 관문을 통과하는 게 좋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 관문을 통과한 뒤 안정적으로 지지율을 다지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러나 조 전 장관은 계속 되는 검찰 수사로 총선출마가 사실상 어려워졌습니다. 제가 조국 수사가 아니라 조국 제거가 목적이 아니었나 의심 하는 이유입니다.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 기자 repoac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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