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반 [단독] ‘이준석 여조비 대납 의혹’ 인물, 입금 시기에 이준석과 다정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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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528회 작성일 25-05-14 19:28본문
[사진설명] 지난 2021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그의 당 대표 선거 출마 당시 여론조사 비용 대납자로 지목된 고령군수 출마 예정자 배 씨.(사진=배 씨 페이스북)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명태균 여론조사업체를 통해 조사를 진행한 뒤 제3자로부터 비용을 대납하게 한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비용 대납한 지역 정치인이 돈을 입금하기 전후 이준석 후보를 수차례 만났다는 구체적 증언이 나왔다.
또 해당 의혹 인물이 입금 일주일 뒤 이 후보와 만나 사진을 찍고 이후 국민의힘 고령군수 공천에도 도전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이준석 관련 여론조사비도 대납이 이뤄졌다"는 관계자의 폭로가 지난 2월 나온 뒤 비용대납자와 이 후보 사이 관계가 확인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이지형 차장)은 이러한 내용까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이준석과 사진 찍은 며칠 뒤 배 씨 여조비 대납
14일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취재내용을 종합하면, 2022년 6월 지방선거 때 국민의힘 고령군수 예비후보였던 배모 전 바르게살기경북도협의회장이 명태균 씨가 운영하던 여론조사업체에 2021년 3월~5월 사이 1천6백만원을 입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계좌입금 외에도 현금으로 더 많은 금액을 넣었을 가능성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준석 후보가 '제3자의 여조비 대납'을 인식했는지 여부다. <뉴스타파>는 지난달 24일 명태균 씨 검찰 조사 내용을 근거로, '이 의원이 대구의 한 카페에서 배 씨를 만난 사실이 있다'는 명태균 씨 검찰 진술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배 씨 역시 검찰에서 “2021년 5월께 명태균이 나를 대구로 데려가 (당시 대구에서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운동 유세를 하던) 이준석에게 소개시켜 주면서 (배 씨에 대해서는) '당대표 여론조사 할 때도 도움을 주신 분이라면서 고령군수 생각이 있는 사람인데 잘 밀어주라'는 취지로 이야기를 하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워치독>은 배 씨가 2021년 5월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를 만났을 때 찍은 사진을 확보했다. 배 씨는 이 사진을 2022년 6월 지방선거 국민의힘 고령군수 공천을 앞두고 자신의 지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사진설명]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고령군수 출마 예정자 배 씨가 만난 곳으로 추정되는 대구 수성못 인근의 카페 (출처 : 카카오맵 갈무리)
<워치독>이 확보한 자료를 보면, 배 씨는 2022년 3월27일 고령군민들이 참여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난 2021년 5월 중순경 대구 수성못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소중한 만남을 가졌습니다. (중략)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잘 극복해 나간 이준석 대표처럼 저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라고 글을 올리며 이준석 대표와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배 씨는 이준석을 만난 며칠 뒤인 2021년 5월22일 명씨의 여론조사업체에 600만원을 입금했다. 앞서 그해 3월11일에는 1천만원을 먼저 입금한 상태였다. 모두 명 씨가 이준석 관련 여론조사를 활발히 진행하던 시기였다. 이때문에 2021년 5월 중순 이준석과 배 씨의 만남은 단순 당 대표 후보와 지역 정치인의 만남인지 의심을 살 수 밖에 없다.
또 명태균 컴퓨터에서 복원한 이준석-명태균 카톡 대화를 통해 '이준석 의원이 명 씨로부터 최소 4차례에 걸쳐 당대표 여론조사 결과보고서를 미리 받았다'고 <뉴스타파>는 폭로했다. 명 씨는 2021년 5월 초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관련 여론조사를 했고, '이준석 돌풍'의 근거자료가 되었다.
■ 목격자 "(여조비 대납자) 이준석과 예닐곱번 만나"
<워치독>은 또 배 씨와 이준석이 만날 때 동행했던 목격자로부터 자세한 증언을 추가로 들었다. 목격자 ㄱ씨는 <워치독>과 한 통화에서 “이준석 후보가 당 대표 되기 전과 그 이후 배 씨와는 한 예닐곱번 정도 만난 것으로 안다. 2021년 5월 대구의 한 카페에서 만날 때가 처음이었는데 나도 함께 있었다"고 말했다.
ㄱ 씨는 <워치독>에 “대구 카페에서 이준석과 배 씨가 만날 때 명태균이 '우리 여론조사를 많이 도와주는 분이 배 씨이고, 고령군수에 출마하려고 한다'고 이준석에게 말했다. 나와 김영선 의원 등이 옆에서 같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ㄱ 씨의 설명은 배 씨가 검찰에서 한 진술과 내용이 거의 같아, 이 후보가 배 씨의 역할을 인지한 상태에서 만났을 가능성이 짙다.
ㄱ 씨는 이준석 후보와 배 씨가 이외에도 여러차례 만났던 상황들을 자세하게 기억했다. ㄱ 씨는 “두번째 만남은 같은 달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운동 기간 중 첫 유세를 했던 광주광역시에서 이뤄졌는데, 그때는 명태균, 배 씨, 김영선 전 의원과 이준석 이 함께 만났다"고 말했다.
ㄱ 씨는 이준석과 배 씨의 세번째 만남에 대해 “대구에서 이준석이 청년 콘서트를 했을 때 이뤄졌는데 그 때는 배 씨 역시 사진을 찍고 갔다"고 말했다. 이날은 2021년 6월4일 대구 엑스코에서 있었던 국민의힘 대구경북 합동연설회 직후 있었던 일을 거론하는 것으로 보인다.
네 번째 만남에 대해 ㄱ씨는 “부산의 어느 게임 대회 장소에서 만났는데 그 때 (대통령실 인사청탁을 넣었던 경북지역 사업가 아들) 조아무개 씨도 함께였다"고 증언했는데, 이날은 2022년 1월 부산에서 개최된 '롤 챔스'(게임) 대회로 추정된다.
다섯 번째 만남에 대해 ㄱ씨는 “이준석이 대구에서 저녁 늦게 행사를 한 뒤 순천으로 가야했는데 주변에 기자들이 많았던 탓에 명태균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기자들이 많아서 따로 만나기 좀 곤란하다. 내가 순천으로 가는 길이니까 대구에서 빠져나오면 현풍 휴게소가 있는데 거기서 만나자'고 했고, 그날 자정 무렵 실제 현풍휴게소에서 이준석과 명태균, 배 씨가 만났다"고 증언했다.
■정치권 "이례적인 잦은 만남"...이준석 "비용 지불 나와 관련 없어"
정치권에서는 ‘당 대표급 인사가 지역의 군수 예비후보 정도 지낸 인물을 한 해 사이 다섯 차례나 사적으로 만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워치독>과 통화한 한 경남지역 국민의힘 인사는 “지역 군수 예비후보 인사가 당대표를 사적으로 만날 레벨이 아니다. 만날 이유도 없다. 배 씨가 공천을 받기 위해 벌인 일인듯 한데 명태균의 영향력으로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준석 후보가 배 씨를 만날 때 여론조사 비용 대납자임을 정확히 인식하고 만났었는지 판단하기 위해선 검찰 수사가 더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가 명태균과의 관계 때문에 배 씨를 단순히 만났을 가능성도 있다.
배 씨가 지불한 돈역시 이 의원을 위한 여론조사 비용 외에도 명 씨가 진행한 다른 여론조사 비용으로 사용되었을 수도 있다. 배 씨는 2022년 6월 지방선거 때 국민의힘 고령군수 공천에서 최종 탈락했다.
이 후보는 지난달 17일 대구경북 언론인 정책토론회에서 관련 의혹에 대해 “비용 지불은 여론조사 의뢰자가 했고 제가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배 씨와의 잦은 만남이 사실인지, 어떤 관계로 지냈는지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워치독>의 추가 해명 요청에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배 씨 역시 <워치독>의 확인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조하준,김성진,허재현,김시몬 <워치독>팀 기자 watchdog@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