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죽이기 [분석] ‘대북송금’ 이화영 유죄가 이재명 유죄로 곧장 연결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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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1,830회 작성일 24-12-24 17:46본문
[사진설명] 왼쪽 이재명 대표, 오른쪽 이화영 전 경기 평화부지사
'대북송금 사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항소심 재판에서도 “이재명 방북비 대북송금이 인정됐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언론들은 대북송금 사건으로 기소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재판의 결론도 같을 것으로 분석하지만 이 사건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이화영 유죄가 이재명 유죄’로 곧장 연결되지 않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분석할 수 있다.
■대법 판례상 “이재명과 김성태 공통의 인식” 있어야
먼저 이재명 대표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이 아니라 '제3자 뇌물'이라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뇌물과 달리 제3자 뇌물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보면, 입증 요건을 매우 까다롭게 하고 있다. 뇌물 사건은 주고 받는 이가 명확하지만, 제3자 뇌물 사건은 뇌물을 주고 받는 이가 피의자가 아닌 그 주변인물들끼리인 탓이다. 뇌물을 주고받은 제3자들의 행위를 피의자가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 증명되지 않는다면 유죄 선고는 쉽지 않다.
대법원 판례(2010도 12313)는 “제3자에게 제공되는 금품이 그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대하여 당사자 사이에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그러한 인식이나 양해 없이 막연히 선처하여 줄 것이라는 기대나 직무집행과는 다른 동기에 의하여 제3자에게 금품을 공여한 경우에는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김성태 쌍방울 회장이 설사 이화영 부지사의 부탁을 받고 북한에 돈을 줬다는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이재명 지사가 이러한 과정을 인식했다는 게 입증돼야만 이 대표가 유죄 선고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화영 전 부지사 재판에 제출된 기록과 이 대표의 공소장을 토대로 검찰 수사내용을 분석하면, '대북송금 사건' 이재명 대표에 대해선 검찰이 입증의 문턱에도 가지 못한 상태에서 기소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화영은 "이재명 보고" 부인, 김성태-이재명 통화도 입증 안돼
먼저 2019년 7월 당시 이화영 부지사가 이재명 지사에게 "‘쌍방울이 북한에 거마비 성격의 돈을 보내고 있다’는 취지로 구두로 보고했다”는 검찰 수사내용부터 보자. 이 전 부지사가 2023년 4월께 잠시 이러한 취지의 진술을 했던 흔적은 보인다. 이 전 부지사 스스로 옥중 비망록 등을 통해 검찰의 각종 회유와 강요로 원하는 진술을 해줬다가 뒤집었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부지사의 검찰 진술기록은 이 대표 재판에서 증거동의조차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쌍방울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 최근 드러나면서 이른바 '연어술파티와 김성태 측근들의 입맞추기' 등 검찰의 위법 수사 논란은 이 대표 재판에서도 계속 될 듯 하다.
'김성태와 이재명 지사 간에 통화가 이뤄졌다'는 검찰 주장 역시 자세히 따져보면 입증되지 않은 김성태 회장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전 부지사 1심 판결문에는 김 회장의 이런 주장이 담겼지만, 2심 판결문에는 아예 빠졌다. 입증되지 않기 때문에 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11일 김성태 회장은 수원지법에 출석해 검사가 “(이 전 부지사가 이재명 지사의 전화를 바꿔준 때) 이재명 지사가 증인에게 '좋은 일해줘서 고맙다'는 표현도 했는가요”라고 묻자 “저도 만취한 상태라 자세하게 기억은 안나는데 그런 취지로 얘기했던 것 같습니다”라고 답한 바 있다. 김성태 스스로도 "만취해서 잘 기억 안나는" 이재명과의 통화 주장이 인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2019년 7월 이뤄졌다는 두번째 통화도 "이화영 전 부지사가 바꿔주어서 잠시 통화했다"는 게 김성태 회장의 주장이다. 공판 조서를 보면, 검사가 "2019년 7월 2회 필리핀 국제대회 당시 이화영을 통해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통화한 사실이 있는가요"라고 묻자 김 회장은 "네"라고 답했다. 검사가 "이재명 지사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통화를 했는가요"라고 묻자 김 회장은 '북한 사람들 초대해서 행사를 잘 치르겠다. 그리고 저 역시도 같이 방북을 추진하겠다'고 얘기했습니다 (중략) 70만불 줬다는 표현은 안했지만 제가 방북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아마 이화영이 얘기를 했을 겁니다. 저한테 그런 얘기를 했었고요"라고 답했다. 역시 김 회장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고 이 전 부지사는 “통화를 바꿔준 적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이화영 중국 출장보고서도 이재명 결재 문건 아냐
다음으로 '김성태 관련 내용이 담긴 이화영 출장보고서'는 어떻게 봐야 할까. 이 역시 이재명 지사에게 보고된 게 아니라, 이화영 부지사가 전결처리한 문건일 뿐이다. 검찰은 이 대표의 공소장에서 “2019년 1월 하순경 중국 출장에서 복귀한 이화영으로부터 '중국 출장에서 쌍방울 그룹 관계자와 북한 측 인사를 만나 황해도 스마트팜 사업 및 (중략) 도지사가 기업고찰단의 방북에 동행하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였다'는 내용과 함께, 국외 출장 결과보고서에 (중략) 김성태,안부수,북한 송명철 등이 나란히 앉아 술을 마시며 만찬을 함께 하는 사진이 첨부된 문건을 보고받는 등 김성태의 대납 약속과 그에 따라 경기도의 지원·보증 하에 쌍방울 그룹이 대북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하였다”고 썼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 재판에 제출된 2019년 1월23일 경기도 문건을 보면 이는 이 전 부지사까지만 결재가 이뤄진 것이었다. 심지어 검찰이 주장한 사진 역시 이 전 부지사만 표시되어 있고 김성태 등은 모두 모자이크 처리되어 있는 것이었다. 당시 중국 출장에 동행한 경기도청 전 직원은 기자에게 “'출장 전 보고서'는 방북 추진 등 중요 내용이 담겨 이재명 지사에게까지 결재가 이뤄졌지만 막상 출장 당시 별다른 성과를 낸 게 없어 '출장 후 보고서'는 이화영 부지사에게까지만 보고가 되었다. 사업이 큰 성과를 내지 못했을 경우 부지사 전결까지만 진행되는 문건들도 많았고 지사에게 보고되지 않는 게 더 일반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 전 부지사의 1심과 2심 판사 모두 ‘이재명 지사에게 대북송금 관련 보고가 이뤄졌는지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 1심 신진우 부장판사는 “판단하지 않겠다”고 언급했고, 2심 문주형 부장판사는 판결문에 관련한 내용을 아무 것도 적지 않았다. 즉, '이재명에게 보고 여부'는 이재명 대표의 재판에서 실질적으로 다퉈질 것인데 현재로선 검찰 수사가 다시 이뤄지지 않는 이상 입증증거는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 ‘설마 이 전 부지사가 이재명 지사에게 보고도 안하고 그런 일을 추진했을까’ 추정은 해볼 수 있다. 하지만 제3자 뇌물죄 대법원 판례는 그런 추정만으로는 유죄 선고가 이뤄지기 어렵다. 물론, 사법부가 작정하고 대법 판례를 무시하고 정치 판결을 하지 않는다면.
허재현,김성진,김시몬,조하준 <워치독> 기자 watchdog@mindlenews.com
☞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은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 시민언론 민들레 김성진 기자, 시민언론 뉴탐사 김시몬 기자,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가 만든 권력 감시 공동 취재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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