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반 [단독] 계엄군 “돌파 못한다니 '의원 다 끌어내라'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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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437회 작성일 24-12-07 12:45본문
"이진우 수방사령관 추정 인물이 소리쳐"
"끌어내라는데 어떻게 무력을 사용하나"
"못 한다니 '이 ××야 명령 이행하라' 해"
"시민들 뭐라 하는데 말 할 수가 없었다"
"이제 전투복 입고 밖에 나갈 수 없을 듯"
"50만 국군의 수치다…누가 장교하겠나"
윤석열의 12·3 내란 사태로 국회 본청에 진입했던 계엄군에게 현장에서 "국회의원이고 보좌관이고 시민이고 다 끌어내라"고 상부에서 강요했다는 추가 증언이 7일 확인됐다. 해당 증언을 한 계엄군 소속 특전사 대원은 '끌어내'라는 명령을 한 사람이 당시 현장 지휘를 했던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대원은 당시 보좌진과 시민들이 많아 국회에 진입하라는 명령을 거부했지만, 현장에 있는 영관급 장교들이 "명령을 이행하라"고 압박을 했다고 증언했다.
지난 4일 0시 무렵 계엄군 소속으로 국회 본청에 진입한 특전사 대원 ㄱ씨는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에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로 국회에 투입됐을 당시 긴박했던 상황에 대해 증언했다.
ㄱ씨는 "(헬기에서) 내리자마자 국회 의사당이었는데, 내렸을 때 사람들하고 보좌진하고 마주쳤다"며 "(우리가 들어가지 못하니까) 그 때 뒤에서 갑자기 한 사람이 큰소리를 엄청 질렀다. 계급장을 볼 수 가 없으니까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진우 수방사령관(중장) 같은데, 우리들 보고 '왜 못 들어가냐'고 하면서 들어가라고 소리쳤다"고 말했다.
ㄱ씨는 "내 밑에 있는 애가 '어떻게 돌파합니까' 하니까, '끌어내'라고 했다"면서 "국회의원들이고 보좌관이고 시민이고 만약에 대항을 하면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린 겨우 230명인데 그 사람들을 어떻게 끌어내겠느냐"면서 "'끌어내'라는 건 총이나 특공무술로 제압해서 그 사람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난 뒤에 끌어내야 하는데, 이거는 무력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래서 안했다)"라고 말했다.
앞서 이진우 수방사령관은 6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주·박선원 의원과 인터뷰에서 "(수방사는) 본청 외곽에 있었다"며 "(현장에 갔을 때), 사람이 너무 많았고 특히 경찰, 시민 누가 누군지 모르는 상태여서 이건 잘못하면 오해도 하고 문제가 될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말한 바 있다. ㄱ씨의 증언이 추정인 만큼 당시 '끌어내라'는 명령의 주체가 누구인지는 수사 과정에서 명확한 확인이 필요하지만, 수방사령관일 경우 반란죄와 관련해 가중 처벌될 수 있다.
당시 진압을 강요한 지휘관과 이를 거부한 현장 대원들간의 설전은 여러 차례 벌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ㄱ씨는 "내가 계급이 낮지도 않고 그래서 '(진압) 안 된다' '그런 거는 복종 못 하겠다'고 했더만, 영관급 장교들, 대령급들이 '이 ××들 명령을 하는데 왜 명령을 이행 안 해' 그러더라"면서 "내가 '우리 애들 바보 병신 만들 수 없다' 그랬다가, 갑자기 계엄 해제됐다고 철수하라고 그래서 2시간도 안 있다가 왔다"고 전했다.
ㄱ씨는 작전 투입 직전 상황에 대해서도 "우리는 거짓말에 의해서 끌려갔다"며 "북한의 오물풍선에 대비하기 위해 그쪽으로 간다 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각하게 풍선이 많이 날아오고 군인들이 투입될 수 있으니 거기에 경계하거나 그에 대한 보고를 하라는 그 거짓말에 갔다"면서 "국회 가는 줄 몰랐다"고 했다. 그는 "국회에 내려서도, 국회에서 자기들끼리 싸워서 경찰이 못 말리니까 우리가 왔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시민들이) 총 들고 여기 왜 왔냐 하기에 말 한마디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전날 곽종근 특전사령관은 양심 고백을 통해 "(북한) 오물 쓰레기 때문에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긴장하는 연잔선상에서 임무지시가 내려갔다"며 "투입될 때 임무가 하달돼 일부 인원들은 파악이 안 되어서 혼선을 빚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사령관과 현장 대원들 간의 증언이 엇갈리는 만큼,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수사를 통해 진위를 밝힐 필요가 있다. 의도적으로 누군가 국회 투입 지시를 전파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ㄱ씨는 끝으로 자신이 내란에 가담했다는 데 대해 상당한 죄책감을 느끼고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여기 왜 왔지, 우리가 왜 왔지 하고 있었는데, 수많은 시민이 욕하면서 '너네들 여기 왜 왔어, 우리 죽이러 왔어' 이런 소리까지 들었다"며 "50만 국군의 수치다. 이제 전투복 입고 시내도, 밖에도 못 나갈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내일 윤석열이 탄핵된다 해도 군이 국민들의 신뢰를 다시 받으려면 1~2년으로 되겠느냐"며 "절대로 안 된다. 이제 누가 장교, 부사관할 사람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허재현·김성진·조하준·김시몬 기자watchdog@mindlenews.com
☞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은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 시민언론 민들레 김성진 기자, 시민언론 뉴탐사 김시몬 기자,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가 만든 권력 감시 공동 취재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