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반 KBS 법조팀과 검찰의 밀월 관계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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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671회 작성일 19-10-10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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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KBS 보도화면 캡처.



KBS 법조팀이 정경심 교수의 측근인 프라이빗 뱅커 김아무개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검찰에 흘렸는지를 놓고 논란입니다. 김씨와 KBS의 주장이 워낙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어 좀 혼란스럽습니다. 이런 사안은 여러 경험 많은 기자들이 함께 추론해 국민의 정확한 판단을 돕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글을 씁니다.


먼저 인터뷰 내용을 기자가 수사기관에 알려주는게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이냐는 문제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다만 얼마나 구체적으로 유출되는 지는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


KBS의 해명을 보면, "사실관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는 부분은 검찰 취재를 통해 확인한 적은 있으나 내용을 일부라도 문구 그대로 문의한 적이 없고 더구나 인터뷰 내용 전체를 어떤 형식으로든 검찰에 전달한 적 없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제가 주목해서 본 문장은 '문구 그대로 문의한 적이 없다'입니다. 마치 이것은 인터뷰 내용을 흘린 적 없다는 말처럼 비치는데, 이 문장은 앞의 '사실관계 확인은 한 적 있다'는 문구와 연계해 해석해야 합니다. 즉 '사실관계 확인 차 인터뷰 문구를 윤색해서 검찰에 문의한 적은 있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제가 왜 이렇게 해석하냐면, 실제로 실체적 진실을 쫓는 기자들은 각종 취재 내용을 수사기관과 상의하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취재윤리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일인데, 꼭 그렇게 보기 어려운 여러 상황들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가 특검팀에 여러 취재 내용을 전달해주었다고 칩시다. 기자는, 수사의 방향을 잡아주고 대신 수사기관으로부터는 진척된 수사내용을 먼저 전해듣고 단독 속보로 전합니다. 서로 상부상조하는 것이지요. 검경 등을 출입하는 백명의 기자들을 탈탈 털면 이런 식의 취재 안하는 기자 찾기 어려울 거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이른바 관록있는 '선수'들끼리는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기자가 수사 관계자를 뒤에서 만나는 행위 모두를 권언유착으로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어쩌면 당시 특검과 이곳을 출입하는 기자들은 민주주의를 바로잡겠다는 사명감으로 그 행위를 서로 양해했을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저도 국정농단 특검이 꾸려졌을 때 한겨레 법조팀 기자로서 특검 수사관을 비슷한 명분으로 따로 호텔 등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다만, 논의가 더 진척되지는 못해 어떤 기사도 쓰지는 않았고 법조팀장이 시킨 일도 아니고 제가 알아서 한 취재였습니다. 당연히 제가 통째로 취재 내용을 특검팀에 전달하지는 않겠지만 어디까지 선을 지키며 수사기관과 관계를 유지해야 할지 고민스러운 때는 수시로 존재하지요. 수사팀과의 협업에 대한 판단은, 칼로 무자르듯 그렇게 간단하게 결론 내리기 어렵습니다. 케이스바이케이스입니다.


다시 KBS 법조팀 논란으로 돌아가자면, 이번 조국 가족 수사와 관련해 만약 KBS 법조팀이 수사기관과 밀월 관계를 가졌다면, 취재 관행상 그랬을 가능성이 큰데, 권언유착으로 비칠 여지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조국 가족을 수사하는 지금의 검찰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지요.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팀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없는 제3자라서 기자와 수사기관의 업무협조가 이해될 수 있는 측면이 있지만, 이번 조국 가족 수사팀은 사실상 제3자가 아니라 검찰 개혁 국면에서 '플레이어 주체'입니다. 따라서, 이번 사안에 한해 기자와 수사기관의 밀월이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사건이냐에 대해서는 좀 회의적입니다.


KBS가 자체 진상조사를 한다고 밝혔는데 진실이 밝혀질지는 모르겠습니다. KBS가 기자의 휴대폰까지 압수해 들여다본다면 인권침해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이런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김아무개씨가 경찰에 이번 수사팀과 KBS 기자를 고소하는 겁니다. 그들 사이의 관계는 법적 절차를 밟아 수사를 통해 증명해낼 수 있습니다. 만약 인터뷰 녹취록을 KBS 기자가 검찰에 건네줬다면 정보통신법 위반 혐의가 있습니다. 당연히 KBS는 언론탄압이라는 논리를 펼 수 있으나, 이번 사안은 '권언유착' 사건으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수사의 명분이 없다할 수 없습니다.


언론계의 잔뼈가 굵은 선수들끼리는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는 대목이 있는데, KBS 법조팀이 저렇게 부인한다고 하여 곧이 곧대로 믿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신뢰할만한 기자인 KBS 최경영 기자가 'KBS 법조팀'은 "그럴 사람들은 아니다"고 페이스북에 밝혔지만, 문제는 인성이 아니라 법조팀이 검찰과 밀월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그 구조에 있습니다. 최 기자도 모르는 진실이 법조 보도 시장의 흑막 속에 감춰져 있을 수 있습니다. 김씨가 고소를 한다면 서두르는 게 좋습니다. 2011년 어떤 KBS 기자는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에게 민주당 회의 내용을 흘려준 혐의로 경찰 수사시작되자, 노트북과 휴대폰을 즉시 잃어버린 적 있습니다.


제가 KBS 법조팀의 해명을 바로 신뢰하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는 이들은 김아무개씨와 인터뷰 하고 나서도 검찰 쪽의 시각으로만 보도를 이어갔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KBS는 2019년 9월13일 이런 보도를 합니다. "김씨 쪽은 (정경심 교수의 요청으로 하드디스크) 교체가 마무리될 때쯤 당시 후보자였던 조 장관이 퇴근해 김씨에게 "아내를 도와줘서 고맙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조 장관이 하드디스크 교체 사실을 알았는지 논란이 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씨는 '알릴레오'에 출연해 "2014년부터 조 장관을 3~4번 만났는데 만날 때마다 항상 고맙다고 이야기를 했다"며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날 조 장관이 '고맙다'고 말한게 별다른 의미가 아님을 강조했습니다. 김씨는 분명 KBS 기자를 9월11일 만나 이러한 해명을 했을텐데, 이틀 뒤인 13일에도 KBS는 김씨의 발언 취지와 달리 검찰 시각으로 '조국이 하드디스크 교체해줘서 고맙다고 말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취지로 보도를 합니다.  김씨는 KBS 외에는 인터뷰 한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KBS를 포함한 대부분 언론들이 김씨가 검찰에서 한 진술인 "조국 장관이 고맙다고 했다"라는 말을  ‘받아쓰기 보도’했지요. 검찰이 악의적으로 언론에 흘렸다고 의심되는 이런 진술을 두고, KBS 법조팀은 검찰의 설명이 김씨 주장과 배치됨을 알면서도 검찰 쪽 시각으로만 보도를 이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윤리적 저널리즘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언론사 통틀어 법조 기사들은 정말 문제가 심각합니다. 수사속보를 쫓다보니 검찰의 입에 매달릴 수 밖에 없고, 검찰의 간택을 기다리며 결코 검찰을 비판하는 기사를 쓸 수 없는 구조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만약, KBS 법조팀이 김씨의 이야기를 듣고나서 "조국은 원래부터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해왔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보도했다고 가정합시다. 검찰이 앞으로 KBS 법조팀에 피의사실을 흘려주려 할까요. 어쩌면 이런 이유때문에 KBS 법조팀은 고심 끝에 김씨의 인터뷰 보도를 포기하고 검찰 수사 단독을 챙기는 쪽을 택한 것이 아닌가 의심됩니다.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 기자 repoac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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