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과 사람 일본에는 정부의 지원으로 마약 중독 회복 공동체가 수십여곳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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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182회 작성일 19-10-0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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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마약투약은 범죄입니다. 또한 마약중독은 질병입니다. 범죄 이전에 질병이 있었던 것이지만 우리 사회는 범죄 이후 질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오해합니다. 이때문에 범죄를 처벌하면 중독문제도 간단히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고 맙니다. 과연 그럴까요. <리포액트>는 우리 사회의 왜곡된 마약 정책과 사실상 공백상태나 다름없는 한국의 중독자 회복 정책의 실태와 대안을 살핍니다. 오늘 그 첫 순서로, 얼마전 한국을 다녀간 일본인 마약 중독자 모임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허재현 기자는 조만간 일본을 찾아 일본의 중독 회복 공동체의 운영현황을 살펴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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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 한국다르크 포럼에 참가한 한일 관계자 등이 지나 28일 포럼 행사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잘 돌아왔어” 따뜻한 격려의 식사 한끼가 바꾼 중독자의 삶  


"13년전에는 죽을 생각만 했어요. 만약 회복공동체 '다르크'가 없었다면 저는 지금의 삶을 상상할 수 없을 겁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의 연회장에 일본에서 한국을 찾아온 한 마약중독자가 한국인들 앞에 섰습니다. 40대의 이 마약 중독자는 그러나, 13년간 단약에 성공중이었고 지금은 건강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는 일본 각지에서 활발하게 운영중인 마약중독자의 회복공동체 '다르크 시스템'을 알리고자 동료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그가 간절하게 한국의 중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전합니다.


"13년전의 일입니다. 저는 마약을 끊읋 수가 없어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엄마. 저는 약을 끊을 수 없어요. 엄마가 저를 죽여주세요.' 충동적으로 한 말이 아니라 신중하게 한 말이었습니다. 엄마가 말했습니다. '너 죽을 필요 없어. 약을 끊도록 도와주는 회복 공동체가 있다는데 거기 들어가보면 어떻겠니?' 그렇게 소개받은 곳이 '다르크'(회복공동체)입니다. 처음에 그 공동체에 갔을 때는 저도 적응을 잘 못했습니다. 세번을 도망나왔습니다. 다시 마약을 하고 네번째로 공동체에 돌아갔을 때 마음속에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다르크에 돌아갔을 때 동료들이 야식을 준비해주었고 음식에는 '사랑해, 잘 돌아왔어'라고 써있었습니다.  그날 이후 12년간 저는 다르크에 머물고 있고 마약으로부터  벗어나 있습니다."


중독은 이렇게 무서운 질병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마약중독자들을 향해 '안하면 되는 걸 굳이 왜 자꾸 반복해서 하는가' 비난하곤 합니다. 그러나 오늘 전해드린 일본인 중독자의 설명처럼 중독의 고통은 죽음과도 맞바꿀 수 있을 정도로 아픕니다. 죽는 것 외에는 해결방법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제가 만난 한 중독자는 '강제로 마약을 중단할 수 있는 교도소를 편하게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출소 직후 마약을 다시 한 뒤 자발적으로 경찰에 자수해 교도소에 들어가는 삶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웃 나라인 일본에만도 마약 중독자들이 좀더 중독의 고통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회복공동체가 자발적으로 세워져 수십여곳이 운영중에 있습니다. 이들이 한국을 방문해 한국에도 다르크와 같은 회복공동체의 건설이 시급하다고 알리러 온 것입니다. 자살 외에 다른 선택지가 별로 없는 한국의 마약중독자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일본인 중독자가 전한 이야기를 더 전해드립니다.


“다르크에 머물던 중 필리핀에 2년간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일본에서처럼 약물 중독자를 돕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혼자서 해보려 했지만 잘 안되었습니다. 1년간 열심히 했지만 점점 마음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때 저를 돕겠다고 나선 사람들 역시 필리핀의 약물 중독자들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깨닳았습니다. ‘회복지원은 혼자서 할 수 없고 동료들과 함께 해야 하는 거구나.'”


중독자의 처지와 고통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들은 바로 중독자 자신입니다. 중독을 연구하는 전문가들도 아주 소중한 존재이지만, 중독의 고통은 사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결코 알 수 없습니다. 중독자들이야 말로 중독의 고통을 우리 사회에 설명하고 스스로의 회복과 다른 중독자들의 회복을 위해 뭉쳐야 한다는 것을 일본에서 찾아온 중독자는 강조하는 듯 했습니다. 그는 아래의 이야기를 덧붙였습니다


"저는 3년전 고베시에 다르크를 세웠습니다. 13년전 죽으려 했을 때는 이런 삶을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지금 매일 다르크의 동료들과 함께 합니다. 그들에게 'OO을 도와줘'라고 연락하면, 전국의 다르크 동료들이 뛰어갑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국에서는 중독자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이야기할 곳이 없습니다. 저는 사회적으로 이미 아웃팅 당한 중독자이니 제 이야기를 솔직하게 전하자면, 저역시 의도치 않게 중독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디에 연락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경찰에 자수해 국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선택지를 알고는 있었지만 제 직업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감수하고서 그런 결단을 내리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또한 마약 투약이라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당혹스러움 외에 심각한 질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중독자들의 공동체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 제가 그들에게 도움음 요청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일본에서는 중독자들이 도움을 호소하면, 중독자들이 나서서 그들을 돕는 공동체가 수십여곳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활동중에 있다는 것은 매우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이날 발표회에서 또다른 일본인 중독자는 다르크 운영방식에 대해 "정신 병원과 연계해 낮에는 다르크 회복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상시 전문 인력이 배치 되어 상태가 심각한 분은 병원 재입원을 하게 한다"고 전했습니다. 예산은 일본의 장애복지를 위한 재원에서 일부 분할받아 마련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독자인 남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 남편이 변하기 시작했다” 


한국에도 다르크 시설이 일부 설립돼 올해부터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 다르크 시설 관계자의 가족인 배우자가 나와 경험담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중독자 가족들은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또 중독자 가족들은 중독자에게 어떤 태도를 견지하면 되는지 한 단면을 살펴볼 수 있는 증언을 나누었습니다.


“저는 제가 다시 결혼한다면 OOO목사(중독자·한국 다르크 공동체 운영자) 와는 결코 안하고 싶어요. 남편이 얼마나 제게 고통을 주었는지. 30년 넘게 아들 셋 낳으면서도 마약을 못끓고 우리 가족을 지옥에 살게 했어요. 저도 괴로워서 자식들 하고 자살하려 했어요.  저는 남편을 경찰에 일곱 차례 신고해서 구치소에 보냈어요. 병원에 보내도 병원에서 자꾸 나와버리니 방법이 없었어요. 주변에서는 왜 이런 남편과 이혼하지 않는지 많이 뭐라 했어요. 하지만 제게는 위대한 신이 있었어요. 남편이 빈민가에서 자라면서 약물에 노출된 상황을 차츰 돌아보게 되었어요. 남편이 왜 약을 못끊을까. 남편에게는 도박과 약물, 성중독이 인생의 일부였어요. 몇년 전부터는 그걸 그냥 인정해주었어요. 마약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저는 ‘수고했어요. 몸은 괜찮아요? 식사하세요’ 라면서 편하게 대해주었어요. 그러자 남편이 변하기 시작했어요. 남편은 스스로 마약을 끊고 중독자들을 스스로 돕는 회복공동체 다르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어요. 저는 지금도 남편을 믿지 않아요. 중독은 재발할 수 있어요. 하지만 어쨌든 수년간 남편은 투약을 멈추었고 지금은 다르크를 통해 함께 회복하고 있는게 참 보기 좋아요.돈을 안벌어다 주는 것만 빼고는요.(웃음) ”



한국에도 지난해 다르크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한 곳이 두곳 있다고 합니다. 일본의 다르크 회복 시스템을 연구해 한국의 회복 공동체 건설 과정에 도입될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더 연구가 필요해 보입니다. <리포액트>는 이에 대한 취재와 연구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허재현 기자는 10월11일~13일 일본 현지의 다르크 공동체를 방문 취재하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취재비가 따로 없어 제 회사 퇴직금을 들여 취재에 나선다는 것을 솔직하게 설명드립니다. 제가 사비를 들여 취재부터 나서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해 고통에 빠져 있는 중독자들의 소식을 듣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은 사람들부터 살리는 게 우선인 거 같습니다. 저널리스트로서 저는 마약 중독자들의 건강한 삶을 위한 정책이 무엇인지 여러 사례를 살피고 기록하여 우리 사회에 널리 알리겠습니다. 제 취재를 도와주실 분들은, 리포액트에 후원해주시면 됩니다. 다음 연재 기사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 기자 repoac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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