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사법 개혁 끝까지 감시한다 [검사왜전] 신임 검사들은 한손으로 악수하는 법부터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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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1,875회 작성일 19-10-0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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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검사왜전’ 기획 연재를 시작하며


검찰개혁이 시대의 화두가 된지 10년이 넘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추진하다 실패했고, 임기 뒤 보복수사를 당했습니다. 검찰은 그러나 어떤 수사들은 무던히도 덮고 넘어갔습니다. 정치검찰이라 비판을 받아도 마땅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다시 검찰 개혁을 추진중이지만 강한 저항에 부딛혔습니다. 보수·진보 언론 구분없이 검찰 중심의 시각에 빠져 객관성을 의심받는 보도를 쏟아냅니다. <리포액트>는 검찰 개혁과 관련한 기울어진 언론 운동장을 바로잡으려 합니다. 법조기사는 검사들에 둘러싸인 기자들만 써서는 안됩니다. 검찰 바깥에서 검찰을 감시하는 기자들도 있어야 합니다. 검찰 개혁이 완수되는 그날까지 <리포액트>가 검찰을 감시하는 연재물을 시작한 이유입니다.
연재물의 이름은 '검사왜전'입니다. 대한민국 검찰이 '왜' 문제인지 꾸준히 살펴서 ‘검찰 개혁 백과사전’을 구축하려 합니다. 다만, 국민들이 쉽게 검찰의 문제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일상적인 사건을 통해 검찰을 관찰하려 합니다. 검찰의 이야기도 듣겠지만, 검찰을 관찰할 기회가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좀더 귀기울이려 합니다. 왜냐면, 그들의 이야기는 법조기자들이 잘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지금까지 언론은 검찰의 목소리에만 의존해 취재해왔고 그것이 지금 검찰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입니다. 

자신이 목격한 검사의 부조리에 대해 제보해주실 분은 허재현 기자에게 연락주십시오. 검찰 개혁을 위한 밀알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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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이금규 변호사. 법부법인 도시 제공.




어떤 피부과 병원에서 생긴일 … 피해자는 병원때문에 울고 검찰 때문에 우울증 걸렸다 


"허 기자님. 검찰 개혁이 시급한 이유는 일상 생활속에서 차고 넘쳤어요."
이금규 변호사(법무법인 도시)는 검찰 출신 변호사입니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주로 형사부와 강력부에서 각종 형사 사건을 맡아온 관록의 검사였습니다. <리포액트>는 검찰 개혁이 왜 필요한지 검찰을 오래 경험해온 법조인으로부터 들어보는게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지난 2일 서울 서초동의 사무실에서 만난 이 변호사는 자신이 현재 맡고 있는 고소사건만 보아도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실감한다고 말합니다.


"모 피부과 병원이 환자의 개인사진을 멋대로 사용해 병원 홍보에 사용하다가 피해자가 이를 발견해 개인정보법·의료법 위반 등으로 병원장을 고소했어요. 명백한 범죄인데 검찰이 고소인 조사도 안한 채 고소접수 1년 3개월만에 일부 기소하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하려 했어요. 피해자가 강하게 항의했고 그래서 다시 수사를 하긴 했는데 7개월뒤인 지난 8월21일 검찰은 병원장을 불기소 처분해버렸어요. 조국 장관 딸 관련 문제 수사하는 것과 비교하면 정말 엄청난 차이지요?"


좀 더 자세한 사연은 이렇습니다. 피해자 ㄱ(23·여)씨는 모 피부과 병원에서 2016년 5월 여드름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 병원 누리집에서 '나의 여드름 치료 성공기'라는 이름으로 피해자 동의없이 얼굴사진과 함께 병원을 칭찬하는 글이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ㄱ씨는 병원 관계자에게 즉시 항의했지만 병원 쪽은 "홍보사에 일을 맡겼을 뿐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라며 발뺌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홍보사에 일을 맡겼더라도, 환자의 개인의료기록을 홍보사에 건네준 것은 명백히 병원 책임이지요. ㄱ씨는 2017년 9월 경찰에 병원 관계자 등을 고소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고소인 조사도 안하다가 2018년 11월 느닷없이 검찰(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이 일부 기소로 사건을 마무리하려 했습니다. ㄱ씨는 검찰에 항의했고 결국 검찰은 다시 수사에 나섰지만 지난 8월 검찰은 해당 병원 관계자 등을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듣기만 해도 너무 황당하시죠? ㄱ씨의 변호인인 이금규 변호사는 수사서류를 볼 수가 없어서 추측일 뿐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검찰이 수사를 불성실하게 했기 때문에 불기소 처분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병원장은 분명 수사기관에서 '개인정보 유출 지시하지 않았다'고 진술했겠죠. 그렇지만 엄연히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홍보사에 넘어갔기 때문에 병원과 홍보사의 서버 등을 압수수색하면 범인은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통신 압수수색영장은 수사관이 현장에 나갈 필요도 없는 것이라 수사가 그렇게 복잡하지도 않습니다. 그마저도 안하고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을 한 거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불성실한 수사는 검찰에 차고 넘칩니다."


왜그럴까요. 조국 딸 표창장 수사하듯 하면, 금방 해결될 수사인데도 그 간단한 통신영장 한번 청구 안하고 사건을 종결하는 이유가 대체 뭐일까요.

"고소인이 힘없는 서민이기 때문 아닐까요. 하지만 검찰이 이렇게 사회적 주목을 받는 사건에만 집중하느라 정작 피해자들의 삶은 난장판이 됩니다. ㄱ씨는 이후 스트레스 때문에 편입시험 준비도 망치고 우울증에 걸렸습니다. 병원장이 진심으로 사과 한마디만 해주면 되는데 그마저도 안했으니까요. 그렇다고 검찰이 이를 바로 잡아주지도 않고요. 국민들은 어디 의존할 데가 없는 겁니다."


이금규 변호사는 검찰의 부실 수사건에 대해 자신의 경험담을 하나 더 전했습니다. "특수강간 상해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피의자가 제 전 의뢰인이었습니다. 호텔에서 여성을 칼로 위협하며 강간하려 했다는 혐의였어요. 그러나 남성은 여성이 먼저 칼을 들었고, 남성(의뢰인)은 칼을 빼앗은 것 뿐이라고 주장하며 맞섰지요. 실제 의뢰인의 손바닥을 보니 칼에 찔린 상처가 있었어요. 남성이 칼을 들고 먼저 위협했다면 손바닥의 상처가 설명이 안되지요. 여성이 쥔 칼이 남성의 손바닥을 찌른 흔적입니다. 검사에게 호텔 현장 검증이라도 한번 하자고 제가 변호했습니다. 검사는 끝내 안하더라고요. 부실한 검찰의 수사로 의뢰인은 끝내 유죄가 확정되어 2년6월의 실형을 살았습니다."


물론, 고소인이나 의뢰인 등의 말이 모두 진실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의 처분을 당사자가 합리적으로 납득하고 수용하려면, 수사과정이 얼마나 치밀하고 객관적이었는지 당사자들이 알아야하고 그것이 증명되어야 하겠지요. 명백하게 수사기관이 부실수사를 하고 있는게 눈에 보인다면, 어느 누가 검찰의 처분에 승복할 수 있을까요. 모든 음모론은 공정하지 못한 수사에서 싹틉니다. 부실이든, 과잉이든.



사건당사자들이 수사기록을 열람할 수 있어야 검사의 편파수사를 감시할 수 있다  

 

이 변호사에게 이런 부실수사를 감시할 장치가 우리 사법제도에는 없는지 물었습니다.

"고소인 등이 수사과정을 살펴볼 수 있도록 수사 관련 기록을 사후에라도 살펴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관한 법률 5조1항은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돼 있어요. 또 불기소사건 기록의 열람·등사 청구에 관해 '검찰보존사무규칙'은 '검사의 처분으로 완결된 사건기록중 본인의 진술이 기재된 서류와 본인이 제출한 서류에 대해 열람·등사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열람·등사를 거부할 수 있는 조항도 있어요. 같은 규칙 22조는 '기록의 공개로 인해 비밀로 보존하여야 할 수사법상의 기밀이 누설되거나 불필요한 새로운 분쟁이 야기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는 검찰이 열람·등사를 거부할 수 있어요. 감시당하지 않으니까 검찰은 이렇게 어떤 건은 부실수사, 어떤 건은 과잉수사를 마음대로 하는 겁니다."


지금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여러 제도적 보완 및 개혁에 대해 연구하고 토론하고 있습니다. 사건 당사자에 한해 수사 관련 서류의 열람·등사가 원칙적으로 허용되는 것이 아닌,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현재 검찰의 관행을 바꾸는 게 시급해 보입니다.    


이 변호사에게 한번 더 질문해봤습니다. 검찰은 대체 왜 이렇게 개혁을 반대하는 걸까요. 자신들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여겼는데 그 기득권이 무너질까봐 겁먹는 건가요? 이 변호사는 대답하기가 곤란하다고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도 친정이 검찰이라 너무 아픈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면서도 이 변호사는 자신의 뼈있는 경험담을 답변 대신 우회적으로 전했습니다.




사람들과 한손으로 악수하라고 지시한 선배 검사

"제가 검사에 처음 임관했을 때 범죄예방협의회에 속해 있는 외부 인사들과 인사를 하러 간 적 있어요. 저는 검사가 아닌 외부인들에 대해서는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 두손으로 악수를 했어요. 그러자 선배가 '한손으로 악수하라'고 주의를 주더군요. 검사는 대통령 앞에서도 한손으로 악수해야 한다고 일렀어요. 밑바탕에는 '검사는 대통령과 장관도 무서워해서는 안된다'는 특권의식이 깔려 있는 문화지요. 하물며 지역 유지를 만났으니 한손으로 악수하라는 겁니다. 검찰이 정의를 세우려 해서는 안돼요. 그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수사기관일뿐입니다. 검찰이 정의를 세운다는 명분으로 자기 공명심에 빠져있으니까 그런 특권의식이 생기는 것이죠."


이금규 변호사는 조국 장관 가족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민국 검사가 70번의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는 건 과잉수사라고 비판했습니다. 다른 사건들에서도 이렇게 열심히 수사를 한다면 과잉으로 보이지 않겠지만, 자신이 경험한 여러 사건들을 보면 검찰은 분명 모든 수사를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것이겠지요. 검찰에서 11년 근무했지만 조국 장관 가족 같은 사례는 검찰 내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수사라고 지적했습니다. "닭잡는 데 소잡는 칼을 쓴 격입니다." 검찰은 아마도 그 닭이 소가 되어 끝내 뒷발에 채일까봐 겁을 먹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 변호사는 '조국 법무장관의 검사 통화 논란'에 대해서도 언론이 편파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장관이 수사팀 검사와 통화한건 잘못했고 부적절한건 맞아요. 하지만 전후 사실관계를 언론이 정확히 설명해주지 않는 것도 문제아닐까요. 압수수색 때 조 장관 부인이 당황해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그리고 현장에 압수수색 나온 검사에게 전화기를 건네준 것이죠. 조 장관이 전화를 건게 아니라, 조 장관은 전화를 받은 것이고 검사가 통화에 응한 겁니다. 통화 내용도 별 것 없었잖아요. 검사가 '공무수행중이라 장관의 통화는 거절하겠습니다' 했으면 될 일입니다. 그런데 검사 본인이 전화를 받아놓고선, 뒤에 가서 조 장관이 전화를 걸어와 압력을 느꼈다는 식으로 외부에 흘리면 됩니까. 제 처도 우리집 압수수색 당하면 놀라서 제게 전화 걸겁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신임 검사들은 임관식 때 다음과 같은 선언문을 낭독합니다. “나는 불의의 어두움을 걷어내는 용기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듯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이해와 신뢰를 얻어내는 믿음직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


과연, 대한민국 검사들은 임관식 때의 이 다짐을 성실하게 실천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까. 대통령에게만 믿고 맡기기엔 검찰 개혁을 어떻게든 좌절시키려는 세력들이 있어,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으로 몰려와 대규모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검찰은 광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합니다. 검찰의 권력은 시민 사회가 밑고 맡긴 대의 권력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 기자 repoac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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