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조작수사의 피해자가 되다 (2) 검찰이 강제로 문을 따고 들어오겠단다...‘아파트 밖으로 뛰어내려야 하나’ 고민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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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5,442회 작성일 23-10-1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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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일기2 -검찰이 강제로 문을 따고 들어오겠단다...‘아파트 밖으로 뛰어내려야 하나’ 고민을 시작했다>



쿵쿵쾅쾅!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대문을 두들긴지 한시간이 넘어간다.

분명 두들김을 당하고 있는 건 우리집 대문이지만 내 가슴은 누가 두들겨 대고 있는 것인가.

호흡이 가빠지려 한다. 큰일이다. 이러다 또 쓰러질 수 있다. 벌써 1년 새 네번이나 공황장애 증세로 병원에 실려갔다.

오늘 또 쓰러지면 병원에 실려갈테고 내 소지품들은 어떻게 지켜내나.

어떻게든 침착해야 한다.


하지만 바깥의 정체불명의 사람들은 내게 침착함을 되찾을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다.


쿵쿵쾅쾅!


"허재현씨 문 여세요."

"변호사 입회 하에 압수수색에 응하겠다니까요."

"언제 오시는데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서울에서 인천으로 오려면 지금은 출근시간 대라 시간이 걸려요."

"저희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강제로 문 열겠습니다."


문을 부수고 집으로 들어온다는 겁박.

이게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실제로 벌어질 일임을 나는 알고 있다.

강진구,박대용,권지연 기자에게 벌써 벌어졌던 일이다.



단순 명예훼손 사건으로 수사기관이 기자의 집을 강제로 털어가는 일은 이제 일상적이다.

'폭력'이 일상화 되면 어느 순간 '무력'이 된다. 우리 사회는 기자를 강제 수사하는 일들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더욱 기세등등해지는 것은 수사기관들이다.


"혐의 내용부터 설명해주세요."

"그건 문 열면 알려드릴게요."

"당신들이 검찰인지 아닌지도 제가 알 수 없잖아요."

"강제로 문 열겠습니다." 


위이이이이이이이잉!

퉁퉁! 딱딱! 퉁퉁퉁!


드릴로 무언가를 뚫고, 단단한 둔기로 내리치는 소리가 들린다.

이제 다른 방도가 없다. 

자물쇠는 곧 해제될 것이다. 


변호사는 왜 오지 않을까.

유튜브 방송을 켜놨으니 누군가는 달려오지 않을까.

박대용 선배는 언제쯤 올까.



오늘같은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나는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그냥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을 끊어버리는 것에 대해서까지.


수사기관이 내 휴대폰과 노트북을 들여다보는 건 상상할 수 없다.

기자의 휴대폰과 노트북에는 수많은 취재원들의 정보가 들어 있다.

이걸 빼앗기는 순간, 나를 믿고 많은 이야기를 해준 시민들의 정보가 고스란히 수사기관에 넘어갈 수 있다.

기자에겐 목숨보다 소중하게 지켜야 하는 것이 취재원에 대한 안전이다.

자살을 해야만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중지되고, 취재원을 보호할 수 있다.

죽는 건 물론 두려운 일이지만, 이젠 그런 각오까지 해야만 이 정부에서 기자로서 살아갈 수 있다.

특히 나같은 독립매체 기자들은 나서서 보호해주는 인권단체들도 없다.

내가 심리적으로 늘 의지해왔던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변한지 오래다.



내 방 창문을 열어보았다. 

23층 높이다.

뛰어내릴까.

그런데, 뛰어내리면? 유서는? 아직 못썼는데.

심지어 아직 내 혐의도 모르지 않나.


내가 사랑하는 부모님은 어찌 하나.

내가 죽으면 이 연로한 분들은 누가 봉양 하나.

평생 아들 뒷바라지만 하다가 등이 굽고 몸뚱아리 모든 것이 가늘어진 이분들은 어찌 하나.

오빠는 언제 퇴근하나 하루종일 나만 기다리는 내 고양이 루비는 어찌 하나.



쿵쿵쾅쾅!

위이이잉!


삶과 죽음의 경계 속에서 아슬아슬한 고민을 하는 와중에도 출입문은 쉴새 없이 부서져 가고 있었다.

창밖 풍경을 넌지시 바라보다 사물함 서랍을 열어 장갑을 꼈다.

다시 출입문을 잡으러 달려갔다.



죽는 걸 고민하기보다 일단은 죽기살기로 맞서 싸워보자.



>>>다음편에 계속




<'검찰 조작 수사의 피해자가 되다' 일기를 시작하며>


진실과 글은 내가 온갖 음해로부터 이겨내게 한 버팀목이자 그 자체로 힘이다. 나는 어느날 갑자기 '대선 여론공작 기자'라는 음모에 휩싸였다. 한번도 상상해보지 못했던 일이다. 나는 기자로서 걸어온 시간들 내내 각종 조작사건을 밝혀내온 기자이지, 내가 뭘 조작해보겠다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나온 첫날은 물론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나는 죄가 없다. 확신한다. 나는 조작사건의 피해자로 기록될 것이다. 


검찰이 어떻게 사건을 조작해내는지를 밝혀내는 것과 별도로, 조작사건의 피해자가 하루하루 어떤 일을 겪게 되는지 기록하고 세상에 알리고자 한다. 계속 알려야 한다. 한국 언론이 검찰 독재 정부 하에서 어떻게 그 위기를 맞고 있음을.  검찰은 후회하게 될 것이다. 허재현이라는 기자는 밟으면 밟을 수록 더 크게 소리치고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방송하고 더 많이 보도하는 기자이다. 되레 허재현 이라는 기자를 건드려 국내외의 더 많은 사람들이 검찰 독재 국가의 실상을 함께 체험하게 되도록 자초했음을 검찰은 곧 깨달게 될 것이다.


앞으로 연재하는 나의 일기를 많은 사람들이 읽고, 연대해주었으면 좋겠다. 



허재현 기자



ㅁ 연재 일기(1) http://repoact.com/bbs/board.php?bo_table=free&wr_id=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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