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반 곽상도·박영수의 ‘화천대유 뇌물’ 의혹을 쫓다보면 ‘하나은행’과 ‘최순실의 그림자’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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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12,572회 작성일 21-10-28 07:08본문
[사진설명] 곽상도 의원과 박영수 전 특검
화천대유 이전에도 곽상도·박영수의 역할은 해결사였나
곽상도 의원(최근 국민의힘 탈당)과 박영수 전 국정농단 특별검사가 자녀를 통해 받은 뇌물 의혹을 두고 곽 의원과 박 전 특검이 어떤 역할을 하고 돈을 챙겼는지 관심이 모아진다. <리포액트> 취재를 종합하면, 곽 의원과 박 전 특검은 대장동 개발 훨씬 이전부터 곳곳에서 실력을 발휘하며 해결사 노릇을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50억 뇌물’의 뿌리를 쫓다보면 국정농단의 주범 ‘최순실의 그림자’까지 확인하게 된다.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청 국정감사에서 민형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곽상도 의원 사이에 그간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꺼냈다. 민 의원은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할 때 대규모 경제 사절단을 데리고 가는데 이때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동행했다. 김정태 회장이 김만배를 거쳐 곽상도 민정수석에게 부탁을 했다는 제보가 있다. 최순실이 곽상도 민정수석을 앉혔다”고 폭로했다. 민 의원의 이 발언은 대장동 민간 개발 수익의 일부가 국정농단 세력으로 흘러들어간 것 아니냐는 연결고리를 처음 제기한 것이어서 관심을 끌었다. 김 회장과 곽 의원, 김만배 씨는 성균관대 동문이다.
김정태 회장의 아들은 중국에서 무슨 곤란을 겪었던 것일까. 금융권·법조계에 알려진 내용을 종합하면, 김 회장의 아들 김아무개씨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다가 모종의 수치스런 범죄가 드러나 공안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외국인으로서 적발될 경우 즉시 추방조처가 될 정도로 가볍지 않은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로서는 중국에서 벌이던 사업을 접을 수도 있는 중차대한 일이었다.
그러나 김 회장이 박 대통령과 함께 중국을 방문한 이후 아들 김씨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어떤 조처도 겪지 않았다. 곽상도 민정수석이 중국 정부를 상대로 김씨를 위해 구명운동을 벌였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곽상도 의원의 1차 활약 사건으로 분석된다. 김정태 회장은 이후 각종 수사를 받을 때마다 불기소 처분을 받는 행운을 누린다.
최순실의 전 남편 정윤회씨의 동생 정민회씨가 부사장으로 있던 아이카이스트(영상기기 스타트업)는 2017년 하나은행으로부터 20억원의 특혜성 대출을 받은 의혹에 휩싸인다. 2017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KEB하나은행이 아이카이트스에 2015년 7월15일부터 2016년 7월15일까지 총 20억원을 대출해주었다가 8억원을 떼인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아이카이스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창조경제 모델 1호'라고 언급해 관심을 끌었던 회사였지만 재무제표상 분식회계 의심을 사는 등 부실기업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는데도 하나은행이 특혜 대출을 한 것으로 의심받았다. 금융감독원은 2018년 1월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그해 3월 “특혜대출이 아니다”고 결론내렸다. 하나은행 한 지점장이 본부장에게 "부당 대출압력이 있었다고 보고했다"고 금감원에 진술했는데도 결과가 그렇게 나온 것이어서 논란이 됐다.
[사진설명] 지난 2015년 9월 15일 아이카이스트에 방문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이 회사에는 최순실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씨의 동생 정민회씨가 1년정도 부사장으로 재직하기도 했다. (왼쪽 세번째부터 오른쪽으로)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 아이카이스트 김성진 대표, KEB하나은행 함영주 행장.
김정태 회장은 어떻게 그많은 수사망을 피해갈 수 있었을까
하나금융그룹은 김정태 회장의 아들 김아무개씨가 세운 회사 인카루셀(인터넷 정보서비스업)에 일감을 몰아준 의혹도 받았지만 유야무야 넘어갔다. 인카루셀은 2015년 설립 때 자본금 천만원에 불과했지만 한달 뒤 국내 1위 아동복 업체인 아가방앤컴퍼니, 물티슈 제조업체 '에이제이'와 파트너십을 체결한다. 아가방은 2014년 10월 중국 랑시그룹이 인수하는데 하나은행은 중국법인을 통해 랑시그룹이 세운 프로젝트파이낸싱 북경랑자자산관리유한공사에 거액을 출자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때문에 인카루셀이 아가방으로부터 특혜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인카루셀은 2016년 11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가방빌딩 15층으로 본사를 이전하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층에는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 모델로 소개됐던 요즈마그룹 서울지사도 입주해 있었다. 요즈마그룹코리아 이원재 대표는 30대의 젊은 나이에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박근혜 정부의 실세들과 어울리고 다닌 사진 등이 최근 <열린공감TV>의 보도 등으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된 인물이기도 하다.
김정태 회장은 하나은행 채용비리 사건이 터졌을 때도 기소를 피해 나간다. 금융감독원은 2018년 4월2일 “김정태 회장의 연루 의혹은 추정할 뿐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채용 추천 메모중 ‘김OO(회)’라는 메모까지 나왔지만 이를 김정태 회장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었다.
김정태 회장이 보이지 않는 권력으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다는 의심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특혜 대출 의혹 수사마저 빗겨가며 정점을 맡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017년 2월 이상화 하나은행 본부장 승진과 청와대 개입 등에 대해 김 회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특검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수첩 등을 통해 최순실씨가 이상화씨를 독일 하나은행 법인장에 앉히도록 인사청탁을 한 점 등을 밝혀냈으면서도 김 회장을 기소하지 않았다. 김 회장이 '권력의 강요를 받은 피해자'라는 논리였다. 이상화씨는 최순실의 금고지기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2015년 김정태 회장 아들의 중국 추방 무마부터 아이카이스트 특혜 대출 의혹, 인카루셀 일감몰아주기 의혹, 하나은행 채용비리 연루 의혹, 국정농단 사건 연루 의혹 등 모든 의혹들로부터 김 회장이 빠져나가는 이러한 정황들을 그냥 우연의 일치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까. 하나금융그룹 등 금융권 취재를 오래 해온 한 유력 언론사의 기자는 <리포액트>에 “취재를 하면 할 수록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보호하기 위해 꼬리자르기 증언이 이어지고 검찰이 뒤를 봐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여러 정황들을 종합해보면, 김정태 회장이 분명 특정 세력에 큰 빚을 져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유동규 “왜 하나금융 취재는 안하고 성남시에만 묻나”
이제 다시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하나금융그룹의 이해할 수 없는 역할을 들여다볼 차례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성남시 대장동 일대 개발 시행사인 화천대유의 초기 사업에서 핵심 과제는 대규모 금융조달 여부였다. 2015년 당시에는 부동산 경기가 불투명해 은행권이 대규모 부동산 금융대출을 꺼리던 시기라고 한다. 이때 화천대유에 나타난 은인이 SK행복나눔재단 최기원 이사장과 하나금융그룹이었다. 알려졌다시피 최 이사장은 대장동 개발에 400억을 투자했다. 하나은행은 화천대유와 함께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구성해 개발 사업권을 따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성남의뜰이 발행한 주식중 하나은행을 주관 금융사로 하는 컨소시엄이 43만주, 화천대유가 6만9천999주를 보유했다. 그런데 배당금액을 보면 화천대유가 4천41억원을 가져가고 하나은행은 32억2천여만원에 불과했다. 초과이익을 보통주에 배당한다는 내용, 즉 화천대유가 다 가져가도록 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이런 설계가 이뤄지도록 하나은행이 아무 문제제기 하지 않았다는 것이 비상식적이라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 의문을 푸는 데 있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달 9월24일 언론에 툭 내던진 한 마디는 의미심장하다. 유 전 본부장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본질은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대형금융사가 왜 화천대유와 같이 입찰에 참여하게 됐는가 하는 부분이다. 그 부분만 살펴보면 된다. 가장 핵심이 화천대유라고 한다면 왜 금융사가 화천대유하고 그런 협약을 맺고 입찰에 참여했는지 보면 될 것이다. 수익과 관련된 부분은 우리가 알 수 없다. 금융기관과 화천대유 간 역학관계는 금융사에 물어보면 되는 간단한 일이다. 그걸 성남시에 물으면 해답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하나은행 관계자들을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 민생경제연구소 안진걸 소장은 <리포액트>에 “화천대유 같은 불로소득 세력이 수천억원의 이득을 가져가는 게 아니라 하나은행이 가져갔다면 서민들의 대출 이자율을 내리는 데도 사용될 수도 있고 중소기업이나 서민에게 꼭 필요한 대출에도 활용할 수 있는 것인데 공익과는 무관하게, 하나은행에는 엄청난 손해를 끼치고 특정 투기세력에게만 불로소득을 안겨주었다. 그 핵심에 하나은행이 있다. 하나은행이 화천대유 게이트에서 몸통중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 구성 과정에서도 곽상도 의원이 도움을 준 것으로 파악했다고 한다. 모 회사 최고위 관계자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하나은행 컨소시엄을 무산시키고 산업은행 컨소시엄에 함께하자고 제안하자 김만배씨가 곽 의원에게 부탁해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깨지는 것을 막았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대장동 부패사건...윤석열은 직무 유기가 아니라 핵심 피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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