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반 [손가락칼럼] 바보 문재인 그리고 네거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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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3,139회 작성일 21-09-0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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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통령 경선에서 네거티브 전략을 지속하는 자들 때문에 이 글을 쓴다. 지금까지 내가 어디에도 이야기 하지 않았던 일화다. <한겨레>에서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2012년 겨울. 18대 대통령 선거일 며칠을 앞둔 어느날이었다. 민주당 문재인 대선캠프의 최고 책임자급의 인사가 나를 비밀리에 찾아왔다.
당시 나는 한겨레 사회부에 있었다. 사회부 기자이지만 때가 때인지라 정당 취재도 일부 하고 있었다. 선거일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게 근소하게 밀리고 있다는 것을 캠프에서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한 듯 했다. 그는 내게 제보를 했다.

"박근혜 후보의 선거자금의 출처와 관련한 제보입니다."

이번 글의 핵심은 아니기에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 싣지 않겠다. 대략 핵심은 박근혜 후보 주변에 검은 자금이 많이 흘러 들어갔고 제보자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언론사에서 보도할만한 가치가 있겠다 싶은 내용이었다. 파장도 어마어마 할 것 같았다. 그들은 한겨레 보도로 막판 지지율 역전극을 원하는 듯 했다. 정치인들의 셈법이야 내 알바 아니고. 다만 궁금했다. 왜 이 어마어마한 제보를 선거일 일주일도 안남았는데 이제서야 가져온 건지.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실은 6개월 전에 후보님께 다 말씀 드렸던 내용입니다. 그런데 후보님께서 네거티브 하지 말자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그냥 캠프 차원에서 묵혀두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걸 제게 가져오신 이유는 뭔가요?"
"실은 후보님께는 모르게 제보드리는 겁니다."

결과론적 이야기이지만, 당시 박근혜 쪽은 국정원까지 동원해서 여론조작을 하는 등 정말 거의 부정선거나 다름 없는 짓을 할 때였다. 그런데 문재인 후보는 순진하게도 언론을 이용해 여론몰이 하는 것조차도 캠프에서 못하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캠프 책임자는 어쩌면 결단을 한 것 같았다. 문재인은 당시까지만 해도 정글과 같은 여의도 셈법을 잘 모를 때라, 캠프에서도 답답해 했을 수 있다.

일단 회사에 급히 보고를 했다. 제보자들의 의도야 뻔하지만, 들어온 제보를 묵힐 수도 없었다. 그리고 충분히 취재도 가능해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었다. 박근혜 캠프의 비밀스런 자금 출처를 설명해줄 제보자가 감옥에 갇혀 있는데 그를 접촉하고 사실관계 확인하려면 최소 한달 이상은 필요해보였다. 도저히 선거일 전에 터뜨릴 수 없는 제보였다. 제보자로선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겠지만 언론사 입장에선 검증이 최우선이다. 결국, 보도를 포기했다.(다만 몇년 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이 제보가 상당히 신빙성이 있었다는 것도 추가로 알게 됐다) 그리고 며칠 뒤 문재인은 박근혜에게 근소한 차이로 졌다. 국정원만 없었다면 문재인이 이겼을 수도 있었지만, 아무튼 문재인은 순진하게, 깨끗하게 졌다.
 
문재인 당시 후보가 선거에서 진 며칠 뒤 집 앞 마당을 눈으로 쓸고 있는 평범한 모습이 사진기자들에게 포착된 적 있었다. 그걸 보면서 문재인에 대한 복잡한 심경이 몰려왔던 것 같다. 끝까지 깨끗한 선거를 치르고자 했던 것은 민주당에 큰 유산으로 남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선거에서 졌다. 마음이 좀 짠했다. '문재인을 모셨던 당시 캠프 관련자들은 지금쯤 사무실 정리를 하고 있겠지? 후보를 원망할까? 아니면 그래도 졌지만 잘싸웠다고 하고 있을까? 문재인은 저 새하얀 눈을 치울 자격이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했던 거 같다.

이 일로 나는 문재인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갖게 됐다. '좀 바보같은 모습은 노무현스럽구나. 그는 정치의 정도를 걷는구나.' 다만, 국민이 함께 성숙해져야 그의 진심이 효과를 발휘할텐데. 국민의힘 일당은 전혀 그런 정치를 하는 집단이 아니기 때문에, 문재인이 존경스러우면서도 답답해보였다. 그리고 나는 다시 일상이 바빠졌고, 서울시공무원간첩조작 사건 등등 여러 사건을 분주하게 취재하며 이 일을 서서히 잊었다.

내가 겪은 일은 당연히 모두 사실이다. 민주당 내부에서 조사를 해보아도 된다. 18대 대통령 선거 때 문재인 캠프 법률 담당 최고 책임자가 누구인지 찾아서 내 글에 대한 진위 여부를 확인해보라. 굳이 내가 실명을 거론 안해도 내부에선 금방 찾겠지. 그에게서 뭔가 설명을 들을 수 있을 거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요즘 민주당 내부에서 상대 후보 비방에나 열중하는 네거티브 집단들을 보자니 과거 이 일이 계속 떠오른다. 그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철학을 잇겠다고 자처하지만, 정작 문재인 대통령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좀 늦더라도, 좀 손해보더라도 정도를 걸으면 안될까. 결국, 누군가는 그 진심을 알아준다. 그리고 이렇게 그를 위해 글을 써줄 것이다.

민주당원들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후보를 뽑기를 바란다.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 기자 repoac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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