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반 홍익대 미대 교수 “박형준 부인이 딸 합격 청탁하고 돌아갔었다...검찰은 홍대 수사 덮기에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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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8,225회 작성일 21-03-10 19:57본문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의 부인이 과거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입시 때 딸의 합격을 부탁하는 청탁을 하고 돌아갔다는 이 학교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박 후보에 대한 정치권의 본격적인 검증을 앞두고 나온 증언이어서,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2000년 즈음 박형준 부인이 딸 합격 청탁하고 돌아가”...박형준 “사실 무근”
김승연 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2021년 2월 정년퇴직)는 10일 유튜브 기반 시민언론 <열린공감TV>와 한 인터뷰에서 “2000년 즈음 박형준씨의 부인 조아무개씨가 딸과 함께 학교를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제 딸이 이 학교 입시에 응해 오늘 실기 시험을 봤다. 우리 딸 꼭 붙여주셔야 한다’고 말하고 돌아갔다”고 증언했다. 이러한 청탁 자리는 당시 부산에서 유명 화랑을 운영하고 있던 조씨와 홍익대 원로 이아무개 교수(작고)와의 친분을 빌어 이뤄졌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김 교수 역시 조씨가 운영하는 화랑에서 과거 몇차례 전시회를 연 적 있기 때문에 조 씨와 친분이 있었고 자연스럽게 만남이 이뤄졌다고 한다.
그러나 조씨의 딸은 최종합격은 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 전 교수는 “조씨의 청탁이 있은 뒤 대학 교무과 직원이 채점장에서 어느 것이 조씨 딸의 작품인지 알려주었다. 30점 이상 주기 어려운 형편없는 그림이었지만 이 교수의 지시로 80점 정도 준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필기시험 등 다른 요인 탓에 조씨의 딸은 최종 합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는 “20여년 전 일이지만, 불합격한 지원자의 자료 또한 대학이 모두 보관중이기 때문에 내 주장은 금방 입증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쪽은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박 후보 쪽은 <열린공감TV> 취재자문을 맡고 있는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에게 “박후보 부인과 전 남편 사이에 낳은 딸이 영국의 런던 예술대를 다니다 외환위기 직후 집안이 어려워져 6개월 휴학을 하고 홍익대에 편입을 시도한적은 있지만 교수에게 부정 청탁을 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 쪽은 또 “딸(1979년생)이 영국에서 중고교를 거쳐 대학을 마치고 2005년도에 귀국했다”고 덧붙였다. 즉, 김 전 교수가 기억하는 2000년대 전후에는 박 후보의 딸이 한국에 있지도 않았다는 주장이다.
김 전 교수는 자신의 기억이 왜곡됐을 가능성에 대해 “(박형준 부인과는) 1997년 박 후보 부인이 운영하는 화랑에서 개인전을 열 정도로 서로 잘아는 사이였다. 내가 다른사람을 착각할 리도 없고 당시 조씨(박형준 부인)가 ‘우리 딸 떨어지면 안 된다’며 펑펑 울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김 전 교수의 동료 교수 ㄱ씨 역시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에게 “실기채점이 끝나고 1주일쯤 뒤 김승연 교수가 ‘(OO화랑 주인) 조씨가 입시 청탁을 했다’고 말한 기억이 있다”며 증언을 보탰다.
김승연 전 홍익대 교수는 과거부터 홍익대 미대의 입시 부정 의혹에 대해 검찰과 언론 등에 제보해왔지만, 박형준 후보의 딸과 관련한 의혹 제기는 이번에 처음 나오는 것이다. 김 전 교수는 “그간 청탁을 한 학생보다는 청탁을 들어준 교수들의 비리를 고발하는 데 집중했기 때문에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 뿐이다. 박 후보의 공직자로서의 자격을 검증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고 판단해 언론에 처음 공개한다”고 <열린공감TV>에 밝혔다.
박형준 보호하려? 검찰이 수사 뭉개...“엠비 정부 압력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김 전 교수가 검찰에 출석해 홍익대 미대 입시 비리 의혹과 관련한 진술을 수차례 했지만 석연찮은 이유로 검찰이 수사를 뭉개왔다고 그는 주장했다. 홍익대 미대 관련 입시비리 의혹은 2008년 1월부터 <한겨레> 등의 보도로 세간에 크게 알려진 바 있다. 검찰도 수사에 나섰고 김 전 교수는 당시 입시부정을 주도해온 7명을 재단 등에 고발했다.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는 2009년까지 본격화했지만 그해 말 서울서부지검(당시 이성윤 부장검사·현 서울중앙지검장)는 고발된 홍익대 미대 교수 7명 전원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검찰은 언론에 “계좌 추적과 참고인 조사 등 가능한 모든 조사는 다 했지만 혐의를 입증할 만한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결국, 홍익대 교수 2명이 정직 2개월 처분을 받는 것으로 모든 사건은 끝을 맺는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입시비리 사건이 막상 검찰 수사 단계에서 용두사미 된 것에 대해, 김 전 교수는 “검찰이 윗선의 수사중단 외압을 받아 괴로워 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교수는 강진구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서울중앙지검 엄희준 검사가 수사 담당이었는데, 엄 검사는 두 차례 참고인 조사를 할 때만해도 입시비리 뿐 아니라 교수 임용 비리까지 파헤칠 것처럼 하다가, 3차 조사 때 ‘힘든 일이 생겼다. 검찰 내부 문제다’며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고 주장했다. 또 김 전 교수는 “이후 사건이 서울 서부지검으로 이첩되어 주영환 검사가 수사를 맡았다. 그 역시 홍대 교수 집까지 찾아가는 등 적극적인 수사의지를 보이다가 마지막에 ‘검사는 아무 힘이 없다. 윗선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며 수사를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교수는 당시 경험했던 일들을 수첩에 기록해오고 있다고 한다.
[사진설명] 김승연 교수가 검찰에 제출했다고 설명하는 청탁 학생들 명단. <열린공감TV> 제공.
수사중단 외압을 행사한 윗선은 엠비 정부 청와대였을 것이라고 김 전 교수는 추정하고 있다. 김 전 교수는 “박형준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딸의 청탁 관련 수사로 이어질 수 있어, 검찰 윗선에서 부담스러워했던 것 같다. 수사 검사가 고발인인 내게 ‘제발 우리좀 살려 달라’고 말하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수사 초기 검찰은 의욕적 태도를 보여, 비리에 연루된 교수들이 집을 네채씩 소유하고 있고 20년치 계좌 추적까지 검찰이 마친 상태라고 김 교수에게 설명했다고 한다. 김 전 교수는 이러한 검찰을 믿고 입시비리의 증거인 '청탁 수험생 이름이 담긴 쪽지'까지 제출했다고 한다. 김 전 교수는 “서울 서부지검에서 조사가 진행중일 때 내 동료교수가 ‘영부인을 모시는 청와대 비서관이 청와대가 검찰 수사 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주고 갔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엄희준 검사는 이러한 주장들에 대해 강진구 기자에게 “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주영환 검사는 “검찰이 참고인의 집에까지 찾아가서 증언을 듣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주영환 검사가 자신의 집앞으로 찾아와 만난 적 있다고 하는 홍익대의 한 교수는 강 기자에게 “검사가 밤늦게 우리 집 앞까지 찾아와서 이야기를 듣고갔고 똑똑히 그날 일을 기억하고 있다. 저녁과 와인까지 먹고 갔다”고 반박했다.
김 전 교수는 2010년 6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양부남 검사에게서 마지막으로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김 전 교수는 “검찰에서 종결 못하는 사건이 있다. 검사로서 사건이 제대로 수사되지 못하는 것을 대신 사과한다. 정권이 바뀌면 수사를 할 수도 있다”는 설명을 최종적으로 들었다고 한다.
김 전 교수의 경험은 어떻게 입증될 수 있을까. 김 전 교수의 주장은 매우 구체적이다. 그는 기록하는 습관이 있어서 당시 들었던 말과 경험들을 모두 수첩에 메모형태로 보관해왔다. 김 전 교수는 “당시 홍대 입시비리 의혹 관련 검찰 수사에 협조한 사람은 나 말고도 더 있다. 내가 작성한 참고인 조서도 모두 갖고 있다. 검찰과 홍익대학교가 의지만 가지면 지금이라도 당시 있었던 일을 입증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열린공감TV> 방송을 참조 바랍니다.
☞김승연 교수는?
김승연 전 홍익대학교 판화과 교수는 1993년 루블리아나 국제 판화 비엔날레에서 차석상을 수상하고, 2011년 국제메조틴트 페스티벌에서 전통판화상을 수상하는 등 셀수 없이 많은 국제수상 경력이 있다. 그의 작품 일부는 대영박물관에 보관돼 있을 정도로 김 전 교수는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국내 판화계의 권위자이다. 2016년 한국현대판화가협회장을 역임했다. 김 전 교수는 2021년 2월 홍익대 교수에서 정년퇴임하기 전까지 홍익대 미대의 입시비리 의혹을 밝히기 위해 많은 증언활동을 벌였고 국내 언론에도 친숙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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