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사법 개혁 끝까지 감시한다 검찰 공소장 판결문에 그대로 옮긴 뒤 “표창장 위조 충분히 인정”

페이지 정보

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6,266회 작성일 20-12-24 18:44

본문

ed4fe02579b9337f3e7ce43ebfac4de4_1608802229_5701.jpg
 


△검찰 공소장 그대로 옮겨적은 듯한 판결문

정경심 교수1심 판결문과 관련해 오늘(24일)까지는 단순히 재판부(재판장 임정엽)가 어떤 판단을 했는지에 대해 단순 옮겨적는 기사들만 나온 편입니다. 그러나 언론에 배포된 '판결문 요약본'(30여페이지)을 허재현 기자가 입수해 살펴보니, 판결을 이렇게 해도 되는 건지 상당히 의아한 구석들이 발견됩니다. 단순 판결문 요약이 아닌 판결문 분석 보도가 뒤따라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총평만 먼저 쓰면 이렇습니다. 이 판결의 결과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언컨대, 결과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판결문에 오류가 있거나 논리적 비약이 다수 발견됩니다. 검찰쪽 주장을 받아들이고 변호인 쪽 주장을 배척하는 이유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부족하고, 어떤 부분에선 과도할 정도로 검찰 쪽 공소장을 그대로 옮겨적은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논리적 인과관계가 엉망인 판결문은 당연히 그 결과가 쉽게 납득되기 어려운 법입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임정엽 판사 등이 비난받는다면 오롯이 판결문의 허술함 탓이라고 1차 결론을 내립니다. 시간 관계상 여기서는 일단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발급과정에 대한 판단과 △동양대 표창장 위조 부분에 대해서만 살핍니다.




△논리적 인과관계 부족한 '조국-정경심' 허위 서류 발급 공모 판단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서류를 조국 교수가 정경심 교수와 공모해서 허위로 발급했다는 식으로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대체 공모의 근거가 무엇인지  판결문을 살펴봐도 결정적인 게 없습니다.


재판부가 공모의 증거로 제시한 건 크게 세가지입니다. 1)김O숙의 법정진술, 2)한인섭이 검찰조사에서 한 진술 3)조국 교수가 서울대 법대 사무실에서 사용하던 컴퓨터에서 인턴십 확인서가 발견되었다는 점입니다. 한인섭 교수의 허락 없이 조국 교수가 위조했다고 판사는 표현합니다.


한인섭 교수가 검찰에서 어떻게 진술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판사의 판단이 논리적으로 말이 되려면 한인섭 교수가 검찰에서 "조민은 인턴에 참여한 적 없다"는 정도의 진술이 나왔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져 있기로는 "한인섭은 '세미나에서 조민을 본 적 없다'는 진술을 했다는 게 전부입니다. 한인섭 교수가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안난다는 취지'에서 한 진술인지, '조민은 세미나에 결코 참여하지 않았다'는 진술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판사는 '조민이 세미나에 참여하지 않았다' 는 진술로 해석해버리고 맙니다. “한 교수가 조국에게 불리한 내용의 허위진술을 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를 듭니다.


또 재판부는 장영표 단국대 교수 아들이 "2009년 서울대 세미나에서 조민을 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 증인 진술을 채택하고, 조민씨가 세미나에 참석했다면서 재판부에 제출한 사진은 배척합니다. 그러나 11년이나 지난 세미나 자리에서 "조민을 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진술이 어떻게 "조민이 참석하지 않았다"로 연결되는지 자세한 설명은 없습니다. 더불어, 왜 조민씨가 제출한 세미나 참석 사진은 못믿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도 없습니다. 또 재판부는 전 공익인권법센터 사무국장 김아무개씨가 지난 5월 증인으로 나와 "조민씨가 세미나에 참석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선, 김씨가 조민씨의 당시 머리스타일을 제대로 기억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김씨 진술은 배척해버렸습니다.


조국 교수의 컴퓨터에서 인턴십 확인서가 발견된 것은 다소 이상하긴 합니다. 조국 교수에게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 발급 권한이 있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반인의 상식으로, 아버지가 서울대 교수이니까 딸 대신 이를 받아두어서 컴퓨터에 저장해둘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런 가능성에 대해선 왜 검토하지 않았는지 판결문에 별다른 설명이 없습니다.


또 재판부는 '조국 교수의 범행 공모 근거'로 조민씨와 장영표 교수 사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예로 듭니다. 그러나 이는 조민씨가 장영표 교수에게 '의전원 입시 관련 서류제출 관련 자문'을 한 이메일일 뿐, 조국 교수가 장 교수에게 '조민에게 특혜를 좀 달라'든지 따위를 부탁한 이메일이 아닙니다.






△‘동양대 표창장 정경심 교수가 위조’ 논리도 비약

이번 재판부는 '정경심 교수가 위조를 했다는 검사의 주장을 거의 요약하다시피 하여 판결문에 그대로 옮겨적고 “정경심 교수가 위조했다”고 결론을 이끌어 갔습니다.


검찰이 법정에서 분명 위조 시연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고, 동양대 조교조차 법정에 나와서 "정경심 교수가 컴맹에 가까웠다"고 진술했지만 이러한 진술에 신빙성을 두지 않는 이유에 대해 별다른 설명이 없습니다. 또 이 동앙대 조교는 "(최성해 총장 지시없이) 업무용 피씨로 조교들이 표창장 등을 직접 제조하는 경우가 많고 일련번호도 임의대로 달아서 발급한다"고 증언했지만 판사는 최성해 총장의 "조민 표창장 발급한 적 없다"는 증언에 더 신빙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모든 동양대 표창장과 봉사상 등이 최성해 총장의 결재 하에 이뤄지는 것이 아닌데, 재판부가 최성해 총장의 진술에 더 무게중심을 둔 이유에 대해서 판결문 상으로는 상세한 설명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재판부는 또 "(조민씨가 받았다는) 동양대 총장 표창장에는 조민의 이름 옆에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되어 있으나, 동양대의 다른 상장, 수료증에는 수상자 또는 수료자의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위조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동양대 조교 등이 증인신문 과정에서 "상장의 서식은 상장을 제작하는 (조교 등의) 직원이 어떤 양식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취지로 한 진술을 왜 배척하는지에 대해서 판결문에 아무런 설명이 없습니다. 또한 정경심 교수가 정말 위조를 하려했다면 다른 상장 서식을 참조해서 똑같이 만들었을 법한데, 왜 다른 표창장과 차이가 있다는 이유로 위조 가능성을 더 높게 보는지 역시 설명이 없습니다.

 

설사 표창장이 위조가 됐더라도, 검찰 공소장에 적힌 대로 정경심 교수의 집에서 '강사휴게실 컴퓨터'를 활용해 위조되었음을 검찰은 증명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재판 과정 내내 검찰이 끝내 증명해내지 못했고 판결문에도 “위조가 증명되었다”고 적히지는 못했습니다. 그저 "(정경심 교수가 컴퓨터) 작업을 능숙하게 할 수 있다고 판단됨", "강사휴게실 PC 1호에 설치된 파일 또는 프린터의 자체기능을 이용하여 어렵지 않게 PDF 파일의 여백을 조정할 수 있음" 정도의 설명이 전부입니다.


또 재판부는 “강사휴게실 PC 1호는 2013. 2. 8.부터 2014. 4. 11.경까지((※표창장 재발급 또는 위조일은 2013년 6월16일로 추정) 피고인의 자택에 설치되어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 고 밝히며 그 이유로 “강사휴게실 PC 1, 2호의 비할당영역에서 복원된 인터넷 접속기록, 저장된 파일의 사용내역, 피고인과 그 가족들과 관련된 문서와 사진이 다수 발견된 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 PC는 동양대 조교들이 업무용으로도 썼지만 정경심 교수 개인 용도로도 쓰였기 때문에 가족 관련 문서가 발견되는 게 특별히 이상할 게 아닙니다. 이에 대한 판사의 판단은 딱히 없습니다.



결정적으로,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증거인 표창장 사진은 원본이 아니라 사본입니다. 따라서 해당 표창장 사진이 표창장 원본을 찍은 것이란 게 확실해야만, 검찰이 위조 방식 등을 특정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못하면 검찰의 위조방식 설명은 그저 추정일 뿐입니다. 판사는 이에 대한 판단을 역시 생략해버렸습니다. 검찰이 특정 위조방식을 추정하고, 어떤 컴퓨터에서 작업 흔적이 나왔는데, 정경심 교수 쪽이 표창장 원본을 잃어버렸으니, 결국 정 교수 쪽이 정상 발급을 증명해내지 못하니 ‘위조가 인정된다’ 논리입니다. 혐의 입증의 책임은 검찰에 있는 건데 거꾸로 피고인에게 입증 책임을 떠넘겨버린 셈입니다.



마치겠습니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결'해야하는 게 형사법의 대원칙입니다.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검찰이 혐의 입증을 해내지 못했다면 당연히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 의심만으로 처벌해선 안되기 때문입니다. 범죄혐의는 증명되어야만 처벌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검찰의 공소제기가 이번 재판에서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이십니까.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 기자 repoact@hanmail.net​
대안행동 탐사 언론 리포액트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됩니다.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청소년보호정책관리자

회사명리포액트제호리포액트사업자등록번호서울,아52484사업자등록일자2019년7월12일발행인허재현편집인허재현
발행소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동 1618-24 아우렌소호 18호 리포액트발행일자2019년 7월12일주사무소발행소와 같음연락처repoact@hanmail.net

Copyright © repoact,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