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마누엘 교수의 한국읽기 [더큰북한] 문재인의 김정은과 트럼프 중재....성공하려면 더 용기를 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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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698회 작성일 20-04-1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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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균형자외교, 문재인의 중자재외교


나는 정치인이 아니라 학자다. 이번에는 학자로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 방식에 조언을 하고 싶다.


문재인 정부는 북미 사이에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중재자 외교’에 대해 평가하려면 먼저 노무현 정부 때의 ‘균형자 외교’를 돌아봐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단기적으로는 한미동맹이 필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안보협력질서를 만들어 나가야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담보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 내세운 게 ‘균형자 외교’론이었다. 미국이 언젠가는 한반도에서 철수할텐데 그렇다면 일본과 중국이 그 공백 안에서 한반도 영향력을 키울 것이다. 한반도 내에서 강대국들이 패권 경쟁을 다시 벌인다면 그것은 한민족에게 불행이다. 이를 막기 위해 한국은 힘을 키워 강대국들의 힘의 경쟁을 중재할 수 있는 균형자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는 게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당시 한국의 보수언론들은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노무현 정부의 ‘균형자 외교론’을 혹평했다. 미국으로부터 벗어나 떠오르는 강국인 중국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었을 것이다. 19세기 영국이 나폴레옹 전쟁의 전후 처리를 위해 개최된 비엔나 회의에서 전략적 균형 외교를 펼쳤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을 수 있다. 물론, 한국은 영국과 같은 강대국이 아닌데 섣불리 영국을 따라한다는 그런 비난이 따랐다.


미국에서도 ‘균형자 외교론’을 불편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균형 즉, ‘balance’는 국익을 위해 자신에게 유리하게 대국을 이용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 수 밖에 없는 용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동맹인 미국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중국,미국,일본,러시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어가겠다는 것은 미국의 역할 축소로 이어진다. 미국의 외교관들은 대놓고 불편한 감정을 표하곤 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은 결국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균형자 외교 방식을 조금씩 형태만 달리해 발전시키는 쪽으로 흘렀다.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한 균형(조정) 외교(alignment policy)를 펼쳤는데 결국 ‘균형 외교’의 업데이트 버전이라는 평가를 할 수 있다. ‘alignment’라는 단어는 균형 유지를 넘어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조정까지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용어였다.


이제 문재인 정부의 ‘중재자 외교론’을 들여다보자. 중재자라는 단어를 선택하기까지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너무나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외교적 용어여서 좀 놀랐다. 중재자는 균형자보다 훨씬 폭이 좁은 의미이다. 굳이 노무현 정부 때보다 더 소극적인 외교론을 선택한 이유를 모르겠다.


노무현 정부는 물론 실수가 많았지만 그래도 문재인 정부 때보다 더 큰 비전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아베를 만나면 아베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트럼프를 만나면 트럼프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강대국 지도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전달하는 역할 그 이상이 안보인다. 많은 경우 한국 미국 일본의 장차관이나 국장들은 모여서 회의를 하는데 박근혜 정부 때보다 되레 별다른 성과가 없어보인다. 


특히 트럼프 미 대통령을 너무 믿고 외교 정책을 펴는 것도 기이하다. 다른 나라들은 다 트럼프를 못믿겠다고 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조금도 트럼프에 대해 나쁜 얘기를 하지 않는다. 독일도 보수정권인 상태인데 트럼프를 ‘믿을 수 없는 대통령’이라고 비판한다. 중재자 역할에 충실하다보니 정작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못하게 되는 덫에 빠지는 것이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의 꼭두각시 역할에만 그칠까봐 걱정된다. 처음에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을 때는 뭔가 용기있게 한민족끼리 대화해서 미국을 함께 설득하고 하겠다는 그런 의지를 보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지금 보면 그런 게 없어보인다. 그냥 하나하나 미국의 뜻을 확인하고 진척시키고 있는 듯 하다. 미국과 북한 사이의 중재자 역할에 충실하려다보니 정작 한국의 뜻과 의지는 증발해버리는 것이다.




문재인은 더 적극적으로 미국을 설득하고 압박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좀더 적극적으로 미국을 압박하면 어떨까. 특히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요구가 터무니 없어보인다. 한반도 비핵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북한은 지난 60여년간 지하에 터널을 10km 이상 깊이 파서 핵시설을 만들었다. 그걸 다 조사하고 핵무기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려면 엄청난 과정이다. 이런 이야기 없이 무조건 비핵화를 말해선 안된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어떻게 비핵화를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없고 말만 많은 사람이다. 2000년대 초만 해도 많은 미국 전문가들이 북한을 방문하고 외교 장관도 만나고 그랬다. 기술을 제공하거나 1년 안에 돈을 북한에 얼마간 빌려주고 하면 북한은 비핵화를 약속하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미국에서는 그런 단계적 접근이라는 게 없다. 그저 언론에서 요란하게 떠드는 것 외에는 없다. 비핵화의 전문가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력 없는 미국 행정부를 한국이 견인해내어야만 진정한 중재자 역할이 가능하다. 왜 한국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을 포기하도록 설득할 엄두를 못내는가. 북한은 선제 공격에 대한 위협이 해소되어야만 비핵화의 길을 걸을 수 있다. 선제 공격 위협 해소와 비핵화는 결코 따로 떼어서 논의할 수 없다. 클린턴 행정부 때 북한 핵 프로그램의 동결 협상을 도왔던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은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 따위로 위협하는 것은 미국을 상대로 이유 없는 공격을 감행하거나 자살행위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비핵화는 북한에서만 이뤄져서는 안된다. 동북아 전체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를 설득해내야 한다. 성격 탓인지 기타 다른 상황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문 대통령은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보다 용기가 좀 없어보인다. 


트럼프는 변할 수 있는 사람이다. 트럼프는 임기 시작 전 미군 철수를 주장했던 사람이다. 지난 20년간 중동에서의 미군은 모두 실패했다. 트럼프는 이를 비판했다. ‘미국 고립주의자’가 트럼프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이후 트럼프는 변했다. 지금 트럼프는 개인의 판단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이런 상황을 잘 이해해야 한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는 외교관 경력이 거의 없는 정통 군인 출신이다. 주한 미 대사를 맡기 전 태평양 사령관을 지내며 군사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데 선봉장 역할을 했던 사람이다. 폼페이오는 미국 역대 국무 장관들과는 다른 그냥 기업인들의 꼭두각시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슈퍼 매파’다. 볼턴은 얼마전 중국 기업들을 미국 주식시장에서 빼면 좋겠다는 말까지 했을 정도다. 중국을 이란과 비슷한 취급하겠다는 철없는 생각이나 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이 미국 정권의 핵심이라는 것을 문재인 대통령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또 한국의 정당들은 너무 외교 정책에서 입김이 센 것 같다. 국가 사이의 외교는 장관이나 차관, 국장 등 전문가가 해야 하는데 그런 행사자리에 국회의 입김이 너무 센 것 같다. 민주당이나 미래통합당 모두 스스로 대통령에 앞서 외교를 하려는 것 같다. 그러나 남북 대화와 외교는 대통령에게 맡기는 게 옳다. 한국의 정당들은 너무 대통령을 믿지 못하는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런 면에서는 좀 강하게 자신의 신념을 보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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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 정리 허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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