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터뷰인터뷰 아카데미 '부재의 기억' 이승준 감독 "봉준호 감독이 이 영화를 보고 많이 힘들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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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749회 작성일 20-03-16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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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부재의 기억> 이승준 감독이 자신의 사무실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촬영에 응하고 있다. 뒷편의 포스터 <그림자꽃>은 올해 개봉예정인 이승준 감독의 영화다.



<편집자주> 

'세월호 다큐' <부재의 기억>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다큐멘터리 경쟁부문에 진출한 이승준 감독을 만났습니다. 허재현 기자와 이승준 감독은 이전부터 개인적 친분이 있었습니다. 평양시민(본인이 탈북자가 아니라고 주장) 김련희씨의 이야기를 다룬 <그림자꽃>(2019)의 감독이 이승준씨이기도 하거든요. 김련희씨 사연은 허 기자가 한겨레에 근무하던 2016년 발굴되어 세상에 나왔고요. 이승준 감독을 만나 이런저런 안부도 묻고 한국에서 세계적 주목을 받는 다큐멘터리가 계속 나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등을 물었습니다. '제2의 이승준'이 영화계에서 계속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미 교포 사회에서 빌려준 세월호 유족 드레스 


-축하한다. 언론인터뷰 많이 했겠다.

=다 못한 곳도 있을 정도로 많이 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과거에 <달팽이의 별>이라는 작품으로 암스테르담 다큐영화 대상을 받기도 했었다. 그때는 영화 개봉할 때 즈음 언론의 연락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노미네이트 되자마자 수없이 많은 언론의 연락을 받았다. 아카데미라는 곳이 확실히 무섭(?)다는 것을 경험했다.


-아카데미라 시상식에 참석하면 어떤 느낌이 드나? 우리는 봉준호 감독의 얼굴표정으로 대충 짐작만 할 수 있었는데.

=우리는 시상식만 생각하잖나. 그런데 시상식이 열리기 전까지 각종 상영회 등이 잡히고 감독이 관객들을 만나는 시간이 굉장히 길다. 일종의 프로모션 기간인데 이건 봉준호 감독도 몇달씩 했다. 아카데미 회원들의 표를 받아야 하니까.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나 역시 그 과정을 거쳤다. 이렇게 시상식을 치르니까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다. 관객과의 대화도 할 수 있고 언론의 주목을 받으니까 뭔가 붕 떠 있는 상태로 보냈던 것 같다.



-가족들은 뭐라고 했나.

=부인과 고3인 딸이랑 같이 갔는데, 시상식 때 '아빠 너무 수상은 기대하지 말라'고 성숙하게 얘기해줬다. (※딸이 고3이라는 설명에 놀라서 잠시 인터뷰가 중단됨. 이승준 감독은 엄청난 동안이다.)


-말초적 호기심을 양해해 달라. 할리우드 배우들 누구 봤나.

=로라 던. 이번에 조연상(결혼이야기)을 받았다. 그와는 같이 사진도 찍었다. 브래드 피트는 진짜 잘 생겼더라.



-(시상식 장소인) 돌비극장 들어가면 어떤 느낌인가.

=생각보다 되게 화려한 느낌은 아니었다.  우리가 할리우들 배우들 들어가는 레드카펫 같은 거 위주로 봐와서 그런지 생각보다 극장이 작았다. 레드카펫을 밟고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기까지 우리가 이런 대접도 받는구나 하고 너무나 뿌듯했다. 세월호 유족분들이 너무 좋아해서 나도 기뻤다. 처음에는 유족분들이 드레스를 안입으려 했다. 하지만 교민들이 설득해서 드레스를 입은 거였다. 교민들이 '아카데미는 남의 나라 잔치다. 세월호 엄마들도 예쁘게 입을 권리가 있다. (하늘에 있는) 애들이 더 좋아할 거다'고 설득해주었다. 그래서 거기 교포들이 드레스 빌려주고 화장도 해주고 그랬다. 우리 영화가 해피엔딩은 아니다. 유가족들은 (세월호를 소재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다큐 다시 만들어서 아카데미 한번 더 오자고 했다.

(※기사를 정리하면서 허 기자는 여기서 눈물을 왈칵 쏟고 말았음을 고백합니다. 세월호 유가족을 살뜰이 챙겨준 미국 교포 사회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만났나. 

=만났다. 내 이야기 많이 들었다고 하더라. <부재의 기억> 영화 본 그날은 다른 일 하기 힘들었다고 말해주었다. 봉준호 감독은 세월호 유가족과도 사진을 찍어주었고 자신의 인터뷰 때도 언급해주곤 했다.


-프로모션을 위해 미국 전역을 돌아다녔나?

=프로모션을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엘에이(LA)에서도 하고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에서도 했다. 아카데미 쪽에서 극장을 마련해주는데 네번 정도 상영 한다. 아카데미 회원들이나 각종 영화조합원들이 와서 영화를 본다.


-반응은 어땠나.

=세월호 사건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것이라 공감대가 형성될까 걱정했었다. 그런데 정확하게 영화의 주제를 이해하더라. 특히, 세월호 선장이 배에서 나오는 장면에서는 관객들이 욕하는 소리를 듣곤 했다. 청와대에서 자꾸 사고영상을 달라고 하는 그런 장면도 많은 공감을 얻었다. 단순히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어떤 사건으로 해석하는 게 아니라, 사고가 일어났고 정부가 부재하고 애꿎은 아이들이 죽고 그런 사건의 흐름을 정확히 관객들이 이해했다. 




한국 다큐가 아카데미 경쟁 부문에 진출하게 된 과정


-솔직히 어떻게 우리 독립영화가 아카데미같은 영화제에 진출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씨제이(CJ)같은 그룹의 지원이 있었던 것도 아닐텐데.

='필드오브비전'이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 창업자가 '이베이'(인터넷 쇼핑몰)도 만든 사람이다. 필드오브비전이 단편 다큐를 찾아서 지원하는 회사다. 2015년쯤엔가 내게 '촛불 정국'과 관련한 다큐를 찍고 있는지 묻는 연락이 왔다. 그들은 다큐 감독 리스트를 자체 보유하고 있다. 아마 내가 이전에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어서 그 리스트에 들어가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촛불 집회는 찍지 않고 다만 한국에 세월호 사건이 있었고 이와 관련한 다큐를 찍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세월호 사고는 알고 있었지만, 사건의 자세한 내용을 듣고나서 놀라워 했다. 이후 필드오브비전은 세월호 다큐의 제작지원을 했고 이후 영화가 완성된 뒤 "매우 파워풀한 영화"라며 '아카데미 영화제 출품 제안'을 했다.


-영화 <기생충>은 우리가 미국 사회의 문을 두들긴 것이라면, <부재의 기억>은 미국 사회가 먼저 들어와보라고 문을 열어준 것이구나.

=그런 셈이다.


-그런데 미국 사회에서 개봉도 안한 영화인데 어떻게 출품이 가능하지?

=미국 내에서 며칠 이상 개봉해야 하는 영화가 아카데미 출품 가능하긴 한데, 단편영화는 특정 영화제에서 수상하면 그 조건이 충족된다. 2018년 11월 뉴욕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부재의 기억>이 대상을 받았었다. 


-그런 일이 있었나?

=미주 중앙일보에 단신 정도로만 나와서 국내에서 잘 몰랐다.


-이번 일을 경험삼아 아카데미 진출작이 또 나올 수 있겠다.

=그렇다.  아무래도 이번 일로 우리가 한번도 걸어가보지 못한 길을 닦은 셈이니 후배 감독들이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솔직히 우리가 감히 어떻게 할리우드 진출을 상상해보겠나. 근데 이렇게 한번 갔다와보니까 못오를 산만은 아닌 것 같다.


-이승준 감독은 아카데미 외에도 해외 영화제에 여러번 초청받았는데 해외에서 한국의 다큐를 보며 뭐라고들 하나.

=일본 감독들은 우리가 부럽다고 한다. 일본 영화계는 세계를 염두에 둔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내수시장이 워낙 커서 굳이 해외 시장을 겨냥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그저 일본 내수 시장의 욕구만 충족한지 오래됐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 감독들은 다르지. 지난 10여년 사이 한국 다큐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풍부해졌다. 방송용 다큐만 존재하던 한국이었는데 이제는 '엑티비즘'적인 다큐도 존재한다.


-다큐영화계에 제2의 이승준 감독이 나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제작비 없이 열정만으로는 어렵다. 다큐 감독들이 굶어죽지 않을 수 있는 시장이 형성돼야 한다. 지금 한국은 다큐 제작 지원환경이 나쁘지는 않다. 영화진흥위원회,한국콘텐츠진흥원,전파진흥원 등에서 운용하는 펀드라든지, 디엠지(DMZ) 다큐영화제 등이라든지 그런 환경들이 나쁘지만은 않다. 다만 이런 공공의 기금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다른 생태계가 필요하다.


-어떤?

=다큐멘터리는 사회의 공공자산 성격이 있다. 영화관을 잡고 박스오피스 못올라가면 망해버리는 그런 구조만 있으면, 제작자와 창작자로 하여금 기운 빠지게 한다. 하나 제안을 하자면, 방송사 채널들이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 유럽과 미국은 방송사가 독립 다큐를 같이 만들기도 하고 판권을 사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KBS>나 <EBS> 같은 곳이 그런 역할을 해줘야 한다. 독립다큐 감독들에게 외주제작을 맡기라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가라는 것이다. 아예 시작부터 함께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일본 <NHK>는 일년에 스무편씩 외부 다큐 감독과 함께 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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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이승준 감독이 사무실에서 <그림자꽃> 후반 작업을 하고 있다.




다큐 영화감독이 되려고 서울대 역사학과를 입학한 이승준 학생 


-이승준 감독은 어쩌다 영화감독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고등학생 때부터 텔레비전으로 다큐멘터리 보는 것을 좋아했다. 서울대 갈 성적이 되었는데 다큐 감독을 하려면 신문방송학보다는 인문학과 역사를 배우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서울대 역사학과에 들어갔다. 내가 90학번인데 그때 일반 대학의 연극영화과는 다큐를 배우는 과가 아니었다. 


-서울대 역사학과를 다니다가 다큐 감독의 꿈을 품은 게 아니라, 다큐 감독이 되려고 서울대 역사학과를 들어갔다고?

=서울대 들어가려는 목적이 영화를 하려는 것이라 설명하니 부모님이 좀 걱정은 하기는 했다. 기껏 서울대 가서 돈도 제대로 못버는 직업을 갖겠다고 하니. 부모님은 지금도 걱정하신다. 그때는 워낙 장비도 없고 캠코더는 너무 비쌌다.  그래서 학교 다닐 때는 촬영·편집 같은 걸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다큐를 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방송국 피디가 되어야 하나싶어 방송국 입사시험도 보곤 했었다. 



-당연한 질문이지만, 계속 다큐 감독 할건가?

=궁극적 꿈이 뭐냐는 질문을 듣곤 한다. 나는 70대 되어서도 현장에서 뛰는 다큐 감독이 꿈이다. 관객들도 계속 그렇게 만나고 싶다. 그때까지 건강했으면 좋겠다. 건강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니까. 생활 패턴이나 이런 것들도 '나인투식스' 근무가 안되고 해서 불규칙하다. 업무 긴장도가 크다. 이걸 슬기롭게 극복해야겠지.


-앞으로 찍을 영화는 무엇인지 소개좀.

=<기억의부재>랑 <그림자꽃>(평양시민 김련희를 다룬 이야기. 2019 DMZ 다큐영화제 대상)을 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다큐를 계속 만들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궁금하다. 대체 이 나라가 갖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안그렇단 말이지. 때로는 현실이 공포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이런 의문을 더 추적해보고 싶다. 나는 우리 나라가 좋다. 내가 태어났고, 사랑하는 가족이 여기 있고. 애증이라고 할까. 앞으로도 이곳에서 살아나갈 거니까 우리나라를 일정한 거리를 두고 관찰하고 싶다.

=아직은 새로운 영화를 찍기보다는 <그림자꽃> 후반 작업을 하는 중이다. 올해 정식 개봉할 예정이다. 잘 안알려졌지만, <그림자꽃>은 2019년 11월 암스테르담 다큐영화제에서 장편 경쟁 부문에 진출하기도 했었다.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 기자 repoac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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