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반 미국은 공소장을 무조건 공개한다? 미 법조계에서 웃음거리 된 SBS 법조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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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1,033회 작성일 20-02-27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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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SBS 보도 화면 캡처



미국 법조계에서도 객관성 인정받지 못할 SBS 법조보도 

법무부가 검찰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한쪽에서는 국회의 정부감시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라 비판하고, 한쪽에서는 중립성을 의심받는 한국 검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방침이라는 주장이 나옵니다. 어느 것이 옳은 지는 국민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다만, 이 논란을 보도하는 언론에 문제는 없었는지는 짚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SBS> 임찬종 법조기자는 2020년 2월 6일 <추미애 "미, 재판 시작 후 공소장 공개"... 사실과 달랐다>라는 보도를 통해 마치 법무부가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도한 바 있습니다. <리포액트>는 이 보도가 객관성이 결여된 보도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언론은, 예단하지 않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국민에게 판단을 맡기는 것이 의무입니다. 


일단, <SBS> 보도의 내용 요약입니다. '미국 법무부 홈페이지를 직접 확인해보니 미국 연방 검찰이 지난해 12월20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사업가 소식을 보도자료로 배포했고, 공소장이 바로 인터넷에 공개됐다. 기소된 날짜는 12월29일이다. 미국에서는 공소장이 공공기록물로 분류되어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이틀 안에 공소장이 공개된다. 정식 재판이 시작된 뒤에야 공소장을 공개한다고 말한 추미애 법무장관의 말은 사실과 다르다.'


<리포액트>는 'Federal Rules of Criminal Procedure'(미 연방 형사소송 법률)을 직접 살펴보았습니다. 이 법률과 미국 법조계의 설명을 종합하면, 미국 연방법원과 대부분의 주법원에서 이뤄지는 재판에서 검찰이 재판 전에 공소장을 공개하는 일은 없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검찰의 기소 결정 즉시 공소장이 공개된다'고 단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부정확합니다. <SBS> 보도는 정확히 공개의 주체는 밝히지 않고 그저 '공소장이 인터넷에 공개된다'고 표현하긴 했지만 보도의 맥락상 검찰이 공개를 결정하는 것처럼 읽힙니다. 이외 <SBS> 보도가 왜 부정확한 것인지 하나하나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미국 법정에서 기소와 공소장 공개의 주체가 검찰이 아닙니다. 대부분 검찰이 아니라 '대배심원단'(Grand Jury)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수사경찰이 대배심원단에 범죄 혐의와 수사내용의 설명문같은 소장(complaint)을 제출하면, 대배심원단은 혐의자를 기소할지 여부를 판단합니다. 이걸 대배회심(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재판)이라고 부릅니다. 대배심원단은 일반인들로 구성되는데 판사와 피고도 부르지 않은 채 오직 검사만 불러 범죄사실에 대해 묻고, 검사와 함께 증인(주로 직접 수사를 담당한 경찰)을 심문하고 검사는 대배심원단에 범죄 혐의를 소명한다고 합니다. 적어도 12명 이상의 배심원이 기소에 동의해야 기소가 이뤄지고, 그후 웬만하면 공소장(indictment)이 인터넷에 공개됩니다. 즉, 굳이 설명하자면 공소장 공개의 주체는 대배심원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complaint' 와 'indictment' 라는 단어는 모두 국내에서 공소장으로 번역하고 있지만 미국의 법률 체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법원에 제출되는 수사 요약문인 'complaint'는 '공소장'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명확히 공소장은 'indictment' 에 한정해 번역해야 합니다. 수사기관(검찰이든 경찰이든)의 일방적 주장만 담긴 'complaint'는 영원히 공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평소 알던 것과 달리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일부 예외가 있긴 하지만, 검찰이 아니라 대배심원입니다. 검찰은 법정에서 공소유지를 담당한다고 합니다. 현재 국내에서 벌어지는 논란의 공소장은, 'indictment' 라기보다는 'complaint' 에 가깝습니다.


<SBS>가 보도한 공소장은 연방법원 대배심원단이 기소를 결정해 공개한 공소장(indictment) 이지만, <SBS>는 검찰이 공소장을 공개한다는 취지로 보도했기 때문에 대중은 수사기관 문서인 소장(complaint)이 그대로 공개되는 것처럼 이해했을 것이고 대중의 판단을 크게 해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결코, 미국 국회 등에 소장(complaint) 따위가 공개되는 일은 없습니다. 만약, <SBS> 기자가 공소장(indictment) 공개가 법원의 대배심원단 판단을 거친 뒤에 이뤄진다는 것을 안 상태에서 이러한 보도를 했다면 큰 문제입니다. '검찰이 연방법원 대배심원단에 기소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요청하고 대배심원단이 기소에 동의하면 공소장이 공개된다'고 보도해야 맞습니다. 


그러면 대배심원단이 기소에 동의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연방 형사소송 법률은 이에 대해 '기소가 반려된 소장(complaint)은 판사가 비밀유지 명령을 하고, 재판연구원(clerk)은 소장을 봉인하고 아무에게도 소장의 존재를 알려선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배심원단이 경찰의 수사에 여러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기소 여부에 동의하지 않으면, 해당 소장은 비공개가 원칙인 것입니다. 미국 사회에서는 우리나라처럼 대배심원단의 중립성에 대한 논란은 없다고 합니다. 따라서, 공소장이 우리나라보다 더 과감하게 인터넷 등에 공개되지만 중립성 논란에 휘말리지 않는 것입니다. <SBS>는 이 부분을 생략한 채 보도했습니다.


<SBS>는 "미국에서 검사로 근무했던 한 법조인도 SBS와 통화에서 "미국에서는 공소장(※SBS는 complaint 인지 indictment 인지 명확히 구분하지 않음)이 공공 기록물로 분류된다"며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이틀 안에 공소장이 공개된다"고 밝혔습니다." 라고만 보도하고 말았습니다. 왜 이렇게 단편적 사실만 보도한 것인지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SBS> 기자의 검찰 쪽 인맥이 절반의 진실만 알려주었거나, <SBS> 기자가 의도적으로 절반의 진실만 대중에게 알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자라면, <SBS> 기자는 해당 취재원에게 항의해야 합니다. 후자라면, 기자가 독자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SBS> 기자의 양심의 판단에 맡기는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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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재판 이전에 공소장이 공개되고 형식도 더 과감하다

다만, 추미애 법무장관의 '미국은 재판 시작후 공소장(indictment)을 공개한다'는 표현 역시 부정확합니다. 정확히는 '법원 대배회심의 기소 판단 이후 공소장이 공개된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대배회심도 재판이기 때문에 재판 시작후 공소장이 공개된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대배회심은 공개되지도 않고 우리가 생각하는 '공개 정식 재판'도 아닙니다.  우리나라와 사법시스템이 좀 다르긴 하지만, 분명한 건 미국에서는 재판이 시작되기 전 공소장이 공개됩니다. 대배회심에서 기소 결정이 내려지면 공개 재판 이전에, 특히 공소장이 검찰에 보내지기도 전에 대중에 공개됩니다. 


실제 예를 살펴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인 로저 스톤과 폴 매너 포트는 2017년부터 미국 연방 법원에서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아 왔습니다. 이들의 공소장 공개 시점을 찾아보았습니다. 로저 스톤은 2019년 1월24일 기소가 결정됐고 공소장은 인터넷에 2019년 1월25일 공개됐습니다. 2019년 1월28일 워싱턴디시 연방법원에서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폴 매너포트는 두건의 재판을 받았는데, 첫번째 사건은 2017년 10월27일 기소가 결정됐고 2017년 10월30일 공소장이 공개돼 2017년 11월 초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두번째 사건은 2018년 2월22일 기소가 결정됐고 2018년 2월22일 공소장이 공개, 2018년 7월31일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이것을 보면, 우리나라도 조국 법무장관 사건이나 울산선거개입의혹 사건의 공소장(indictment)을 재판 전에라도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이 사건은 각주 법원이 아니라 연방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기에 검찰이 함부로 공소장 공개는 하지 못합니다. 반드시 대배회심의 판단을 거친 뒤에 공개됩니다. <SBS>처럼 단순하게 '법무부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부터 공소장 공개 시점을 미루는 데 대해 이번 사건 정식 공판이 총선 이후에 시작될 가능성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고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거듭 밝히지만, 우리나라는 수사기관의 수사가 공정했는지 판단하는 대배회심 제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가지 더 살피자면, 미국 법원에서는 판사가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의 경우 되레 '함구명령'(Gag Order)를 명하기도 합니다. 피고 쪽에서 재판을 비공개해달라고 요청하면 판사가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미국 법원은 2017년 트럼프 미 대통령의 측근인 매너포트의 돈세탁 혐의 재판에서 재판 당사자들에게 이러한 함구명령을 내린 바 있습니다. 매너포트 등 피고인은 물론 변호인,검사 등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함구명령 대상자입니다. 미국민들은 매너포트가 친 러시아 성향의 우크라이나 집권당의 선거지원을 위해 돈세탁을 했는지 알아야할 권리가 있지만, 미국 법원은 여론 형성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라 판단하고 함구명령을 내렸습니다. 즉, 검찰 수사가 아닌 재판의 결과로 미국 사회 여론이 형성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 것입니다.


박용철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리포액트>에 "미국이 이렇게 한다고 해서 우리도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해서는 안된다. 참고만 해야 한다. 다만, 법무부가 일방적으로 공소장 공개를 금지하는 것보다는 국회증언에관한법률의 개정을 통해 세부 기준을 만드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해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에서 10년 넘게 형사 사건 등의 변호를 해온 김원근 변호사는 <리포액트>에 "미국에는 수사와 재판 단계에서 피의자 인권 보호가 한국보다 훨씬 엄격하기 때문에 공소장에 대한 신뢰도가 한국과 다르고, 이때문에 공개가 훨씬 과감하게 이뤄진다. 이러한 제도·문화적 차이를 무시한 채, 미국이 재판전 공소장 공개하니까 우리나라도 재판전에 공개하는 게 맞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다"고 설명했습니다. <리포액트>와의 인터뷰에 응한 한 영미권 외신 기자는 "미국 사회가 무조건 검찰 수사 내용을 공개한다고 보도해서는 안된다. 한국에서 지금 필요한 보도는 미국과 한국의 수사·사법 체계의 차이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전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 기자 repoac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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