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저널리즘 연구 ‘박진성 시인이 미성년자를 강간했다’는 미투는 여전히 허위 사실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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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4,735회 작성일 22-03-24 15:41본문
박진성 시인이 계속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것으로 안다. (비록 해프닝일지라도) 자살소동은 일조의 자살 전조증상이다. 가볍게 여겨선 안된다. 박진성 시인에게 지난 1년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미처 몰랐다. 뒤늦게 살펴봤다. 언론이 사실상 박 시인의 자살을 기원하는 기우제를 지내왔다.
본격적인 글을 시작하기 전에, 미투 사건을 대하는 허재현 기자의 관점은 <뉴욕타임즈> 젠더에디터 제시카 베넷 기자의 견해와 같다. “저널리즘적으로 미투(강간) 사건은 없는 것이나 같다”, “둘 이상의 증언이나 증인을 수집해야 한다”, “미투 주장은 입증되어야 한다” 국내 언론들은 과도한 피해자중심주의에 빠져 이러한 해외 권위지들이 채택하고 있는 미투 보도의 원칙을 너무나 가볍게 무시하고 있다. 이를 경계한다.
(참조/ How Journalists Corroborate Sexual Harassment and Assault Claims
지난해 5월 “박진성 시인이 미성년자 학생을 성희롱했다는 주장을 허위로 볼 수 없다”는 내용의 민사 판결이 있었다. 박진성 시인을 겨냥한 미투 사건이 조작된 것으로 알고 있었던 대중은 충격에 빠졌다. 언론은 이 판결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사이버 렉카’로 불리는 유튜버들이 가세해 박 시인에 대한 인격살인이 자행돼 왔다. 박 시인은 견디다 못해 최근 또한번 자살 충동에 빠진 듯 하다. 이 사건 진실은 무엇일까.
박 시인과 소송 당사자 김현진(23)씨가 나눈 카톡 대화 전문을 모두 입수해 살펴보았다. 확실히 박 시인이 (당시 미성년자인) 김씨에게 부적절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은 인정된다. 섹스를 연상시키는 내용의 대화들이 있었다. 동시에 김씨 역시 이에 호응했다. 박 시인이 '섹스이야기'를 꺼내자 “놀러가도 되냐”고 묻거나 “마음이 불탄다” 는 등의 대답을 했다. 박 시인에게 “용돈을 달라”는 말도 세차례 했다. 더이상의 자세한 언급은 삼가겠다. 다만, 마치 박 시인이 일방적으로 김씨에게 성희롱성 대화를 한 것처럼 알려지고 있는데 이는 확실히 아니다.
물론, 고려해야 할 게 있다. 피해자다움. 확실히 김씨의 태도는 이상하다. 박 시인만큼 부적절하다. 그러나 김씨는 당시 미성년자였다. 또 피해자다움 이런 것은 구체적으로 정의내릴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김씨의 이러한 태도는 일반적인 성희롱 피해여성의 모습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피해자가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은 소송 당사자들끼리만 할 수 있는 주장인 듯 하다. 적어도 이 사건에서는.
이 사건은 이렇게 봐야 한다. 이 사건은 소송 당사자들만이 정확한 진상을 알 수 있는 사건이다. 박 시인과 김씨의 대화 내용을 보면, 김씨가 허위 미투를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또한 동시에 박 시인이 권력관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성희롱 했다고 볼 수도 없다. 객관적으로 보면 박 시인이 미성년자와 '썸'을 탔다고 말 하는 게 가장 적절한 표현 같다. 매우 부적절하고 도덕적 비난을 받을 만한.
언론의 문제가 심각하다. 이렇게 양쪽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건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누구의 편을 들어선 안된다. 언론 대다수는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보다 ‘박 시인이 미성년자 상대로 성희롱을 했으면 한다’는 소망을 표현하는 듯 하다. 박원순 시장 사건 탓일까. 언론은 ‘허위 미투는 있어선 안되고 허위 미투의 피해자도 있어선 안된다’는 도그마에 빠져 있는 듯 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 사건을 마치 박 시인이 일방적 가해자인 것처럼 보도할 수 있나.
법원의 판결이 엇갈린다. 2017년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는 똑같은 카톡 대화 내용을 보고 “김씨의 피해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했고, 2022년 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 노승욱 판사는 “김씨의 피해사실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객관적으로 이 사건은 어떻게 판결이 나와도 하등 이상할 게 없어보인다. 그만큼 애매한 사건이다.
[사진설명] 2016년 10월20일 탁수정씨가 남긴 트위터 글. 엄연한 박진성 시인에 대한 명예훼손성 글
다만 애매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이 사건을 처음 공론화한 탁수정 여성운동가는 비난받아야 한다. 탁씨는 2018년 <JTBC>,<한겨레> 등과 인터뷰 하며 마치 박 시인이 미성년자 상대로 강간을 행한 것처럼 (김씨를 대리해) 폭로를 했다. 그러나 박 시인 관련 검찰 수사 내용과 법원 민사소송 판결문 어디를 봐도 ‘박 시인이 미성년자를 강간했다’는 주장은 허위사실이다.
'누군가의 손을 잡는 것'과 '강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사건이다. '섹스하고 싶다'며 성희롱 하는 것과 '강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사건이다. 그런데 탁씨는 지금까지도 박 시인에게 제대로 사과한 적 없다. 언론은 박 시인이 민사 소송에서 진 것은 크게 보도하지만, 탁씨의 허위 주장에 대해서는 대단히 관용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탁씨는 미투 운동에 대한 신뢰를 크게 무너뜨렸다. 박 시인뿐 아니라 김씨에게도 큰 피해를 입힌 셈이다.
박 시인이 김씨와 나눈 대화내용을 확인한 이상, 나는 ‘김씨가 허위 미투를 했다’는 박 시인의 주장과는 거리를 두려 한다. 박 시인이 섭섭하게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 이게 기자로서 내 양심이다. 양쪽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건에서 거리두기는 언론의 기본 사명이다. 동시에 “저널리즘적으로 미투는 입증돼야 한다”는 것또한 나의 원칙이다. 그래서 ‘없는 강간 사건’을 만들어낸 탁수정 활동가는 비난받아야 한다. 탁씨의 편에서만 보도하는 <한겨레> 등 언론은 반성해야 한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길 바라지만, 만약 박 시인이 자살한다면 그것은 언론이 가한 타살이다. 그 누구도 저지른 잘못 그 이상으로 사회적 책임을 물을 권한은 없다.
▶관련 기사/ 박진성 시인을 향해 가장 악질보도를 한건 <JTBC>가 아니라 <한겨레21>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