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저널리즘 연구 경향 강진구 기자 “글을 쓰는 나의 유일한 목적은 진실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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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9,905회 작성일 20-08-12 14:34본문
[사진설명]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가 8월12일 인사위원회에 출석하기 전 시민사회를 향해 발언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강진구 기자의 징계를 반대하는 언론 및 각계 각층 시민 50여명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경향신문 사옥 앞에 모여 항의 행동을 가졌습니다. 이날 경향신문은 박재동 화백에 대한 미투사건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만으로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 여부를 논의했습니다.
강진구 기자 징계를 반대하는 이들은 "성폭력 피해 호소인의 주장만으로 언론 취재의 자유가 위축되어선 안된다"며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항의행동의 첫 발언자로 나선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기자(전 한겨레신문)는 "오늘 티브이기자협회(이상호·장용진·허재현 진행 유튜브 방송) 구성원들과 많은 언론계 구성원을 대표해 나왔다. 강진구 기자는 민주진보언론을 후배들에게 물려준 고마운 선배다. 여성주의에 반대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힐까 두려워 쉽게 나서지 못하는 사회분위기 탓에 강 기자를 대놓고 응원하지 못하는 기자들이 많다. 결코 강 기자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달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발언에 나선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종교집단이라면 아무 증거가 없어도 믿음만으로 행동할 수 있지만 언론은 달라야 한다. 사실과 진실만을 따라야 하는 언론인이 사법기관의 판결 이전에 유죄를 단정해버리고, 고발된 사람 입장에서 그 어떤 것도 전할 수 없다면 야만의 시간과 다를 바 없다"며 과거 경향신문의 '여적 필화 사건'을 거론했다.
김 이사장은 "1959년 이승만 정부는 경향신문 고정칼럼 '여적'이 폭동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신문 폐간 조처를 했다. 자신의 견해와 다르다는 이유로 입을 막는 폭정에 저항해온 게 경향신문이었는데, 그같은 일을 강진구 기자에게 되풀이 하고 있다. 6월항쟁 때 배달되던 경향신문이 시민들에 의해 소각된 적이 있음을 기억하라"고 일갈했다.
김민웅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는 "오늘은 슬픈 자리이다. 언론이 스스로 자성했다면 이런 자리도 없었을 것이다. 한국 언론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되길 바란다. 언론이 사회의 허파와 뇌같은 기능을 하고 있는데, 강진구 기자는 그 모든 것에서 역량을 보여준 사람이다. 계속 저널리스트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가 도와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박숙경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도 이날 함께 강 기자를 응원했습니다. 박 교수는 "저 역시 여성장애인을 돕는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 자리까지 나오기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무섭거나 논란에 얽히기 싫어서 피한다면 다양한 목소리는 사라지고 그것이 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박재동 화백 관련 보도를 피하고 싶었을텐데, 용기있게 나섰다는 이유만으로 징계라는 고초를 겪는 강진구 기자를 응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설명] 8월12일 강진구 기자 징계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서울 중구 경향신문 사옥 앞에서 펼침막을 내걸고 항의행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설명] 시민들이 항의행동을 벌이고 있다.
강진구 기자는 인사위원회 출석 전에 자신을 찾아온 시민들을 찾아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강 기자는 "경향신문 후배들이 휴머니즘과 저스티스(정의)에 대한 견해가 저와 다를 뿐이다. 너무 미워하지 말아달라. 경향신문이 더 단단해질 것이다. 저는 그 밀알이 될 것이기 때문에 행복한 기자이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강 기자는 고 리영희 선생의 철학을 소개했습니다.
"글을 쓰는 나의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는 오직 그것에서 시작하고 그것에서 그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우상'에 도전하는 행위이다. 그것은 언제나 어디서나 고통을 무릅써야 했다. 그 괴로움 없이 인간의 해방과 행복, 사회의 진보와 영광은 있을 수 없다" (책. 우상과 이성)
강 기자는 이후 시민들이 준비해온 꽃다발을 받아들고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열린 인사위원회에 출석했습니다. 특히 서명운동을 시작한지 5일만에 2000여명의 시민들이 강진구 기자 징계반대 서명에 동참했고 이 명단은 경향신문 대표이사에게 함께 전달되기도 했습니다.
<리포액트>는 강진구 기자의 향후 소식을 전하는 것은 물론 '박재동 화백 미투 사건의 진실'에 대한 탐사보도에 나서겠습니다. 더불어 언론이 오해하고 있는 '여성주의와 피해자중심주의'에 대한 기획기사도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언론은 미투의 편도, 미투 반대의 편도 아닌 오로지 진실추구의 편에만 서야 합니다.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기자
[사진설명] 항의기자회견 직후 김민웅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와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이 2000여 시민들의 '강진구 기자 징계반대' 서명을 경향신문 관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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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중심주의에 대한 언론의 무지와 오해가 '경향신문 사태'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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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강진구 기자의 징계를 반대한다
경향신문이 '박재동 화백 미투 관련 의혹'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강진구 기자를 12일 징계위원회에 회부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경향신문 독립언론실천위원회(이하 독실위, 위원장 유희곤 기자)가 강 기자의 징계위 회부를 요구하며, △성범죄보도준칙을 어긴 점 △기사를 편집국 보고 없이 출고한 점 △보도 이후 유튜브 등에 출연해 경향신문 구성원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고 한다.
우리는 강진구 기자의 해당 보도의 편에 서겠다는 게 아니다. 다만, 미투 관련 의혹 보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자가 징계를 당하는 것은 ‘진실 추구’라는 언론의 대원칙이 흔들리는 중대 사건이라고 판단하고 경향신문에 신중한 결정을 촉구하는 바이다.
우리가 경향신문에 신중 결정을 촉구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박재동 화백 관련 사건은 '성범죄 사건'이 아니다.
현재까지도 박재동 화백 사건은 ‘성추행’을 당했다는 일방의 주장이 보도된 가운데, 박재동 당사자는 이를 인정하지 않아 양쪽의 다툼이 있는 사안이라는게 객관적 상황이다. 박재동 화백은 피해 주장과 관련해 형사 재판에 회부된 바도 없다.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처로써 경향신문이 성범죄보도준칙을 제정한 것은 타당한 것이며 기자들은 이를 최대한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경향신문이 강 기자를 이 준칙의 위반 이유로 징계 하기 위해서는, 해당 사건이 성범죄로 의심의 여지없이 결론이 난 상태여야만 한다.
따라서 우리는 강진구 기자의 징계는 물론, 그가 성범죄보도준칙에 따라 징계위에 회부되는 것 자체가 합당한 처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둘째. '피해자 중심주의'가 취재 및 보도 과정에서 무비판적으로 적용되어서는 안된다.
현재 페미니즘 사회 내부에서조차 피해자 중심주의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를 두고 논쟁이 분분한 상태이다.
주지하듯,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말은 2000년 '운동사회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 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퍼지기 시작했다. 90년대 내내 우리 사회가 피해자의 말보다는 가해자 쪽의 해명에 기반하여 성폭력 사건을 대해왔다는 반성적 성찰에 따라, '피해자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는 취지로 당시 100인 위원회가 '피해자 중심'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다. 훗날 '주의'라는 말이 더해져 현재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권위적 언어로 성장했다는 게 페미니즘계의 공통적 견해다.
그러나 이후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용어가 피해 호소인의 주관을 판단의 최종심급으로 위임한 것처럼 대중에게 잘못 전달 되고 있어, 페미니즘 내부에서조차 이 용어를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논란이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왔다. 피해자 중심주의는 '피해자 절대주의'가 아니며 피해자의 말이 진리처럼 받아들여져선 안된다는 얘기다. 이는 우리 저널리즘이 추구하는 가치와 페미니즘이 추구하는 가치가 상호 대립적인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경향신문은 2000년대 초반 제기된 '피해자 중심주의' 용어의 뜻을 2020년대에 무리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야야 할 것이다.
셋째. 언론과 언론인에게 페미니즘은 해석의 대상이지 맹신의 대상이 되어선 안된다.
페미니즘은 우리 언론이 존중하고 참조해야 할 중요한 사조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언론인은 사건의 보도과정에서 사실관계를 논리적으로 확정해야 하는 '특수 직업인'이다. 재판과정과 마찬가지로 취재과정에서 언론인은 ‘미투의 편’도 ‘미투 반대 편’에도 머물지 않으며 오로지 진실만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게 우리의 입장이다. 이는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이 국제 언론사회의 합의된 저널리즘 관행이다. 미투 보도의 원조인 미국 주요 언론은 물론 영국 유수의 언론들이 미투 폭로자들을 처음 단계에서 부터 '피해자'(victim)라고 적시하지 않고, '예비 피해자' 또는 '피해호소인'(alleged victim) 등으로 보도하고 있음을 우리는 눈여겨 살필 필요가 있다. 세계 어느 문명국에서도 취재 과정에서 사실을 체크해나가며 진실에 다다르는 언론의 정당한 활동을 '2차 가해'라 경원시하는 곳은 없다.
경향신문은 오랜 시간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복무해온 대한민국의 대표적 언론이다. 만일 강진구 기자에 대해 섣부른 징계에 돌입한다면, 경향신문에 대한 시민사회의 신뢰는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것이다. 강진구 기자에 대한 징계위원회의 즉각적 소집 철회를 요구한다.
경향신문 강진구 기자의 징계를 반대하는 언론인-지식인-시민사회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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