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반 [칼럼] “먹어버리고, 뽀개버리고, 대통령하기 귀찮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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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4,304회 작성일 23-09-06 09:50본문
[손가락칼럼]
<더탐사>를 통해 공개된 대통령의 적나라한 말들을 '충격적'이라는 표현 외에 어떻게 더 자세히 묘사할 수 있을까.
무슨 조폭들간의 대화로 느껴질 정도로 너무나 거칠어서 깜짝 놀랐다. 특히 정당을 '먹어버린다'는 표현이 왜 이리 많이 등장하는지.
'맘에 안들면 뽀개 버리겠다'는 표현도 유치하다 못해 겁이 날 정도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를 조폭들간의 구역싸움 따위로 이해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의심스럽다.
정치의 어원 'politics'를 생각한다. 그리스어 'politiko' 에서 기원한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시민이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하고
갈등 조정을 떠올려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지인과 나눈 20여분의 대화에서 그런 개념은 조금도 등장하지 않는다. '먹어버리거나 뽀개버린다'는 표현만 반복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유엔에 가서 영어로 '연설'을 한게 아니라 그저 '영어 말하기 대회'를 하고 온 것인가. 영어를 암기만 하고 이해해본 적이 없는 것인가.
그나마 윤 대통령의 입에서 철학적으로 이해해볼만한 단어가 튀어나온 건 '시오니즘'(유대인 제일주의)이 유일했다. "이스라엘이 나라를 만들려고 팔레스타인 쳐들어가서 땅을 접수하듯" 국민의힘을 "먹어버려야 한다"는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면서 튀어나온 말이다. '내가 최고이니까 대화와 타협, 실력에 기반한 경쟁 이런 거 필요 없다. 그냥 힘이 있을 때 적을 해치워 버리는 게 정치' 라고 윤석열 대통령은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닐까.
국민의힘을 '쥐약먹은 놈들'이라고 비유한 것도 충격이었다. '미치거나 병들어서 곧 죽을 정당'이라는 것인가. 술이 불콰하게 들어간 거리의 취객에게서 마구 튀어나오는 침방울 같은 표현을 대통령이 저렇게 멀쩡한 상태에서 뱉어내다니. 모욕감은 일반 국민들보다 국민의힘 당원들이 더 느낄 거 같다. 윤석열 대통령이 해당 행위로 제명되는 것은 물론이요, "탄핵" 언급이 국민의힘에서 먼저나와야 할 정도 아닌가.
"대통령 하러 나온 게 아니라 그저 정권 교체만이 목적이다. 대통령 하기 귀찮다"라는 말도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윤석열에게 이미 정치의 목적 달성은 끝난 건가. 그렇게 하기 귀찮은 직을 1년 넘게 하고 있어서 나라가 이 모양인가. 출근 시각을 정확히 지키고 있는지 의심스럽고 설마 각종 무속인이나 부인 김건희씨, 여러 문고리 권력들이 대신 정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된다.
플라톤은 "지도자의 무지가 이상 국가 건설의 최악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무식한 지도자, 알아야할 것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사람은 지도자가 되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상대를) 잡아먹고, 말안들으면 뽀개고, 대통령 하기 귀찮다" 는 이런 수준의 지도자를 계속 방치하면 플라톤의 이상국가는 당연히 불가능하고, 그냥 이러다 나라 망하겠다. 'RE100' 이나 'EU 택소노미'가 뭔지 모른 채 해맑은 표정으로 대선후보 토론회에 나왔던 이유가 이런 거였나.
대통령의 정치에 대한 적나라한 인식은 큰 화제거리가 될 듯 하다. 이 자체가 슬픈 일이다. 왜 대통령의 인식이 연예게 뉴스처럼 분석이 아니라 화제가 되어야 하나. 도널드 트럼프가 미 정치권에 등장했을 때 하는 말들마다 너무 유치해서 허핑턴포스트 같은 언론이 "트럼프는 앞으로 정치면이 아니라 연예면에서 다루어야 한다"고 자조섞인 평가를 했던 게 떠오른다. 지금 우리나라가 딱 그런 정치 지도자를 만난 것 아닌가.
뉴스 가치로 따지자면 강승규 시민사회 수석의 발언도 충격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관은 비판의 대상이지만 강승규 수석의 발언은 비판을 넘어 국정조사가 필요한 수준이다. 우익 활동가를 동원해 "MBC를 혼내주라" 하고, 실제로 그들은 "먹고살기 위해" 움직였고, 강 수석은 "저녁을 사주겠다"고 친히 연락을 하지 않았나. 정부가 시위를 사주하는 깡패 같은 정치를 일삼는 건 자유당 시절에 끝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왜 이딴 일들이 21세기가 23년이나 지난 지금 다시 등장하는 것인가.
제1야당 대표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 앞에서 벌써 일주일 째 단식투쟁중이다. 이런 수준의 정부를 상대로 협치를 요구하면서 단식을 하고 있다니.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켜보는 국민이 다 허망하다.
그나마 깨어있는 시민들과 <더탐사> 같은 언론이 있어 한줄기 희망이다.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