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터뷰인터뷰 고경일 교수 “관동 대지진 100년만에 일본 한복판에서 통곡 전시회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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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4,153회 작성일 23-06-2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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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고경일 교수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1923년 9월 1일 오전 11시 58분. 일본 관동지방 일대에서 일본 군경과 무장한 일본 민중들이 무고한 조선인을 학살하는 만행이 발생했다. 일본 정부는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탔다. 조선인들이 일본 여성을 강간한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를 퍼뜨렸고 일본 민중들은 조선인 학살을 방조했으며 일본 정부는 조선인 학살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덮었다. 이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기에 이제라도 조선인 학살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관동대지진 발생 100년만인 2023년 8월 15일 광복절에 한국과 일본, 재일동포 예술가들이 일본 요코하마에 있는 국립미술관 ‘아자미노’에 모여 희생된 사람들의 넋을 위로하고 역사의 진실을 작품에 담아 “관동대지진 100년 만의 통곡 아이고 (AIGO)전”을 개최한다. 이번 프로젝트 실행위원인 고경일 상명대 디지털만화영상전공 교수(한국만화영상진흥원 선임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고경일 교수는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리기로 확정됐다가 국회 사무처의 급작스런 불가 통보를 받았던 정치풍자 예술 전시회 '2023 굿바이전 인 서울'의 개최 책임을 맡기도 했다. 국회 사무처의 정치풍자 예술탄압 논란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들어보았다.



■전시회 개최 하루 전날 전시작품 기습 철거 당해...표현의 자유 억압당한 예술가들 


-‘2023 굿바이전 인 서울’ 전시회 관련 질문을 먼저 해야 할 것 같아요. 당시 서울 전시 조직위원장을 맡으셨는데 전시회를 하루 앞두고 국회 사무처에 의해 작품들이 기습 철거를 당하는 일이 있었는데 사전에 철거에 관한 언급이 있었나요?

=전시회 하루 전날 연락이 왔어요. 작품 중에 문제가 있는 작품이 있어서 그 작품을 떼지 않으면 철거를 할 수 있다고요. 무슨 소리냐고 따져 물었더니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실로 한 시간 간격으로 공문을 보냈는데 일요일이라 보좌관들이 퇴근을 해서 공문을 확인하지 못했는데 아침에 가보니 그림이 다 철거되고 없더라고요. 


예술 작품은 설치하는 위치와 방향에 따라 느낌이 다릅니다. 공간감과 작품의 주제에 맞춰서 설치한 건데 그걸 손으로 떼어버린 자체가 너무 개념이 없는 거죠. 민주당 내에도 굉장히 권위주의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민주당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심지어 국회 사무처장과 국회의장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들이야말로 적폐 중의 적폐라고 할 수 있죠. 강제 철거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데 중간에 이태원 참사 등 많은 사건들이 생겨서 아직은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요. 일단은 국회 사무처장과 국회의장의 공식적인 사과를 받고 피해보상 요구도 할 겁니다. 


-당시 국회 사무처장인 이광재 전 의원의 태도는 어땠나요?

=저희가 국회 사무처장실을 찾아갔는데 사무처장 비서라는 사람이 나와서 자기들은 모른다고 계속 거짓말을 했어요. 그래서 나중에 국회 사무처를 점거하고 플랭카드를 붙이고 사태가 심각해지니까 국회 사무처장인 이광재 전 의원이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저희들과 눈도 잘 마주치지 못하더라고요. 작품을 강제 철거한 것을 작가들을 위해서 그랬다, 시기적으로 안 맞는다, 당시 국회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청문회 중이었는데 청문회 끝나고 전시를 해야 한다는 등 철거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도 못 하고 계속 말을 돌렸습니다. 21세기 문명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작가들은 솔직히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진보를 가장한 권력 집단의 이런 폭력을 보며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만든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강제 철거 후 전시회를 규제하는 법(전시 목적 로비 사용 허가)을 만들었더라고요. 전시를 하기 6주 전에 그림의 50% 이미지를 제출하고 4주 전에는 완벽하게 그림과 똑같은 이미지를 제출하라는 거죠. 사전 심사를 하겠다는 거잖아요. 우리는 국회 사무처에 그런 권리를 준 적이 없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명확하게 하려고 합니다.


-철거 이후 김어준씨의 벙커1 카페로 옮겨서 전시를 재개했는데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강제 철거 소식이 뉴스에 나오고 김어준씨가 뉴스공장에서 “저 작품들이 철거를 당했는데 벙커1에라도 걸어야 되나요?”라고 하길래 담당 PD에게 연락을 해서 저희들의 절실한 심경을 얘기했더니 바로 허락을 해서 전시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때 전시회에서 모금된 500만 원이 이번 ‘관동대지진 100년 만의 통곡 아이고(AIGO)전’을 개최하는 종잣돈(SEEDMONEY)이 됐습니다.



■ 인간 사냥으로 희생당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자 예술가들이 모였다!


-관동 대지진 100년 피해자들 기리는 전시회의 일정과 참가하는 팀이 궁금합니다.

=8월 15일부터 21일까지 일본 관동 지역 요코하마에 있는 국립미술관인 ‘아자미노’에서 전시를 하고 9월 1일부터 일주일간은 서울 동숭동에서 전시회를 합니다. ‘2023 굿바이전 인 서울’에 참여했던 우리나라 작가들 60명과 일본 작가 10명이 참가합니다. 일본 쪽 여러 큐레이터들에게 전시회 관련 연락을 했더니 두 명의 작가가 먼저 돕겠다고 했고 그 후에 나고야에서 소녀상 전시를 기획해서 성공시킨 유카모노 유까라는 작가가 본인이 적극적으로 돕겠다며 기획자가 돼서 작가들을 많이 모았습니다. 1인당 작품은 3점 정도고 이번 전시회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해 주신 후원자분들께 금액대별로 작가들의 작품과 일본 전시 도록, 전시회 초대권 등을 선물로 준비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 ‘관동대지진 100년 만의 통곡 아이고 AIGO전’ 주제를 ‘관동대지진’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동안 한 번도 미술 작품으로 학살당한 사람들을 추모하는 전시회가 없었어요. 관동대지진이 일어난지 100년이 지났지만 지금이라도 관동대지진이 왜 일어났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거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당시 일본에서는 일본인과 조선인의 차별이 만연화되어 있었어요. 당시 신문에는 조선 사람들은 미개하고, 스스로 나라를 지킬 수도 없고, 질서 유지를 할 수 없는 나라로 표현을 해서 조선 사람들이 일본인들을 죽이기 전에 먼저 죽여야 된다라는 차별 논리 프레임이 씌워져 있었는데 그 차별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일본 권력자들 입장에서 보는 치안의 논리입니다. 당시 조선인 학살은 한 공동체 안에 생활하는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모두의 안녕을 지키는 행위라는 겁니다. 여기서 모두는 일본인을 말하는 거고요. 그러니까 조선인들이 죽거나 다치거나 희생되는 것으로 질서가 유지된다면 죽어도 된다는 거죠. 세 번째는 군사적인 경험의 일반화입니다. 일본은 이미 간도와 만주에서 조선인들과 중국인들을 학살해 본 경험이 있어서 특히 조선인이나 중국인들의 목숨을 하찮게 생각하는 생각이 전면에 깔려있습니다. 이런 학살 경험이 군사 시스템화 되어 있었던 겁니다. 이런 생각들이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고 관동대학살 부분을 일본 작가들과 공유해 작품으로 이슈를 만들게 되면 이러한 사실을 몰랐던 사람들도 알게 되어 역사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될 거라고 봅니다.


-아이고(AIGO)전 전시회 1차를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개최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일본 작가 측에서 8월 15일 전시를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어요. 일본 입장에서는 8월 15일이 전쟁을 끝내고 희생된 사람들을 추도하는 기간인데 8월 15일에 전시회를 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말이 굉장히 자극이 됐어요. 8월 15일은 우리한테는 해방된 날이고 식민지 기간이 끝난 의미 있는 날인데 일본이 피해자라는 얘기잖아요. 아무리 역사가 상대적인 거라고 하지만 일본이 조선 침략에 대한 반성도 없었고 그 외에도 태평양 전쟁을 일으켜 무수히 많은 일반 시민들까지 죽게 만든 당사자인데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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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고경일 교수



■풍자만화의 매력은 힘 있고 재미있는 ‘메시지’ 전달


-청주사범대 미술교육과 서양화 전공 이후 일본 유학길에 올랐고 일본 유학 이후 만화계에 입문하게 되었는데 순수 미술이 아닌 만화계에 입문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사범대 다닐 때 만화동아리를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청주대에 만들었어요. 우리나라 첫 번째 만화동아리는 연세대 이한열 열사가 활동하던 ‘만화사랑’이라는 동아리고 두 번째가 명지대입니다. 그때 제가 ‘민족해방 운동사’라는 만화를 학보사에 연재하다가 안기부에 쫓겨서 한 달 정도 도망을 다녔는데 선배들은 다 구속이 된 상황이었어요. 당시 아버지가 사업을 하셔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라 저를 유학을 보내셨죠. 일본 교토세이카대학교 대학원에서 풍자만화를 전공하고 일본에서 교수를 하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현재 상명대 디지털만화영상전공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오마이 뉴스>, <한겨레신문>에 풍자만화 연재. 미국과 일본에서 야스쿠니 풍자만화 전을 개최하는 등 풍자만화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풍자만화에 주력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제가 전두환에서 노태우로 정권이 넘어가던 시기에 일본으로 유학을 갔는데 당시 전두환을 풍자하는 만화를 연재하다가 안기부에 쫓긴 경험이 있기 때문에 풍자만화의 위력이 대단히 크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 당시 민중미술은 성조기를 찢는 다거나 전두환의 벗겨진 머리에 오줌싸는 그런 공격적인 장면이 많았어요. 그런데 그런 것을 보고 대중들이 감동을 할까도 의문이었고 거부감이 드는 그림보다는 차라리 풍자만화가 훨씬 힘이 있고 재밌다고 느껴서 전공으로 결정을 했습니다.


-일본 우익 만화도 연구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일본 우익 만화를 연구하게 되었나요? 

=일본 우익 단체 중에 가장 활발하게 일본 교과서를 왜곡하는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라는 단체가 있어요. 후지오까 라는 도쿄대 경제학부 교수와 혐한 만화, 역사왜곡만화전문가 고바야시 요시노리 두 사람이 중심 인물인데 한국을 이상한 나라로 취급한 만화를 그려서 계속 팔아먹고 일본 교과서에서 역사적 사실들을 지우는 활동을 하며 젊은 친구들을 선전 선동하는 구조를 보니까 문제 제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껴졌어요.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을 하나 냈고 요즘은 친일을 주제로 논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극우 성향의 만화가인 윤서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입에 올리기도 싫습니다. 애매하게 분노하거나 삿대질을 하는 것보다는 윤서인의 친일 관련 발언에 대한 증거 자료를 확보해 놓고 나중에 반민특위 같은 정부 기구를 만들고 처리법이 만들어졌을 때 확실하게 법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지금은 자기 지지자들 입맛에 맞는 그림을 그려서 후원과 응원을 받고 있지만 올라가는 날이 있으면 반드시 떨어지는 날이 옵니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예술가로서 역사와 예술은 어떤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는 역사는 역사학자들만 하고, 경제는 경제학자들만 하고, 예술은 예술가들만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주변에 보면 경제학자인데 그림을 잘 그린다거나 역사학자인데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모든 분야는 단절된 게 하나도 없어요. 제가 역사와 관련되거나 한반도와 관련된 이야기나 문제들을 작품으로 다루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고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이라고 하면 예쁘고 화려하고 장식적이고 오락적인 것을 생각하는데 그런 성격도 있지만 예술에는 메시지라고 하는 가장 큰 한 축이 있습니다. 메시지가 없어지면 공허하고 허무한 허상에 불과한 아름다움을 추구하게 됩니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예술이 아니라고 거북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기본적인 예술의 성격에 충실한 것이 메시지 전달이고 풍자이기 때문에 이런 것을 말로 할 게 아니라 작가는 작품으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작가이기에 작품으로 계속 이야기를 하고자 늘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가로서 후배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작은 나침판 역할을 하는 것이 저의 희망입니다. 그리고 저는 강단에 서는 선생입니다. 시간이 지나서 제자들이 제가 이런 일을 한 의미를 알아주면 좋겠습니다. 제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생이 되고 싶습니다. 


100년 이라는 시간의 벽을 넘어 진행되는 프로젝트 ‘100년 만의 통곡 아이고(AIGO)’전이 일본이 역사를 바로 보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어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사건이 되풀이 되지 않는 기회가 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를 개최하는 진정한 메세지이다. 관동대지진 100년 만의 통곡 ‘아이고(AIGO)전’의 크라우드 펀딩은 2023년 7월 1일까지 진행된다.


*펀딩 바로가기

https://link.tumblbug.com/Jm7GbvnQKzb



정숙 <리포액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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