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사법 개혁 끝까지 감시한다 [손가락칼럼] 피디수첩이 고발한 '검언유착'의 실제 검사와 언론의 행적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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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6,719회 작성일 20-01-1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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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손가락칼럼'은 휴대폰으로 간단히 쓰는 칼럼입니다. 형식은 가볍고 진심은 무거운 칼럼입니다.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들을 허재현 기자만의 독특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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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피디수첩> '검찰기자단' 편이 방송된지 한달이 되었습니다. 일부 법조팀장들은 <피디수첩> 보도를 두고 명예훼손이라며 형사 고발 운운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실제 고발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피디수첩의 보도가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고발하지도 못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고발이 실제로 이뤄지면 차라리 법정에서 그간 감춰져 왔던 '검언 유착'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는 기회라고도 생각했습니다.


<피디수첩> 보도 내용중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놀란 부분은 언론사가 청탁하면 '기소-불기소' 결정까지도 바꿀 수 있다고 고백한 한 법조기자의 증언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청탁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청탁만 하면) 60% 정도는 수사처리 결정의 결과를 바꿀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제가 근무했던 <한겨레>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지만, 우리만 빼고 다른 언론사는 이런 일까지도 해왔구나 생각하니 기가 막혔습니다.


이어 발표된 법조팀장들의 성명에 또한번 기가 막혔습니다. <피디수첩>의 의혹제기를 두고 사실관를 파악도 해보지 않고 무조건 허위로 단정하고 명예훼손 고발을 운운하는 모습은 국민을 분노하게 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을 출입하는 언론사가 40개정도 됩니다. 이들 언론사 전현직 법조팀장들이 검찰 관계자와 통화 해온 내역을 전수조사라도 해보고 <피디수첩>보도가 허위라고 단정한 것일까요. 그런 것도 아니고 그저 모 중앙일간지 법조팀장이 주도해서 하루만에 번갯불처럼 만들어진 성명이라는 것을 나중에 파악했습니다.


저는 법조팀장들이 <피디수첩>을 실제로 고발할 것에 대비해, 지난 한달간 주로 어떤 언론사들이 검찰에 청탁을 해왔는지 취재를 해보았습니다. 공중파 3사중 한 곳, 군소 방송언론사중 한 곳, 모 경제지중 한 곳의 법조팀이 과거 검찰에 부탁해 자사와 이해관계가 있는 사건의 청탁을 한 적 있다는 증언을 추가로 들었습니다.  실제 언론사의 사건 청탁을 들어준 적 있다는 전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의 실명을 확인해 행적을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청탁을 받았던 것으로 의심되는 그 시기에 특정 언론으로부터 낯뜨거운 '하마평' 보도의 주인공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oo 서울중앙지검 o차장 검사는 의협심이 넘치고 리더십까지 강해 조직 내에서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는다. 애국관이 투철하고 뛰어난 수사기획력까지 갖추어 많은 성과를 내어왔다는 평이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주요 언론사의 실제 보도내용입니다. 그는 그후 승진을 거듭해 검사장이 되고 모 지방지검장으로까지 승진했습니다. '검언'이 서로의 등을 토닥이며 상생한 겁니다. 다만 그는 지난해 검찰에서 퇴직해 변호사가 되어 현직 검찰 간부는 아닙니다.


<피디수첩>이 만약 부당하게 명예훼손 고발을 당한다면 이 모든 것을 공개하고 법정에서 참고인 증언할 의향이 있습니다.  다만 제가 지금 나서서 공개하진 않을 겁니다. 왜냐면, 저는 특정 언론사나 검사를 괴롭히기 위해 이러한 취재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 언론의 법조취재 문화가 지나치게 검찰과 유착해 있고 이 관행을 바꾸지 않으면 사회적 폐해가 계속 커질 것을 우려해, 우리 법조기자단에 감시의 경종을 울리려는 의도뿐입니다. 어찌보면, 기자 사회가 스스로 정화할 능력을 상실해 동종 업계인 피디들이 나서서 비판의 칼날을 든 것입니다. 우리 기자 사회가 치욕스럽게 생각해야 합니다. 피디수첩에 항의할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가슴을 쳐야한단 말입니다.


제가 만약 법조팀장단의 간사였다면 이런 성명을 썼을 겁니다. "국민 여러분. 피디수첩의 보도 내용만 보시고 저희 기자들 모두가 검찰과 유착해 있다고 판단하지는 말아주십시오. 저희 검찰출입기자들 대부분은 '땀내나는 외곽 취재'를 기반으로 검찰에 확인취재 하여 권력집단 부패감시라는 직업인 기자의 사회적 소명을 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또한 피디수첩의 지적 또한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뼈를 깎는 내부 성찰의 계기로 삼겠습니다. 피디수첩의 보도대로 검찰과 유착해 사회질서를 해치는 언론사에 대한 제보가 접수되면 사실관계를 철저히 파악해 법조기자단에서의 축출 등 강력하게 조처하겠습니다. 모쪼록 저희 법조기자단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권력 감시를 열심히 하겠다는 기자들이, 자신들을 향한 비판에 대해서는 왜 이정도도 겸허한 자세를 취하지 못하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새로 부임했습니다. 현재는 검찰 개혁과 수사권 조정 등 여러가지 현안 업무로 바쁠 것입니다. 그러나 추 장관께서는 임기 내에 꼭 '검언 유착'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제도 개선 등 살펴봐주기를, 직업인 기자이자 검찰 개혁을 촉구해온 한명의 국민으로서 주문합니다. 현재의 검찰 기자실은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어 운영중이지만 공적인 역할에 충실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현재 검찰 기자실은 '수사속보 빼돌리기와 검언 유착의 전진기지'로서 활용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검찰 기자실은 기자단의 투표로 허락받은 언론사만 출입할 수 있습니다. 가칭 '법무검찰 언론지원 개선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개혁에 착수해야 합니다. 검찰 기자실을 국회 정론관처럼 등록된 언론사의 기자라면 누구나 참여가능한 '국민 브리핑'실로 개선할 수 있다면 검찰과 언론사간의 은폐된 유착관계의 고리를 끊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 기자 repoac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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