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죽이기 여름에 모기 많은 것은 당연한데...“유동규 진술, 경험하지 않은 사람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 평가한 조병구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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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2,509회 작성일 24-01-04 02:16본문
"유동규가 김용에게 정치자금을 교부할 당시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던 세부적 상황에 대해 비교적 풍부하게 묘사하고 있고,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며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조병구 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 재판장)가 지난해 11월30일 김용 전 더불어민주당 부원장의 6억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5년형을 선고하면서 유동규씨의 진술 신빙성을 받아들이는 이유에 대해 판결문에 쓴 내용이다.
그러나 <리포액트>가 김용 전 원장에 대한 판결문을 분석해본 결과 △유동규씨의 돈 전달 장소는 경험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비밀 장소도 아니고, △특수한 방식으로 돈을 전달한 것도 아닌 것으로 확인돼 조병구 판사가 유씨 진술의 상세성을 지나치게 과대 평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 “유동규 진술은 경험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상상 가능한 수준의 평범한 내용들”
판결문을 보면, 조병구 판사는 유동규씨의 '경험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구체적인 진술'의 내용을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먼저 2021년 6월 초 교부당시에 대해선 이렇게 썼다. "유동규는 3억원을 쇼핑백에 담아 자신이 거주하던 아파트 앞 버스정류장에서 김용의 차량에 실어주고, 조수석에 앉아 운전석에 앉아있던 김용과 1~2분 정도 대선 준비와 관련된 대화를 나누었다"
다음으로 2021년 6월말~7월초 교부당시에 대해선 이렇다. "유동규는 골판지 박스에 각각 1억원을 넣었으며, 쇼핑백 2개를 겹쳐 그 안에 위 골판지 박스 2개를 넣었고, 해가 진 이후 어두운 상황에서 당시 공사중이었던 경기도청 북측 도로에서 김용을 만나 챠량에 위 쇼핑백을 실어주었다. 당시 김용의 차량이 굉장히 지저분하고 실내가 더러웠다. 유동규가 김용에게 2억원을 전달할 당시 김용을 만난 장소 우측에는 공원이 있어 그곳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우면서 김용과 정치 이야기를 했는데, 당시 반바지를 입고 있는 바람에 모기가 다리를 많이 물었다."
즉, 정리하면 조병구 판사는 △골판지 박스와 쇼핑백 등에 돈을 담은 행위 △정치자금 전달시 대선 관련 대화를 나눈 점 △김용 차량이 더러웠다고 설명한 점 △공원에서 대화할 때 모기가 다리를 많이 물었다 는 정도의 “진술을 경험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구체적인 진술”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골판지 박스와 쇼핑백은 그다지 특수한 돈 보관방식도 아니고, 김용과 친분이 있었던 사이라면 김용 차량에 대한 묘사는 그렇게 특수한 경험에서 나왔다고 볼 수 없을 뿐 더러, 여름에 모기에게 물리는 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계절 묘사여서 이런 정도를 두고 “경험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구체적인 진술”이라고 평가한 것이 적절했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세번의 돈 전달, 목격자나 다른 증거 없는 것 인정한 조병구 판사
또 김 전 원장 판결문 분석 결과, 김 전 원장이 돈을 가져가는 것을 목격한 사람도 없고 사진 등 기타 자료가 전혀 없이 재판부가 유동규씨의 주장만으로 정치자금 전달을 섣불리 인정한 것도 확인됐다.
재판부가 정리한 김 전 원장의 정치자금 수수일은 총 세번이다. △2021년 5월3일 유동규씨 사무실에서 박스로 1억원, △2021년 6월8일 유동규 아파트 앞 버스정류장에서 김용 차량으로 쇼핑백에 담긴 3억 수수, △2021년 6월 하순 7월 초 경기도청 인근 공원에서 쇼핑백으로 2억 수수.
이중 '2021년 6월8일' 건과 '2021년 6월 하순~7월초' 건은 유동규와 김용 두 사람 사이에서 있었던 일이라 제3의 목격자가 없는 사실이 분명하고, '2021년 5월3일'건만 유동규 사무실에 있었던 남욱과 정민용씨가 제3의 목격자라고 볼 수 있다.
조병구 판사는 정민용씨의 진술을 주요하게 판단했다. 판결문에는 "정민용이 유동규 사무실에서 유동규에게 '약 가져왔습니다'라고 말하면서 고문실 책상 위에 1억원이 들어있는 쇼핑백을 올려두었다. 정민용은 '이 박스 정말 신기하다. 정말 1억원이 딱 들어간다'고 말을 하였다"고 썼다.
이어 판결문에는 "유동규가 '김용 형이 있다가 올 거야' 라고 한 말을 정민용이 들었고 실제로 유동규와 이야기 하던 중 김용이 유동규 사무실을 방문하여 고문실로 들어갔는데, 정민용은 고문실 옆에 있는 흡연실에서 유리문을 통해 남색 사파리를 입은 김용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고, 약 10여분 있다가 김용이 사무실을 떠나는 것을 보았다. 김용이 사무실을 나갈 당시 정민용은 햇볕을 피해 흡연실 내에서 자리를 옮기는 바람에 흡연실에 설치한 블라인드 때문에 김용의 허벅지 아래만 보았으나 그후 고문실에 들어가보니 1억원이 든 박스가 보이지 않아 '김용이 가져간 것으로 생각했다'고 정민용은 진술했다"라고 썼다.
즉, 유동규 사무실에 정민용이 갖다 둔 1억 박스가 김용 전 원장이 다녀간 뒤 사라졌으니까 그걸 김 전 원장이 가져갔을 거라는 정민용의 추측성 진술을 유동규 주장의 신빙성을 더하는 증언으로 조병구 판사는 활용한 것이다. 그러나 어찌 됐건 김 전 원장이 1억을 가져가는 장면을 정민용씨가 직접 목격한 것도 아니고, 정씨는 그때 고문실이 아니라 흡연실에 있었다. 이때문에 유동규씨가 김 전 원장이 1억원을 가져간 것처럼 정민용과 남욱 앞에서 꾸며대었을 가능성이 여전히 남기 때문에 이 역시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동규씨가 돈 전달 날짜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재판부는 “메모 등 객관적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1년 이상 시일이 경화한 이후에 자신의 기억에만 의존하여 진술할 수 밖에 없어 특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고”라며 판단했고, 또 유동규씨가 '옆구리 툭 튀어나오도록' 1억원을 옷속에 숨겨 나간 것을 시연해 논란이 된 것에 대해 재판부는 “무언가를 외투 안쪽에 가지고 가는 정도로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긴 하나, 적어도 해당 쇼핑백을 가려지는 정도는 되는 것으로 시연되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