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왼쪽 사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2021년 5월 3일 오후 5시59분33초 '구글 타임라인' 원시데이터. 김 전 부원장의 위치가 서울 반포동이다. (오른쪽 사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2021년 5월 3일 '구글 타임라인' 원시데이터. 오후 4시59분22초 경기도 분당구 코리아경기도 건물에서 퇴근하여 곧장 서울 반포동을 들렸다가 서초동 자택에 머무른 것으로 확인된다. 신알찬 변호사 제공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항소심이 오는 28일 결심 공판을 앞둔 가운데 김 전 원장 휴대전화의 디지털 위치기록(구글 타임라인)이 막판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법원이 선임한 감정업체가 김 전 원장 휴대전화의 위치기록을 분석한 결과, 김 전 원장이 돈을 받으려고 성남시에 있는 유동규 씨의 유원홀딩스 사무실에 들렀다고 검찰이 그간 특정해 온 2021년 5월 3일 저녁, 김 전 원장은 경기도 분당구 사무실에서 퇴근 직후 곧장 서울 자택으로 가 머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유 씨의 주장 외에는 김 전 원장이 돈을 받았다는 증거를 검찰이 더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법원이 구글 타임라인을 근거로 형사사건 판단을 한 사례가 많아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힐지 주목된다.
■김용, 2021년 3월 이후 분당 유원홀딩스 방문 자체가 없어
지난 4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는 김용 전 부원장 등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감정기일을 열고 감정인을 상대로 검찰과 김 전 부원장 쪽의 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감정인을 통해 밝혀진 핵심 내용은 김 전 부원장이 2021년 5월 3일 저녁 6시쯤 서울 반포동에 머물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검찰은 그간 '2023년 5월 3일 저녁 6시쯤 김 전 부원장이 유동규 씨의 분당 사무실에서 1억 원을 받아갔다'고 주장하면서도 특정한 날짜를 여러차례 바꾼 바 있다.
검찰은 당초 김 전 부원장 공소장에 "2021년 4월 말 김 전 부원장이 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가, 재판부가 "날짜를 특정하라"고 하자 “2021년 5월 3일이 유력하다"고 했다. 돈을 받은 시각도 애초 '5월 3일 낮 시간에 돈을 받았다'고 했다가 유동규 씨가 이날 낮에 골프를 친 기록이 나오자 퇴근 시간대 이후로 바꿔 주장하는 등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이 유 씨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날짜와 시간을 정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오락가락했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이 2021년 6월 말~7월 초 경기도청 인근 도로에서 유 씨로부터 2차로 돈을 받았다는 주장도 내놨다.
[사진설명]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2021년 5월 3일 '구글 타임라인' 원시데이터 기록. 코리아경기도 빌딩에서 퇴근하여 곧장 서울 반포동을 들렸다가 서초동 자택에 머무른 것으로 확인된다. 2024.11.13. 신알찬 변호사 제공
[사진설명]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2021년 5월 3일 오후 5시 59분 33초 '구글 타임라인' 원시데이터. 김 전 부원장의 위치가 서울 반포동이다. 2024.11.13. 신알찬 변호사 제공
그러나 공개된 김 전 부원장의 구글 타임라인 기록에 따르면, 김 전 부원장은 이외에도 ▲2021년 3월 24일 이후 유 씨의 유원홀딩스 사무실 자체를 방문한 적이 없고 ▲2021년 6월말부터 7월초 중 늦은 저녁 경기도청 북부도로에도 간 적이 없는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부원장 쪽 신알찬 변호사는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에 "구글 타임라인 감정 결과를 보면 김 전 부원장이 3월 24일 한 차례 방문 이후 유원홀딩스 자체를 방문한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유 씨의 기억에 오류가 있을 수 있어 검찰은 '2021년 5월 3일 전후 즈음으로 김 전 부원장이 유 씨 사무실에 방문했다'고 다시 주장할 수 있지만, 구글 타임라인 기록은 이마저 정면 부정하는 것이다.
[사진설명] 구글 타임라인 위치기록 비교. 검찰 주장 5월 3일과 실제 유원홀딩스를 방문한 3월 24일에 타임라인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2024.11.13. 그래픽 김시몬 기자
■ 검찰 "오류 가능성 있다"지만, 법원 판례 보면 증거 채택 가능성 커
검찰은 "데이터 오류 가능성이 있다"며 "구글 타임라인 기록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역시 법조계의 반박이 나온다. 데이터 오류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김 전 부원장이 유 씨의 사무실에서 돈을 받고 갔다'는 주장이 데이터 분석상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김 전 부원장 재판을 오랫동안 지켜본 한 법조계 관계자는 <워치독>에 "김 전 부원장 사무실과 유 씨의 사무실이 오차범위 내에 있는 건 맞다”면서도 “김 전 부원장 사무실에서 서울 집으로 이동하는 경로에서의 데이터 위치값을 보면 검찰 주장처럼 김 전 부원장이 사무실을 나와 유 씨 사무실에 들러 돈을 받아가는 건 불가능하다. 차량 이동이기 때문에 각 시간대 별로 찍히는 위치값이 있고 이를 통해 전체 동선이 나오는데, 재판에 공개된 타임라인 위치값으로 당일 김 전 부원장 이동경로상 시간대별 위치를 확인해보면 검찰이 주장하는 오차범위와 무관하게 '김 전 부원장이 유 씨 사무실로 갔다'는 설명은 말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검찰의 주장대로 최대한 판단해보면, 큰 오차범위로 위치값이 처음부터 잘못 추출되었고 김 전 부원장이 본인 사무실이 아닌 유 씨 사무실에 쭉 머물다가 집으로 이동했다는 가설만이 가능한데, 이것은 ‘김 전 부원장이 잠깐 사무실에 들러 돈만 받아갔다’는 유동규, 정민용의 법정 진술과는 맞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데이터 오류를 감안하더라도 법원이 그동안 '구글 타임라인 기록'을 유무죄의 증거로 자주 사용해왔기 때문에 검찰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워치독> 취재를 종합하면, 구글 타임라인은 2016년부터 현재까지 130차례 이상 형사 재판에서 다뤄졌다. 판례검색 전문 누리집(엘박스)에서 '구글 타임라인'을 키워드로 검색해 나온 형사사건 판례만 130건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것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글 타임라인을 수사에 사용한 대표적 사례 중 하나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국정농단 사건이다. 당시 특검은 구글 타임라인을 통해 성형외과 부부가 청와대에 출입한 기록을 입증했다. 청와대에 드나들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비선 진료'를 하거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성형외과 부부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특검은 구글을 통해 수집한 증거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강조했다.
[사진설명] 판례 검색 사이트에서 '구글 타임라인'을 검색한 결과 형사사건 판결에서만 130건이 검색된다. 2024.11.13. 엘박스 검색화면 갈무리
2020년 지방 군청 공무원이 춘천지방법원에서 위증한 사건에서도 검찰은 구글타임라인 기록을 증거자료로 사용해 공무원의 허위증언을 입증했다. 농가에 지급하는 폐업지원금 산정과 관련해 농가 주인이 군청사무실에 방문한 사실이 없음에도 군청공무원은 "농가 주인이 군청사무실에 방문했을 때 구두로 통보했다"고 법정에서 허위증언했다. 검찰은 구글 타임라인 기록을 통해 농가 주인이 해당 군청에 방문하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다. 법원은 위증죄를 물어 해당 공무원에게 2021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진설명]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2021. 11. 30. 선고 2020고단516 판결문 일부 발췌
검찰은 구글 타임라인 기록의 오차를 주장했지만 법원이 주요 증거로 판단한 사례도 있다. 2020년 한 금품 수수 사건에서 검찰은 구글 타임라인의 오차 가능성과 수정 개연성을 주장했으나, 대구지방법원은 "구글 타임라인 기록을 살펴보면 검찰이 주장하는 금품 수수 장소에 피고인들이 가지 않은 사실이 인정되고 구글 타임라인 기록의 위치와 피고인들의 통화 발신지역이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된다"면서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피고인들에게는 무죄가 선고됐고 추후 대법원까지 사건이 올라갔지만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
[사진설명] 대구지방법원 2020. 12. 22. 선고 2020노626 판결문 일부 발췌
이처럼 이미 검찰과 사법부는 여러차례 구글 타임라인의 증거능력과 증명력을 인정했으며 당시의 문자 메시지와 통화 내역, 진술 등과 종합해 일치하는 경우 매우 신빙성이 높은 객관적 자료로 판단해왔다. 김 전 부원장의 경우에도 2021년 5월 3일 퇴근 당시의 구글 타임라인 위치 기록과 퇴근하려고 코리아경기도 빌딩에서 나오는 김 전 부원장 자동차의 출차 기록이 일치한다. 코리아경기도 빌딩에서 김 전 부원장 차량의 출차 기록 시간은 오후 4시 58분 16초이고, 약 50초 뒤인 구글 타임라인 기록을 통해 오후 4시 59분 22초 코리아경기도빌딩 근처에서 퇴근 중인 김 전 부원장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김 전 부원장의 구글 타임라인 기록도 신빙성 높은 객관적 증거자료로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설명]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2021년 5월 3일 오후 4시 59분 22초 '구글 타임라인' 원시데이터 기록. 김 전 부원장이 퇴근하면서 코리아경기도 빌딩에서 찍힌 출차 기록과 일치한다. 신알찬 변호사 제공
■ "법원이 선임한 업체의 감정 결과라 판사가 배제하기 어려워"
김 전 부원장 사건에 대해 변호사인 김남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SNS에 "사설 감정 업체의 감정서도 증거로 사용될 수 있지만, 통상 의뢰 당사자의 의도가 반영될 가능성이 있어 보충적 증거로 활용되거나 증거능력, 그 가치가 다소 제한적일 수 있다. 그런데 법원에서 선임한 감정인의 감정 결과는 법적 중립성과 객관성 측면에서 중요한 증거로 인정되며 사감정보다 증거로서의 가치와 입지가 훨씬 탄탄하다"면서 "전문가의 감정 결과를 재판의 직접적인 증거로 사용할 수도 있다. 전문가가 작성한 감정 결과에 반하는 판결문을 쓰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전 부원장 항소심 재판부가 구글 타임라인 기록을 되레 검찰이 공소장에서 특정해 온 시각과 날짜를 정면으로 부수는 증거로 판단한다면 그간 유 씨의 진술만을 위주로 혐의 입증을 해온 검찰이 새로운 증거를 더 내놓지 않는 이상 김 전 부원장에 대한 무죄 선고 가능성이 예상된다.
김 전 부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에 참여했던 2021년 4~8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정민용 변호사 등과의 공모를 통해 남욱 변호사에게서 8억 4700만 원 규모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김시몬·허재현·김성진·조하준 기자 watchdog@mindlenews.com
☞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은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 시민언론 민들레 김성진 기자, 시민언론 뉴탐사 김시몬 기자,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가 만든 권력 감시 공동 취재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