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반 법학 교수들 “국회가 탄핵 권한을 포기하고 행정부 견제를 포기하면 유권자가 국회의원들을 심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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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3,706회 작성일 23-04-05 15:16본문
국회의 권한인 행정부 공무원 등에 대한 탄핵제도가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는 것과 관련해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렸다. 발제자로 나선 전학선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한 정당이 총선에서 되레 유권자의 심판을 받은 사례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탄핵소추 발의 자체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듯 하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탄핵소추 권한을 포기하는 것은 행정부 견제와 감시를 포기하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행정부 감시를 스스로 포기하는 국회의원을 심판하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회의실에서 안민석, 김민석, 박주민, 이재정, 강민정, 김승원, 김용민, 민형배, 양이원영, 유정주, 윤영덕, 최강욱, 황운하 의원과 시민단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센터, 인권연대 주최로 ‘탄핵제도 전문가 초청 토론회’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김용민 의원이 사회를 맡았고,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유승익 한동대학교 법학과 교수, 장유식 민변 사법센터 소장, 정한중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하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강민정 의원은 축사에서 “검사들의 불공정한 선택적 수사와 선택적 불기소의 문제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해왔지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난 이후 훨씬 더 노골적임에도 불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을 가진 국회가 검사들에게 국회의 권한을 적절하게 행사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정치만 망가지는 게 아니고 국민 생활에 직결되는 문제라는 절박함을 가지고 검사 독재를 견제하는 수단으로써 국회의 탄핵권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윤영덕 의원은 “우리나라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대법원장, 대법관, 판사, 검사 등 국가 주요 인사들을 국회에서 탄핵 소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아주 기본적인 권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권한이 국회에서 소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검사나 판사들을 대상으로 한 탄핵이 성공한 적이 없다. 그래서 오늘 토론회가 민주주의를 지키고 국가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국회에 헌법적으로 부여된 탄핵이라는 권한을 잘 활용을 해서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더욱더 굳건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토론 시간에 발제자로 나선 전학선 교수는 “과거 윤석열 검찰총장이 법무부 징계를 받는 상황이 왔을 때도 국회가 탄핵 절차를 밟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국회 재적의원 삼분의일 이상 찬성으로 탄핵소추 발의는 할 수 있는데 그마저도 거의 얘기가 없었다. 정치인의 생각들이 문제다. 과거 노무현 탄핵 때 역으로 탄핵안 발의한 정당이 심판받은 트라우마 탓 아닌가 싶다. 탄핵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주어진 권한이다. 적절히 활용해야만 국정을 견제할 수 있다. 국회가 주어진 탄핵소추 권한을 활용하지 않고 국정 견제를 방기하는 것에 대한 유권자의 심판이 따르는 사회분위기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국회의원들도 탄핵을 안하고 방기하면 되레 심판받을 수 있다고 각성한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이어 “서구권도 우리국회처럼 탄핵제도를 잘 활용하지 않느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서구 국가들의 탄핵 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대다수의 나라가 의원내각제이기 때문이다. 의원내각제는 해임 의결권이 국회에 있어서 탄핵까지 가지 않더라도 행정부 자체를 끌어내릴 수가 있다. 우리나라는 헌법이나 법률을 단순 위반해서는 안되고 중대하게 위반하는 경우에만 탄핵 사유가 된다고 해석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헌법과 법률에 탄핵 대상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법률 개정이나 제정만으로 탄핵 대상은 얼마든지 늘려갈 수 있다. 이것은 국회가 주도권을 쥐고 헌정질서를 확립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기제이다. 탄핵은 국회의 권한이기도 하지만 의무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권 취임 이래 법의 질서가 붕괴되고 있는 모습을 곳곳에서 보게 된다. ‘시행령 통치’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져 시행령 통치를 주도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이들도 탄핵 대상인데 왜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가? 윤희곤 경찰청장의 예를 들면, 지난 2월 총경 인사에서 행안부 경찰국 신설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회의에 참석했던 총경 전원에게 마구잡이식 보복 인사를 했고 그 이전에 원인이 됐던 행안부 경찰국 설치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국회는, 더불어민주당은 왜 헌법으로 보장받고 있는 안전장치를 작동시키지 않고 이토록 게으른지 모르겠다. 답답하고 한심하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이고 태도의 문제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맹성을 촉구한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정한중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일본의 탄핵 절차법을 참고하자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과는 다르게 탄핵을 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의결을 해도 헌법재판소로 가야 한다. 탄핵의 사유도 헌법이나 직무 집행에 있어서 상당히 까다롭다. 그런데 일본은 검사 한 사람의 징계 사유도 탄핵 사유로 인정하기 때문에 탄핵 사유의 범위가 상당히 넓다. 일본은 내각제이기 때문에 탄핵 대상이 법관밖에 없다. 그리고 모든 일본 국민은 법관에 대한 탄핵 청구권이 있다. 해방 이후 2022년까지 일본은 약 90만 명이 탄핵 재판을 받았다. 이런 탄핵 절차법만큼은 우리나라가 배워서 도입해야 한다”라며 탄핵 절차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토론회 사회를 맡은 김용민 의원은 “촛불 집회에 자주 참여를 하는데 집회에서 만난 시민들께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왜 국민들에게 위임받은 적 없는 9명의 헌법재판관들한테 대통령 탄핵을 판단하게 하느냐, 국민이 직접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고려할 때 적어도 유권자들이 직접 결정할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헌법을 개정할 때 충분히 논의를 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며 토론회를 마무리 했다.
취재/정숙 <리포액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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