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죽이기 [취재후] 이재명의 승리? “노무현 이후 20년만에 찾아온 시민사회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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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4,365회 작성일 22-08-31 20:51본문
[사진설명] 이재명 당대표 선출이 발표된 직후 얼싸안고 기뻐하던 민주당원들(잼딸). <더탐사> 방송화면 갈무리.
민주당 전당대회가 28일 마무리 된 뒤 이재명 민주당대표 체제가 시작됐습니다. 다들 보셨겠지만 <리포액트>와 <더탐사>는 지난 한달여간 전국 곳곳의 민주당원들을 만나 인터뷰한 뒤 이들이 왜 이재명을 그렇게 연호하는지 심층취재한 내용을 29일 방송했습니다.
언론은 지금까지 이재명 당대표 출마에 대해 객관적인 스탠스를 취하지 않고 그저 흠집내기 보도에만 집중했습니다. 진보·보수 언론 구분이 없었습니다. <한겨레><경향>은 경선 초반에는 "민주당이 강성당원에 점령당했다"고 보도하더니, 국민여론조사에서도 이재명 지지율이 높게 나오자 "전당대회 투표율이 낮다"는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결국,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가 되자 <한겨레>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는 "이재명 당대표가 실패할 거 같은 이유"라는 내용의 칼럼을 썼습니다. 그냥 국민이 무슨 선택을 하든 '답정나'식의 보도들을 이어갔습니다.
그래서 고민했습니다. '언론은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다. 우리라도 현장을 찾자. 과연 이재명 지지자들은 맹목적인 강성당원인가? 팬클럽 따위 이런 것인가? 한번 확인해보자. 대신 전국을 돌아다니며 최소한 50여명 이상을 인터뷰 하자. 무작위로.' 또한 원칙을 정했습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 영향을 주어선 안된다. 모든 취재물은 선거 끝나고 보도하자. 이재명 인터뷰는 절대 하지 않는다.'
#과연 강성팬덤의 결과인가... "이재명은 실력으로 된 것"
전당대회 현장에서 무작위로 만난 시민들 50여명에게 공통적으로 물었던 질문이 있었습니다. "당신은 언제부터 이재명을 지지했는가", "당신은 강성 이재명 지지자인가." 시민들은 기자의 질문에 한 결 같이 이런 대답을 했습니다.
"원래 정치는 팬덤 아닌가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때도 팬덤이 있었지만 언론이 당대표 출마하는 것만 갖고도 팬덤을 논한 적 있었습니까. 당대표로서 큰 실책을 했는데도 덮어놓고 옹호하면 강성팬덤 현상을 지적해야겠지만, 지금은 아예 언론이 출마 자체를 막겠다는 심산으로 보입니다. 왜 이재명한테만 강성팬덤을 지적합니까?' (서울 민주당 대의원,50대)
특별히 충북 전당대회 현장에서 만난 20대 여성 민주당원의 인터뷰도 인상에 남습니다. 그는 '이재명에 대한 지지가 단순히 개딸현상이라든가 그런 식의 팬덤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청소년 시절부터 이재명을 지켜봤다고 합니다. 그리고 10대 때부터 소위 '잼딸'이 된 것이지요.
"저는 이재명 의원을 세월호 사건 때부터 지켜봤어요. 어떤 정치인도 나서서 행동하지 않을 때 이재명 의원은 성남시장으로서 행동했어요. 시청 앞에 세월호 조각상도 설치하고 새마을 깃발 대신 세월호 추모 깃발도 올렸고요. '박근혜 탄핵'도 무게 있는 민주당 정치인중 이재명이 가장 먼저 주장했었어요. 언론은 세월호 때 저같은 학생들을 그렇게 위로하더니 막상 이재명을 지지하자 무슨 생각없이 사는 팬클럽처럼 치부하기 시작했어요." (이아무개, 22세 평택 민주당원)
[사진설명] 이재명 민주당대표 선출이 확정되자 거리에서 춤을 추며 환호하는 민주당원들(잼딸). <더탐사> 방송 갈무리.
#친이재명계가 당을 장악했다?... "개혁의원들이 뽑힌 것"
언론은 이재명이 민주당 대표로 당선되자 "민주당 최고위원회를 친이재명계가 장악했다"고 분석해 대었습니다. 마치 계파정치의 산물처럼 인식되게 만들었지요. 그러나 정치를 조금이라도 아는 국민들은 다 압니다. 최고위원회만 놓고보면 '친이재명계'가 대거 들어간 게 맞지만, 사실 민주당에 친이재명계라고 할만한 조직력이 이재명에게는 없습니다. 개혁성향의 민주당 최고위원들이 바다 위에 위태롭게 떠있고, 중도보수 성향의 의원들이 배 아래에서 흔들고 있는 격이지요. 정치 고관여층인 대중들이 다 아는 이런 사실을 심지어 <한겨레>조차 제대로 전달하지 않습니다.
허재현, 기자로서의 양심을 걸고 말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에 친이재명계라고 불릴 만한 의원은 손에 꼽습니다. 이재명 의원과 개혁 성향 의원들이 최고위원회에 대거 포진한 것은 맞지만 시민사회와 평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 탓이지 계파싸움의 승리 같은 것이 아닙니다. 이재명 의원에게 비판적인 민주당의 대의원들조차 당원들에게 포위당해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한 선거 결과로 해석해야 합니다. '친명계'가 '친문계'(혹은 친낙계)와의 싸움에서 이기고말고 따위를 할 수 있는 그런 선거구조가 아니었습니다.
왜 민주당의 평당원들은 이재명과 개혁성향 의원들까지 한꺼번에 최고위로 몰아부치듯 밀어넣은 것일까요. 거리에서 마주친 당원들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재명은 비주류 정치인이었지만 본인 실력으로 저 자리에 간 거잖아요. 안양시장 누군지 기억하세요? 하지만 성남시장은 누군지 다 알아요. 이재명이 당 대표가 되면 그동안 안했던 개혁을 정말 할 거 같아요." (40대 인천 계양 당원)
"민주당이 170석 넘게 갖고 있었지만 무슨 개혁법안 하나 제대로 통과시키기 어려웠잖아요. 검찰개혁법안도 당원들이 들고 일어나서 당사 앞에서 집회를 연 뒤에 겨우 통과시켰고. 그래서 당대표뿐 아니라 최고위원들까지 개혁 성향으로 함께 구성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정해권, 50대 광주민주당원)
평범한 민주당원들은 어쩌면 이미 '계파중심'이 아닌 '가치중심'을 놓고 의원들을 평가하면서 계파정치를 청산해가고 있는데 되레 언론들이 여전히 계파정치 시각을 버리지 못하고 이번 전당대회 분석기사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닌가 분석합니다.
#호남민심은 왜 변했나..."이낙연의 겉다르고 속다른 모흡에 화가 났다"
허 기자가 눈여겨 본 것은 광주와 호남의 민심이었습니다. 특히 광주와 호남은 이낙연 전 대표의 정치적 기반이기 때문에 더욱 주목했습니다. 언론들은 송갑석 의원 등이 최고위 입성에 실패한 것을 두고 "호남이 홀대받았다"는 식으로 보도했지만, 실제 호남지역 투표결과를 보면 호남에서조차 호남의원들이 심판당한 것입니다.
전남광주에서 개혁성향인 장경태,서영교,박찬대,정청래가 얻은 당원 득표는 57.55%입니다. 반면 호남 기반인 고영인, 윤영찬, 송갑석이 얻은 득표는 19.06% 밖에 안됩니다. 전북도 비슷합니다. 장경태,서영교,박찬대,정청래가 얻은 당원 득표는 60.53%에 달합니다. 즉, 호남 민주당원들은 지역색을 본게 아니라 누가 더 개혁성향인지를 평가하고 투표에 나선 것입니다. 제가 광주 거리에서 만난 당원들의 의견도 이러한 투표결과를 반증했습니다.
"저는 원래 이낙연 의원을 지지했어요. 그런데 당원의 목소리보다는 허울뿐인 중도보수의 마음만 얻으려 하더라고요. 결정적으로 이낙연이 당대표로서 박근혜 사면을 추진하는 것을 보고 마음을 완전히 접었습니다. 제 어머니가 '역시 동아일보 출신 기자라 그런가보다' 하더군요." (허아무개, 30대 광주민주당원)
"호남 지역 의원들이 대선 때 이재명 관련 흑색선전을 바로잡아주기보다는 이재명을 더 악마화 시키는 모습을 보고 광주시민들은 우리가 이 사람들(이낙연계)한테 속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음 총선 때 호남기반 의원들 싹 다 심판하려고 벼르고 있어요. 정말 민주당을 위해 일할 개혁성향 의원들로 바꿀 겁니다." (여성, 52세 광주민주당원)
[사진설명] 광주시민이 <더탐사> 인터뷰에 응해, 이낙연 의원을 좋아했지만 이후 생각이 바뀐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이재명이 이겼다? "시민사회가 함께 이긴 것"
제가 만난 당원들은 모두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개혁적인 당원들이 이뤄낸 아래로부터의 혁명'이라고 인식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시민사회 기반의 정치인이 주류 계파정치를 뚫고 여의도에 입성하고 결국 당대표까지 된 것이지요. 그래서 당원들은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가 되자마자 전당대회가 열린 올림픽 체조경기장 바깥에서 "우리가 이겼다"고 외친 것입니다. "이재명이 이겼다"가 아니라요. 당원들이 다들 얼싸안고 울면서 춤을 추던 장면은 저희가 직접 카메라로 찍어 <더탐사>를 통해 방송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일본에서 전당대회 투표를 위해 건너와 올림픽 체조경기장 앞에서 돗자리 깔고 앉아 있던 한 민주당원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이건 이재명 당대표를 축하하는 조언이자, 경고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고는 되레 이재명 대표가 더욱 원하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해주세요. 검찰개혁 다 한거 아닙니다. 더 해야 해요. 언론개혁은 아예 시작도 안했잖아요. 만약 이재명 대표마저 우리 사회 개혁을 하지 않으면 저희는 비판할 겁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지지는 당연히 시민사회를 위해 일할 것이라는 조건부입니다." (50대 여성, 일본 교포)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기자, 광주/정숙 리포액트 시민기자
*그외 수많은 민주당원들의 이야기를 이곳에 다 담지 못했습니다. <더탐사> 보도를 확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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