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반 [취재후] 조국 전 장관이 정치를 하려면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것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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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3,797회 작성일 23-12-1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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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조국 법무장관이 2019년 10월14일 사퇴 선언을 하던 모습(좌), 조 전 장관이 받았다는 사퇴 압박 문자메시지는 실제가 아니라 따로 그래픽화 한 것임.(우)




조국 전 법무장관이 신당을 만들어 총선에 나선다는 관측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형태는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는 거의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조 전 장관의 출마는 보수세력의 비판은 물론이고 민주당 당원들 사이에서도 그다지 반응이 뜨겁지 않습니다. 되레 여러 논란들만 무성합니다. 

왜 그럴까요. 특히 조 전 장관에게 애착이 많을 법한 민주당원들의 다소 시큰둥한 듯한 반응은 여러모로 분석 대상입니다.


조 전 장관이 왜 갑자기 총선 출마를 결심하게 되었고 앞으로 어떤 정치 세력과 손 잡고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민주시민들이 혼란스러워 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각종 개혁을 중도에서 좌초시킨 정치세력들과 조 전 장관이 현재 어떤 관계에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와 그 시절의 민주당을 뛰어넘는 강력한 개혁 정당을 기대해온 민주시민들로서는 혼란스러운 듯 합니다.



■조국 정치 출마 반응에 민주당원들 사이서도 엇갈리는 반응, 왜?


조 전 장관은 아직까지 국민에게 자신이 법무장관을 사퇴하기까지의 자세한 과정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2019년 10월14일 느닷없이 "검찰 개혁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였다"며 사퇴선언문을 발표하고 강기정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조 장관 본인의 결정"이라고 밝힌 것 외에는 국민이 정확히 설명을 들은 게 없습니다. 아무리 검찰의 수사 압박이 거세도 계속 정면 돌파의지를 밝혔던 조 장관이 임명된지 한달 여만에 스스로 사퇴한 것이라 아직도 여러 의문이 남을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민주시민들도 대체로 조 장관 스스로 밝히지 않는 당시의 상황에 대해 지금까지 구체적 질문은 삼가왔던 게 사실입니다. 검찰 개혁의 틀을 짰다는 이유만으로 윤석열 검찰로부터 거의 도륙당하다시피 수사당하고 지금까지도 괴롭힘 당하고 있기 때문에, 그저 시민들은 조 전 장관에게 질문보다는 그의 아픔에 공감하고 검찰을 심판할 날만 기다려왔습니다. 조 전 장관이 받아온 고통에 연대하는 길은 '날카로운 질문'보다는 '함께 인내'라고 여긴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그러나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로 활용되었던 '십자가 진 시민 조국' 과 검찰 개혁을 위해 정치인으로서 나서는 '정치인 조국'은 다릅니다. 법무부 장관은 임명직이지만 국회의원은 선출직입니다. 임명직은 당시 임명권자였던 대통령 허락 없이는 자세한 설명을 국민에게 할 수 없는 저간의 사정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으로 뽑아달라"는 정치인은 사전에 국민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해야 합니다. 그런 과정을 다 생략해버린 채 "비법률적 방식의 명예회복을 하겠다"고만 밝히는 것은 민주당에서는 이제 수명을 다 해가는 낡은 방식의 정치 선언입니다. 민주당이 진통을 겪으며 정착시키고있는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 정치문화'와도 어울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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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청와대 관계자 “조국 장관을 흔든건 윤석열과 2019년의 민주당” 


구체적으로 밝히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조국 장관에게 날카롭게 질문하는 건 제가 지난달 <시민언론 뉴탐사>에 출연해 직접 한 보도때문입니다. 핵심 내용은 이렇습니다.

2019년 당시 윤석열 검찰이 조국 장관을 흔들어대었던 것 뿐 아니라 민주당 친검 성향 의원들과 문재인 정부에 스며든 친검 관료들이 윤석열 못지 않게 조 장관의 사퇴를 종용했고 결국 안팎의 이러한 압력이 맞물려 조 장관이 법무장관직에서 한달여만에 사퇴하게 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런 추측은 수년간 계속 있어오긴 했지만, 문재인 정부 최고위 관료 등의 구체적 증언 등을 확보해 보도했기 때문에 적잖은 의미가 있었습니다.


저는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의 각종 국정 운영의 틀을 함께 짜온 전 최고위 청와대 관계자를 최근 직접 만났습니다. 그로부터 들었던 내용은 놀라웠습니다. 2019년 10월 민주당의 중진 의원들(*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는 아님)이 직접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조국 장관 사퇴를 종용했다는 것입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조국 장관을 계속 끌고가면 총선을 치를 수 없다"고 문 대통령을 압박했다고 합니다. 문 대통령은 조국 장관에 대한 결정을 두고 '읍참마속'을 직접 언급하며 고민했다고 합니다. 취재원이 익명을 요구해 제가 이름은 밝히지 않겠지만, 그는 한 시간여 동안 조국 장관 사퇴 과정 등에 대해 자세하게 털어놓았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김우영 문재인정부 비서관은 당시 목격담을 더 구체적으로 증언하였습니다. 사퇴  발표 이틀 전인 2019년 10월12일 조국 장관을 모처에서 직접 만난 분입니다. 김우영 전 비서관은 "조 장관의 휴대폰에 민주당 당시 법사위원들의 항의성 문자메시지가 쇄도하고 있는 것을 직접 보았고 '법무장관 임명되기까지 민주당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니 당신도 보답을 좀 하라'는 취지의 내용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 장관은 이 때 "'내가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 최소한 윤석열 검찰총장과 동반 사퇴해야 한다. 그래야 검찰이 문재인 대통령에게까지 보복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주말이 고비이다. 더 못버틸 수도 있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조국 장관은 불과 이틀전까지 측근들에게 '윤석열과 동반 사퇴' 계획까지 설명했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갑자기 돌연 입장을 바꿔 법무장관을 사퇴해버렸습니다. 역사적인 수준으로 거대한 촛불이 켜져 검찰의 압박을 이겨내라고 많은 국민이 응원하던 와중에 나온 사퇴발표라 많은 국민들은 혼란스러워했습니다. 사퇴 하루 전인 2019년 10월13일 국회에서 진행된 당정청 회의에서 "검찰 개혁을 적당히 끝내선 안된다"며 직접 으름장을 놓았던 조 장관이었기 때문에 더욱 뜻밖의 사퇴발표였습니다.


저는 조 전 장관에게 취재한 내용을 설명하고 답을 들으려 했지만 그저 "지금은 밝힐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만 받았습니다. 사전 취재 내용에 대한 크로스체크가 워낙 탄탄했기 때문에 조 전 장관의 답변이 없더라도 보도에 큰 무리는 없었지만 그래도 저는 조 전 장관에게 어떤 식으로든 설명을 들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은 부인도 긍정도 하지 않는 애매한 태도만 보였습니다. 정치를 선언했기 때문에 일견 이해가 되기도 했지만, 역으로 정치를 선언했기 때문에 실망스런 태도이기도 했습니다.


조 전 장관을 흔들어대었던 이들이 윤석열 검찰 외에 또 누가 있었는지 그는 끝내 밝히지 않을 듯 보이는데, 이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엇갈릴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내년 총선은 윤석열 정부 심판의 의미가 당연히 크지만 민주당 개혁을 위한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만 검찰 개혁을 외치고 뒤에서는 검찰과 야합해 수시로 민주당을 흔들어 대는 민주당 의원들은 더이상 공천을 받아선 안됩니다. 많은 민주시민들은 윤석열 검찰 심판과 소위 수박세력에 대한 심판을 함께 벼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 전 장관은 유독 후자의 주제에 대해서는 침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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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지난달 9일 조국 전 장관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산 회동


■ “응답하라, 조국 장관! 당신의 경험은 민주시민들의 공공재” 


조 전 장관을 응원해온 한 명의 시민이자 그가 법무장관 때 겪었던 일에 대해 취재해온 기자로서 조 전 장관께 공개적으로 두 가지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조 전 장관이 겪은 일은 영원히 무덤까지 갖고가야 할 '개인의 에피소드'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검찰 개혁을 염원해온 국민들이 위임한 행정 권력으로서의 공공재 같은 경험이 되어야 합니다. 당시 조 전 장관을 흔들었던 세력이 누구인지 국민은 소상하게 알 권리가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 이재명의 민주당 체제도 뒤에서 흔들고 있는 것으로 강력하게 의심됩니다.


둘째는 조 전 장관에 대한 응원 역시 조건부라는 점입니다. 많은 민주시민들이 이재명 대표 체제의 민주당을 응원하는 것이 조건부인 것과 마찬가입니다. 우리 사회 각종 개혁을 반드시 완성시킨다는 그 약속에 대한 실천으로서의 조건 말입니다. 이재명 대표가 받고 있는 각종 고난과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국민의 응원은 조국 장관이 겪은 것과 그 본질이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 전 장관 역시 이재명 대표처럼 선명한 정치를 구가해야 합니다. 민주당 안팎 정치 이너서클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조국 신당'은 앞으로 검찰 개혁을 위해 어떤 로드맵을 갖고 있고 이를 위해 어떤 세력들과 손을 잡을 것이고, 현재의 민주당과는 어떤 관계를 가질 것인지 조 전 장관은 밝혀야 합니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의 공과 과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합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검증에 실패한 것은 모두 내 책임"이라는 식의 설명은 구체적이지 못합니다. 문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하는 이벤트 하나만으로 자연스럽게 국민이 조 전 장관을 응원할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면, 너무 안일합니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민주당의 주인은 민주당원이고, 주권자는 국민입니다. 조 전 장관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촛불 혁명을 계승하여 국민이 위임한 권력으로 행정력을 행사한 대리인입니다. 문재인 정권이 끝난지 2년이 다 되어가도록 주권자는 대리인들로부터 아직 구체적 설명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저 다시 '우리를 믿고 표를 달라'는 주문만 해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 국민에게 소상한 보고를 먼저 하셔야 합니다. 그게 '민주주의 촛불 정신'입니다.


다소 경박해보일 수 있지만 아래의 문장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응답하라. 2019년의 조국 장관이여. 응답하라. 2024년 정치를 시작하는 조국이여!'



저는 앞으로도 민주당 안팎에 암약하고 있던 겉다르고 속다른 정치인들에 대한 취재와 폭로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게 민주 시민이자 기자로서 저의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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