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 인권 “마약중독자가 아니라 마약중독 피해자라고 불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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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352회 작성일 19-07-04 19:25본문
각종 약물 중독자들이 전문가들과 함께 시민단체를 만들고 우리 사회에 마약 정책 변화를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섰습니다. 바로 <약물중독자의 회복과인권을 위한 회복연대>입니다. 대충 이런저런 소식을 들으셨겠지만, 제가 발기인중 한명입니다. 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오래 역할을 해온 윤현준 교수와 함께 말이지요. 이외 약물 중독자들과 종교인, 사회복지사 등이 이 단체에서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그간 마약 중독자들의 시민단체조차 없었습니다. 공무원 중심의 관변단체인 마약퇴치운동본부가 전부였습니다. 이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마약 정책은 마약 중독자를 어떻게 회복시킬까가 논의에 중심에 선 적이 없습니다. 그저 마약 확산을 예방하고 마약 중독자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격리시킬 것에만 초점을 둔 제도가 있었습니다.
저는 제가 직접 우연한 경로로 중독자의 길을 걷게 된 뒤 마약 중독자들이 이 수십년간 완전히 잘못된 마약 정책 탓에 어떤 고통에 내몰려왔고 지금도 그 고통을 못이겨 극단적인 선택을 반복하며 삶과 죽음의 경계 앞에서 갈등하며 사는지 알게되었고, 직접 체험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행동하기로 했습니다. 연구하기로 했습니다. 시끄럽게 떠들기로 했습니다. 이것이 더 이상 마약 중독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지 않고 우리 사회가 함께 건강을 회복하고 살 수 있는 길이라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중독회복연대’를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행동탐사언론 <리포액트>는 인간 회복에 중점을 둔 마약정책을 연구하고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기획 기사를 연재할 것입니다. 계속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단 먼저 지난 2019년 6월27일 회복연대 회원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가진 ‘마약퇴치의날’ 거리행동의 소식부터 뒤늦게 전하겠습니다. 이날은 유엔이 정한 세계마약퇴치의날이었습니다.
이날 회복연대 회원이자 중독자인 이동욱(48)씨는 직접 거리에 나와 견해를 밝혔습니다.
“마약은 정말 나쁩니다. 사람을 갉아먹고 죽게 만드는 약입니다. 이 약에 중독된 사람은 범죄자라기보다 환자에 가깝습니다. 마약 문제 해결의 첫걸음은 중독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회복의 지원입니다.”
마약 중독자가 거리에서 이러한 주장을 공개적으로 펴는 것은 대단한 용기입니다. 이동욱씨는 그러나 지난 20여년간 마약 때문에 고통받으면서 수차례 감옥을 왔다갔다 하면서 대체 왜 이렇게 마약으로부터 벗어나 회복되기 어려운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중독자만 회복을 위해 발버둥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마약 중독은 질병임을 깨닫고 회복의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을요.
다행히 이동욱씨는 수년전부터 각고의 노력 끝에 중독으로부터 회복된 삶을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제2의 이동욱, 제3의 이동욱이 계속 나오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처벌이 아닌 회복에 중점을 둔 마약 정책을 마련해애 한다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거리로 나선 것입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이날 한상희 서울시 인권위원회 위원장(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기자회견에 함께 했습니다. 한상희 교수는 새로우면서도 뜻깊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마약중독자 역시 마약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입니다. 우리 헌법은 국민의 안정과 행복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마약 중독자는 그 행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에서 제외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마약 중독자를 마약 중독 피해자라고 불러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진설명.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가 마약중독 정책 변화를 촉구하는 서명에 참여하고 있다.
사실 마약 중독자들 스스로도 자신을 피해자라고 인식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마약 투약이라는 범죄를 저질러 부끄럽고 숨기에 급급했지요. 그러나 헌법학자이자 국민의 인권문제를 앞장서 연구하는 교수가 이런 이야기를 하니, 정말 놀랍고 새로운 지적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윤현준 교수는 이런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한국은 마약청정국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표 아래 마약 중독자를 그저 교도소에 가두고 출소 뒤에서 투명인간으로만 취급해 사회복귀를 막습니다. 마약 중독자가 중독을 치료하고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환자가 왜 교도소에 있어야 합니까.”
중독회복연대는 이날 기자회견과 함께 정부가 시행하는 처벌중심의 마약 중독 정책을 치료 중심으로 전환하라는 대국민 서명운동을 진행했습니다.
구체적 내용은 △정부 및 국회의 마약 중독 치료 예산 확충 △처벌 위주에서 회복을 위한 정책으로 전환 △검찰과 경찰 등 사법 당국의 인권침해 관행 개선 △국가인권위원회의 마약중독자 인권침해 실태조사 촉구 등입니다.
이날 마약퇴치운동본부의 마약퇴치의날 기념 행사보다 언론은 중독 회복연대의 뜻깊은 발걸음을 더욱 크게 보도했습니다.
서명운동과 기타 행동의 소식은 다음 기사로 다시 전하겠습니다.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기자 repoac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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