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반 [단독] 명태균에게 건네진 당원자료 입수...국힘 대선 캠프 관계자 “안심번호 자료로도 여론조작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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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376회 작성일 24-10-31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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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2021년 10월 15일 윤석열·홍준표·유승민·원희룡 캠프에 배부된 57만여 명 국민의힘 책임당원 및 전당대회 대의원 명부. 0503으로 시작되는 안심번호 명단에는 김**, 이** 등으로 비실명처리된 이름과 함께 '남성, 서울, 종로구' 등 각 번호의 성향을 알 수 있는 정보들이 있다. 2024.10.30. 익명 제보자 제공
 




캠프 관계자 "안심번호여도 조작 가능" 직접 시연

명태균 받았다는 국힘 당원 57만명 명단 실체

"로그 파일만 있으면 안심번호로도 성향 파악"

"지역서 받은 실제 명단과 대조하면 거의 맞춰"

"정답 알고 여론조사 형식만 빌려 추세 만들어"

"이준석 '안심번호'라고 해명했다지만 옹색해"

조사 전문가 "원시적이지만 가장 악질적인…"

"2%든 5%든 조작 가능…실제로 적발되기도"


명태균 씨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직전 57만 명 규모의 당원 명단을 확보해 윤석열 후보를 위한 여론왜곡 조사를 시행했다는 의심을 사는 가운데,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이 명 씨가 입수한 것과 같은 자료를 입수했다. 해당 자료를 분석해보니, 안심 번호 당원 명단만으로도 누가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충분히 파악되도록 추가 분석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유출된 당원 명부가 안심 번호로 돼있기 때문에 문제 될 소지가 없다"는 취지의 해명을 했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명 씨가 정확히 여론조사를 어떻게 진행했는지는 추가적인 파악이 필요하지만, 국민의힘 개별 당원들의 후보 지지 성향을 파악하고 그 자료를 기반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워치독>이 접촉한 한 국민의힘 대선 경선 캠프 출신 관계자는 "당에서 준 자료가 너무 세부적으로 제공됐다. 안심 번호만으로도 당원들의 투표 성향을 예측해 실제로 맞춤형 선거운동을 했다"며 "명태균 같은 업자들이 여론조사 조작을 하기에 너무 좋게 자료가 제공됐다"고 말했다.


■캠프 관계자가 시연한 '여론 만들기' 기법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ㄱ후보 캠프 참모이자, 경선 뒤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에서도 활동한 ㄴ씨는 30일 탐사보도그룹 <워치독>팀과 만나 2021년 10월 15일 국민의힘이 각 후보 캠프에 제공한 57만여 명 안심번호 당원 명단 자료를 공개했다. 명단이 언론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 10월 8일 국민의힘은 경선을 거쳐 최종 라운드에 진출한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등 4명의 후보에게 이 자료를 제공했다고 한다. 


ㄴ씨는 "당에서는 공정하다고 하지만, 명태균 같은 선수가 있다면 여론조사 조작을 할 수 있는 구조의 자료가 제공됐다"면서, 대선 경선 당시 국민의힘 자료로 어떻게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을 만들 수 있는지 시연했다.


ㄴ씨가 공개한 '0503'으로 시작하는 안심번호 명단을 보니 김**, 이** 등으로 비실명처리된 이름과 함께 '남성, 서울, 종로구' 등 각 안심번호의 성향을 알 수 있는 정보들이 있고 그가 책임당원인지 전당대회 대의원인지 여부까지 자세하게 알 수 있도록 구분돼 있었다. 이 덕분에 해당 안심번호 주인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 성향인지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ㄴ씨는 "ㄱ후보 캠프의 경우, 제공된 자료를 토대로 57만 당원을 지역별로 나눈 뒤, 15초 분량의 지지 호소 사전 녹음 전화를 걸었다. 첫 마디에 'ㄱ후보입니다, 저를 선택해주세요'라는 식으로 보내면 1~2초 만에 끊는 사람, 5초 정도 듣고 끊는 사람, 5~10초 정도 듣는 사람, 15초 모두 듣는 사람 등으로 구분해 나눌 수 있게 된다"며 "지지 호소 전화를 의뢰한 업체를 통해 이 '로그 기록'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받은 기록에 ▲'15초 구간'은 우리 지지자 (A그룹) ▲'5~10초 구간'은 조금 관심있는 사람들 (B그룹) ▲'5초 구간'은 관심은 있지만 투표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 (C그룹) ▲'1~2초 구간' 후보 반대자 (D그룹) 등으로 나누었다"면서 "막판엔 사람까지 써가면서 여론조사를 하는데, 여기에 특정 후보에 부정적인 D그룹을 빼고 A, B나 C 그룹의 사람들만으로 여론조사를 돌리면 (수치를) 올릴 수 있다"며 안심번호 명단의 맹점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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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2021년 10월 실제 국민의힘 대선 경선 캠프에서 활용된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명단. 현역 의원 현황과 기초자치단체장 현황까지 나와있다. 2024.10.30. 익명 제보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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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2022년 2월 28일 대선 면밀조사 결과 보고서 원본 자료(로우 데이터). 여론조사 원본 데이터에는 응답자 전화번호, 응답자별 통화 시작 시각과 종료 시각, 지지 후보자 등에 대한 응답 결과 등 민감정보가 코드화돼 담겨 있다. 명 씨는 2021년 10월 국민의힘 경선 당시에도 이와 똑같은 지지성향 분석을 했다. 2024.10.30.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실 제공.




■"이준석 변명 옹색…안심번호 의미 없어"


ㄴ씨는 실제 명단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경선에서 (명단을 활용하도록) 20일을 주는데, 여기에 함정이 있다"면서 "받은 명부에 비록 당원 이름은 없지만 시·군·구까지 표시돼 있다. 우리 후보와 가까운 당협위원장으로부터 이름이 적시된 당원 명부를 받는데, 이걸 가지고 앞서 진행한 지지 호소 전화의 로그 기록 분석 작업과 매칭하면 20일 내에 누구인지까지 특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번호들은 경선 기간 유효하게 사용할 수 있고 20일이면 통상은 3~4차례, 많게는 5차례 이상 조사가 가능하므로, 당원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지지 성향' 등 당원들의 민감 정보가 거의 파악이 된다는 의미다. 안심번호를 당원명부에 적용하는 것은 익명성을 유지하는 게 본질이지만, 사실상 어떤 당원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파악 가능하다는 것은 본래 취지를 왜곡하는 결정적 취약점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일반 여론조사는 사용한 번호를 바꾸지만, 당 경선에서는 20일 동안 바꾸지 않기 때문에 명단을 가지고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해진다.


ㄴ씨는 "조사할 때 1번 윤석열, 2번 홍준표만 듣고 끊는데, 몇 초인지가 정확히 확인이 된다. 1번을 듣고 끊으면 윤석열, 2번 듣고 끊으면 홍준표다. 이런 식으로 한 단계 거르고, 연령별이나 지역별 등도 이런 식으로 거를 수 있다"면서 "57만이라는 숫자는 정규분포에 수렴하기 때문에 거의 (실제와 가까운 데이터가) 취합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속했던 캠프에서 이런 방식으로 득표수를 사전에 계산했는데 결과적으로 500표 이내의 오차만 보였다”고 전했다.


ㄴ씨는 "(상대적으로 지지도가 떨어졌던) ㄱ후보 캠프도 이 정도 데이터는 뽑았는데, 대세론이 있었던 윤석열 캠프에는 줄을 선 의원들이 가장 많았기 때문에 실제 당원 명부를 통해 거의 (경선 결과를) 비슷하게 맞혔을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답을 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여론조사라는 형식을 통해 '추세'(윤석열 대세론)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당에서 준 자료가 너무 세부적으로 제공됐는데 명태균 같은 업자들이 여론조사 조작을 하기에 너무 좋게 만들어졌다"며 이준석 의원이 '안심번호로 돼 있기 때문에 문제될 소지가 없다'는 취지로 해명한 데 대해 "본인이 살려고 본능적으로 해명했을지 모르지만, 옹색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실제 당원 명부에 드러났던 '대선 성향 파악'


실제 ㄴ씨가 말한대로 명태균 씨는 57만 명 안심번호 당원 명부로 비공표 여론조사를 하면서 당원들의 정보를 추출했던 것으로 보인다. <CBS 노컷뉴스>가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미래한국연구소의 미공표 여론조사 분석 내용에 따르면, 당시 명 씨가 로그 기록을 통해 당원의 '지지 성향' 등 민감 정보를 추출한 정황이 드러난다.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대선 경선 당시 명 씨는 2021년 10월 19~20일 11만 7829명을 상대로 1차 조사를 실시해 3450명의 답변을 받고, 이어 21일 하루 동안 2차 조사를 통해 13만 9156명 중 5044명의 응답을 받았다. 그리고 실제 8494명의 정보를 코드화해 입력했다. 가령 50대-여성-서울-윤석열 지지자의 경우, 설문을 듣고 ⑤50대, ②여성 ①서울 ④윤석열을 휴대전화에서 누를 경우 '5:2:1:4' 등으로 분류한 것이다.


해당 정보는 경선 기간 동안 한정해서 유효한 선거 정보로 사용될 수 있었던 만큼, ㄴ씨 증언대로 분석된 '지지 성향'을 바탕으로 여론조사를 한다면 누가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지 분석해 선거운동이나 여론 조작에 얼마든지 쓸 수 있는 것이다. 미공표 여론조사더라도 온라인을 통해 흘렸다면 얼마든지 현행법상 위반 소지가 있다.


언론에 공개된 명태균 녹취록을 보면, 실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8인 중 4인으로 추리는 2차 경선이 진행되던 2021년 9월 29일 명 씨는 강혜경 씨와의 통화에서 "윤석열이를 좀 올려갔고 홍준표보다 한 2%(포인트) 앞서게 해주이소. (중략) 응답하는 그 계수 올려갖고 2~3%(포인트) 홍(준표)보다 (윤이) 더 나오게 해야 됩니다"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김성진 기자 (민들레) (뉴시스 이직), [2024-10-31 오후 12:17]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워치독>과 한 통화에서 "무작위 추출한 리스트에 이미 (성향 등이) 파악된 데이터를 얹어서 조사하는 방식이 원시적이면서 악질적인 방법인데, 실제 이러한 기법을 사용하다가 적발돼 벌금을 받은 여론조사업체도 있었다"면서 "명태균 씨가 강혜경 씨와 통화에서 2% 이기게 하라고 했다는데, 실제 5% 이길지 10% 이길지 조절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당이 제공한 명단과 관련해서도 "당에서 명단을 통신사에 의뢰해 가상번호로 바꾸는데, 명단 테이블은 똑같고 핸드폰 번호만 가상 번호로 바뀌기 때문에 당에서는 누구인지 식별이 가능하다"며, 당의 안심번호 명단의 허점을 지적했다. 그는 "명 씨 같은 외부인에게 당원 명단을 유출해 경선, 홍보 외에 사용했다면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했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워치독>은 이 의원과 명 씨에게 당원 명부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혹에 대한 답변을 들으려고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김성진·허재현·조하준 기자 watchdog@mindlenews.com


☞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은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 시민언론 민들레 김성진 기자,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가 만든 권력 감시 공동 취재팀이다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 기자 repoac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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