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죽이기 수년간 수사했는데 ‘없던 증언’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재명 조작 수사’ 대비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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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21,763회 작성일 22-10-12 15:33본문
'음모론적 가설'은 탐사취재의 주요 방법중 하나
음모론을 경계합니다. 음모론은 사안의 본질을 흐트러뜨리고 대안 마련에도 방해가 됩니다. 다짜고짜 '투표소에서 부정선거가 일어났다'는 따위의 주장 등이 우리 민주주의를 좀먹는 음모론입니다.음모론 그 자체가 결론이 되어선 안됩니다.
그러나 음모론적 가설은 취재의 중요한 방법론중 하나입니다. 허재현 기자가 직접 밝혀낸 '서울시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취재도 음모론적 가설에서 시작됐습니다. 유우성씨가 간첩이라는 증거로 검찰이 제시한 문서가 아무리 봐도 이상했습니다. 국정원과 검찰이 증거 조작에 가담했다는 음모론적 가설을 세우고 취재에 나섰었습니다. 결국 그 가설은 취재로 입증되었습니다. 음모론은 경계하되, 의혹의 뿌리가 되는 가설은 끊임없이 세우고 입증해가는 것이 탐사취재의 기본입니다.
제가 '음모론과 저널리즘'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내는 것은 지금부터 음모론적 가설 하나를 우리 사회에 던질 것인데, 오해 안하셨으면 해서입니다. 저는 음모론 추종자가 아닙니다. 다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 관련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이 조작수사를 할 수 있다는 경각심까지 버려서는 안된다는 말을 하려는 것입니다. 기자로서 이런 우려를 전해야 한다면, 결국 그건 저밖에 없을 듯 합니다. 저를 비판하셔도 됩니다. 다만, 한번쯤은 경청해보시기 바랍니다. 뭔가 이상합니다.
[사진설명]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없던 진술이 윤석열 정부 들어서자 갑자기 나타났다'고 실토한 경찰
국정감사 때 '성남FC 사건'에 대한 국가수사본부장의 답변이 좀 이상했는데, 언론이 가볍게 지나간 게 하나 있습니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7일 국정감사에서 ‘기존 불송치 결정이 뒤집힌 이유가 무엇이냐'는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두산이 집행한 광고비 50억원에) 대가성이 있다는 진술을 (새로) 확보했다. 청탁과 대가성에 대한 진술에 새로운 변화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집중해서 보셔야 할 단어는 '진술'입니다. '물증'이 아니라 '진술' 이라는 단어입니다. 수사를 계속 하면서 새로운 물증을 확보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니까 압수수색도 하고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번에 경찰은 물증 대신 새로운 진술을 확보했다고 합니다. 왜 그렇게 이 사건 오랫동안 수사했던 경찰이 물증 대신 진술에 집착했을까요.
그리고 또하나 집중하셔야 하는 표현이 '진술의 변화'입니다. 그러니까 '성남FC 사건'에서 경찰이 새로운 증언자를 찾아낸 게 아니라 기존 참고인이나 피의자가 과거와는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이걸 가볍게 넘기면 안됩니다.
과거에는 '제3자 뇌물 사건'이 아니라고 진술한 사람들이 윤석열 정부 들어 '제3자 뇌물 사건이 맞다'고 진술했다는 겁니다. 대체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심경의 변화는 그렇게 간단하게 벌어지는 게 아닙니다. 과거처럼 고문수사 같은 건 없었겠지만, 무언가 정신적으로 버틸 수 없는 수준으로 고강도의 압박같은 게 있지 않은 이상 같은 사람이 이렇게 진술을 바꾸는 건 흔하지 않습니다.
경찰은 정확히 이 사건 수사과정에서 누가 진술을 바꾸었는지 설명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건 재판이 시작되면 금방 드러날 것입니다. 다만, 추측 가능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피의자로서는 이번에 이재명 대표보다 앞서 기소된 두산 건설의 임원, 참고인으로서는 곽선우 전 성남FC 대표입니다.
두산건설의 임원은 언론 접촉을 피하고 있기에 이분이 어떤 입장인지 현재로서 알 길은 없습니다. 그러나 두산에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증언을 새로운 물증이 드러난 것도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바꾼다? 그것도 두산건설의 임원이? 이상하게 보이는 건 저뿐입니까? 만약, 두산건설 임원이 진술을 바꾼 게 맞다면, 검경의 압박 수사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검찰에 불려가 10시간 시달린 뒤 태도가 바뀐 곽선우 전 성남FC 대표
2015년 성남FC 대표를 지낸 곽선우 변호사도 이상합니다. 과거 경찰 조사에서는 안하던 주장을 검찰 수사를 받고 나오더니 갑자기 언론에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지난 9월24일 곽 전 대표를 불러 10시간 넘게 조사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사흘뒤인 9월 27일 <JTBC> 기자를 만나 "민원 해결해주면서 후원금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피의자도 아닌 참고인이 검찰에 불려가 하루 종일 시달렸는데 사흘만에 언론사 인터뷰에 응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입니다.
관록있는 기자들은 다 압니다. 검찰에 불려간 참고인이나 피의자는 언론 인터뷰를 꺼립니다. 일단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있는 데다, 괜히 언론에 뭘 잘못 얘기해서 인생이 더 고달파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곽 전 대표는 정 반대의 행동을 합니다. 갑자기 검찰 수사를 돕는 걸 너머 언론의 취재에도 적극적이 되었습니다. 검찰에 뭔가 잘 보여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도무지 의아한 모습입니다.
곽 전 대표의 직업은 심지어 변호사입니다. 제3자 뇌물죄에 대해 누구보다 이해도가 높은 사람으로서 '성남시장이 2015년 기업 민원 해결해 주면서 성남FC에 기업 광고를 유치'하는데 그걸 그냥 보고만 있었다는 겁니다. 왜 그 때는 가만 있다가, 아니 경찰 수사가 시작된 수년 전에도 가만 있다가, 왜 이제서야 법조인으로서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인지 이상합니다. 곽 전 대표는 2016년 국민의당에 입당해 더불어민주당과 경쟁해왔습니다. 곽 전 대표의 변화하는 주장들에 정치적 뒷배경을 의심하는 것이 과연 무리일까요. 지난 몇개월간 대체 곽 전 대표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의심하는 것이 무리일까요.
'조작 수사' 폭로 있을 때마다 주목받은 엄희준 검사...이재명 사건에서도 실력 발휘?
이준석 전 코마트레이드 대표의 폭로를 떠올려야 합니다.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것 때문에 징역형을 선고 받고 수감하고 있던 도중 검찰에 불려가 자신의 사건과 아무런 상관 없는 이재명 대표에 대해 '아는 대로 털어놓으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지난해 9월 이준석 전 대표는 <KBS>에 폭로한 적 있습니다.
계속된 압박에도 이 전 대표가 굴하지 않자 검사는 “내가 우습게 보여? 당신 내가 탈탈 털어서 최하 15년 이상 살게 해줄게. 당신 와이프, 형, 엄마, 내가 싹 다 공범으로 구속시킬 거야. 당신 회사도 탈탈 털 거고 매스컴도 타게 해줄게”라고 노골적인 압박을 했다고 한 그 보도 기억들 하실 겁니다.
문제는 이런 경악할만한 일들이 이 전 대표에게만 벌어진 게 아니라 검찰 내부에서 흔하게 벌어졌다는 것입니다. 2010년 '한명숙 사건'에서 고 한만호씨가 "위증 교사를 강요했다"고 폭로했는데 그때 한 씨를 직접 수사했던 검사가 엄희준입니다. 엄희준 검사는 한동훈 검사와 함께 2016년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에서 근무했다가 2019년 8월 대검 수사지휘과장을 거친 뒤 2020년 수원지검 산업기술범죄수사부장으로 재직하며 라임사건을 수사했습니다.
수원지검에서 수사를 받던 김봉현씨가 2020년에 한 폭로를 기억해야 합니다. 구치소를 찾아온 이주형 변호사(전 검찰)가 “강기정만 잡게 하자. 그러면 검찰이 보석으로 풀어준다고 한다”고 그를 설득했다고 한 폭로 말입니다. 라임 사건 로비는 국민의힘이든 민주당 인사든 구분 없이 진행된 듯 한데, 검찰은 유독 민주당 인사들의 비리에 대해서만 캐려 했다는 그 폭로 말입니다. 이주형과 엄희준은 친분이 두터운 사이입니다. 김봉형씨 압박의 뒷배경에 엄희준 검사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때 추미애 법무장관에게 자신의 옆에 두어달라고 인사 요청을 한 검사 명단 중에 엄희준도 있었습니다. 다만, 추 장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엄희준 검사는 창원지검으로 내려갔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합니다.
현재 이재명 관련 온갖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인물이 바로 엄희준 서울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장입니다. 한명숙 사건, 라임 사건에서 증언조작 의혹의 배후에 엄희준 검사가 있었는데 이재명 사건 수사에서도 없던 증언이 새로 나오고 있고 하필이면 이번 수사 책임자도 엄희준 검사입니다. 이걸 가볍게 여겨선 안됩니다.
민주당은 긴장 해야 합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는 시작부터 정치적이었고 그 결말도 정치적으로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아무리 유능한 변호인들이 재판정에서 이 대표를 잘 변호해도 법의 논리만으로 사건이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검찰의 조작수사를 막는 건 판사가 할 일이 아닙니다. 국회의 권한으로 막아야 하고 그건 민주당의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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