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터뷰인터뷰 '허문사' 2회 초대손님 이명재 민들레 대표 “촛불집회 취재가 진영주의라 생각하는 자체가 진영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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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3,415회 작성일 23-06-2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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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저널리즘’이라는 주제로 이명재 <시민언론 민들레> 대표와 함께 2023년 6월25일 ‘스튜디오 더탐사’에서 허문사(허재현과 문희정이 만난 사람들) 2회 공개방송이 있었다. 


방송을 주최한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기자는 “제가 다양한 방송을 하고 있지만 허문사는 많은 치유를 받는 시간입니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초대 손님의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될까? 지금 나는 어디쯤 와 있을까?’를 스스로 생각하게 되는 방송이어서 소중한 시간입니다”라며 첫 방송 소회를 밝혔다. 이어 “다른 방송에서는 할 수 없었던 민들레 이명재 대표의 개인적인 부분과 민들레에 대한 인간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아래는 이명재 대표와 '허문사' 출연진들간의 주요 대화 일문일답.


-이명재 그는 누구인가? 본인 소개를 간단히 해 주신다면요?

=저는 사회생활의 시작을 언론인으로 시작했지만 30년 사회생활을 전적으로 언론인으로서만 살아온 것은 아닙니다. 2/3 정도는 언론계 쪽에서 나머지 1/3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했습니다. 지금은 민들레를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대안이자 대항 언론을 만들어 나가고자 시민들과 함께 민들레가 세상을 바꾸는 하나의 중요한 방편이 되도록 충실하게 저의 역할을 다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민들레 대표를 맡게 된 과정을 설명해 주세요.

=민들레에서 일하고 있는 에디터들의 기자 경력을 합하면 아마 500년이 넘을 겁니다. 다른 언론사에서 최소한 20년 길게는 40년간 기자 생활을 했던 분들이 모였습니다. 그동안 기자 생활을 하면서 채우지 못했던 허기 같은 것들이 쌓여왔던 시간이기도 하죠. 그 채우지 못한 것들을 민들레에 와서 찾아보겠다고 하는 마음들이 모였기 때문에 서로 간에 긴말이 필요 없고 눈빛만으로도 많은 것이 통합니다. 작년 6월 23일이 강진구 기자가 ‘시민언론 더탐사’라고 하는 방송과 함께 활자 매체를 한번 만들어보자는 얘기를 처음 한 날입니다. 강진구 기자가 경향신문 선배이신 강기석 고문께 먼저 제안을 했고 그 제안을 받은 강기석 고문께서 저한테 얘기를 하셔서 시민 언론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준비를 했고 11월 15일 창간되기까지 5개월이 걸린 거죠. 민들레에 많은 선배들이 계시지만 제가 민들레를 대표한다기보다도 시작 단계에 깊숙이 참여했던 사람으로서의 책임을 좀 더 하라는 요구라고 생각합니다. 


-‘민들레’라는 이름에 담긴 특별한 뜻이 있나요?

=다양한 이름들이 많이 나왔지만 다수의 동의를 얻는 이름이 나오지 않았는데 김성재 에디터가 ‘민들레’라고 하는 이름을 내놓는 순간 거의 만장 일치에 가까운 동의를 받았어요. 민들레는 우리 곳곳에 피어 있습니다. 매우 약해 보이지만 또 매우 강하죠. 민들레라고 하는 풀은 우리 민초들과 애환을 같이 한 어떻게 보면 우리 서민들 하나하나가 민들레인 거죠. 민들레를 독일어로 ‘löwenzahn (뢰벤짠)’이라고 하는데요, ‘löwen(뢰벤)’은 사자를 뜻하고 ‘zahn(벤)’은 치아, 이빨을 뜻합니다. 민들레 잎의 모양이 톱니바퀴 같은 사자의 이빨 모양입니다. 사자의 이빨과 같은 강인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민들레가 직장으로서도 굉장히 매력적인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민들레 기자님들의 급여는 어떤가요?

=어떤 일이건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인적, 물적 기반이 필요합니다. 김성진 기자나 박승철 기자처럼 기존의 언론사를 박차고 나와 민들레에 합류한 기자들이 있습니다. 이런 기자들을 볼 때 기자들에게 민들레가 매력적인 일터가 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열성과 의지만 가지고 생활이 되는 것이 아니겠죠. 기존에 받던 급여의 절반도 안 되는 최소한의 기본급이지만 어떤 차등을 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해서 저희 민들레 기자들의 급여는 대표와 신입 기자들을 비롯해 모든 편집국 직원이 다 똑같이 받고 있습니다. 


-현재 민들레 정기 후원자는 몇 명 정도인가요?

=일만 명의 월 만원 정기후원자를 모으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운영이 될 수 있는 그럼 물적인 토대가 됩니다. 현재 창간 7개월을 넘긴 상황인데 감사하게도 지금 6000명 정도 후원을 하고 계십니다.

 

-요즘 대부분의 기자들이 보도 자료나 연합뉴스를 그대로 베껴서 똑같은 기사가 수백개씩 나오고 있는 현실인데 이런 현상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보도 자료를 그대로 인용하는 것은 진짜 언론이라고 볼 수가 없죠. 한국 언론이 많은 불신을 받는 나라가 된 원인은 권력이 항상 말과 글을 독점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언론의 자유는 언론사의 자유가 아닌데 언론사들이 그 뜻을 오해하고 있어요. 기자는 기자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자기 질문을 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게을러지고 나태해져서 지배 권력과 기득권이 지배하는 쪽으로 따라가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작은 성공이나 승리의 경험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 승리의 경험을 확인할 때 많은 사람들이 그 성공의 사례를 보고 모이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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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재 대표님의 개인으로서의 삶이 궁금합니다. 

=전공은 사회학입니다. 졸업을 하고 처음 일한 곳이 동아일보입니다. 80년대 중반 졸업을 앞둘 무렵이 한겨레 신문이 자리 잡아나가는 시점이었습니다. 저도 한겨레 신문사에 들어가기 위해서 준비를 했었는데 실패를 했어요. 당시 언론사 입사 마감 나이가 27세였는데 그 때 동아일보에 입사를 했습니다. 당시 많은 언론사들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는데 상대적으로 동아일보는 그런 것과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지원을 했고 운 좋게도 합격을 했습니다. 입사 5년 뒤 결혼을 했고 그 후 5년 뒤 동아일보를 나오게 됐죠. 당시 동아일보가 이해가 안 갈 정도로 망하는 길로 스스로 들어가더라고요. 내부에서 개선의 목소리와 노력이 있었지만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상당수 사람들이 동아일보를 떠나게 되었는데 저도 그중에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후 생각지도 못하게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을 하는 공무원이 되었어요. 2009년 이명박 정권 1년 뒤였는데 국가인원위원회를 아주 하찮은 기관으로 만들려고 방해를 많이 해서 저는 차라리 국가인원위원회가 있어서는 안 되겠다, 오히려 없어져야 되겠다라는 생각까지 들던 시기였어요. 그런데 마침 저더러 나가라고 하는 얘기를 들었어요. 외형으로는 타의에 의한 해직이었지만 속으로는 내가 이 기관에서는 신명나게 일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오히려 한편으로는 고맙다는 생각까지 했었어요. 그 후에는 아시아 경제라고 하는 신문사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아시아 경제라는 신문사는 1대 주주가 회사 운영을 잘못된 방향으로 해서 내부 구성원들이 저항을 해 결국은 1대 주주를 몰아내고 사원들이 자주 관리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주주를 몰아낸 편집국장이 대학 선배였는데 같이 일을 해보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동아일보를 그만둘 때 언론계에서 다시는 일을 하지 않으려고 생각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고사를 하다가 나중에 입사를 했습니다. 제가 이런 얘기를 자세히 하는 이유는 아시아 경제 신문이 이런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괜찮은 언론사가 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는데 결국은 4년 정도 지난 다음에 경영진이 외부로부터 영입을 해 온 대주주가 아시아 경제 신문을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해서 그 때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경제지로서 상당히 좋은 언론사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이 무산돼 버렸다는 점이 많이 아깝습니다. 약간의 공백기를 지나 연합뉴스 경영감독기구인 뉴스 통신 위원회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지금 민들레 상임 고문인 강기석 고문이 당시 이사장을 맡으면서 사무국장으로 같이 일을 해보자라고 제안을 해서 민들레 합류 전까지 일을 했습니다. 제가 민들레에 합류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1년 전 강진구 기자의 제안이 발단이 된 거지만 단지 그때 시작이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불가에 ‘인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은 직접적인 원인이고 ‘연’은 간접적인 여러 실타래를 거치며 쌓이는 것인데 제가 31년 전에 이런 언론사를 설립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고민들이 축적이 된 거죠. 직접적인 계기와 함께 아주 오래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사이기 때문에 특종도 있어야 하고 단독도 있어야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들레가 저널리즘으로부터 상처받은 시민들의 안식처 같은 공간으로의 기능도 잘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뉴스의 정의는 수백 가지 정의가 가능하지만 저는 뉴스라고 하는 것은 몰랐던 것을 알게 해주는 것, 이해할 수 없었는 것을 이해하게 해주는 것 그리고 잊고 있었던 것을 다시 환기 시켜 주는 것이 뉴스에 대한 하나의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종교가 주는 그런 위로의 기능이 있는 거죠. 신앙이 믿음에 이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심을 거쳐야 합니다. 의심을 거치지 않은 믿음과 치유는 공허한 것이죠. 이런 치유에 이르기 위한 의심을 제공해 주는 것이 언론이 해야 할 치유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민들레의 기사나 칼럼이 그런 남다른 치유의 역할을 조금은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고 더욱더 분발하겠습니다. 보이는 것의 이면에 있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려고 할 때 언론이 이런 것을 드러내 주어야 하는데 우리 민들레 기자들이 그런 역량을 대체로 갖추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권력이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것이 이름을 빼앗는 것입니다. 작년에 10.29 이태원 참사 사건에서 이런 문제가 생겼어요. 희생자들의 이름이 비공개 되었는데 그때 용기 있게 이름을 외쳐준 정의구현사재단과 민들레의 용기 있는 행동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람을 한 명, 두 명 셀 때 ‘명’(名:이름 명)이 바로 이름을 뜻합니다. 이름을 세는 겁니다. 이름이 사람인 것이죠. 희생자들의 명단 공개를 저희들이 100%의 확신 속에서 결정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부와 권력이 죽음에 대한 모독과 사태를 처리하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보인 은폐 행동을 보며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공개했는데 그만큼의 소득이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민들레에 대해 조금 안심하는 것은 시민사회에서 뿌리내리고 활동하는 기자들이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촛불집회 현장에서 부스를 치고 계속 시민들과 만나고 있는 유일한 언론사인데 집회 현장에 기자들이 나가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을 합니다. 많은 기자들이 기계적 중립이라는 오류에 빠져 있거든요. 내부에서 이것과 관련한 논쟁은 없었나요?

=촛불집회를 취재하는 것이 어떤 특정한 진영을 편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편향된 생각입니다. 그런 생각이야말로 극단적인 진영 논리이죠. 물론 우리가 촛불집회에 시민으로서 참여하는 것과 언론으로서 참여하는 것은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언론사 기자들이 최고의 덕목으로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객관적인 보도인데 완전한 객관 보도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사람의 눈과 시각, 인식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완전한 객관 보도가 불가능하다는 것에 대한 자기 인정이 있어야 더욱더 객관적인 보도가 될 수 있는 것이죠. 늘 이런 한계와 경계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개방송을 마치며 민들레 이명재 대표는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고 미디어 비평이라든가 시사 톡톡 방송에서는 하기 어려웠던 얘기들을 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출연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특별히 시청자들을 위해 ‘summer time’이라는 노래를 직접 부르며 방송을 마무리했다.



정리/정숙 <리포액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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