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죽이기 [취재후] 국토부 공문만? ‘성남시 압박’ 정부회의만 수십차례, 박근혜 ‘사생결단’ 발언까지...한성진 판사에게 다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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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438회 작성일 24-11-24 13:02본문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때 (백현동 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문제 관련)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국토부가 협박해왔다"고 한 국정감사장 발언의 근거가 된 자료를 저희 탐사보도그룹 <워치독>팀이 찾아내어 22일 세상에 알렸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의 총리실의 회의문건도 있었고, 박 전 대통령이 해당 사안으로 "사생결단"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회의를 주재했고, 국토부가 성남시에 공문을 보낼 즈음 국토부 등 기관이 35차례가 넘는 회의를 진행했던 기록 등도 폭로했습니다. 민주당이 즉각 기자회견을 열었고, 일부 언론이 저희 <워치독> 기사 내용을 타전하기도 했습니다.
취재에 나서기 전 한가지 가설을 세웠습니다. ‘국토부가 성남시에 보낸 서너차례의 공문만 있을 리가 없다.' 국토부가 이례적으로 서너차례 문건을 보내기까지의 과정이란 게 분명 있을 것인데 그게 제대로 세상에 드러난 적 없는 것 같다는 의심이었습니다. 상식적으로, 100만 도시의 지자체장이 "협박"이라고까지 표현했다면, 공문 몇개만 갖고 그랬을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저희 <워치독>팀은 국무회의 관련 자료, 성남시와 경기도청 전현직 공무원들, 국토부 등을 관할하는 국회 의원실 등을 최대한 접촉해 문건들을 확보하려 노력했습니다. 문건을 확보해 이런저런 분석을 해보는데 역시 예상대로 청와대 차원에서 성남시를 압박하려고 움직인 거대한 수면 아래의 흔적들이 저희들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내용들은 보도해드린 것과 같습니다.
이 보도가 나가고 나서 동료 선후배 기자들로부터 받은 공통의 질문이 있습니다. '대체 이 문건들이 1심 재판 때 왜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을까. 검찰이 됐든 변호인이 됐든 재판에 해당 문건들이 제출은 된 걸까. 판사가 너무 안일한 건가. 검찰이 악의적인가. 아니면 변호인들이 무능했던 것인가.'
글쎄요. 저희가 판사나 검사들을 만날 수도 없고 변호인과도 접촉한 적 없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관계는 잘 모르겠습니다.
추정컨대, 검찰은 문건을 확보하고도 제출하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까지도 제출하고 있지 않은 여러 문건들이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변호인단은 어떻게든 여러 증거를 확보해 제출하려 했을텐데, 변호사에게 압수수색 권한이 있지는 않지요.
저희가 입수한 것과 같은 것들을 확보해서 판사에게 제출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설사 제출했다 하더라도 한성진 판사가 너무 안일하게 판단한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판결문을 읽어보면, 한성진 판사가 '성남시의 자체 결정으로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했다'고 본 주요 근거로 “국토부는 2014년 12월 '성남시에서 알아서 판단하라'고 공문을 보냈고 2015년 1월 성남시는 내부 회의를 통해 용도변경을 잠정 결정했다"고 한 점 등이 눈에 띕니다. 즉, 한성진 판사는 2015년 1월 이전 최소 2년여 동안 성남시와 중앙정부 사이에서 벌어졌던 온갖 사건들에 대해선 너무 안일하게 판단해버린 것입니다.
행정결정이라는 게 어떤 것이든 중간과정이라는 게 있고 지자체장으로서 중앙정부에 대항한다 해도 그 한계라는 게 있고 또 타협의 과정이라는 게 있는 것인데, 어떻게 '국토부와 아무런 상관 없는 이재명 시장의 자체 결정이고 국토부 협박 발언은 거짓말이다'고 간단하게 평가할 수 있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됩니다.
2014년 12월 국토부가 성남시에 "알아서 판단하라. 의무사항 아니다"고 공문 보낸 것도 맞고, 성남시 내부 회의에서 2015년 1월 중순께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잠정결정을 한 것도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2015년 1월26일 다시 국토부가 성남시에 '용도변경 압박 공문'을 보낸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저희 워치독팀이 처음 찾은 팩트같은데, 2015년 1월18일 국토부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 기획국장이 식품연구원을 방문해 성남시를 압박한 사실 또한 확인됩니다. 그에 앞서 2015년 1월 국무총리실은 "국정과제 추진 부진하면 인적 문책하겠다"는 복무지침을 안행부와 경기도를 통해 일선 지자체에 내려보낸 것도 사실입니다. 식품연구원은 '(아파트 개발업자에게 땅 팔 수 있도록) 주거지역으로 변경'을 요구했으나, 이런 여러 압박에도 성남시는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하되, 알앤디 부지 기부체납'까지 받아가며 절충안을 찾은 것도 사실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재한 '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매각' 논의 회의에서 "사생결단" 발언까지 언급되었고, 2013년 7월 11일~9월 6일 사이 '(성남시 식품연구원을 포함한) 종전 부동산 매각 관련' 건으로 대통령과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 등이 주재한 정부부처 회의만 총 35회 열린 것도 모두 팩트입니다.
한성진 판사의 판단처럼 국토부 압박 공문 서너 차례를 깡그리 무시한다 해도, 정부부처 회의만 수십차례에다가 대통령이 직접 챙기면서 압박한 정황이 엄연히 있는데 상식적으로 지자체장으로선 '이건 그냥 요구가 아니라 거의 협박이구나' 라고 충분히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이재명 대표가 국감장에서 설사 표현상 약간 과장을 했더라도 어떻게 '거짓말을 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 납득이 안됩니다. 이게 꼭 지자체장을 해봐야만 유추할 수 있는 것들입니까. 한성진 판사가 대부분 국민이 다 쓰는 '카카오톡마저 쓰지 않는다'는 보도가 있던데, 이 세상과는 동떨어진 무균실 같은 곳에서 판사가 되레 상식적 판단과는 괴리된 채 안일하게 살아온 것 아니냐는 인상입니다.
또하나 살펴봐야 할 게, 한성진 판사는 "성남시 공무원들 다수가 재판에 출석해 '국토부 협박 없었다'고 증언하거나 '기억이 안난다'고 증언했다"고 판결문에 언급했습니다. 저희 <워치독> 팀은 대체 어떤 사람들이 재판에 출석해 이런 증언을 했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등으로 검찰에 목줄 잡힌 유동규씨가 그러고 있는 것처럼 솔직한 증언을 하지 않는 듯 합니다. 공무원들에게 목숨만큼 중요한 것은 퇴직연금입니다. 검찰의 별건 수사 압박과 성남시 공무원들의 위증 의혹은 취재를 통해 더 밝혀내겠습니다.
<워치독>은 대안매체 탐사취재의 실력자들이 모여 만든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입니다. 대안매체 기자들이라는 이유로 저희가 보도하는 내용들을 주류 언론들이 대놓고 무시하거나 심지어 민주진영 내부에서조차 폄훼하려하는 움직임도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언론계에의 탐사취재 실력자들이 모여서 보도하고 있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진실 앞에 겸손하되, 그저 진실만을 마주하려 노력하는 꺠어있는 시민 여러분만 믿고 당당하게 취재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허재현 <워치독> 팀장 (리포액트 대표기자)
watchdog@mindlenews.com
☞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은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 시민언론 민들레 김성진 기자, 시민언론 뉴탐사 김시몬 기자,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가 만든 권력 감시 공동 취재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