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죽이기 [취재후] “N활성화, 댓글, 먹혔스!”...검찰은 ‘쌍방울 주가조작 카톡’ 정말 몰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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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5,490회 작성일 24-05-27 08:22본문
[취재후] "N활성화, 댓글, 먹혔스!" ...검찰은 '쌍방울 주가조작 카톡 대화' 정말 몰랐나
이른바 '이재명 대북송금 의혹' 사건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국정원과 쌍방울 내부문건 등을 입수해 26일 시민언론 <뉴탐사>에 출연해 보도를 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국정원은 이 사건을 사실상 쌍방울 내부 주가조작 의혹 사건으로 보았고, 쌍방울 내부자들은 2019년 내내 주가를 부양해 부당수익을 거두려고 갖은 애를 쓴 흔적들만 있었다. 검찰 눈치가 보이거나 혹은 독립매체의 보도를 언급하기 불편해서 언론들이 일부러 눈감을지 모르겠다. 보도를 마치고-아니 본격적인 보도는 이제 시작이다- 너무 피곤하지만, 일부러 취재후기를 남긴다.
<리포액트>는 국정원 문건을 입수했다. 아마 <뉴스타파>가 지난주 입수해 보도한 문건과 같은 것으로 보인다. 아니, 더 정확히는 검찰이 국정원을 압수수색 해서 조중동에 1년도 훨씬 전에 넘겨준 것으로 보이는 그 문건과 같은 것을 입수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 사건을 기록한 2019년 당시의 국정원 문건은 수십여개다. 그런데 그 어떤 곳을 살펴봐도 이재명이나 경기도 등등의 언급은 없다. 그저 쌍방울 김성태 회장이 방용철이나 대북 브로커 안부수 등을 활용해 어떻게 대북 테마주 주가부양을 시도하고 있고 북한 브로커 일당들에게 어떻게 돈을 갖다 바칠 것인지 궁리했는지 그런 내용들만 잔뜩 써있다.
쌍방울 내부 문건들은 더 가관이었다. "이재명 지사 방북을 위해 북한 황해도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를 대납"하고 어쩌고 그런 문건들이 아니라, 쌍방울이 북한 광물 개발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북한 당국을 통일부 승인 없이 접촉해 계약금을 내고 온 기록들만 수두룩했다.
쌍방울이 이재명 방북을 위해 2019년 1월 북한에 보냈다고 하는 500만 달러는 김성태가 북한 브로커들에게 계약금조로 갖다바친 돈이었다. 그들 내부문건에 엄연히 "계약금"이라고 써있다. 검찰이 주장해온 대북송금 금액과 날짜까지 일치한다. 쌍방울은 '이재명 방북'이 아니라 '김성태 방북'을 위해 애쓰고 있었다. 내부 문건에는 그저 "회장님 방북 우선 추진"이라고만 써있다. 김성태를 정주영 회장처럼 만들어 현대가 과거에 해냈던 대북사업 신화를 따라해보고자 했던 쌍방울의 욕망들만 가득 담겨 있었다.
쌍방울 내부자들의 카톡 기록은 읽어갈 수록 혀를 내둘렀다. 대범한 주가조작 시도에 놀랐고 어떻게 검찰이 이걸 눈감고 넘어갔는지에 기가 막혔다. "N프로젝트 활성화", "나노스 댓글좀", "이러다 큰 일나요", "기도빨 먹혔스", "주가 떨어지니까 회장님 화내신다" 이런 카톡기록들이 검찰 눈에만 안보였다는 게 말이 되나.
김성태 일당들은 2019년 1월부터 쌍방울 자회사 나노스를 이용해 주가를 부양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나노스가 전환사채를 싼 값에 발행하고 김성태 일당들이 대거 사들였기 때문이다. 북한 광물개발 MOU를 체결하고 김성태 방북을 추진해 나노스의 주가를 부양하는 수법으로 김성태의 전환사채 수익금은 1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성태가 북한 브로커들에게 갖다바친 돈은 100억원 정도가 된다. 그렇다면 나머지 900억원은 어디에 있나. 검찰의 수사 결과 어디에도 이부분에 대한 내용은 없다.
시장에 과장된 정보를 흘리고 주가를 부양한 다음 전환사채 수익금을 차명으로 빼돌렸다면 당연히 자본시장법 위반이고 명백한 수사 대상이다. 쌍방울 내부자들은 카톡방에서 이걸 'N 프로젝트'라고 불렀고 뉴스 퍼뜨리기와 댓글작업 등을 'N 활성화'라고 부르고 있었다. 1년여전 조중동은 '쌍방울 N프로젝트'를 이재명 방북 프로젝트인 것처럼 떠들어대었지만 실체는 그냥 '쌍방울 주가부양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검찰은 왜 김성태와 쌍방울 직원들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봐준 걸까. "이재명 방북비 대납"이라는 허위 진술을 받기 위해?
검찰은 조중동에 찔끔찔끔 수사자료를 흘려주면서 쌍방울 주가부양 프로젝트를 대북송금 사건처럼 몰아가는 데 지금까지 성공해왔던 거 같다.
하지만 검찰이 확보한 것 그 이상으로 내게 많은 자료가 도착해 있다. 분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검찰의 조작수사를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우겠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내가 서울시공무원간첩조작 사건을 밝혀낸지 꼭 10년째를 맞는 해이다. 10년간 검찰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는 데서 허탈함과 사명감을 함께 느낀다.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