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반 이재명이 임종석을 싫어해서 컷오프 했다고? 임종석에 대해 언론이 취재하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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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3,119회 작성일 24-03-06 15:01본문
'임종석 출마 논란'이 한주간 정치권을 달궜습니다. 그런데 <한겨레>를 포함한 대부분 언론은 이번 논란을 '친명-친문의 갈등'이라는 프레임으로 보도하는 데 그쳤습니다. 총선 출마를 선언하는 정치인중 문재인 정부에서 주요 직위를 역임했던 사람이라면, 문재인 정부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솔직한 설명이 우선입니다. 임종석에게는 이부분이 생략돼 있었기 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뜬금없는 '정계 은퇴 불복 총선 출마'를 의아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언론이 전하지 않는 임종석 논란에 대해 <리포액트>가 최대한 짚어보겠습니다. 어쩌면 이게 '임종석 논란'의 본질일 수도 있습니다.
1.먼저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정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싫어해서 컷오프시킨 것인가'에 대해 허재현 기자가 취재한 내용을 최대한 설명드리겠습니다.
지난 몇개월간 저는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들을 여럿 만나왔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임종석과 노영민씨에 대해 콕 집어 물어봤습니다. 왜냐하면 이 두 사람은 계속 민주당의 주요 정치인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서 이들이 과거에 어떤 일을 했는지 제대로 된 평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비서실장 경력'은 총선 때 선택받아야 할 사유가 아니라, 심판받아야 할 사유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취재했었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측근들은 노 전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평가가 혹독한 반면, 임 전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온정적으로 설명하는 편이었습니다. 노 전 실장에 대해서 이 대표의 한 측근은 "검찰과의 관계가 의심스럽고 정치를 해서는 안될 사람"이라고까지 표현한 반면, 임 전 실장에 대해서는 "여러 한계가 있지만 정무감각은 탁월한 사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다른 이 대표의 측근은 "임 전 실장이 양정철과 깊이 관련 있는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양정철에게 복종하듯 움직이는 사람은 아니라고 본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대표 측근들의 생각이 이 대표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이번 임 전 실장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은 '임종석 찍어내기'가 아니라 '임종석의 성동 출마 고집'이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언론이 '임종석 컷오프'라고 표현하지만 실제 민주당이 임 전 실장에게 서울 송파갑 출마를 권했기때문에 정확히 말하면 '컷오프'는 아닙니다. 송파갑은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근소한차로 열세인 지역구이지만 임 전 실장의 인지도라면 해볼만한 지역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임 전 실장은 홍익표 의원이 지역구를 옮기면서 전략지역구로 지정된 '서울 성동갑' 을 마치 자신의 사적 재산인 것처럼 찜하듯 출마했고 당에서 이런 예외를 허용해준 적이 없기에 이 대표가 당혹해 했다는 후문입니다. 이 대표의 한 측근은 "전략지역구로 지정된 곳에 특정 후보가 먼저 찜했다는 이유로 출마를 허용하면 모든 전략지역구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고 전략지역구는 더이상 당의 전략을 세울 수 없는 곳이 된다. 임 전 실장을 딱히 이 대표가 싫어한 게 아니라 '시스템 공천'의 예외를 허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임 전 실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조국 전 민정수석과 함께 각종 개혁의 틀을 짰지만 이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진 적이 없다는 점도 지적할 수 밖에 없습니다.
민주당 일반 당원들 사이에 임 전 실장에 대한 강한 거부감은 어쩌면 여기서 비롯된 것일 수 있습니다.
최근 저는 추미애 전 법무장관을 만나 '왜 노영민 전 실장 외에 임종석 전 실장까지 불출마를 요구한 것이냐'고 물어봤습니다. 노 전 실장은 '고발사주 사건' 손준성을 유임시키는 데 관여하는 등 이른바 '윤석열 대호 프로젝트'를 방치한 결정적 책임이 있지만, 임 전 실장은 검찰 개혁을 망친 것과 관련해 상대적으로 드러난 행적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추 전 장관은 제 질문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노 전 실장은 윤석열 대권가도를 열어준 사람이고, 임 전 실장은 윤석열 검증에 실패하고 검찰총장에 임명되도록 한 장본인이지요. 검찰개혁은 정권 초반에 힘이 있을 때 강하게 밀어부쳤어야 하는데 그런 전략적 판단에서도 실패했습니다. 이것에 대해 아무런 평가도 받지 않고 총선에 출마하는 건 말이 안되지요."
문재인정부의 검찰 개혁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정권 초반 검찰의 '특수 수사권'을 전면 박탈하고 검찰을 기소청 정도로 만들었어야 하는데, 검찰 수사권을 축소하는 정책을 단계적으로 밟는 전략을 취했다는 점입니다.
문재인정부가 전국 지검의 특수부를 없애긴 했지만 서울중앙지검의 특수부는 이름만 바꾼 '반부패수사부'로 두고 특수부 검사들을 사실상 거의 그대로 살려두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검사들은 윤석열 정권 출범과 동시에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목을 죄는 표적수사들만 전면에 나서서 하고 있습니다. 이런 실패한 검찰개혁 전략을 짠 게 임 전 비서실장과 조국 전 수석입니다. 문재인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저에게 "임 전 실장은 검찰청을 기소청으로 바꾸는 것은 아예 검찰 개혁의 선택지에 두고 있지 않았다. 다음 정권에서 할 일이라고 봤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검찰개혁은 단계적으로 해서는 안되고, 다음 기회는 없다는 자세로 정권 초반에 검찰 해체 수준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것을 지금의 되살아난 흉폭한 검찰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임 전 실장은 아무런 말이 없고 총선 출마만 고집했을 뿐입니다.
3.임 전 실장이 언론개혁에 아예 손을 놓았던 것에 대해서도 평가가 필요합니다.
문재인정부가 검찰개혁과 경찰개혁은 어느 정도 진행은 했지만 언론개혁은 사실상 아무런 시도조차 안했습니다. 조중동 독과점 체제, 여론조작에 가까운 종편 정치방송들에 대해 아무런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는 지금의 '괴물 언론'들입니다. 조중동과 종편은 국민의힘과 한편이 되어 아예 선거운동을 뛰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저는 노 전 실장에게 대놓고 "왜 언론 개혁을 시도조차 안했는지" 비판적으로 물어본 적 있습니다. 노 전 실장은 "정권이 언론을 길들이려 한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어, 아예 정권 초반부터 그런 전략은 짜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임종석씨가 대통령 비서실장을 할 때부터 문재인 정부는 '언론은 개혁대상이 아니라 정권 운영의 파트너' 정도로 여겼던 것입니다. 임 전 실장과 친한 윤영찬 전 네이버 홍보이사(전 동아일보 기자) 가 문재인정부 초대 언론홍보수석이 된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습니다.
문재인정부 출범하자마자 <와이티엔> 노조가 '최남수 사장 반대 투쟁'을 벌였던 일 기억나실 겁니다. <와이티엔> 노조는 "최남수 사장은 촛불 민심의 요구를 등지고 시대정신을 역행하는 부적절한 인사"라고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노종면 전 앵커가 <와이티엔> 사장에 도전하자 <와이티엔> 이사회는 서류심사에서 0점을 주어 그를 탈락시키는 기현상도 벌어졌습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정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이제는 그 실체가 드러난 윤영찬 의원이 문재인정부 초대 홍보수석이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그 답이 나옵니다. 와이티엔 노조 관계자는 저에게 "임종석 비서실장이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노종면 사장 후보가 0점을 받고 서류심사 통과도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적폐 최남수'가 사장으로 선임된 것이다"고 밝혔습니다.
임 전 실장과 윤영찬 전 수석은 문재인정부에서 언론개혁을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에 지금까지도 아무런 설명이 없습니다. 그저 다시 한번 국회에서 일할 수 있게 공천만 달라고 하는 중입니다. 이것은 정당할까요.
4.위에서 살펴보듯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민주 시민사회에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유산'이자, '문재인 정부 개혁 실패의 책임자' 라는 두가지 정체성을 함께 갖고 있습니다.
임 전 실장에 대한 아무런 평가없이 그저 '친문계의 일원이니 계파 화합을 위해 공천을 줘야 한다'는 언론의 논리는 정당한 것일까요.
<한겨레>는 이해찬 전 대표가 "'임종석 전 실장에게 공천을 줘야 한다'는 취지로 당 지도부에 의견을 전달했다"고 보도했고 이 보도때문에 '친문-친명 갈등'프레임이 한 주 내내 민주당 안팎을 뒤흔들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직접 이 전 대표 쪽에 확인해보니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임종석에게도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는 취지였지 성동갑 출마를 보장해달라는 취지는 아니었다. 이해찬 전 대표가 당 지도부에 의견을 전달한 것도 아니고 홍익표 원내대표와 식사자리에서 홍 원내대표의 임종석 관련 질문에 원칙적인 수준으로 답변한 것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조중동이야 원래 민주당 관련 왜곡기사를 쏟아내는 곳이니 그러려니 하고 지켜보지만, 왜 <한겨레>는 유독 친문 정치인들에게 관대하고 이해찬 전 대표의 말을 왜곡해서 보도하는 일까지 해가면서 임 전 실장의 편을 드는 것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임종석 전 실장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에 일단 임 전 실장에 대해서는 더이상 비판적인 질문은 아끼겠습니다.
그러나 <한겨레>에는 질문을 계속 해야합니다. 왜 '친문 정치인 편들기 보도'에 올인하는지, 왜 문재인정부의 개혁 실패의 원인과 책임론에 대해서는 조금도 보도하지 않는지 말입니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했던 개혁은 민주주의의 유산이자, 동시에 비판적인 극복대상입니다.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고자 문재인 정부를 무조건 추앙해서는 안됩니다.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