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사법 개혁 끝까지 감시한다 [검사왜전] 검찰 수사관 비리가 확인되자 검찰은 진술기록을 분실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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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11,182회 작성일 19-10-15 19:00본문
<편집자주> ‘검사왜전’ 기획 연재를 시작하며
검찰개혁이 시대의 화두가 된지 10년이 넘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추진하다 실패했고, 임기 뒤 보복수사를 당했습니다. 검찰은 그러나 어떤 수사들은 무던히도 덮고 넘어갔습니다. 정치검찰이라 비판을 받아도 마땅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다시 검찰 개혁을 추진중이지만 강한 저항에 부딛혔습니다. 보수·진보 언론 구분없이 검찰 중심의 시각에 빠져 객관성을 의심받는 보도를 쏟아냅니다. <리포액트>는 검찰 개혁과 관련한 기울어진 언론 운동장을 바로잡으려 합니다. 법조기사는 검사들에 둘러싸인 기자들만 써서는 안됩니다. 검찰 바깥에서 검찰을 감시하는 기자들도 있어야 합니다. 검찰 개혁이 완수되는 그날까지 <리포액트>가 검찰을 감시하는 연재물을 시작한 이유입니다.
연재물의 이름은 '검사왜전'입니다. 대한민국 검찰이 '왜' 문제인지 꾸준히 살펴서 ‘검찰 개혁 백과사전’을 구축하려 합니다. 자신이 목격한 검사의 부조리에 대해 제보해주실 분은 연락주십시오. 검찰 개혁을 위한 밀알이 되겠습니다.
검찰 수사관의 비위를 열심히 감춰주는 검사들의 속내
검사들은 왜 검찰 수사관의 비위 행위까지 함께 보호하려 들까요. 2013년 서울동부지검에서 일어난 어떤 사건이 있습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리포액트>와 만나 이렇게 전했습니다. "검찰 수사관은 검사들의 비위행위를 가장 내밀하게 아는 사람들입니다. 수사관을 보호해주지 않으면 윗선의 비위까지 폭로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2007년이었습니다. 창호업체 이사로 일하던 김아무개씨는 지인인 검찰 수사관 이아무개씨에게 이런 부탁을 했습니다. "서울 가락시영아파트 조합장이 배임죄로 피소됐는데 담당 검찰 수사관이 동부지검의 정아무개씨입니다. 정 조합장이 불기소처분 받게 도와주십시오." 김씨는 이 조합장의 일이 잘 풀려야만 가락시영아파트 창호업체 일감을 몰아받을 수 있는 이해관계가 있었습니다.
이 수사관은 김씨의 제안을 받아들여 수사관 로비 접대를 요구했습니다. 김씨는 검찰 수사관들의 해외골프여행 및 룸살롱 접대 등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김씨의 회사 동료가 그만 이 사실을 검찰에 진정서 형태로 폭로해버리는 돌발 상황이 벌어집니다. 김씨는 2009년 검찰 수사를 받았고 형사처벌 받았습니다.
자. 여러분은 여기서 어떤 이상한 점을 느끼십니까. 뇌물을 준 김씨는 처벌받았는데, 그렇다면 뇌물 받은 수사관들은? 네, 아주 이상하게도 수사관들은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김씨는 분명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해 "이아무개·김아무개 수사관에게 향응 로비를 했다”고 진술했는데 이 수사관들에게는 아무런 조처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김씨는 2011년 3월 교도소에서 나온 뒤 해당 수사관들을 경찰에 뇌물 수수혐의로 고발했습니다. 검찰을 더이상 믿을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그런데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사건 지휘검사가 세번이나 바뀐 끝에 끝내 수사관들이 무혐의 처분됩니다. 경찰은 김씨에게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는데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2012년 12월 김씨는 항고했습니다. 이때부터 이 사건은 서울지방경찰청이 직접 수사에 나섭니다. 그리고 이상한 일은 계속 됩니다.
검찰은 수사관 뇌물 의혹 진술기록 잃어버리고 구속영장 반려까지
<리포액트> 취재내용을 종합하면, 서울경찰청은 서울동부지검에 김씨가 2009년에 진술한 기록을 제출요청합니다. 그러나 황당하게도 서울동부지검은 "기록이 사라지고 없다"고 경찰에 통보합니다. 엄연히 수사기록 분실이지요? 또 황당한건 당시 해외골프접대를 실제로 검찰 수사관들이 받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검찰이 수사관 출국기록을 확인한게 드러납니다. 김씨는 <리포액트>에 "2013년 초 대검 감찰본부란 곳에서 찾아와 내가 어떻게 수사관들을 해외여행시키고 했는지 진술을 따로 듣고 갔다"고 말했습니다. 수사관 접대 정황이 점차 드러나자 검찰이 기록 제거에 들어간 것일까요.
어떻게 이런 일처리가 있을 수 있을까 싶지만, 더 황당한 일은 계속 됩니다. 서울경찰청은 해당 수사관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합니다. 검찰은 영장을 반려합니다. 결국 서울경찰청은 해당 수사관들을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고 수사관들은 재판에 넘겨집니다. 2013년 10월 서울중앙지법 제21형사부(이범균 재판장)는 수사관들을 "죄질이 불량하다"며 1년 실형 선고하고 법정 구속해버립니다. "경찰이 수사관들을 확보하면, 검찰 내부의 비위내용이 경찰에 흘러갈 것을 우려해 구속영장청구를 반려한 것 같습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로서는 이렇게 의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검사들의 비위 의혹을 수사하면 늘 갖가지 방식으로 영장청구가 반려된다. 적어도 영장 청구권만큼은 경찰도 독립적으로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김씨를 수사한 김아무개 검사는 <리포액트>에 "해당 사건을 부장검사에게 보고했고 부장검사는 다른 검사에게 사건을 배당했다. 그 이후로는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은 2009년 8월부터 2010년 7월까지 서울동부지검장으로 재직했습니다. 이 사건이 후에 문제가 되니까 박한철 전 헌재소장은 2013년 4월 인사청문회에서 "증거가 부족해 추가조사를 하다가 (내게 보고 하는 것을) 놓친게 아닌가 싶다"며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했습니다."수사관들이 뇌물·향응 접대를 받았다"는 진술이 담긴 수사기록을 분실한 검사는 내부 감찰 끝에 경고처분만 받고 끝났습니다.
서울동부지검이 굳이 이런 말단 수사관들을 열심히 보호하려 했다면, 그 이유가 뭘까요. “당시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 시장은 규모가 엄청났고 이해관계자들간의 다툼이 많았습니다. 이때문에 동부지검에는 관계자들의 온갖 고소고발이 난무했고 이와 관련한 여러 접대와 향응로비 규모가 상당했다는 첩보가 많았습니다. 검찰 수사관 하나로만 끝날 사건이 아니라는 직감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의 판단입니다.
여러분은 이 사건을 어떻게 보십니까. 그간 ‘김학의 별장 접대’ 의혹 뭉개기만 있었던 게 아닙니다. 검찰의 허술한 셀프감찰과 제식구 감싸기는 사건이 너무 많아서 이제는 '성접대' 의혹 정도는 되어야 기삿감이 되는 시대입니다.
법무부 검찰개혁위원회는 지난 8일 검찰이 직접 감찰하는 '셀프 감찰'을 폐지하라고 권고했습니다. 현재 검사에 대한 1차 감찰권은 대검찰청 감찰본부에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 스스로가 감찰을 제대로 안하니까 이제 법무부가 감찰권을 행사하라는 권고입니다. 언론보도를 보면, 검찰 내부에서는 "경찰 감찰도 경찰이 직접 하지 행정안전부가 하지 않는다"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하더군요. 논리적으로는 역시 똑똑한 검찰답게 잘 주장합니다. 그러나 검찰이 오죽 내부 감찰을 제대로 못했다면 이런 권고까지 나왔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게 순서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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