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손가락서평] 강희철 기자에게 묻는다...검찰 개혁을 문재인이 하고 있나 국민이 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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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6,571회 작성일 20-08-04 17:35본문
[편집자주] '손가락 서평'입니다. '손가락 칼럼'은 SNS에 글 쓰듯 전해드리는 유연한 칼럼입니다. 형식은 가볍고 진심은 무거운 칼럼입니다. 우리 사회 각종 문제들을 허재현 기자만의 독특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분석합니다. 오늘은 강희철 한겨레 전 법조선임기자가 최근에 낸 '검찰 외전'과 이에 대한 서평을 쓴 '미디어오늘'의 안일한 태도에 대해 비평합니다. 이 책은 이철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천사를 썼습니다. 이 전 의원이 이 책을 제대로 읽고 써준 것인지 유감입니다.
강희철 <한겨레> 전 법조 선임기자가 최근에 낸 책 '검찰 외전'을 읽었다. 역시나 검찰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주장의 근거로서 제시된 기본적 팩트조차도 틀려 기자로서의 허술함은 여전해보였다. <미디어오늘>은 강 기자의 책을 과연 꼼꼼하게 읽고나서 칭찬하는 서평을 써준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의심한다. <미디어오늘> 기자에게 <한겨레>는 중요한 진보언론 출입처다. 강 기자는 해당 출입처의 사내 권력이다. <미디어오늘>은 혹여라도 출입처 눈치를 보는 것은 아닌가. 이것은 지금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검언 유착'의 구조와 유사하다. <미디어오늘>은 한겨레 강희철 기자 역시 냉철하게 감시해야 한다. <미디어오늘> 기자가 강 기자의 책 서평 말미에 쓴 것처럼 "성역없는 권력 감시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강 기자의 책 내용중 일부를 가져와서 논박하겠다.
#1.경찰 견제 장치는 없는가
"검찰을 '기소권을 가진 수사기관 통제 기구'로 재편하는 방향이 맞았다. 직접 수사에서는 완전히 손을 떼고, 다른 모든 수사기관의 강력한 '게이트 키퍼'(문지기)가 되는 검찰 말이다. 그렇게 바꾸려면 해야 할 일이 많다. 경찰에서는 사법(수사) 경찰을 행정경찰과 분리해야 한다. 경찰 인사는 검찰 인사보다 더 청와대 권력에 취약하다. 정권에 장악된 행정경찰의 장이 인사권과 직위를 이용해 사법경찰의 수사를 좌우하는 위법한 현실부터 바로잡아야 했다.
(중략)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면 경찰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비대해진다. 경찰은 아주 많은 사건에서 누구의 지휘나 통제도 받지 않은 채 수사를 종결할 수 있게 된다. 검찰은 '사후'에야 기록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사법 경찰(수사경찰)이 '국가수사본부' 아래로 편제 되어도 행정경찰과는 '한 지붕' 아래 같은 식구다. 인사권을 지렛대 삼은 기존 경찰 지휘부의 통제를 피할 수 없다. 게다가 정보경찰은 문재인 정부 들어 인사검증 등 더 많은 역할을 부여받으며 몸집을 불리고 있고, 자치 경찰제는 언제 시행될지 알 수 없다. 경비, 치안 등 기존의 물리력도 그대로다. 검찰의 힘을 뺀다는 명분 아래 진행되는 수사 종결권의 일부 이양은, 검찰의 힘은 빼지 못하면서 경찰의 힘만 일방적으로 키우는 근본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 '공룡 경찰'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강 기자는 경찰개혁방안으로서 사전에 발표된 것들에 대한 취재가 별로 안된 상태로 책을 낸 것 같다.
먼저 경찰에 앞으로 국가수사본부가 설치돼 수사경찰과 행정경찰을 분리하는 방안이 이미 발표됐다. 이런 기본적 사안부터 강 기자가 놓친 것 같다. 또한 인사권 또한 경찰청장이 내려놓았다. 공무원 통제의 핵심수단은 인사권이다. 그러나 총경 이상의 인사권은 앞으로 경찰위원회가 가져가게 된다. 경찰위원회는 물론 국회의 통제와 감시를 받도록 법이 개정될 예정이다. 또 수사 경찰은 행정 경찰과 한 지붕 아래 식구라고 표현하기 어렵다. 결정적으로 수사할 때 수사 경찰이 경찰 지휘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경찰 서장의 수사지휘조차 폐지된다. 일선 경찰서의 형사과장 수사과장이 수사 책임자이고 보고 라인이 국가수사본부로 바뀐다.
#2.정권의 검찰장악인가 국민의 검찰장악인가
"검찰 개혁의 본질은 정권이나 힘 있는 자들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일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국정원, 검찰, 경찰의 수사권을 재조정할 바에는 국가 수사 체제를 전면 재편하는 것도 방법이다. (중략)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처음부터 이렇게 할 생각이 없었다. 대통령은 취임 후 검찰 인사권 문제에 입을 닫았다. '거수기' 라고 지적받던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 제도도 전혀 손질하지 않았다.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와 검찰 인사위원회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겠다"던 대선 공약은 허공으로 사라졌다. 이전 정권과 다름없이 검찰 인사는 '대통령 마음대로'가 되풀이되었다. 이명박 정부 때 한상대 검찰총장 임명과 똑같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으로 '직행'시키는 무리수를 감행했다. 주요 보직에는 윤 총장의 사당과도 같은 '윤석열 사단'을 대거 배치했다. (중략)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을 내려놓지 않았다. 대통령이 되기 전과 된 다음이 달랐다. 권력의 중독성 때문이라고들 한다. (중략) 조국의 법무부 장관 부임 이후 급조된 '개혁안'은 검찰 장악 방안의 다른 이름이다.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만 것"은 '조국-윤석열' 듀오를 동시에 부리겠다는 문 대통령의 포부가 아니라 검찰의 정치적 중립화다. 검찰의 독립도 물건너 갔다. 조국이 설계한 개혁안은 결국 수사의 착수자와 종결자가 같아서 생기는 검찰의 폐단을 공수처와 경찰에까지 확산시킨다. 반면, 어떤 수사 기관도 대통령 권력과의 '안전 거리'를 확보하지 못한다.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막을 법제도적 장치도 없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을 장악해 가는 과정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그러나 이를 비판하기 전에, 강 기자는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어떤 정부인가. 그냥 단순히 민주당 정권인가. 아니면, 검찰 개혁이라는 촛불 혁명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민주당 정권인가. 당연히 후자이다. 그래서 많은 국민이 문재인 정부의 검찰 장악(개혁)을 지지하는 것이다. 검찰 권력은 대통령에 의해 장악당하는 게 아니라, 국민에 의해 장악되고 있는 것이다. 이걸 정말 모르겠는가.
나아가 '진영주의에 빠지면 안된다'는 이들에게 묻는다. 당신들이 이야기하는 진영은 어떤 진영인가. 답하라. 민주당 진영을 말하는가. 촛불 진영을 말하는가. 난 당연히 검찰 개혁과 관련해서는 촛불 진영에 서 있다. 그것은 촛불 혁명정신의 실천이다. 만약, 이 검찰 개혁이라는 촛불의 요구를 문재인 정부가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다면, 다시 촛불은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현재 문재인 정부는 촛불의 요구를 잘 수행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검찰 권력의 저항에 부닥쳐 있는 것이다. 강 기자는 촛불 혁명세력의 검찰장악과 개혁을 단순히 문재인이라는 권력자의 검찰장악이라고 폄훼해버렸다. 강 기자는 답해야 한다. 검찰 개혁이 촛불혁명 정신과 아무 상관없는 대통령의 권력욕이라고 보는 이유가 뭔가. 당신은 촛불 혁명에 동참한 사람이 아니었나.
#3.적폐 수사가 잘못된 건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상징하는 특별수사부(특수부)는 존치를 넘어 덩치를 불렸다. (중략) 적폐수사를 위해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최대치로 확장했다. 적폐 수사는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그대로 두는 구실이 되었다. (중략) 권한의 분산, 권력 기관의 상호 견제와 균형 등의 원칙에 따라 설계했다."는 조국의 제안 설명은 판타지에 가깝다. (중략) 무소불위 공수처에다 견제 받지 않는 경찰(국가수사본부), 거기에 여전히 힘센 검찰까지. '대통령의 칼'은 한 개에서 세개로 늘어난다."
☞ 특수부는 폐지해야 하는게 맞다. 다만, 적폐 수사는 하는 게 맞다. 적폐를 바로잡지 않으면 개혁도 불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시적으로 국민이 용인하는 것일 뿐이다. 모든 사안을 특검으로 할 순 없는 것 아닌가. 강 기자는 그럼 그 수많은 적폐 수사를 어떻게 했어야 한다는 건가. 적폐 수사 방식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어야 한다. 또하나 현재 검찰 특수부가 과거처럼 정권 비판 세력을 억압하는 도구로 전락하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라도 하는가. 오히려 그 반대 아닌가. 아마 강 기자는 명확히 답할 수 없을 것이다.
#4.검찰 독립이 민주주의? 검찰 독재에 날개를 주는 것뿐
☞ 강희철 기자의 책을 요약하면, 검찰을 정권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오히려 검찰을 장악해가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러한 순진한 결론은 노무현 정권에서의 검찰 개혁이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성찰이 없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 때 검찰 개혁이 왜 실패했을까. 핵심은 이거다. 검찰과 경찰이 자율적으로 토론해서 수사권 조정하도록 맡기고 대통령은 중재자 역할에 그치려다가 실패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저항의 힘을 너무 얕잡아 본 것이 패착이었다. 개혁에 저항하지 못하도록 제대로 검찰 조직부터 정권이 확실히 장악한 뒤 검찰 개혁을 진행했어야 했는데, '검찰의 정부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이상만을 너무 앞세우다가 검찰의 거대한 반격에 부딪혀 결국 실패한 것이다.
'검사와의 대화'만 할게 아니라, 개혁에 저항하는 검사들은 척결했어야 한다. 실패의 대가는 처절했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뒤 벼랑 끝에서 몸을 던져야 했다. 검찰 자체가 거대한 권력집단이다. "검찰을 정치적으로 독립시켜야 한다"는 건 목표이지 그 과정자체가 되어선 안된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민이 얻은 뼈아픈 교훈은 바로 이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 개혁과 관련해 크게 실패한 뒤 각성한 정부이다. 검찰을 정치적으로 독립시키기 위해, 처음에는 검찰의 권력 구조를 해체시켜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증명되었다시피 검찰 권력은 스스로 해체되지 못한다. 그럼 누가 해야 하겠나. 당연히 국민의 권한을 위임받은 법무부가 강제력을 동원해서라도 해야 하는 거다. 그렇게 검찰 권력을 해체시킨 뒤 검찰개혁위원회가 숙의를 모아 마련하고 발표한 검찰 개혁방안들을 하나하나 적용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검찰이 어떤 정권이 들어서건 간에 권력의 시녀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그 최종 목표를 위해 과정을 밟는 것이다.
강 기자는 문재인 정부 비판 세력을 억압하기 위해 검찰 수사권이 남용되고 있는 사례를 단 하나라도 들어보길 바란다. 설마 채널A나 한동훈에 대한 수사를 예로 들 것인가? 그들은 정부 비판 세력이 아니라, 검찰 개혁과 촛불 정신에 저항하는 세력이다. 강 기자는 여기에 동의하는가? 서평을 쓴 <미디어오늘>은 강 기자에게 이를 질문했어야 한다.
글을 마치겠다. 결론이다. '문재인 검찰 개혁'은 아직 실패하지 않았다. 거대한 저항에 부닥쳤을 뿐이다. 혁명세력인 촛불국민이 문재인 정부와 함께 이 저항세력들에 맞서 싸우고 검찰 개혁을 완수해 나가야 한다.
▶관련 기사/한겨레 기자가 말하는 '문재인 검찰개혁' 실패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