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사법 개혁 끝까지 감시한다 ‘최강욱 소환’ 이란 용어는 옳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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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6,357회 작성일 20-03-04 20:31본문
[사진설명] 채널에이의 최강욱 비서관 관련 보도 화면 갈무리
<편집자주>
'최강욱 소환' 이라는 말은 옳을까요? 2020년 1월23일 <중앙일보>,<YTN> 등 대다수 언론이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한 '검찰의 출석 요구 논란' 을 '소환'이라는 표현을 들어 보도했습니다. 청와대는 "최강욱 비서관이 출석요구를 받은 적 없다"면서 '출석 요구'란 표현을 써서 공식 해명을 했는데도, 언론은 굳이 '소환'이란 용어를 써서 '소환에 응할 의무가 없다는 청와대 입장이 나왔다'는 식으로 보도합니다. '소환에 응하지 않는다'면 마치 청와대가 검찰의 행정업무를 방해하는 것처럼 읽히지요. 과연 그럴까요.
'소환' 이란 표현은 법적 용어가 아닙니다. 현행 형사소송법 68조는 "법원은 피고인을 소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법 200조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의 출석을 요구하여 진술을 들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현행법상 소환은 법원만이 할 수 있는 겁니다. 검찰은 그저 피의자나 참고인에게 출석요청을 하는 것이고, 그 요청에 응할지 여부는 당사자의 권한인 것입니다. 이렇게 은연중에 검찰에 법원과 같은 사회적 권위를 부여하는 언론의 관행은 많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검찰의 주장에 불과한 공소장이 마치 '범죄 사실'이 담긴 판결문처럼 여겨지는 것이 최근 대표적 사회문제입니다.
이러한 관행은 사실 검찰이 일부러 퍼뜨리는 의도가 있다고 허재현 기자는 분석합니다. 허 기자는 2017년 법조 기자 생활을 하던 중, 검찰 대변인으로부터 수시로 '구속전 피의자심문'이라는 용어가 담긴 보도자료를 받아보곤 했습니다. 구속전 피의자심문을 법원에서는 '영장실질심사'라고 불러 보도자료를 냅니다. 피의자를 구속할지 말지 판단하는 장소와 주체는 '법원 판사'이기에 영장실질심사라고 부르는게 더 타당할 것입니다. 그러나 검찰은 '구속전 피의자심문'이라는 용어를 고집하고, 언론들은 큰 고민없이 구속전 피의자심문이라는 용어로 기사를 쓰곤합니다. 언론보도를 잘 보면, 주로 법원출입 기자는 '영장실질심사'라는 표현을 쓰고 검찰출입기자는 '구속전 피의자심문'이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하는 차이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검찰이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기각했다'라는 표현도 부적절합니다. 이 역시 검찰이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용어인데, 우리 형사소송법상 영장 심사 등의 판단 주체는 법원입니다. 검찰은 영장을 기각하는 법적 권한을 가진 사법 기구가 아닙니다. 경찰이 법원에 영장 청구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검찰이 거부하는 때가 간혹 있는데, 검찰이 이때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기각'했다고 표현합니다. 언론은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보도하고 있습니다. 2020년 3월 현재 수많은 언론들이 '검찰, 경찰의 신천지 대구교회 압수수색 영장 기각'이라는 표현을 달아 보도하고 있습니다. 마치 검찰에 영장 기각 권한이 있는 것처럼 많은 국민들은 오해하는 것이지요.
개인적으로, '(검찰은) 엄단할 방침이다'는 표현도 많이 사용되는데 과연 수사기관이 쓸 수 있는 표현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최근 4·15 총선을 앞두고 공무원 등의 선거개입을 중점 단속하겠다고 밝혔는데 언론은 <윤석열 "공무원 등 선거개입 엄단..직접 수사">라는 제목 따위로 보도했습니다. 엄단은 '엄중하게 처단하겠다'는 뜻인데 즉, '엄벌에 처하겠다'는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형벌 유무와 양형을 결정하는 곳은 법원이지 검찰이 아닙니다. 검찰을 준사법기구처럼 인식하는 관행이 이러한 '엄단' 표현을 남발하는 것 아닌가 합니다.
검찰의 시각에서 오염된 법률 용어는 이외에도 많습니다. 구형, 공소 사실, 사법 처리 등의 용어가 그렇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잘 정리한 글이 <신문과 방송> 2019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 <MBC> 박건식 피디가 기고한 글입니다. 박건식 피디의 양해를 구해, <리포액트>에 같은 글을 게재합니다. 언론이 고칠 생각이 없으면, 독자들이 나서서 지적을 하고 개선을 이끌어야 합니다. 부디 이 글이 널리 읽혀지기를 바랍니다.
허재현 기자.
검찰 관련 보도 용어, 이대로 좋은가?: 받아쓰기로 검찰 권력화에 힘 보탠 언론
언어는 그 자체로 권력이다. 언어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 지위, 서열 등을 조절하는데, 롤랑 바르트 (Roland Barthes)는 ‘랑그(langue)는 파시스트’라는 말로 언어의 권력적 성격을 드러냈다. 한국에서 검찰은 기소권 독점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움켜쥐며 무소불위의 최고 권력기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른바 ‘피의사실공표’를 통해 일종의 여론 재판을 하고 있고, 일종의 사법부 권한이라고도 볼 수 있는 불기 소결정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검찰을 준사법기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검찰은 사실을 판정하는 기관이 아니라, 의혹을 제기하고 그것이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일방적 편파 집단이다. 검찰의 반대편에는 변호인이라는 또 다른 일방적 편파 상대가 있다. 재판부 앞에서 검찰과 변호인 두 당사자는 증언과 증거를 통해 치열한 ‘주장’을 펼친다. 사실에 대한 판정은 사법부가 한다. 그런데도 언론 보도는 검찰이 기소를 목적으로 하는 일방적 편파 집단이라는 점을 잊고 검찰이 흘리는 정보를 당연한 사실인 듯 전제하는 경우가 많다. 이 글을 통해 언론이 관행적으로 쓰는 용어가 검찰에 사법부의 권위를 주는 등 필요 이상의 권력을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자 한다.
‘사법 처리’, ‘법조 3륜(法曹三輪)’ 용어의 문제
법원은 사법부고, 검찰은 행정부다. 삼권분립의 핵심 원리다. 그럼에도 이 원리를 무시하고 검찰과 법원을 한 식구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법률 용어에도 이러한 문제가 나타난다. ‘사법 처리, 법조 3륜(法曹三輪)’ 등이 그 예다.
“검찰 조만간 사법 처리키로” 등의 예문에서 보듯, 사법 처리란 말은 언론에서 흔하게 쓰는 말이다. 그러나 사법 처리라는 말은 의미도 불분명할뿐더러, 공식 법률용어도 아니다. ‘수사, 기소, 공판, 처벌’ 등 뜻이 명료한 용어를 두고 굳이 사법 처리라는 말을 쓰는 이유는 검찰의 행위에 사법부의 권위를 부여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같은 행정부인 경찰의 조치에는 사법 처리란 말을 쓰지 않는다.
그렇다면, 근거도 약한 사법 처리라는 말 대신 어떤 용어를 사용할 수 있을까? 법률 용어로는 ‘형사처분, 형사처벌’ 등이 있는데, 사법 처리 대신에 형사처분, 형사처벌 등의 용어를 쓰거나 수사, 기소 등의 용어를 사건 단계에 맞게 사용하면 될 것이다.
‘법조 3륜’이라는 말도 검사와 판사, 변호사를 한 식구로 보는 시각이다. 이 말은 이들이 사법고시를 같이 보고, 사법연수원을 함께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온 것으로 보이지만, 삼권분립을 부정하는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어휘다. 연장선상에서 언론은 ‘검사가 제기하는 공소 사실’이나 ‘판사가 인정하는 범죄 사실’을 오십보백보로 여긴다. 일부 언론은 법원을 검찰의 수사 발표를 추인하는 장소로 여기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판사가 검사의 영장 청구를 기각하기라도 하면, ‘검찰·법원 갈등’ 등으로 보도하는 게 그 예다. 검찰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관예우’ 역시 지나치게 검찰을 미화하는 용어다. 이찬희 대한변호 사협회장의 말처럼 전관예우는 “궁박한 처지에 놓여 있는 국민의 피눈물 나는 사정을 이용해 금전적 이익을 취하는 범죄”에 불과하다. 전관예우라는 말 대신 ‘전관특혜, 전관범죄’ 등의 용어로 성격을 명확하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진설명] 검찰이 영장을 기각했다는 표현은 옳을까. <JTBC> 화면 갈무리
구형(求刑) 보도가 불러일으키는 오해
검찰은 ‘사실’을 말하는 기관이 아니라, 의혹을 제기하는 기관이다. ‘구형(求刑)’은 형사소송법에도 나오지 않는 임의적인 어휘다. 형사소송법 제302조는 “피고인신문과 증거조사가 종료한 때에는 검사는 사실과 법률 적용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하여야 한다”라고 돼 있다. 언론은 법률에 나오는 ‘의견 진술’보다는 ‘구형’이란 단어를 즐겨 사용한다. 그런데, 구형은 국가기관이 형을 내린다는 인상을 주면서, 선고(宣告) 와 비슷한 권위를 지닌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구형 보도를 접하는 시청자들은 구형을 선고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정연주 전 KBS 사장에게 검찰이 5년을 구형했고, 언론은 ‘5년 구형’이라고 보도 했는데, 이들 보도에서 피고인이 5년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이해하는 국민이 적지 않았다. 검찰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한 구형이라는 단어가 자칫하면 검찰의 여론전에 악용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구형에 해당하는 영어는 ‘ask, demand, request’ 등이다. 보통 사람이 알기 쉬운 일상어인 데다, 검찰이 재판부에 형을 요청하는 의미라는 것을 단박에 이해할 수 있다. “검찰이 (재판부에) 5년형을 요청했다” 는 식으로 ‘구형’이라는 용어를 ‘요청했다’ 등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필요 이상으로 검찰의 권위를 더하는 용어로 ‘송치 (送致)’도 있다. 송치는 영어로 ‘send’다. “경찰은 수사 기록 일체를 검찰에 송치했다”와 “경찰은 수사 기록 일체를 검찰에 보냈다”는 표현은 시청자들이 받아들이는 어감이 다르다. ‘요청하다, 보내다, 넘기다’란 단어가 가볍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권위를 가져야할 대상은 검찰이 아닌 국민이기 때문에 어떤 용어 사용이 적절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난해한 법률 용어는 국민이 법률을 어렵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서 법률서비스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게 하는 주범이다. 1970년대부터 영국은 ‘쉬운 영어 운동 (Plain English Campaign)’을 펼쳐 공공문서를 일반 인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바꿔주는 일을 하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2010년엔 ‘쉬운 언어쓰기 법 (Plain Writing Act)’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우리도 언론계에선 방송문화진흥회가 중심이 돼 국민들이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방송말을 연구하고 있는데, 그 연구 결과를 MBC와 공유하고 있다.
지난 11월 19일자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 사려다…>란 보도에서 “경찰은 A씨 일행에게 필로폰 투약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고…”라고 해 송치라는 어려운 용어 대신 ‘넘기다’라는 동사를 구사하고 있다. ‘기소’ 역시 ‘재판에 넘긴다’란 표현으로 바꿀 수 있는데, 쉬운 말 사용이란 점 외에 중요한 관점의 차이가 있다. ‘기소’가 검찰 중심인 데 비해, ‘재판에 넘긴다’ 고 하면 사법부에 무게가 실린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역시 ‘영장(실질)심사’로 대체 가능하다. ‘구속전 피의자 심문’을 하는 주체는 검찰인 데 비해, ‘영 장심사’는 심사를 받는 당사자의 권리가 강조된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검찰 중심 용어를 사용해왔던 것이다.
‘혐의 사실’인가 ‘혐의 내용’ 인가?
<PD수첩>은 지난 10월 1일에 방송한 <장관과 표창장> 편에서 ‘혐의 사실’, ‘피의 사실’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혐의 내용’, ‘피의 내용’이란 어휘를 사용했다. “확인되지 않은 혐의 내용을 언론에 흘리고 언론이 검증 없이 기사를 쏟아내는 관행도 반복됐습니다”, “정 교수를 기소한 직후 검찰은 갑자기 새로운 피의 내용을 언론을 통해 알리기 시작합니다” 등으로 말이다.
[사진 설명] 지난 10월 2일 <PD수첩> '뉴스외전' 편에 출연해 검찰 관련 보도 용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박건식 피디
<PD수첩>이 ‘사실’이 들어가는 혐의 사실, 피의 사실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혐의 내용, 피의 내용으로 쓰는 이유는 검찰은 사실을 말하는 기관이 아니라, 의혹을 제기하는 편파 집단의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언어학적으로도 ‘의심’ ‘의혹’을 뜻하는 ‘의(疑)’라는 단어에 ‘사실’을 붙이면 의미충돌이 일어난다. 의혹 단계에 불과한 검찰 수사에 혐의 사실, 피의 사실(공표) 등 사실이 들어가는 보도를 반복하게 되면 시청자들은 검찰의 수사를 의혹 제기 단계가 아니라, 확정된 사실로 여길 위험성이 있다.
검찰은 ‘소환’할 수 없다
‘소환(召喚)’도 적절하지 않은 용어다. 현행 형사소송 법은 사법부와 행정부의 영역을 구분하고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68조는 “법원은 피고인을 소환할 수 있다”고 소환을 규정하고 있으며 동법 제200조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의 출석을 요구하여 진술을 들을 수 있다”고 출석 요구에 대해 정의하고 있다. 즉, 현행법상 소환은 법원만이 할 수 있다. 검찰이 할 수 있는 것은 소환이 아니라, 출석 요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언론은 검찰의 출석 요구를 소환으로 보도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檢, 정경심 소환 불응에 체포영장 ‘최후통첩’, ‘검찰의 패스트트랙 소환 불응한 한국당” 식으로 검찰의 출석 요구를 소환이란 용어로 부르고 있다.
소환은 법원이 피고인, 증인 등을 법정에 오라고 부르는 명령으로 강제성을 띤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 같은 제재를 받는다. 형사소송법 제151조는 “소환장을 송달받은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아니한 때에는 불출석으로 인한 소송비용을 증인이 부담하도록 명하고,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출석 요구를 어기면 체포영장 발부 근거가 되지만, 그 자체가 제재 대상은 아니다. 이렇듯 수사기관은 소환이 아니라 출석 요구라고 해야 하지만, 검찰은 소환을 더 즐겨 쓰고 있는 듯하다. 이는 검찰이 준사법 기관이라는 잠재의식이 작동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출석 요구와 소환과 관련해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검찰, 법원 중심의 시각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국민의 관점에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다. 예를 들어, “검찰은 김 의원을 다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며 돌려 보냈습니다”, “검찰은 귀가 조치된 김 모 회장의 사법 처리 문제에 대해서 원칙대로 처리할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등에서 보듯, 이들 문장에서 술어는 ‘돌려보내다’, ‘귀가시키다’라는 사역형 동사 형태다. 이는 검찰 중심적인 권위적 모습을 반영한 것이다.
검찰청의 주인은 어디까지나 검사이며, 검찰에 출석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검사들이 그들을 처리할 권한을 가지고 있고, 돌려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마음 대로 돌려보내지 않을 수 있다는 권위적 생각이 언론인들의 마음속에 무의식적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진짜 ‘우리말’로 보도해야
역사학자 전우용은 지난 9월 27일 방송문화진흥회가 개최한 방송말 연구모임에서 ‘검찰이 혐의를 잡고 있다’라는 표현도 삼가자고 제안했다. ‘검찰이 혐의를 두고 있다’고 표현하면 객관적·중립적으로 보이는데, ‘혐의를 잡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하면 검찰이 중요한 증거를 확보한 것처럼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신병(身柄)을 확보하다”에서 신병 역시 우리말 체계에는 없는 일본말에서 유래한 단어다. 이 말은 일본말로 미가라(みがら)로, 병(柄, がら)은 신병 외에도 가병(家柄,いえがら), 인병(人柄, ひと がら), 장소병(場所柄, ばしょがら) 등의 체계를 갖추고 있다.
모호하게 표현되는 ‘신병을 확보하다’ 대신 ‘체포하다’, ‘긴급 체포하다’ 등으로 명확하게 표현해주는 것도 시청자들이 검찰 관련 보도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할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 법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7%가 법률용어를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전문용어를 사용하기 때문’(70.4%), ‘한자어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22.0%) 등으로 나타났다. 검찰에 필요 이상의 권위를 부여하는 전문 용어 사용과 일본어의 잔재 및 어려운 한자어 문제를 해결할 때, 우리는 비로소 “누구나 법 앞에서 평등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박건식 / MBC 시사교양본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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