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터뷰인터뷰 [인터뷰] 고경일 교수 “비트코인으로 부의 공정한 분배 꿈꾸시나요? 이 전시회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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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1,137회 작성일 24-10-26 14:10본문
< 10월 25일 인사동 무우수갤러리에서 인터뷰에 응하는 고경일 교수. 사진 촬영 리포액트 시민 기자 정 숙 >
4년 주기로 돌아오는 비트코인의 반감기가 올해 4월에 다시 돌아왔다. 금을 대체하는 화폐가 가상화폐로 대변되는 비트코인으로 넘어가는 시대라는 것은 분명하나 결국 가상화폐인 비트코인도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다. 현재의 허상과 욕망을 넘어서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고자 신기술과 전통적인 예술 기법을 융합한 팝 아트(pop art) “욕망의 슈퍼싸이클 : Supercycle of Desire” 초대전을 개최한 고경일(지코 GI.KO) 상명대학교 디지털 만화 영상과 교수를 10월 25일 인사동 무우수갤러리에서 만나 우리가 직면한 시대적 전환점에 서 있는 예술가의 고민과 이번 초대전의 작품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메시지 전달, 오락적인 아름다움 동시 추구해야 더 가치 있는 예술
-AI를 이용한 밑그림과 손으로 페인팅한 새로운 예술 창조
-박성완 작가와 듀엣으로 세월호에 관한 역사적 작업 추진 예정
-가상화폐도 결국 자본주의의 새로운 형태인 ‘빛 좋은 개살구’
-소수의 권력자들에게 희생되고 있다는 메시지 전달이 전시회 목적
-사회에서 일어나는 아픔 공유하는 것은 예술가의 당연한 몫이자 도리
-팝 아트(pop art)는 어떤 예술인가요?
‘팝 아트’라고 하면 미국에서 시작된 대중적이고 일반적인 시민들이 좋아하는 상품들 예를 들면 로이 리히텐슈타인처럼 만화를 패러디해서 캔버스에 그리거나 앤디 워홀처럼 캠벨 수프 통조림 깡통을 그대로 인쇄하는 것, 마를린 먼로의 사진을 그대로 찍어서 팔기도 하는 대중적인 소비를 촉진하는 가벼운 예술을 일반적으로 ‘팝 아트’라고 합니다. 팝(pop)이라고 하는 것은 대중적이고 민중적인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팝 아트’라고 하는 장르는 두 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오락적이고 장식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메시지적인 걸 강조하면 예술이 아니고 장식적이고 오락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진짜 예술이라고 얘기하는 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과 오락적인 것을 함께 추구하는 것이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팝 아트를 하는 작가들이 한국에도 많이 있습니다. 대부분 만화 캐릭터를 이용하거나 사람들이 좋아는 브랜드나 명품의 로고 등을 가지고 작품에 많이 활용합니다. 그것도 의미 있지만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나 우리가 꼭 알아야 될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를 작품에 적용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회 주제를 ‘비트코인’과 '전쟁'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올해 4월에 비트코인 네 번째 반감기가 왔고 그 영향으로 6개월 후에 급등하는 상황이 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통해 부가 공정하게 분배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지만 지금 살펴보면 비트코인도 잘 사는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화폐일 뿐 일반 사람들이 가상화폐를 통해 부를 축적할 수 있을까는 의문입니다. 우크라이나나 팔레스타인에서 사람들이 전쟁으로 죽어나가고 있지만 해외 지갑에다가 가상화폐로 돈을 옮겨놓고 해외로 나갈 수 없기 때문에 결국엔 가상화폐도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에 부응하는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2024 무우수갤러리 GI.KO 초대전 “욕망의 슈퍼싸이클 : Supercycle of Desire” 포스터 >
AI를 이용한 밑그림과 손으로 페인팅한 새로운 예술 창조
박성완 작가와 세월호에 관한 역사적 작업 추진 예정
-이번 전시회 작품에는 박성완 작가와의 협업으로 특별한 기법이 사용됐다고 들었습니다.
AI 프로그램인 미드저니(Midjourney : 텍스트로 된 설명문 또는 설명구로부터 이미지를 생성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와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 임의의 텍스트 입력으로 사진과 같은 실감나는 이미지를 생성)을 활용하여 밑그림을 만들어냈습니다. 내가 원하는 밑그림을 AI에게 훈련을 시켜서 작품의 스타일과 형태를 잡고 나머지는 제가 직접 그렸습니다. 어떻게 그릴까 고민을 하다가 박성완 작가가 생각이 났습니다. 박성완 작가는 물을 거의 안 섞은 아크릴물감이나 유화물감에 기름을 아주 조금 섞어서 한 번에 찍어서 대범하게 그리는 스타일의 그림을 그리거든요. 물감을 푹 찍어서 한 번에 그려내는 것은 데생 실력이 없으면 안 되고 색에 대한 조화로운 감각이 직관적으로 뛰어나야 하는데 그 두 가지를 박성완 작가가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박성완 작가의 수업에 저도 들어가서 배웠을 만큼 박성완 작가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박성완 작가와 호흡이 잘 맞아서 듀엣 작가를 해보려고 계획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내년에 세월호에 관한 작업을 같이 해보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저와 박성완 작가가 5월 4일 전주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세월호 구조 실패와 침몰 원인을 조명해 보는 다큐멘터리 영화 <침몰 10년, 제로썸>을 보고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사회 부조리에 관한 작품을 제대로 해야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굉장히 의미있고 거대한 작업이 될 것 같습니다.
전시회 목적은 소수의 권력자들에게 희생되고 있다는 메시지 전달
사회에서 일어나는 아픔 공유하는 것은 예술가의 당연한 몫이자 도리
-이번 전시회 제목을 “욕망의 슈퍼싸이클 : Supercycle of Desire” 이라고 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비트코인이 4년을 주기로 반감기가 오듯이 이번에도 4월에 반감기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슈퍼싸이클’이라고 하지만 저는 ‘욕망의 슈퍼싸이클’이라고 생각합니다. ‘욕망의 수퍼싸이클’은 비트코인만 있는 게 아니고 전쟁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평화적 시기를 누리는 시기가 되면 꼭 전쟁이 일어납니다. 특히 미국이 그런 ‘슈퍼싸이클’ 안에서 엄청난 이익을 누리고 있고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 같은 경우는 윤석열 못지않게 국민들의 신임도 받지 못하고 문제가 많지만 그런 것을 전쟁으로 덮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결국엔 하나의 욕망이고 그런 욕망의 싸이클 안에 우리가 갇혀 있다는 걸 일반 사람들은 잘 감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도 전쟁과 연관이 있고 전쟁은 미국과 연관이 있고 미국은 한반도 하고도 연관이 있듯이 모두 연관이 있습니다. 소수의 권력자들과 소수의 힘 있는 나라를 중심으로 그들의 욕망 때문에 우리가 그 싸이클 안에서 희생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작품의 등장인물이 마블 만화에 등장하는 영웅들과 명작에 등장했던 주인공들인 것이 신선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고 익숙한 캐릭터들로 친숙함을 줬습니다. 팝 아트라고 해서 친숙함만 주는 게 아니라 저는 그 안에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미키마우스는 미국의 상징적인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동심이기도 합니다. 슈퍼맨은 미국의 군사력을 빗대어 풍자 한 건데 전쟁이 나던지 말던지 신경쓰지 않고 돈만 보고 있는 수퍼맨을 통해 미국이 결국은 현실에 관여하고 싶지 않고 원하는 것만 보려 하는 것을 표현해 미국이 국제 경찰로서의 자격이 있느냐를 비판했습니다. 모나리자 같은 경우에도 최고의 가치를 가지고 있고 루브르 박물관에서 늘 화제가 되고 있지만 결국 모나리자도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싸이클 안에 갇혀 있는 인간의 욕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술 상품으로 전락한 모나리자도 결국 하나의 투자 가치일 뿐이지 존경받아 마땅한 숭고한 존재가 아닌 허상이라는 것을 풍자했습니다.
< 작품 제목 : The beginning of a desire 2024 >
< 작품 제목 : Superman on strike 2024 >
< 작품 제목 : Super cycle1 2024를 설명하고 있는 고경일 교수. 사진 촬영 리포액트 시민 기자 정숙 >
-사회비판적인 내용의 작품을 많이 그리는 이유가 있나요?
예술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엔 인간 사회와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 받습니다. 늘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고 남들이 그리지 않는 것을 그리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에 눈을 감고 살 수는 없습니다. 유럽이나 해외 미술 시장에서는 인권 문제나 여성, 양성평등, 전쟁, 평화 등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팔리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것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순간 정치적이라고 낙인찍혀 작품값이 폭락하고 미술 시장에서도 받아 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작가로서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작품이 팔리고 안 팔리고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에 신경을 쓰다 보면 자유로운 작업을 할 수가 없습니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발언을 하거나 힘들게 사는 이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공유하는 것이 예술가의 당연한 몫이고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요?
이번 전시회 작품이 싱가포르나 미국 LA 쪽에도 나가고 있는데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사람들이 제 작품을 어떻게 즐길지 기대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팝 아트 작품은 제 개인적인 작업을 충족시키는 예술 활동의 영역입니다. 한강 작가님도 제주 4.3사건이나 5.18 민주화 운동에 관련한 우리 근현대사의 거대한 담론을 작품으로 녹여내셨는데 저도 콜라보하는 팀을 만들어서 근현대사의 거대한 담론을 담아내는 작업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풍자적인 팝 아트 작품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고경일 교수는 “이번 작품에 과도하게 몰입하지 말아 주시고 무리해서 작품을 해석하려 하지 말아 주십시오. 작품들은 소비주의와 인간의 욕망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일 뿐이며 진정한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는 출발점일 뿐입니다.”라며 현재 직면한 시대적 전환점에 서 있는 예술가가 현재 기술을 이용해 어떻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지를 고민한 산물이라는 점을 기억해 작품을 즐겨 달라고 당부했다.
인터뷰 및 기사 정리 / 정숙 <리포액트> 시민기자
전시 기간 : 2024년 10월 24일 ~ 11월 4일
전시 장소 :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19-2 와담빌딩 3,4층 무우수갤러리
전화 : 02-732-3690 / 010-2945-5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