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사법 개혁 끝까지 감시한다 [팩트체크] '윤석열방지법'이 입법전횡? 헌재 판단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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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5,934회 작성일 20-12-29 19:48본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른바 '윤석열 방지법'(행정소송법 개정안)을 29일 대표발의했습니다.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입법 전횡'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과연 그럴까요. 행동탐사매체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가 법조계 자문과 헌법재판소 결정문 등을 검토해보니, 되레 행정소송법 제정 취지에 걸맞게 보완하는 법안 발의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행정소송법 23조를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23조1항은 '취소소송의 제기는 처분 등의 효력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에 영향을 주지 아니한다'고 돼 있습니다. 이건 이른바 '집행 부정지 원칙'(원칙적으로 집행정지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음)을 설명한 것인데요. 이렇게 우리 행정소송법은 '행정처분에 대한 집행정지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윤석열 총장의 사례를 보며, 집행정지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게 더 일반적인 것처럼 생각됐지만 행정소송법은 애초 정반대였던 것입니다.
또 이법 23조2항은 "(중략) 처분의 효력정지는 처분 등의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을 정지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경우에는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건, 이른바 '본안선취금지 원칙' 으로, 집행정지 가처분 등을 통해 본 행정소송의 판단을 대체하는 효과를 내게 해선 안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홍순욱 재판장)는 24일 윤석열 총장이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했습니다. 본안 소송이 무력화 되는 효과를 내더라도 간단히 무시해 버린 셈입니다. 왜냐면, 본 행정소송이 끝날 때(평균 행정소송 기간은 19.4개월,2019년 법원행정처)는 윤석열 총장 임기가 이미 완료(2021년 7월24일까지)되어 행정소송 자체의 실익이 없어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하나마나한 행정소송인 것이죠.
물론, 행정소송법 23조2항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집행 정지를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예외적 조항일 뿐입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홍순욱 재판장)는 “이번 징계 처분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무를 2개월 수행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되는데, 임기 등을 고려하면 이는 당사자가 참고 견딜 수 없거나 견디기 힘든 손해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과연 행정법의 예외적 조항을 이렇게 폭넓게 해석해 윤 총장의 손해를 인정하는 게 맞는 것인지 비판이 나옵니다.
헌법재판소도 집행정지 신청을 예외적으로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집행 부정지 원칙'을 담은 행정소송법23조에 대해 위헌이 아니라고 2018년 이미 판단한 바 있습니다. 사건 번호 '2016헌바208' 헌재 결정문을 보면, 한 청구인이 행정소송법 23조1항 등에 대해 낸 위헌 소원에서 헌재는 “집행정지 요건을 완화할 경우, 대부분의 사건에서 집행정지가 본안 판단의 선취가 이루어져 행정 행위의 상대방에게 오히려 불이익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중략) 행정행위에 공정력을 부여하는 취지와 우리의 소송문화 등을 감안할 때 원칙과 예외를 바꿔야 할 정도로 공익에 비해 침해되는 사익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즉, '집행정지신청을 예외적으로만 받아들여야 한다'는 행정소송법 23조가 사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이를 유지했을 때의 공익이 더 크기 때문에 위헌이 아니라는 설명인 것입니다.
헌재는 이러한 판단의 이유로, “2016년 기준 행정소송의 본안 인용률이 14.2%임에 비추어 보면, 집행정지 원칙을 취하거나 집행정지 요건을 완화할 경우, 대부분의 사건에서 집행정지가 되어 궁극적으로 행정의 비용이 증가하고 신속한 행정목적의 달성이 불가능하게 되어 행정 비효율이 발생한다. 또한 집행정지를 원칙으로 할 경우 집행정지 신청 단계에서 본안 판단의 선취가 이루어져 행정행위의 상대방에게 오히려 불이익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일본과 프랑스도 (우리처럼) 집행부정지의 원칙을 택하고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판사출신인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리포액트>와 한 통화에서 “영업 정지 처분을 당한 일반 서민들이 행정소송 전부터 회복할 수 없는 큰 손해를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행정소송법 23조에서 예외적으로 집행정지신청을 인용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 같은 임기제 공무원을 해임시킨 것도 아니고 정직2개월 처분을 두고 이런 예외적 조항을 폭넓게 적용해줬다는 건 헌재의 과거 결정과도 배치되어 부적절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때문에 정청래 의원이 입법보완에 나선 것으로 판단합니다. 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보면, 행정소송법 23조 4항에 '집행정지의 결정의 신청이 특히 본안소송 등의 실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음을 입증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하도록 했습니다. 만약, 이 법이 통과하면 앞으로 윤석열 검찰총장 같은 임기제 공무원은 집행정지 신청 자체가 본안 소송을 무력화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판사한테 함께 입증해야 합니다. 이때문에 정청래 의원의 법안 발의 내용을 일반 시민들의 집행정지 신청 기본권 제한이라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너무 과도해 보입니다.
정청래 의원은 28일 개인 '페이스북'에 “가처분 결과로 본안 소송 자체를 흔들어서는 안된다. 이를 막기 위한 행정소송법 보완인데 일반인의 가처분 신청을 모두 막겠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어 유감이다. 헌재도 이미 같은 결정을 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버스가 떠난 뒤(가처분), 손을 흔들어봤자(행정소송), 버스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꼬리(가처분)가 몸통(행정소송)을 흔들면 그 동물은 제대로 걸을 수 없습니다.
<사진설명> 정청래 의원이 발의한 행정소송법 일부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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