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저널리즘 연구 박진성 시인을 향해 가장 악질보도를 한건 <JTBC>가 아니라 <한겨레21>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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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8,734회 작성일 20-10-20 22:14본문
'가짜 미투'의 피해자 박진성 시인이 지난 4년동안 어떤 일을 겪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너무 늦게 관심을 기울여,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박진성 시인에게 미안합니다.
박진성 시인은 손석희 사장의 사과를 언급했지만, 제가 저널리즘적으로 분석해봤을 때 박진성 시인에게 가장 악질적 기사를 쓴 건 <한겨레21>이었습니다. 우리 언론은 지금까지 '피해자 박진성 시인'을 향해 되레 '자살 기우제'를 해온 셈입니다. 그 이유를 지금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2016년 10월 이른바 박진성 시인 관련 미투가 터집니다. 그런데 다들 아시듯 이 사건은 조작이었습니다. 조작 미투를 한건 다른 이였지만, 탁수정(여성운동가)씨는 섣부르게 박진성 시인을 공개언급하며 미투 연대를 하겠다고 트위터로 선언합니다.
2017년 9월 박진성 시인은 검찰로부터 성폭행 관련 무혐의 처분을 받습니다. 이어 '박진성 미투' 사건을 조작한 분들은 형사처벌을 받습니다. 탁수정씨는 이 사건 말고 다른 시인(o)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해 형사처벌을 받았습니다. 탁씨는 박진성 시인 관련해서도 명예훼손성 글을 썼지만 이건 박 시인이 중간에 봐줘서 형사처벌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다른 문제가 불거집니다. 탁수정씨가 2018년 2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유명작가들이 맞고소를 통해 미투를 무력화한다"고 설명한 것입니다. 박진성 시인을 방송에서 직접 언급한 건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박진성 시인을 겨냥한 말로 누구나 해석할 수 있는 비판이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다 아시듯, 탁수정씨는 이런 말을 할 자격이 2018년 2월 그 당시엔 이미 상실한 상태였습니다. 다시 반복하지만 2017년 박진성 시인 미투 사건은 조작임이 밝혀졌고 여기에 섣불리 연대한 탁수정씨는 도덕적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시점이었습니다. 심지어 o 시인 관련한 명예훼손 발언으로 탁씨는 형사처벌까지 받았습니다.
<JTBC> 뉴스룸 제작진은 탁수정씨와 박진성 시인 관련해 2017년까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랐을 수 있습니다. 언론사가 인터뷰이를 완벽하게 검증하지 못했다는 점은 물론 비판받아야 하지만, 이건 탁수정씨 본인 스스로가 자신의 과거를 솔직히 언론사에 설명하지 않은 책임 또한 있는 것입니다.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인터뷰이가 작정하고 속이려 들면 기자도 앵커도 속을 수 있습니다. 대중 기만에 대한 1차적 책임은 탁수정씨가 져야 합니다.
자. 그다음 <한겨레21>의 악질 보도가 이어집니다. 2018년 3월12일 <한겨레21>은 이미 여러 문제가 확인된 탁수정씨를 옹호하고 되레 박진성 시인을 저격하는 보도를 합니다. 보도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박진성 시인은 "탁수정씨가 하지도 않은 무고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박진성 시인이 탁수정을 공격하는 건 미투운동을 무력화하기 위한 의도다
<한겨레21>의 보도가 악질이라고 제가 분석하는 이유는, 기자가 이미 취재단계에서 탁수정씨의 부적절한 미투 연대 운동의 오류와 박진성 시인의 억울함을 확인해놓고도 이런 주장을 폈기 때문입니다. 탁수정씨에 대한 검증이 미비해서 오류를 범한 <JTBC>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박진성 시인이 탁수정씨를 무고라는 잘못된 용어로 공격한 건 맞는 거 같습니다. 그러나 일반인은 무고와 명예훼손이라는 법률 용어를 충분히 헷갈릴 수 있습니다. 탁수정씨는 엄연히 '박진성 시인은 미성년자 강간범'이라고 연상될만한 트위터 글을 써왔습니다. 이 미투가 조작이란게 밝혀진 뒤, 탁수정씨는 도의적으로라도 박 시인에게 사과를 해야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엄연히 박진성 시인에게 명예훼손을 한 겁니다.
2016년 10월20일 탁수정씨가 남긴 트위터 글. 엄연한 박진성 시인 명예훼손성 글이지만 <한겨레21>은 문제삼지 않았다.
그걸 기자가 알고 있는 상황에서도 박진성 시인이 명예훼손과 무고라는 말을 헷갈려 사용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박진성 시인이 탁수정씨를 괴롭히고 있다고 기사를 쓰는건 정말 나쁜 짓입니다. 박진성 시인이 미투운동을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자신을 무고하게 공격한 사람들에게 사과를 받으려는 의도임은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겨레21>의 기사를 보면, 애초에 '박진성 시인은 문화권력자'로 규정하고 무조건 탁수정씨 편에만 서 있습니다. 상당히 균형감이 상실돼 있을 뿐 더러, 취재가 제대로 안되어 있거나, 혹은 취재를 했는데도 악의적으로 박진성 시인을 공격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정당한 미투운동을 공격하려는 사람들을 비판하려 했다면, 박진성 시인이 아닌 다른 사례를 찾았어야 합니다.
<한겨레21> 기자는 박진성 시인에게 항의를 받습니다. "왜 나한테만 엄격하냐?" 이건 너무나 정당한 항의입니다. 잘못은 탁수정씨와 조작미투를 감행한 사람들이 저질렀는데, <한겨레21>은 되레 박진성 시인한테만 왜 미투운동을 공격하느냐는 식으로 비판적으로 묻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겨레21>은 되레 박진성 시인의 이 정당한 항의를 조롱하듯 기사에 옮겨놓습니다. <한겨레21> 기사가 나온 한 달 뒤 박진성 시인은 다시 자해시도를 벌입니다.
저는 처음에는 박진성 시인을 다룬 <JTBC> 보도의 문제점을 살피려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저널리즘적으로 경악한건 <JTBC>가 아니라 <한겨레21> 보도였습니다. 박 시인의 명예회복을 방해하고 나아가 여러 사건에 물의를 일으킨 탁수정씨를 단순히 미투운동가라는 이유만으로 그를 보호하려 하는 건 저널리즘의 올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한겨레21>은 뒤늦게라도 박진성 시인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다만, 저는 이 기사를 쓴 진명선 기자를 개인적으로 비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 글을 쓰기전 '2018년의 허재현'에게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허재현. 너라면 2018년에 이런 기사를 쓰지 않았겠는가.' 확실하게 답하지 못하겠더군요. 이 당시만 해도 저도 용기있게 미투를 감행한 분들을 되레 꽃뱀처럼 몰고가는 집단을 경멸하고 있었고, 박진성 시인이 누구인지는 몰랐지만, 미투운동을 공격하는 분들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피해자중심주의를 과도하게 맹신했다기보다는, 그냥 무관심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저역시 실수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기자에게 중요한 건 오류 그 자체가 아닙니다. 자신의 오류를 빨리 확인하고 시정하려는 노력, 그리고 자신의 오류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 저는 그게 기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더이상 <한겨레> 구성원은 아니지만, 박진성 시인과 같은 조작미투의 피해자에게 되레 <한겨레>가 가해자처럼 몰고간 것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탁수정씨 같은 분은 언론이 적절히 걸러주어야만 미투운동의 순수성이 훼손되지 않습니다. 그래야만 <한겨레21>의 이 기사 제목처럼 미투운동에 대한 '백래시'를 멈춰 세울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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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래시'를 멈춰라
문단 내 성폭력 폭로 돕다 ‘무고’ 낙인 찍힌 탁수정씨 <한겨레21> 인터뷰
http://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4504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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