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사법 개혁 끝까지 감시한다 윤상현은 어떻게 지금까지 입건조차 되지 않을 수 있었나 확인해보니…
페이지 정보
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14,894회 작성일 20-09-18 16:26본문
[사진설명] 윤상현 의원
“검찰이 윤상현 입건조차 못하게 했다”
지난 8일 경찰은 4·15 총선 인천 동구·미추홀구 을선거구 불법선거 의혹 관련 수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인천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유상봉(함바 사업가)씨와 윤상현 의원 보좌관 조아무개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저는 좀 이상했습니다. ‘어랏. 이 사건 의혹의 핵심 주체는 윤상현 아니었나? 윤상현에 대한 수사결과는 왜 경찰 발표에 없지?’
보통 수사결과 무혐의 처분받을만 하면 경찰은 그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국민적 관심을 한몸에 받는 현직 국회의원이 연루된 사건이니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수사를 했는데 기존에 알려진 것과 사실관계가 다른 게 확인됐다든지. 아니면 좀더 수사를 해야 한다든지 이런 설명이 있어야 했지요. 그런데 브리핑 어디를 살펴봐도 그런 내용이 없습니다.
다만, 경찰의 속내를 알 수 있는 힌트같은 한 문장이 있기는 했습니다. ‘윤상현 의원에 대해서는 검찰의 불입건 수사지휘 결정을 따를 수 밖에 없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이 말은 이렇게 해석하면 됩니다. ‘검찰이 부당한 수사지휘를 하고 있다. 국민 여러분 경찰이 수사를 끝까지 마무리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세요.’
구속도 아니고 기소도 아니고, ‘불입건 수사 지휘’입니다. 이걸 보는 국민중 몇명이나 납득할 수 있는 수사 지휘일까요. 입건하지도 말라는 건 아예 수사도 하지 말라는 겁니다. 입건을 해서 수사를 해야 기소의견 송치든 무혐의 처분이든 할 게 아닙니까. 입건도 하지 말라니. 누가 악의적 목적으로 고소만 해도 일단 피고소인 입건은 해서 경찰이 수사라도 해보는데, 그것조차 하지 말라는 검찰의 수사지휘인 것입니다.
도무지 말이 안되는 것 같아 다른 언론들을 찾아보는데 어디에도 이와 관련한 분석 기사가 없었습니다. 아마 인천 지역에서의 수사결과 발표이고 윤상현 의원이 현재 무소속이라서 그런지 언론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듯 보입니다. 어쩔 수 없이 저는 이 사안을 직접 취재해보기로 했습니다. 왜냐면, 이건 윤상현 의원 문제를 떠나 검찰 수사지휘의 적절성 여부와 관련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윤상현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을 다룬 <MBC>‘피디수첩’ 내용(2020년 7월18일 방송)부터 다시 살폈습니다. ‘함바왕’ 유상봉씨가 윤상현 의원으로부터 부탁을 받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경쟁 후보인 안상수 전 인천시장의 뇌물수수혐의가 담긴 진정서와 같은 지역구 더불어민주당 박우섭 예비후보에게 불리한 진술서를 썼다는 내용입니다. 유상봉씨는 이 대가로 윤 의원의 도움을 받아 각종 사업상의 이득을 취했다는 겁니다. 유씨는 이 모든 내용을 직접 피디수첩 제작진에게 털어놓았습니다.
유상봉씨의 일방적 폭로이지만 피디수첩은 보완 취재를 통해 실제 윤상현 의원이 개입되었을만한 구체적 정황을 충실하게 전달했습니다. 다만, 윤상현 의원은 모두 자신의 보좌관 조아무개씨가 몰래 벌인 일이고 윤 의원은 일체 관련 없다는 입장입니다.
저는 피디수첩 내용을 토대로 지난 일주일여간 인천 지역 언론인, 함바 업계, 사정기관 관계자 등을 두루 접촉해 정말 윤상현 의원이 입건조차 되지 못할 정도로 경찰이 어떤 수사 진척도 시키지 못했던 것인지 살펴봤습니다.
“경찰이 화가 나서 검사와 대놓고 다퉜다고 들었다”
“말도 안되죠. 구속도 아니고 입건조차 못하게 하다니. 경찰 수사가 결코 그렇게 허술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을 깊숙이 알고 있는 한 관계인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분은 경찰의 수사진척 상황을 자세히 알 수 있는 조건에 있는 분입니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녹취록과 여러 기록 등을 제게 보여주며 설명했습니다. 제보자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경찰은 윤상현 의원이 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되어 수사를 받아야 하는지 증명할 수십여 페이지 분량의 수사 서류 등을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보입니다. 윤상현 의원과 청탁 관계인 등이 만나는 장면이 담긴 사진이 제출됐을 정도로 수사 내용은 구체적이라고 합니다. 경찰은 피디수첩 보도 이전인 수개월 전부터 내사에 착수해 수사기간도 제법 길었던 것 같습니다.
인천지검은 그러나 경찰에 한차례 수사보완 지시를 하며 윤상현 의원 입건을 거절했고, 경찰은 다시 수사보고서를 보내 입건 의사를 밝혔지만 역시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인천지방경찰청 지능수사대 관계자가 이 때문에 화가 나 담당 검사와 크게 다퉜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물론, 경찰이 윤 의원의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물증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윤 의원과 윤 의원 측근, 유상봉씨 등이 서울 여의도에서 만나 회의했을 때 만들어졌다는 녹취파일의 존재는 확인됐지만 녹취록을 갖고 있는 이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 경찰이 아직 녹취파일을 확보하지 못한 듯 합니다. 이점은 분명 윤 의원에게 유리한 정황입니다.
그러나 이건 경찰이 운이 없어서이거나 수사 능력이 부족해서라거나 수사기간이 짧아서 벌어진 결과는 아닌 듯 합니다. 검찰이 윤 의원에 대해 입건 수사지휘라도 해주어야 영장 청구도 하고 좀더 강제수사에 돌입할 수 있는데, 검찰이 이를 도와주지 않은 탓이 큰 것으로 분석됩니다. 검찰이 윤상현이 아니라 경찰의 수사 동반자라면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수사지휘입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입건도 못하게 하더니 명예훼손으로 재수사 지휘?
흥미로운 건, 경찰이 이 사안을 수사중인데 최근 안상수씨가 인천지검에 윤상현 의원을 7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는 점입니다. 검찰 고소일 역시 7일로 알려졌는데, 안상수씨는 고소일 당일 7시간동안 인천지검에서 즉각적인 고소인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건 안상수씨가 사전에 검찰 쪽과 고소를 상의한 것 아닌지 의심하게 하는 정황입니다. 인천지검은 분명 경찰에 ‘윤상현 불입건 수사 지휘를’ 했는데 뒤에서는 또 윤상현 의원에 대한 고소인 조사를 신속하게 진행한 것이지요.
이런 검찰의 이상한 수사지휘와 또는 자체 수사행보 탓에 경찰 안팎에서는 ‘경찰이 윤상현 의원 수사를 못하게 하거나 혹은 하더라도 검찰이 직접 하려는 전략을 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17일 경찰은 윤 의원에게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닌 안상수 전 의원 명예훼손 혐의로 조사를 받으라고 소환 통보했습니다. 검찰이 윤상현 의원을 공직선거법 혐의으로는 입건조차 못하게 하니, 경찰은 고육지책으로 명예훼손 혐의로라도 수사하자고 돌파구를 찾은 것 같습니다.
다만 이 사건 수사를 맡은 인천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언론의 접촉을 거절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상현 의원 불입건 수사지휘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검찰이 수사를 멈추라고 한 것도 아니다. 계속 수사할 것이다. 기자와의 접촉은 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윤석열의 오른팔' 이희동 부장검사의 이상한 수사지휘
자. 여기까지 제 글을 읽어보신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인천지검의 대체 누가 이런 이상한 수사지휘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지지요. 그래서 살펴봤습니다.
인천지방청 지능수사대가 벌이고 있는 선거법 위반 수사 관련 검찰 수사지휘는 인천지검 공공수사부에서 담당합니다. 인천지검 공공수사부장은 지난달까지 이희동 검사(49·연수원 32기)였습니다. 기사를 검색해보니, 이희동 검사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올해 초 인사 때 추미애 법무장관에게 특별히 자신의 주변에 머물게 해달라고 요청했던 검사들중 한명으로 나옵니다. 지난달 말 인사 때 인청지방청 형사7부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윤 의원은 과연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까요. 경찰 출석을 계속 거절하면 과연 검찰은 명예훼손 혐의 고소 사건 정도로 윤 의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할까요. 윤 의원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소시효는 다음달 중순까지입니다. 14일 이 사건 최초 의혹 제기자 유상봉씨는 구속됐습니다.
저의 취재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사안은 결코 가볍게 볼 것이 아닌 듯 합니다. 나머지 취재는 검경을 직접 출입하는 기자들의 몫인 듯 합니다.
- 이전글왜 국정원 직원들은 비공개재판을 당연하듯 요구하는가 20.09.27
- 다음글국민이 방심한 사이 벌어졌던 검찰의 역습…검찰 수사권한만 커진 수사권조정법 통과 초읽기 20.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