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사법 개혁 끝까지 감시한다 [검사왜전] 정치인 비리 제보를 받은 검사의 공명심 “나 잘만 하면 국회의원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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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7,155회 작성일 19-10-25 15:45본문
사진설명. MBC <피디수첩> 화면 캡처.
<편집자주> ‘검사왜전’ 기획 연재를 시작하며
검찰개혁이 시대의 화두가 된지 10년이 넘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추진하다 실패했고, 임기 뒤 보복수사를 당했습니다. 검찰은 그러나 어떤 수사들은 무던히도 덮고 넘어갔습니다. 정치검찰이라 비판을 받아도 마땅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다시 검찰 개혁을 추진중이지만 강한 저항에 부딛혔습니다. 보수·진보 언론 구분없이 검찰 중심의 시각에 빠져 객관성을 의심받는 보도를 쏟아냅니다. <리포액트>는 검찰 개혁과 관련한 기울어진 언론 운동장을 바로잡으려 합니다. 법조기사는 검사들에 둘러싸인 기자들만 써서는 안됩니다. 검찰 바깥에서 검찰을 감시하는 기자들도 있어야 합니다. 검찰 개혁이 완수되는 그날까지 <리포액트>가 검찰을 감시하는 연재물을 시작한 이유입니다. 연재물의 이름은 '검사왜전'입니다. 대한민국 검찰이 '왜' 문제인지 꾸준히 살펴서 ‘검찰 개혁 백과사전’을 구축하려 합니다. 자신이 목격한 검사의 부조리에 대해 제보해주실 분은 연락주십시오. 검찰 개혁을 위한 밀알이 되겠습니다.
"나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았습니다."
신임 검사는 위와 같은 검사 선서를 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검찰이 정말 이런 마음으로 일하고 있는지 많은 국민들은 의심합니다. 특권을 내려놓지 않기 때문입니다. 검사를 그만 두어도 그 특권은 그대로 따라갑니다. 검사 선서 대신 특권만 기억하며 사는 한 고위 검사에 대한 에피소드를 전합니다.
"이건 제대로 해내면 나는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당선되겠네"
2015년 봄 서울 북부지검 형사5부에 조사를 받으러 온 유선민(가명)씨는 검사의 말을 듣고 귀를 의심했습니다. 유씨는 한 유력 정치인에 대한 비리 관련 물증을 검찰에 전달하러 왔다가 수사 담당 검사가 무심코 내뱉은 한 마디를 듣고 속으로 혀를 찼습니다.
해당 유력 정치인은 모 사업가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돈을 건넸다는 주장은 있었지만 뚜렷한 물증이 없어 수사는 난항에 빠져 있었습니다. 압수수색을 해도 뚜렷하게 나오는 게 없었습니다. 그때 기적처럼 검사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자신이 돈 전달자인데 관련 증거를 제시하겠다는 거였습니다. 검사는 바로 전화의 주인공인 유선민씨를 만났습니다.
유선민씨는 당시 지병 탓에 수술을 받았고 몸이 안좋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유씨의 제보를 받은 검사는 그를 수시로 불러 새벽까지 조사를 강행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우리 사회를 좀더 투명하게 만드는 일과 관련한 수사라 믿고 유씨는 조사에 열심히 협조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검사가 무심코 내뱉은 한 마디에 유씨는 기가 막혔습니다. "이런 거물급 정치인을 내 손으로 기소만 하면 난 퇴직하고 나서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당선되겠다"는 한 마디였다고 합니다.
유씨는 검사가 새벽 조사까지 강행하던 속내를 확인하는 순간, 자신이 뭣하러 이렇게까지 수사에 협조해야 하는지 회의가 들었다고 합니다. 유씨와 함께 배석했던 검찰 출신 변호사마저 “같은 검사 출신으로서 부끄러워 고개를 못들 정도로 황당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검사가 다 저런 사람은 아니겠지만, 상당수 검사들이 저런 비뚫어진 공명심으로 일하고 있다는 걸 알면 시민들이 검찰에 제보를 할까요." 유씨는 최근 저를 만나 대한민국 검찰이 썩을대로 썩었다고 한탄했습니다.
"검사들이 거물급 정치인들만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어요. 그게 자신들의 출세를 보장하니까요. 지역의 검찰에 지역 토호의 비리를 제보하면 제대로 수사를 안해요. 어차피 그런 사람들은 잡아봤자 언론이 주목도 잘 안해주고 검사로서는 득될 게 없는 거죠. 그러니 지방으로 갈 수록 부패가 더욱 심한 거예요."
유씨는 이 검사가 영 못미더워 조서를 유심히 살펴봤다고 합니다. 맞춤법도 많이 틀리고, 주술 관계가맞지 않는 문장이 많아 일을 제대로 하는 검사가 아니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합니다.하지만 그는 우병우 사단으로 분류되어서 그럴까요. 굵직굵직한 여러 사건의 수사를 계속 맡으며 검찰 내에서 승승장구 해갔다고 합니다. 현재는 서울고등검찰청에 재직중입니다.
유씨가 만났던 이 검사는 이후 국정농단 사건의 공판 검사를 맡기도 했습니다. 그는 국정농단의 주범들을 기소하고 재판에 참석하며 속으로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역시 이번 사건 제대로 처리하면 국회나 청와대에서 혹시 자신을 불러주지 않을까 기대했을까요. 어차피 선배 검사들도 그런 식으로 출세를 해갔으니까요. 어쩌면 내년 총선에서 유력 정당의 공천을 노리고 있을까요.
20대 국회에 입성한 검사 출신 의원은 20명에 이릅니다. 다양한 직업군이 국회에 고르게 분포해야 하는데 너무 검사 출신이 많습니다. 법사위에서 검찰 출신 국회의원이 여야 가리지 않고 한자리씩 꿰어차고 있으니 검찰 개혁 법안이 제대로 통과될리 만무한 구조입니다. 검찰은 비리를 저질러도 수사망도 피해가고, 징계도 제대로 안받습니다. 경찰로 검사 비리 제보가 들어가더라도, 영장 청구만 막아버리면 수사도 막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렇게 검찰 공화국이 되어가니까 검사들 상당수는 대통령보다도 권력이 세다고 생각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검사들의 안하무인 인식은 그러나 감춰지지 않고 줄줄 새어 나옵니다. 최강욱 변호사는 최근 페이스북 방송에서 "지금 (검찰이) 자기들끼리 모여가지고 대통령이라고도 안하고 문아무개가 민정수석도 아니고 조국XX가 어디까지 저럴 수 있는지 한번 해보자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검사들의 전언을 폭로하기도 했지요.
분명히 정권 교체는 되었습니다. 그러나 선출직이 아닌 '주요 권력'은 대체 어떻게 하면 교체될 수 있을까요. 검찰청 앞에 켜진 거대한 촛불이 그나마의 위안이자 우리 사회의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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