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반 [세상보기] 30대 기자가 20대에게 40대를 설명하는 사다리를 놓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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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13,569회 작성일 19-09-1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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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논란이 가져온 과제…20대와 40대의 균열 

조국 법무장관 임명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은 우리 사회에 세대간의 균열이라는 새로운 현상과 숙제를 던져주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노년층 기성세대와의 갈등만 부각되었다면, 이제는 중년층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의 인식차도 상당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요. 우리 사회는 이러한 ‘차이 드러냄’을 통해 한단계 더 성숙해질 겁니다.


저는 10여년전 어버이연합이라는 갑자기 우리 사회에 출현한 ‘아스팔트 우파 노인들’을 발견하고 그들의 생각을 이해해보는 기사를 처음으로 쓴 적 있었습니다. "빨갱이"라며 젊은 세대를 대놓고 비난하는 어르신들의 심리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그들과의 인터뷰를 했었습니다. 그때 저는 깨닳았어요. ‘세대간의 대화가 필요하구나. 그러자면, 언론이 나서서 세대간의 생각의 차이를 읽어줘야겠구나’ 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저는 이번에 드러난 20대와 40대의 생각의 차이도 각자 경험해온 공간과 경험의 차에서 비롯한 것 아닐까 분석해보고 있습니다. 둘은 분명 생각 작동 방식에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올해 나이가 만으로 38(한국식 나이 40)입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저는 20대와 40대의 생각이 동시에 이해가 되면서 둘 모두에게 답답함을 느끼는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두 세대 사이에 소통의 다리를 놓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20대 후반과 30대 후반을 한겨레 기자로 지내면서, 현장에서 많은 이들을 부닥쳤고 경험하고 듣고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2017년 작가 '아거'가 쓴 <꼰대의 발견>을 보면, 꼰대라는 단어는 ‘남보다 서열이나 신분이 높다고 여기고, 자기가 옳다는 생각으로 남에게 충고하는 걸, 또 남을 무시하고 멸시하고 등한시 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자’를 지칭한다고 해요. 이글은 제가 겪어본 지금의 40대를 알려드리기 위해 쓰는 글일 뿐, 그들이 옳다고 알려드리는게 아니니 부디 꼰대의 글로 여겨지지 않길 바랍니다. 그저 거대하게 갈라진 세대간의 틈에 놓아드리는 ‘소통의 사다리’ 일뿐입니다. 사다리는 여러개일 수록 좋은 것 아닐까요.



지금의 20대가 문재인 정부에 화를 내는 건 당연하다 

이글을 쓰기 전, '허재현이라는 20대 청년은 무엇에 분노하고 화를 내고 있었는가' 살펴보았습니다. 지금의 20대가 조국 후보자 논란 때문에 분노하는 것처럼, 저역시 뭔가 분노하던 대상과 이유가 있었거든요. 저도 여러분처럼 민주당이 집권했던 정부에서 20대를 ‘화내면서’ 보냈기에 ‘믿었던 사람들에 대한 배신감‘을 잘 알아요. 제가 한겨레 기자가 되기 1년 전인 2006년 7월 제 개인 블로그(https://blog.naver.com/ourrights/40026602659)에서도 비슷한 감정으로 화를 내던 흔적이 있더군요. 제가 배신감을 느꼈던 대상은 조국 대신 노무현 대통령이었어요.



포스코 하청 회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본사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는데 이걸 노무현 정부가 꽤 심하게 탄압했었나봐요. 그때 제가 "서민을 위한 정부가 되겠다고 한 그 약속,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당신들! 꼭 심판받을 때가 올것입니다"라고 화를 내고 있더라고요. 노무현 정부가 기대와 달리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 투쟁을, 과거 보수정권 때만큼 심하게 탄압하고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을 강화한다고 여겼던 ‘20대의 청년 허재현’도 당시의 대통령에게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민주당이나 노무현을 특별히 싫어했다기보다는, 당시 집권한 세력에 화를 내는 건 당연한 거였을 거예요.


아마 여러분도 지금 비슷하지 않을까요. 지금 집권한 정당은 민주당이고 당연히 학력 차별과 학벌 대물림 등 우리 사회 온갖 문제가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법무장관만의 탓이 아닌데, 일단은 이들이 문제 해결의 가장 큰 열쇠를 쥐고 있으니 이들을 상대로 화를 내는게 당연하지요. 저는 그래서 왜 '자유한국당'의 문제는 눈감고 조국에 대해서만 화를 내냐며 ‘20대가 선택적 분노를 하고 있다’는 식의 공격은 어딘가 좀 불편합니다. 지금 자유한국당 출신의 법무장관을 임명한 게 아니잖아요.


그러나 동시에 40대가 마치 진영주의자가 된 것처럼 조국 후보자를 과도하게 옹호하는 것에는 그럴만한 배경이 있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어요. 핵심은, 지난 10년간 보수 정권 하에서 벌어진 어마어마한 민주주의의 퇴행이에요. 아마 여러분이 10대 때 벌어진 일이라, 잘 모르실 거예요. 지금의 40대는 그래서 우리 사회 각종 분야에서의 적폐청산에 기대를 걸고 있고 그중에서도 가장 잘 안되고 있는 곳이 검찰이에요. 그래서, ‘검찰개혁 검찰개혁’ 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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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복궁 영결식장을 떠난 노무현 전 대통령 운구행렬이 29일 낮 시민들의 청와대 진입을 막으려 광화문 네거리에 세워놓은 경찰 차벽 사이를 지나 서울광장으로 향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상징적 존재와 상실감

먼저 여러분이 아셔야 할 게 있어요. 중년 세대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단히 특별한 존재예요. 노년 세대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런 것처럼요. 20대 여러분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특별한 감정이 없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제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그렇거든요. 제 부모님은 김대중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무척이나 슬퍼하셨는데 저는 그저 담담했었거든요. 동시대를 살아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일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갑작스레 서거한게 2009년이니 벌써 10년이 넘었어요. 지금의 20대에게 노무현은, 누군지는 알지만 별로 감정이입이 되지않는 인물일 겁니다. 일단, 이게 40대와 여러분의 가장 큰 차이에요.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인권 변호사가 된 뒤 40대 후반에 정계에 입문했는데 정말 정계에 거의 가진 것 하나 없이 뛰어들었어요. 하지만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진정성 하나만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 극적으로 대통령이 된 인물이에요.그래서 지금의 40~50대에게 노무현 대통령은 특별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는 인물이지요.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데에는 검찰의 책임이 매우 컸어요. 재임중 친인척이 비리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줄줄이 구속됐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도 수사 대상이 됐죠. 검찰이 피의사실을 언론에 너무나 많이 흘렸어요. 어떤 것들은 공개망신에 가까웠어요.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당시 검찰 개혁을 위해 무던히 노력을 하다가 실패한 적 있어요. 그래서 많은 국민들은 검찰이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생명줄을 끊어놓으려고 일부러 비리 수사를 벌인다고 생각했어요. 아시듯 2009년 5월23일 그만 노 전 대통령은 수치심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20대 여러분의 사고 방식으로라면, 이해가 안되실 거예요.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왜 많은 국민들이 그를 추모하는지. 비리 수사에 대해서 진영은 없어야 한다고 판단할 수 있을 거예요. 저도 이런 고민때문에 상당 기간 혼란스러웠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저는 한겨레 신입기자였어요. 거의 매일같이 대한문 앞에 차려진 대통령님 분향소를 나가 취재를 했고, 봉하마을도 수시로 내려갔지요. 어떤 분들은 제가 한겨레 기자(노무현 대통령이 한겨레신문 주주)라는 이유로, 저를 붙잡고 눈물을 흘렸어요. 당황스러웠어요. 저는 같이 눈물을 흘려드리고 싶었는데 눈물이 안나는 거예요. 왜냐면, 감정이 복잡했거든요. 전직 대통령이 비리 혐의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모든 책임을 지고 선택한 불행이기 때문에 눈물이라는 감정은 제게 솓구치지 않았어요.



봉하마을에 내려가 일주일 넘게 취재를 벌이다가 시간이 나서, 노 전 대통령이 산책을 자주 하던 마을 뒷산을 차분히 걸었어요. 대통령님과 작정하고 마음속 대화를 했어요.


'대통령님. 저는 당신을 되게 원망했어요. 어떻게 재임중에 그렇게 하실 수 있어요? 미국이 벌인 이라크 전쟁 따위에 왜 우리 젊은 장병들을 보내어 목숨을 위태롭게 했어요? 당신 때문에 저와 삼촌같이 지내던 허세욱 아저씨가 돌아가셨어요.(※한미 FTA 체결을 반대하며 분신 자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하면 왜 그렇게 잔인하게 탄압했어요? 왜 그렇게 공기업 민영화를 많이 해서 일자리를 불안하게 만들었어요? 그런데 대통령님. 솔직히 전 왜 당신이 밉지 않은지 모르겠어요. 저도 이런 제가 혼란스러워요. 부디 좋은 곳으로 편히 가세요. 후세대에게 사람사는 세상을 물려주는 건 이제 저희들 몫이 되었어요.'


이어 깨닳았어요. 노무현 대통령은 그냥 전직 대통령이 아니라, 우리 사회 개혁 열망의 상징이자 총체라는 것을. 기대했던 게 컸으니 실망도 컸지만, 인물 그 자체로서 여전히 살아 숨쉬던 개혁의 상징이자 비빌 언덕이 사라졌으니 국민들이 크게 공허감을 느낀다는 것을. 노무현 대통령의 영정 사진 앞에 쏟아진 수많은 눈물의 본질을요. 우리가 함께 만들고자 했던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가치가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상실감의 눈물이란 것을.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저도 기꺼이 눈물을 흘리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보내드릴 수 있었어요.


이 모순적이고 복합적인 감정은 동시대를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가 잘 안될 거예요. 지금 조국 법무 장관 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영되어 있는 40대의 감정도 이와 유사하다고 저는 분석하고 있어요. 단순히 조국과 문재인이라는 인물이 아니라, 이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과 희망을 투영하고 있는 거죠. '법무장관으로 조국 밖에 없어?' 이런 생각을, 40대라고 왜 안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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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공장에서 농성중인 노동자들을 때리는 경찰. 허재현 기자가 직접 찍어 세상에 공개한 장면.



보수정권에서 보낸 10년의 감정 변화

또하나 한겨레 기자로서 혹은 민주 사회의 시민으로서 겪었던 독특한 경험을 20대 여러분에게 알려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바로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에 대한 생각이에요. 저는 20대에 여러분과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 같은 생각을 하며 보냈었어요. 저는 20대에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을 똑같이 나쁘다고 비판했었어요. 이들이 추진한 경제정책에서 별로 큰 차이가 없어보였거든요. 하지만 저는 여러분과 달리 정치권을 무조건 멀리하기보다 대안정당을 키우는 쪽으로 청춘의 시기를 보냈어요.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에 의해 탄핵된 적이 있는데, 일부 대학생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싫어서 탄핵반대 집회를 거부하곤 했어요. 하지만 저는 열심히 나갔어요.


한겨레 기자가 된 직후인 2007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어 보수정권 치하가 됐어요. 저는 어차피 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여겼기에, 우리 사회 구조의 본질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하루하루가 '문화적 충격'이었어요. 자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  정부는 그냥 보수정권의 모습이 아니라, 제가 상식이라고 여겨왔던 민주주의 각종 가치와 질서를 훼손하기 시작했어요. 민주당은 적어도 1987년 헌정체제가 만들어온 민주사회 질서를 존중하면서 정치를 하는데 자유한국당은 그게 아니었어요.


예를 들어,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 탄압.  그때 엠비 정권의 경찰이 보여준 거리에서의 광기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얼마나 많은 20대 대학생들이 제 눈앞에서 경찰에 얻어 맞고 피를 흘렸는지 몰라요. 지금의 홍콩 민주화 시위 현장에서 보여주는 중국 경찰의 모습과 유사했다고 보면 돼요. 이런 일이 어떻게 한국 사회에서 다시 벌어질 수 있을까. 제게는 정말 큰 충격이었어요. 그때는 취재하다 경찰한테 얻어 맞지 않으려고, 어깨에 기자 확인증을 매고 다니는게 일상이었어요.


이어, 2009년 쌍용차 해고자 농성 강제진압 사건. 경찰은 마치 광주항쟁을 진압하는 것처럼 노동자들을 거의 죽도록 때리면서 농성장을 진압했어요. 제가 마침 그 현장을 영상으로 찍어서 단독보도 할 수 있었는데 저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조현오 경기경찰청장을 내가 직위해제 시키겠구나.' 왜냐면, 노무현 대통령 집권 때는 경찰이 이런 행동을 벌이면 대통령이 사과하고 경찰청장이 사퇴하고 했거든요. 그런데 조현오 경기청장은 되레 이 사건 공로를 인정받아 후에 경찰청장으로 승진해요. 저는 또한번 충격을 받았어요.


이후 충격받는 일이 반복됐어요. (제가 '놀랐다'는 표현을 쓰는게 아님을 주목해주세요) 엠비 정부가 정권을 반대하는 민간인을 행정조직을 동원해 사찰한 사건이 벌어졌어요.  기관장에서 강제로 쫓겨나는 사람들도 계속 발생했죠. KBS 정연주 사장같은 사람들이요. 제가 존경하고 좋아하던 언론인들이 계속 쫓겨나기 시작했어요. 또 지금은 여러분에게 익숙한 종편 케이블 방송이 국회에서 미디어법이 날치기 통과되면서 탄생했어요. 국회에서 정상적으로 표결하지도 않고 대리투표가 난무하면서 엉망진창 난리도 아니었어요.


박근혜 정부때도 충격은 이어졌어요. 간첩을 조작해서 발표하거나, 멀쩡한 정당(통합진보당)을 정부가 나서서 강제해산 시켜버리거나, 집회에서 "청와대 진격"을 외쳤다는 이유(※지금의 전광훈 목사가 한 것과 똑같은 구호예요) 만으로 민주노총 위원장이 감옥에 갔어요. 경찰과 국정원 등 국가기관을 총동원해서 대통령 부정선거도 일으켰지요. 여러분이 10대 청소년 시기를 보낼 때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됐어요. 세계 사회가 우려할 만큼 민주주의 퇴행이 이어졌습니다. ‘자유한국당은 보수정당인 걸 넘어 독재 잔재 세력’에 가까웠어요. 이들이 정권을 잡으면, 우리 사회가 힘들여 쌓아온 각종 질서가 어떻게 훼손되고 망가지는지 경험으로 알게 된 것이죠.


지금의 30대 이상이, 특히 40대 이상이 적폐 청산을 우리 사회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는 것은 이런 이유입니다. 홍콩 시민들이 만약 지금 중국 공산당 정부에 맞서 승리해 정권 교체를 한다면, 아마 한국 사회의 30· 40대와 똑같은 '적폐청산'에 나설 거예요. 그리고 거기에는 상징적인 인물이 필요한데 그게 문재인과 조국같은 사람들일 겁니다.


이건 단순한 진영논리가 아니에요. 조금 어려운 이야기인데, 역사적으로 파시시트 세력이 추진하는 역사 퇴행에 맞서 개혁적 부르주아 정권과 연대하는 좌파들의 활동은 계속 있어왔고 지금도 있어요. 프랑스에서는 모든 좌파들이 평상시엔 서로 죽일듯이 싸우다가 선거 등에서는 똘똘 뭉쳐서 극우정당에 맞서 공동행동을 해요.한국 사회의 많은 40대는 검찰이 보여주는 개혁에 대한 저항을 '반란'으로 해석해요. 실제 노무현 정권 때 그런 일들이 벌어졌고 대통령이 그탓에 퇴임 후 죽었다고 보는데, 그런 실수를 다시 반복해선 안된다고 각성하는 거예요. 조국이 가진 여러 결함들도 충분히 이해는 되는데 그 안에 가라앉아 있는 더 큰 권력 갈등의 밑그림들을 같이 보는 것이지요. 조국을 옹호하는 40대의 이 판단이 옳다는 게 아니라, 그 기저를 읽어드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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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라는 용어의 사용이 사라져가고 있는 세대의 출현

20대와 40대의 다른 점에 대해 저는 이런 생각도 해보고 있어요. 40대는 어떤 활동을 할 때 '연대'(solidarity)라는 말을 즐겨 사용해요. 참여연대라는 단체 아시죠? 그런데 20대는 더이상 이 단어를 즐겨 사용하지 않는 것을 발견해요. 저는 왜 그럴까 가만히 생각해봤어요. 제가 짐작컨대, 여러분은 연대와 협력 대신 경쟁이 일상화된 시대에서 자랐기 때문이 아닌가 해요. 40대 이상의 사회에도 물론 경쟁이 있었지만 그때는 지금보다는 미래 성장의 가능성이 풍부한 시대였어요. 밥그릇이 컸기 때문에 내 주변 사람들과 함께 연대하고 협력하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었고 그게 효율적일 때도 많았지요. 저는 제가 다니던 대학교의 운동장에서 '노동자 대회' 같은 큰 행사가 열리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어요. 같은 노동자 계급으로서 연대감이란게 있었고 우리 사회의 구조적 차별은 연대해서 함께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었거든요. 지금의 20대 여러분은 어떤가요. 왜 외부 노동자들이 남의 대학 운동장을 빌려서 시끄럽게 행사를 여는가 생각하지요? 20대와 40대의 근본적인 사고구조의 차이에요.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자란 20대 여러분에게 경쟁은 '선의의 경쟁'이 아니라, '생존 경쟁'이었겠지요. 상당수 20대 여러분은 '차별에 찬성' 한다고 알고 있어요.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라는 책을 보니, 여러분이 이해가 좀 됐어요. 거기 보면, 자기 개발의 시대가 만들어낸 이십대의 고유한 특징 몇가지가 나와요.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기 △편견의 확대 재생산 △주어진 기존의 길만 맹목적으로 따라가기. '경쟁에서 낙오된 사람들을 왜 이긴 사람들과 똑같이 대하려는 것이냐'(비정규직의 정규직화)며 기성세대를 나무라는 여러분의 특징이 여기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여러분은 '공정한 경쟁 사다리'를 원할 거예요. 그런데 40대 이상은 '사다리가 필요 없는 사회'를 이상적으로 보았을 거예요. 왜냐면, 사람은 각자 개성과 능력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다 똑같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게 아니라, 각자 올라갈 사다리가 다른 것이지요. 심리학 용어중 '터널 효과'라는 게 있다고 해요. 너무 어두운 터널을 지나다보니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눈앞에 보이는 것만 바라보면서 겨우 걸어가지요. 가난한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주로 이렇다고 해요. 지금의 20대는 마음이 가난한 세대이지요. 그래서 '연대'라는 걸 꿈도 꾸기 어려울 거예요. 근데 이건 여러분의 탓이 아니에요. 조금 어려운 말로, '존재가 의식을 결정하는 거'예요. 이건 20대의 특징이라기보다는 그러한 무한경쟁의 20대를 보내게 만든 우리 사회 구조 탓이고 기성 세대의 탓이에요. 저는 그래서 20대 여러분을 비난만 하는 40대 기성세대에는 불편함을 느껴요.


글이 '오지게' 길어진거 'ㅇㅈ' 안할 수 없는 각이네요. '스압주의' 글 쓰는 걸 보면 저도 기성세대에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이글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읽을지 모르겠지만, 조국이라는 인물을 두고 보여주는 40대 이상 세대의 행동들을 여러분이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써보았어요. 저는 이번 기회에 정부 주도로 '공정 교육 사회를 위한 특별 위원회' 같은 것을 구성해 우리 사회가 집단적으로 함께 고민해서 교육제도의 대안을 모색하고 도입했으면 해요. 미세먼지 특별위원회(위원장 반기문)같은게 구성되어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조국 장관 하나 바꾼다고 해결될 사회 문제가 결코 아니니까요. 어떤가요?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 기자 repoac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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