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사법 개혁 끝까지 감시한다 [단독] 윤석열이 봉인시킨 '엄희준 엑스파일(대검 감찰 문건)' 최초 확인 “최소 11명 이상에게 접근해 거짓 증언 회유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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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12,774회 작성일 23-01-09 15:09본문
한명숙 전 총리 재판 관련 모해위증 교사 의혹을 받았던 엄희준 검사(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장)가 한 전 총리 사건과 무관한 사람들 최소 11명 이상의 신원과 사법적 약점 등을 사찰하듯 살펴본 뒤 자신이 원하는 진술을 얻어내려고 검찰 조사실 등으로 불러 회유하고 압박했던 정황이 확인됐다. 엄 검사에게 협조했던 구치소 등 수감 재소자 참고인에게는 검찰이 각종 혜택을 주면서 한 전 총리 재판이 끝날 때까지 증언이 뒤집히지 않도록 애를 쓴 흔적도 확인됐다.
‘구치소에 수감중이던 재소자들이 엄희준 검사실에 모여 허위 증언 연습을 했다’는 사실이 <뉴스타파> 등의 보도로 알려진 적 있지만, 엄 검사가 이같은 일을 꾸미기까지 어떻게 사전 치밀한 준비를 하고 ‘한 전 총리 재판’을 관리했는 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공개된 적이 없다. 문재인 정부 때 대검 감찰부는 이러한 내용 등을 파악해 엄 검사 등을 피의자로 전환해 모해위증(교사) 혐의 수사에 착수하려 했지만,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이를 무력화하는 지시를 내린 뒤 검찰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엄 검사는 현재 이재명 민주당 대표 관련 각종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대검 감찰 보고서에 ‘엄희준 검사의 한명숙 사건 모해위증 교사 정황’ 자세하게 담겼다
한명숙 전 총리 재판(이하 한명숙 사건)관련 엄희준 검사가 받고 있는 비위 의혹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명숙 사건과 한만호씨의 증언, 그리고 엄희준 검사의 역할 등을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한 전 총리는 2010년 7월 사업가 한만호씨에게서 9억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서 수사해 한 전 총리를 재판에 넘겼다. “돈을 줬다”고 자백했던 한만호씨의 검찰 진술이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한만호씨는 2010년 12월20일 법정에서 “사실은 돈을 주지 않았다”고 진술을 뒤집었다.
한만호씨의 양심선언이 있었지만 한 전 총리는 대법원에서도 유죄선고를 피하지 못했다. 검찰은 “한만호씨가 재판에서 말을 뒤집은 진술이야말로 거짓말”이라고 공격했고, 검찰과 같은 주장을 펴는 한씨의 재소자 동료 두명이 법정에 나와 검찰을 거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과 이 재소자들이 한만호씨의 뒤집힌 주장을 거짓으로 몰고가기 위해 모해위증 연습을 해왔다는 주장과 여러 정황들이 2020년 <뉴스타파>의 보도로 공개되기도 했다. 한명숙 사건의 조작을 위해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의 말단이었던 엄희준 검사가 총대를 맨 듯한 정황들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 때 대검 감찰부는 감찰을 벌였지만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끝내 이 문제를 덮어버렸고 진실은 여전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이다.
<리포액트>는 대검 감찰부가 2020년 9월부터 2021년 3월2일까지 '한명숙 모해위증(교사) 사건' 관련 감찰을 벌인 내용 관련 상당수를 최초로 확인했다. 윤석열 총장에게 보고된 감찰내용은 6500페이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엄희준 검사가 모해위증 사건을 주도한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여러 정황들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리포액트>가 확인한 대검 감찰 내용을 종합하면, 엄 검사는 한만호씨가 재판에서 증언을 뒤집은 다음날 오전부터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엄희준 검사실의 신정훈 수사관은 2010년 12월21일 아침 9시12분 한만호씨와 같은 구치소에 있었던 재소자 한은상씨의 각종 형사 사건을 조회했다. 이외에도 엄희준 검사실은 한은상씨의 변호인·민원인 접견 내역, 접견 녹취파일, 가족관계 증명서까지 확보했다.
한은상씨 관련 각종 정보를 파악한 엄희준 검사는 한씨를 검찰 조사실로 불러들이려 노력했다. 하지만 한씨는 한명숙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에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한씨는 검찰에 출석 거절 사유로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엄희준 검사는 2011년 1월28일 서울구치소에 “한씨의 병상기록을 보내달라”고 공문을 보냈다.
엄 검사가 “집착하듯”(*대검 감찰부 보고서의 표현) 한은상씨를 검찰 조사실로 불러들이려 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한은상씨가 2010년 4월12일께 한만호씨로부터 “검찰에 허위자백했다”며 괴로워하는 이야기를 전해들었고, 한씨가 2010년 8월27일 과거부터 교분을 쌓고 있던 전OO 검사에게 이 내용을 알렸기 때문이다. 이 내용은 그대로 한명숙 사건 수사팀에 전해졌던 것으로 보인다.
엄 검사는 한은상씨로부터 전해진 한만호씨의 검찰 진술 내용의 진위를 파악하기보다 그의 법정 증언을 탄핵하기 위해 한은상씨를 지속적으로 검찰로 불러들이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상씨가 계속 검찰 출정을 거부하자 엄 검사는 2011년 2월14일 한씨의 조카와 미성년자 아들까지 검찰 조사실로 불러 압박을 가했다.
한은상씨가 대검 감찰부에 출석해 진술한 내용을 일부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제가 출정을 거부하자 출정과에서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제 아들과 조카가 소환되어 있다고 하더라고요. 우경철강 부분(내부정보 이용한 주식투자 의혹)조사 위해 제 아들과 조카의 금융정보제공동의서가 필요하다면서요. 제가 결국 출정하겠다고 해서 나갔습니다. 엄희준 검사실에 도착하니 조카와 아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엄희준 검사에게 ‘이게 지금 뭐하시는 거냐? 금융조사부 사건을 왜 특수부에서 하냐’고 물어보니 ‘여기는 인지부서니까 어떤 사건이든 다 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번 해보시라. 위법이 있으면 처벌받겠다. 그런데 위법한 게 없을 거다”고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신정훈 계장이 영상 녹화실에서 이야기를 좀 하자고 하였습니다. 영상 녹화실에 가니 신정훈 계장이 담배를 하나 태우라고 주면서 한명숙 전 총리 부분에 대한 협조를 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눈치를 채고 ‘진작 그렇게 이야기하지 그랬냐. 돌려서 말하지 말고 단도직입적으로’라고 말하였습니다. 또 신정훈 계장이 계속해서 ‘증언의 결과가 잘 나오면 한은상씨가 2차 수술시 형집행정지 받게 노력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엄희준 검사는 이후 우경철강 관련 사건을 수사하지 않았다. 2012년 8월 금융위원회가 이 사건을 대검에 고발하고 대검은 2012년 8월31일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내려보낸 뒤 2015년 3월이 되어서야 서울남부지검에서 이 사건 수사를 시작했다. 한은상씨는 2020년 8월 대검 감찰조사에서 “결국 엄희준 검사는 조사를 할 목적도 없었고 그냥 협박용으로 (내 조카와 아들을) 써먹고 말았다”고 진술했다.
한은상씨는 “한명숙 사건 위증에 가담하기로 한 뒤 검찰로부터 각종 편의를 받았다”고 대검 감찰부에 진술했다. 엄희준 검사가 직접 검사실로 한씨를 불러 고기를 구워주기도 했고, 검사실에서 각종 주식투자를 할 수 있도록 배려받거나 검찰이 보유한 휴대전화 등으로 회사 인수합병 등 업무를 자유롭게 했다고 한다. 교도소에서 함께 나온 직원이 이를 알면 안되기 때문에 영상 녹화실 등에서 몰래 진행했다고 한다. 한씨는 이 모든 일을 “검찰 수사관이 엄희준 검사에게 보고해서 허락받고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 “거짓증언 동참해주면...” 재소자 십수명이 엄희준 검사에게 회유 압박 당했다
한은상씨 외에도 엄희준 검사는 다른 재소자 두명에게도 접근해 증언조작 회유 압박을 했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뉴스타파>가 앞서 보도한 '3인 증언연습'은 이와 관련한 내용들이다. 그러나 대검 감찰부는 엄희준 검사실이 각종 회유 압박을 한 다른 십수명의 재소자들도 찾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일부 재소자들이 엄 검사로부터 어떤 회유와 압박을 당했는지 <리포액트>가 추가로 확인했다.
고아무개씨는 2009년 한만호씨와 함께 구치소 혼거실에 머문 적이 있다는 이유로 검찰에 불려갔다. 그러나 고씨는 “(한만호씨로부터) 한명숙이 아닌 한명숙 비서에게 돈을 주었다. 검찰이 자신에게 (진실과 다른 내용을) 주입시키려 한다” 는 얘기를 들었다며 한사코 검찰에 협조를 거부했다고 한다.
검찰 금융조사부에서 내사를 받고 있던 재소자 임아무개씨는 엄희준 검사실에 불려가 “내사 내용이 심각하더라”며 압박을 받았다고 한다. 임씨는 그저 사회에서 한만호씨와 알고지낸 사이였을 뿐이었다. 임씨는 “한만호와 친밀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누군가가 엄희준 검사실에 알려서 내가 작업 대상이 되었던 거 같다”고 추측했다.
한만호씨와 구치소의 같은 방을 썼던 최아무개씨는 2010년 12월28일 서울 성동구치소로 접견나온 검찰 수사관들로부터 “한만호가 한명숙에게 돈을 준 것이 사실임을 인정하였다”는 취지의 허위진술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2011년 1월24일 엄희준 검사실로 불려간 최씨는 엄 검사로부터 “진술서대로 증언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최씨는 재판에서 증언을 하지 않기 위해 출소 뒤 연락처를 바꾸는 등 검찰을 피해다녔다. 결국, 엄희준 검사는 최씨를 한명숙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신청했다가 철회했다.
이외 엄희준 검사가 당시 구치소에 있던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ㅈㅎ,김ㅅㄷ,김ㅊㅈ,윤ㅅㅈ,박ㅅㅈ 등 다른 재소자들의 형사 사건 등도 검색한 사실을 대검 감찰부는 확인했다. 엄 검사가 적게는 11명에서 20명에 가까운 재소자들의 사건을 검색해보고 면담을 진행했다는 게 대검 감찰부의 조사 결과였다.
대검 감찰부는 이같은 내용 등을 담아 6500페이지가 넘는 내용의 감찰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한다. 특히 엄희준 검사는 죄질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피의자로 전환해 즉각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감찰부 내에 팽배했다고 한다. 엄 검사의 요청에 따라 한명숙 재판 위증에 나선 재소자 2명에 대해서는 예비 공소장까지 작성해 2021년 2월 말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2021년 3월2일 이 사건을 수사로 전환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해온 허정수 감찰3과장에게 사건을 배당했고 수사 의지를 피력한 임은정 검사는 배재했다. 윤 총장은 2021년 3월4일 검찰총장직을 사임했고, 허정수 과장은 다음날인 3월5일 엄 검사 등을 무혐의 처분했다. 2021년 3월22일 엄희준 검사 등에 대한 모해위증(교사) 사건의 공소시효는 만료됐다.
<리포액트>는 엄희준 검사에게 반론을 듣고자 했으나 어떤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 등도 <리포액트>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리포액트>는 이 사건 내용을 알만한 법조계 취재원 등을 다수 접촉해 제보 내용을 검증하고 사실관계를 최대한 확인했다.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기자 repoact@hanmail.net
*다음 보도에서 <리포액트>는 엄희준 검사가 증언조작에 적극 가담한 다른 재소자들에게 어떤 편의를 제공했고, 대검 감찰부에 출석해 엄 검사가 허위 진술을 한 정황을 자세히 공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