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사법 개혁 끝까지 감시한다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구은수가 유죄이면 강신명도 유죄인 이유…강신명 재수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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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6,587회 작성일 19-08-14 19:16본문
강신명(좌), 구은수(우) <사진설명>
‘백남기 농민 사망 책임’ 구은수 전 청장에게 벌금 1000만원 선고
서울고법 형사7부(이균용 재판장)는 9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구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1심은 구 전 청장이 총괄책임자로서 살수차 운영과 관련해 현장 지휘관 등에 위임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지휘감독의무를 원칙적으로 부담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판단을 달리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구 전 청장이 당시 현장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었고 현장 지휘관이 안전한 살수 지휘·감독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음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현장 지휘관의 보고를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거나 그 현장의 지휘만을 신뢰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지휘권을 적절히 행사해 과잉살수 등 실태를 주체적으로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판결이 가져다주는 의미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현장 없었더라도 지휘 책임 물은 첫 판결
첫번째. 현장에 없었더라도 경찰 지휘부의 과실 책임을 폭넓게 인정한 것입니다. 사실 구은수 전 청장에 대한 1심 결과가 나왔을 때, 많은 경찰들은 이해한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현장에 있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직사살수 여부 등을 지휘 총 책임자가 파악할 수 있느냐는 동정여론인 것이지요. 1심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어느 정도 받아들였지만 2심 재판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지휘 총 책임자가 현장의 지휘만을 신뢰할게 아니라 현장에서 혹시 과잉살수는 이뤄지지 않는지 적극적으로 파악하고 적절하게 주의조처를 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구은수 전 청장이 당시 현장 책임자였던 신윤균 전 4기동단장(총경)에게 무전으로 "혹시 현장에서 과잉 살수가 이뤄지거나 하면 적극 제지하고 다치는 사람 없는지 잘 파악해주십시오"라고 한마디만 했다면 구은수 전 청장은 무죄를 받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수사기록 어디에도 그런 지휘명령은 없었기 때문에 재판부가 업무상 과실치사의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구은수 전 청장의 유죄가 확정된다면, 경찰 총 책임자의 집회시위 관리 업무 관행은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좀더 적극적으로 "시위 진압 과정에서 다치는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라"는 명령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 안그러면 구 전 청장처럼 형사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는 것이지요. '나는 그렇게 과잉진압하는지 현장에 있지 않아 몰랐다'는 발뺌이 통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현장에서 시위 진압을 하는 경찰은 이번 판결을 내심 반길 것 같습니다. 위에서 진압하라고 명령하면 과거에는 어떻게든 무리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이런 식으로 진압하면 사람이 다칠 수 있는데 그래도 강행할까요"라고 지휘 책임자에게 묻는게 가능해지는 것이지요. 현장에 있지 않았더라도 현장 지휘의 형사적 책임을 묻는 판결이 나왔기에, 과거와는 달리 경찰 총 책임자의 신중한 지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신윤균(왼쪽부터) 영등포경찰서장과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2016년 9월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사건 청문회에 출석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설명>
강신명 전 청장에 대한 검찰 재수사 목소리 커질 듯
또하나, 이번 판결으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검찰의 재수사를 받아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사실 구은수 전 청장이 1심에서 '현장에서 지휘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무죄 선고를 받은 탓에 강 전 청장 역시 재수사를 받더라도 무죄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컸습니다. 그러나 이제 2심에서 구 전 청장에 대한 지휘 책임이 인정되었기 때문에 강 전 청장도 같은 논리로 지휘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강 전 청장은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검찰의 부실한 수사가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법조계의 설명을 종합하면, 강 전 청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서면 질의서를 검찰에 제출한 게 전부입니다. 사실상 자기 하고 싶은 말만 정리해 검찰에 서면을 보낸 것이 전부입니다. "서면에 특별한 내용도 없더라"는 전언입니다. 검찰은 강 전 청장은 현장에 있지도 않았고 당시 민중대회 총괄 지휘 책임은 구은수 전 청장에게 위임되어 있었기 때문에 과실치사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기소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합니다.
그러나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을 총체적으로 조사한 경찰청 인권침해진상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보면 전혀 내용이 다릅니다. 강신명 전 청장은 사건 당일 서울청과 별도로 경찰청 8층에 대책실을 설치하고 차장,국장,관리관급 16과 경비, 정보 교통안전 과·계장 4명을 참석시켜 서울청 지휘망과 교통 CCTV, 종편 채널 실시간 송출 영상을 통해 집회상황을 지켜보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하나 주목할 점은, 경찰청 대책실 뒤에 별도 공간을 마련해 경비 기능 실무자 5명 이상을 배치해 서울청 지휘망을 청취하게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청취 내용은 강신명 전 청장에게 보고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검찰은 이날 경찰청 8층 대책실에 있었던 경찰 간부들을 소환해 정확히 강신명 전 청장이 이날 무엇을 했는지 물었어야 합니다. 또 서울청 무전 지휘망에 대한 보고를 듣고 강신명 전 청장은 어떤 업무지시를 했는지 확인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검찰은 그냥 강신명 전 청장의 "특별한 내용이 없는" 서면 진술서만 받고 수사를 종결해버렸습니다. 보고서 내용만 보면, 구은수 전 서울청장과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이날 한 일이 너무나 비슷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구은수는 유죄이고, 강신명은 기소도 안되고 무죄라니요.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지요. 이러면, 구은수 전 서울청장이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강신명 전 청장등을 구은수 전 서울청장과 함께 고발했었던 백남기투쟁본부의 오민애 변호사는 14일 <리포액트>와 한 통화에서 “강신명 전 청장에 대한 수사만 충분히 되었다면 당연히 기소가 되었고 재판에서 유죄가 나올 수 있었다. 검찰이 어떻게 수사를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수사를 부실하게 했어도 문제이고 수사를 철저하게 했는데도 기소를 안했다면 문제이다”고 말했습니다. 또 오 변호사는 “설사 형사적 책임은 피했더라도 (현장에 있지 않았던) 구 전 서울청장의 법적 책임이 인정되었기 때문에 강신명 전 청장은 도의적 책임을 지고 백남기 농민의 유족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남은 과제
구은수 전 서울청장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하긴 했지만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낮아보입니다. 항소심 판결문의 법리적 논거가 꽤 충실하다는 법조계의 전언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요. 일단 경찰은 백남기 농민 사망에 책임 있는 경찰들에 대한 징계 절차에 하루 빨리 착수해야 합니다. 살수차 운전 요원 한아무개, 최아무개 경장에게 항소심 재판부는 각각 징역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또 신윤균 전 서울청 제4기동단장에게도 구 전 서울청장과 마찬가지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지금까지 경찰은 '재판 결과를 보고 징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징계위원회 개최를 미루어왔습니다. 해당 경찰들은 현직에서 별 지장없이 업무를 수행해 왔습니다. 업무에서 이들을 배제하고 징계절차에 착수하는지 <리포액트>가 추가로 감시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리포액트>의 보도로 최근 밝혀진 또다른 살수 책임자 허아무개 경감에 대한 징계 절차도 시작되어야 합니다. 허 경감은 경찰청 인권침해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로 새롭게 현장 살수 책임자로 드러난 자입니다. 현재 서울 모 경찰서에서 근무중입니다. 허 경감은 심지어 2016년 경찰청 경비국의 추천으로 집회시위문화정착 경찰청장 표창을 두번이나 받기도 했습니다. 허 경감의 징계도 진행되어야 하고 표창도 취소되어야 합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지난 달 9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민갑룡 청장에게 질의 했고 민 청장은 “검토후 조처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리포액트>가 역시 추가로 감시하도록 하겠습니다.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 기자 repoac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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