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반 권영진 대변인 같던 대구 기자들의 이력 추적해보니 놀라운 결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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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10,062회 작성일 20-04-14 03:41본문
"시장님이 신천지가 아니라고 설명하시면 저희는 그렇게 알겠습니다"
대구시가 코로나 확산이 가장 큰 도시여서 그럴까요. 권영진 대구시장이 주재하는 언론 브리핑은 온국민이 함께 지켜보는 브리핑이 되었습니다. 기자들은 국민을 대리해 대구시에 이런 저런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대구시 보건소의 방역팀장이 신천지 교인이면서 코로나 감염자였던 사실은 기자들이 권 시장에게 집요하게 물어보지 않았다면 드러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기자 브리핑은 이래야 합니다. 지역 기자들의 활약을 지켜볼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데, 국민들은 대구 지역 기자들에게 박수를 쳤습니다.
그런데 유난히 브리핑 때 권영진 대구시장의 편을 들면서 좀 낯부끄러운 질문을 이어가는 듯한 기자 두명이 있었습니다. 바로 백운용 <국제뉴스> 기자와 오경묵 <한국경제> 기자입니다. 이 둘은 대구시장을 시종일관 옹호하는 질문만 하는 것을 넘어 과거 활동 이력까지 눈에 띄는 분들입니다. 과연 순수한 의도로 브리핑에 참석하는지 의심될 정도입니다.
먼저 백운용 기자를 살펴봅니다. 백 기자는 2020년 3월11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런 발언을 합니다.
"시장님. 불철주야 고생하시는데 가짜뉴스가 너무 많습니다. (권영진 시장이) 신천지 교인이라는 건 가짜인데 이 자리에서 한 방에 잠재워주시면, 저희가 분명히 아니라고 알고 있겠습니다."
백 기자는 대구 시장에게 질문이 아니라 해명의 자리를 마련해주면서, 대구 시장이 해명하는 내용을 기자단이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기자로서의 상식이 의심될 정도의 이러한 낯뜨거운 질문을 던진 백운용 기자의 과거 이력을 살펴보니 그는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지방의회 선거에 출마했던 기록들이 발견됩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에 공개된 자료를 보면, 백 기자는 2014년 대구시 수성구의회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적 있고, 2018년에는 역시 같은 지역에서 자유한국당 후보가 되기 위해 공천을 신청했는데 탈락한 기록이 있습니다. 이후 백 기자는 인터넷 매체의 기자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가 쓴 기사들 중에는 대구시 홍보지에 실릴 법한 기사들이 잔뜩 발견됩니다. 몇개만 추려보면, <견영진 시장, 31번 확진자 신속대처 -> 코로나 대확산 주춤>, <권영진 대구광역시장, 코로나확진자는 대부분 신천지 교인들 "대구시민들 건강"> <권영진 대구시장, 민선7기 고강도 인사혁신 "파격적 행보"> 등입니다. 이정도면, 그가 지역의 유력 정치인인 권영진 시장에게 잘 보여서 다음 지방선거에서 어떤 이득을 꿰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이십니까.
"시장님은 잘하고 계신데 정부가 문제" 발언한 기자의 과거
다음으로, 오경묵 기자입니다. 그는 지난 2월24일 브리핑에서 대구시장을 칭찬합니다. "정부가 어제 뒤늦게 전국적으로 심각 단계로 높였는데 대구는 시장님 지침에 따라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외출 자제 벌써부터 하고 있었습니다. 시민들은 좀 억울합니다." 2월28일 브리핑에서는 대구시장을 칭찬한 뒤 중앙정부를 비난할 수 있는 멍석을 깔아줍니다. "대구시는 시장님께서 빠른 판단으로 선제적 대응을 잘 해주시는 거 같습니다. 대구 지자체 차원에서 못막는다고 정부 지원 요청하셨고 어제 복지부 장관 다녀갔지만 시장님 보시기에 정부 지원 잘 된 것과 안된 부분 뭔지 말해주십시오." 그러자 권영진 시장은 기다렸다는 듯 "대구시에서 코로나 확진자를 위한 병상을 다 마련하기 힘드니 중앙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답합니다.
3월18일에는 권영진 시장을 자칫 영웅화 할 수 있는 질문도 합니다 . "시장님 한달동안 시민들 잘 못만나셨죠. (중략) 시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말씀도 해주십시오. 우리가 긴장하는 대응도 필요하지만 장기전으로 갈 수 있으니까 어느 정도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어 권영진 시장은 마치 루즈벨트 미국 전 대통령이 대공황 때 라디오 연설로 국민을 감동시켰듯, 연설회인지 브리핑인지 모를 발언을 이어갑니다.
오경묵 기자의 과거 이력도 눈에 띕니다. 오 기자는 대구 엑스코(대구국제회의시설)에서 홍보팀장을 하다가 최근 한국경제신문으로 옮겨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공시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엑스코 감사보고서를 보니, 대구시는 엑스코에 분기별로 230억씩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고, 엑스코 지분 80%를 갖고 있어 최대 주주입니다. 즉, 오 기자는 최근까지도 대구시 공무원이나 다름없는 직책의 일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여서일까요. 오 기자는 대구시를 비판적으로 감시하기보다는 대구시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보도를 많이 해왔습니다. <초기대응 빨랐던 대구...뉴욕·베르가모와는 달랐다>(4.2)라는 기사에서는 대구시의 방역노력을 칭찬했고, <권영진 대구시장 쓰러져 병원으로..35일째 집무실서 근무> (3.26) 기사에서는 권 시장이 35일째 귀가하지 않은 채 야전침대에서 생활해온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대구시 "긴급 생계자금 전국 어디도 현금지금 없다"> 는 기사에서는 대구시 의회 민주당 의원들의 반론은 싣지 않고, <"대구에 신천지 집단거주 10곳 더 있다"..또 충격 휩싸인 시민들> 기사에서는 대구시가 한마음아파트를 통째 봉쇄 조치를 해놓고 며칠간 지역 주민들에게 비밀로 해온 사실을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지방언론 기자들에게 지방자치단체장은 삼성같은 존재
여러분은 이 두 기자를 어떻게 보십니까. 중앙언론에서는 보통 기자를 하다가 전직을 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렇게 다른 업계에 있다가 갑자기 기자로 전직 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지역 언론에서는 이런 일이 흔한 것인지 좀 제 입장에서는 신기할 따름입니다. 일부 언론사들은 기자의 직함을 건네주고 실상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자가 무조건 비판적인 기사만 쓸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일관되게 광역자치단체장의 대변인 같은 기사만 쓰고, 또한 자신이 과거 몸담았던 조직 또한 지자체장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곳이었다면, 국민은 점점 언론에 신뢰를 잃어갈 겁니다. 송현주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지방언론 구조적 문제에서 원인을 찾습니다. 한 교수는 허재현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방언론은 지방자치단체의 광고 등이 절대적인 수입원인 경우가 많아 지방자치단체를 비판적으로 감시하기 어려운 구조다. 중앙언론이 삼성을 비판하기 어려운 것과 같다. 이해관계의 충돌이자 언론의 일탈이다. 이런 기자들이 자연스럽게 퇴출되도록 지역 언론에 대한 감시도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자주 망각하는 한국기자협회윤리강령을 한번 더 생각해봅니다. 한국기자협회윤리강령은 그 실천요강에서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의 취재 및 보도활동에 있어서 취재원에 대해 형평과 공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본인 또는 취재원의 개인적인 목적에 영합하는 취재 보도활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너무 당연한 내용인데 굳이 이렇게 기자협회 강령으로 정해둬야 하는 현실도 씁쓸하지만, 그나마 존재하는 이 강령조차도 사문화 되어 있다는 것이 우리 언론계의 현실입니다.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 기자 repoac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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