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과 사람 칼대신 마약으로 자살을 택한 죄...청와대 앞 1인 시위하던 마약중독자의 감옥살이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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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8,906회 작성일 20-01-07 20:54본문
<편집자주>
마약중독자 조윤휘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독자 여러분께 전합니다. 조윤휘씨는 허재현 기자에게 그간 여러 편지를 보내 자신의 사연을 알려왔습니다. 조윤휘씨가 겪고 있는 일은 극단적인 에피소드가 아니라 중독자들의 평범한 일상입니다. 다만, 이러한 현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사람들이 없어 우리 사회가 몰랐을 뿐입니다. 조윤휘씨의 사연을 통해 마약중독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과 우리 사회가 함께 건강해지는 길을 고민해봅니다. 조윤휘씨의 사연은 조씨의 의료기록과 변호인 의견서 등의 검증 과정을 마친 뒤, 조씨의 편지글을 허 기자가 다듬고 윤색하여 공개함을 알립니다. 더불어, 조윤휘씨에 대한 선처를 법원에 호소해주실 분은 ‘경남 밀양시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 제3형사부’로 2020년 1월21일까지 탄원서를 보내시면 됩니다.
감옥에서 나온 직후 자살을 결심하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마약중독자 조윤휘(55)라고 합니다. 마약을 36년간 했습니다. 감옥살이만 열네번 했습니다. 열네번째 옥살이를 하고 나오는 날 저는 자유로움보다 비참함을 느꼈습니다. 자유를 얻은 새가 아니라, 날개 잃은 새였습니다. 저같은 중증의 중독자에게 마약은 치유될 수 없는 질병입니다. 저는 얼마 안가 날개짓 몇 번 해보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질 것을 직감했습니다. 감옥이라는 차가운 바닥으로.
이렇게 사느니 차리리 죽는게 낫겠다싶어 자살을 결심했습니다. 2019년 8월 교도소에서 나온 며칠 뒤 마약을 다시 구해 치사량만큼 몸에 주입하고 정신을 잃었습니다. 깨어보니 구급대원이 있었고 이후 저는 경찰서에 보내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시 지금 감옥입니다. 자살의 도구로 마약을 택했다는 이유로 저는 다시 감옥에 있습니다. 저는 오늘 마약중독자의 이러한 현실을 알리고 싶어 여러분께 편지를 씁니다.
저도 제가 미련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감옥에 가느니 세상을 미련없이 뜨고 싶었습니다. 제가 태어난 고향으로 내려가 필로폰(메스암페타민) 5그램 정도를 구했습니다. 1그램(10여명분의 투약량)의 마약을 한꺼번에 몸에 넣고 또 그 나머지를 주사하려 했는데 주사기가 더 이상 팔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3그램 정도의 마약을 입에 털어넣었습니다. 정신을 잃었습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였지만 저는 거리에 쓰러진 상태에서 시민들에게 발견되었다고 해요. 119 구급대원에게 인계되었고 저는 계속 구토를 했다고 합니다. 병원에서도 사지가 뒤틀린 채 있었다고 해요. 제 원망스런 몸뚱아리는 죽음을 거부하고 살기를 택했는지 그렇게 사지가 비틀어내는 고통 끝에서도 차츰 마약을 몸밖으로 토해내었다고 합니다.
이후 정신을 차렸을 때 저는 부산 한 병원의 응급실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지금은 고인이 된 ‘제현’(가명)이라는 제 친구가 제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나 제현이야.’ 제현이는 제게 36년전 마약을 처음 가르쳐준 친구였습니다. 제현이는 ‘나 때문에 너가 이렇게 되었구나. 친구야. 정말 미안하다.’라고 했습니다. 그말을 끝으로 제현이는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제현이가 사라지자, 제 온몸에 의료장비가 장착되어 있음을 느꼈습니다. 마치 제현이가 절 붙들고 있는 것처럼요. 다만, 제 손에는 수갑 또한 채워져 있었습니다. 살아난게 기쁘지 않았습니다. ‘왜 이렇게 다시 살아나서 나는 또 감옥으로 가야 한단 말인가. 치사량만큼 마약을 투약했으면 이제 그만좀 죽지.’ 제 스스로가 원망스러웠습니다.
병원 치료가 끝난 직후 저는 경찰로 인계되었고 조사 때 당연히 투약사실을 자백했습니다. 저는 구치소에서 수감되어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2020년 1월22일 창원지방법원 형사3부(사건번호 2019노2389)에서 2심 선고를 받을 예정입니다. 1심 재판은 이미 지난해 11월 끝나 징역 1년6개월 선고를 받은 상태입니다.
칼이 아닌 마약으로 신체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실형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 마약 중독자들을 보면 한심하게 생각되겠지요. 왜 마약을 끊지 못해 계속 감옥을 왔다갔다 하는 삶을 사는지 이해가 안될 겁니다. 제가 겪고 있는 필로폰 중독의 경우 아직 치료약이 개발되어 있지 않습니다. 평생 참고 사는 길 뿐이지요. 그러나 제 의지와 달리 몸이 먼저 반응해 약을 찾습니다. 그저 죽음 외에는 탈출구가 없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죽자고 결심했는데, 죽음의 도구로 마약을 택하니 또 이렇게 감옥에 있습니다. 판사에게 ‘마약을 하려던게 아니라, 죽으려고 마약을 한 것이니 선처해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아마도 또 실형을 살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거리에서 죽어가고 있던 저를 발견해 의료기관에 넘겨준 이름모를 시민들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제가 감옥갈 것을 뻔히 알면서 저를 끝내 살려준 의료진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아마 저를 끝내 다시 감옥에 가둘 판사님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그분들은 그저 각자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마약 중독자들의 삶이 어떠한지 우리 사회에 알리고 이해를 구하고자 하는 것뿐입니다. 제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살아난 것도 다 이러한 일을 하라는 하늘의 뜻이 아닌가 합니다.
여러분. 마약의 끝은 죽음뿐입니다. 제 주변의 중독자 지인 5명이 최근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마약으로 인해 죽었다는 보도는 잘 못보셨지요. 왜냐면, 무엇 때문에 사람들이 자살을 택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저 마약 중독자는 범죄자일 뿐, 우리 사회가 관심을 기울여 회복과 치료를 도와주어야 할 환자라는 인식은 없기 때문입니다. 마약에 취해 2차 범죄를 저질러야만 그나마 뉴스 한토막에라도 나올 수 있는게 현실입니다.
여러분. 저는 제 귀에 중독으로 비관하다 목숨을 버린 원혼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이곳 구치소에는 중독자들의 슬픈 곡소리가 떠나지 않습니다. 저는 그들을 위해 매일 기도하며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명복을 비는 것도 제 할 일이지만 중독자들이 어떤 삶을 살게 되고 우리 사회의 어떤 관심이 필요한지 꼭 알리고 싶습니다.
[사진설명] 조윤휘씨가 허재현 기자에게 보낸 편지
“마약 판매자와 투약자를 구분해야... 판매는 범죄, 투약은 질병”
저는 2017년 100일간 청와대 앞에서 마약중독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했고 언론 보도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중독자들은 환자인데, 그저 처벌하고 감옥에 보내는 것 외에는 아무런 기회를 주지 않는 우리 사회의 제도 탓에, 중독자들은 제대로 회복하지 못하고 악순환만을 반복하다 저처럼 자살을 택하고 맙니다.
저는 2016년 택시 운전업을 해볼까 하고 면허시험을 본 뒤 합격했습니다. 그런데 최종적으로는 면허발급을 거절당했습니다. 마약전과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이 면허발급을 거절한 것이었습니다. 맥이 다 풀리는 듯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면허증을 받았지만, 끝내 택시회사 취업은 거부당했습니다.
대리운전도 몇 번 해보았지만, 취객과의 실랑이가 잦아 저는 자주 또 경찰서를 오가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마약 전과자라는 이유로 늘 불리한 처지에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마약중독자가 도무지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된 삶의 회복이 가능한 것인지 확신이 없습니다. 재벌가 2~3세들은 마약에 중독 되어도 잘 회복해내겠지만, 저같은 아무런 삶의 기반이 없는 사람들은 재취업도 제대로 안되고 그저 ‘죽어가는 것’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인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래서 저는 1인 시위를 결심한 것이었습니다. ‘△마약류 판매자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처벌할 것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치료 확대 △치료보호예산 확대’ 라는 세가지 요구를 걸고 청와대 앞 시위를 했었습니다. 그러나 청와대나 법무부 관계자 어느 누구로부터도 연락을 받지 못했습니다. 제도는 변화하지 않고 이후 제 몸은 또 마약을 갈구했고 열네번째 감옥살이를 10개월간 하게 됐습니다. 그 열네번째 옥살이를 치르고 사회에 나온지 일주일만에 저는 자살을 결심했고, 지금 다시 감옥에 있습니다. 죄가 있다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거나 칼을 이용해 신체를 훼손하지 않고 마약을 택한 죄입니다. 우리나라의 법률은 자살의 방법에도 불법과 합법의 영역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마약 중독자들은 도덕성이 무너진 사람들이 아니라. 자제력이 무너진 사람들일 뿐입니다. 치료약이 없는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입니다. 그래서 단약은 절대 혼자만의 의지와 노력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우리 사회가 따뜻한 시선으로 도와주어야만 가능합니다. 부디 저같은 사람들의 처지를 이해해주시고 관심과 도움을 호소합니다. 매일을 기도하며 또 기도합니다. 나를 살려주신 이유가 무엇인지 그것을 밤낮으로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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