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외신 기자들 '검찰기자단이 검찰공보 역할하는 한국은 이상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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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10,139회 작성일 20-01-02 15:24본문
[사진설명] MBC '피디수첩' 검찰기자단 관련 방송화면 갈무리
검증되지 않은 검찰 수사속보를 전하는 한국 법조 보도의 관행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리포액트>는 이와 관련해 해외 언론들은 수사속보를 어떻게 전하는지, 국내 해외언론 특파원들은 한국 법조 출입기자단 문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검찰기자단이 검찰공보 역할하는 한국은 이상한 나라"
국내에서 여러 취재를 벌이고 있는 해외언론 특파원들 역시 대체적으로 한국 법조출입 기자단 문화에 의아함과 불편함을 털어놓았습니다. 유럽권 통신사의 한 기자는 <리포액트>와 한 통화에서 "한국 검찰의 수사 속보는 사실상 확인 취재를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검찰 수사 속보가 한국 언론에 나오면 검찰에 사실 확인 전화를 해요. 그러면 검찰 공보 담당자가 '검찰 출입기자단 간사에게 연락하라'고 설명합니다. 검찰 출입기자단은 공공기관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그곳에다 사실관계를 확인하라는 한국의 문화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한국 언론에 난 수사 속보의 사실 여부만 검찰에서 확인해달라고 해도 답변을 받기 어렵습니다. 사실상 검찰 보도는 포기하고 있습니다."
그일본의 기자단 문화보다 한국이 더 낡은 관행을 갖고 있는 것일까요. 특히 기자단이 매체의 공공기관 취재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일본에서도 없어진 문화라고 합니다. 한국의 기자단 문화는 일제 때 형성된 관행이 해방 이후 그대로 정착되어온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또다른 외신 기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본에도 한국처럼 기자단 문화가 있어요. 심지어 기자단 간사가 기자회견 때 매체의 질의 순서까지 정해주고는 합니다. 그러나 한국처럼 기자단이 특정 기자를 징계해 공공기관 취재편의까지 제한하는 일은 없습니다."
2019년 12월3일 방영된 MBC <피디수첩> '검찰기자단' 편을 보고 많은 국민이 깜짝 놀란 사실이 있지요. 바로, 특정 언론사의 검찰출입 및 취재 여부를 대검찰청 공보실이 관리하는게 아니라 법조 출입기자들이 투표로 결정하고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가 되었습니다. 국민 눈에는 이상하게 보이는 기자단 문화가 한국의 기자들에게는 관행이라는 이유로 계속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한 <뉴욕타임스> 기자는 <리포액트>에 "한국의 검찰도 외교부처럼 출입기자 외 해외 매체 기자들도 적극적으로 취재협조를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의 청와대나 외교부는 출입기자 외 해외 매체 기자들만을 위해 따로 '카카오톡방'을 만드는 등 취재 편의를 돕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표 수사기관인 대검찰청도 이러한 시스템을 만들어주면 좋겠습니다. 조국 전 법무장관 수사 등 국제적인 관심을 받는 한국의 수사소식을 해외에 정확하게 알리는 것도 중요한 일 아닐까요."
이 기자는 그러면서 미 백악관의 출입기자 지원 시스템을 설명해주었습니다. "백악관에도 출입 기자단이 있어요. 다만 등록제이지 한국처럼 기자단이 출입여부를 결정하는 허가제는 아닙니다. 그리고 백악관 출입 기자가 아니어도 각종 자료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에 와서 여러 일정을 소화할 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자료를 백악관 출입기자가 아닌 저도 받아볼 수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본사에서 한국 주재 뉴욕타임스 특파원에게도 자료를 보내달라고 요청하면, 백악관 공보부서에서 제게 보내주는 겁니다. 한국에서 이런 요청을 하면 공무원은 출입기자단 간사에게 물어보라고만 합니다. 확실히 이상한 관행입니다."
검찰 수사 속보를 받아쓰기 경쟁하듯 벌이는 한국 언론을 해외의 기자들은 어떻게 바라볼까요. 그건 제가 좀더 취재를 해보겠습니다. 다만 그전에 해외에서는 공직자 관련 수사 보도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 몇개를 살펴본 것을 정리해서 전해드립니다.
해외언론은 조국 전 법무장관 검찰 수사를 일방적으로 전하지 않았다
조국 법무장관 관련 수사 소식을 <뉴욕타임스>는 어떻게 해외에 전하고 있는지 먼저 분석해보았습니다. <뉴욕타임스>는 2019년 10월12일 '서울에서 조국 법무장관 찬성반대 집회가 계속 되다' (In Seoul, Crowds Denounce a Divisive Politician. Days Later, Others Defend Him)라는 제목의 기사와 2019년 10월14일 '조국 법무장관이 수주간의 시위 뒤에 사임하다'(South Korean Politician Resigns After Weeks of Protests)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습니다.
전반적으로 <뉴욕타임스>는 조국 장관의 수사소식을 전하면서도 중립적 자세를 견지하려는 경향이 관찰되었습니다. 검찰이 벌이는 수사의 혐의를 설명하되 한국 언론처럼 검찰의 시각에서 '~가 드러났다'는 식의 표현은 쓰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검찰과 수사대상자 양쪽 모두 인정하는 것에 대해서만 '드러났다'는 표현을 쓰고 있었습니다. 아래는 <뉴욕타임스> 기사의 일부입니다.
"조국 법무장관과 그의 가족은 사모펀드 투자와 딸의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과정 등에서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Mr. Cho, South Korea’s justice minister, and his family are being investigated over a number of allegations, ranging from financial malfeasance to pulling strings to get a daughter into medical school. (2019.10.12) "
"조국 장관 임명 이후에도, 한국 언론들은 그의 가족의 비위 혐의 보도를 쏟아냈다. 조 장관 부인은 딸의 의학대학원 입학을 위해 서류를 위조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녀는 횡령 혐의로 체포된 친척의 일에도 연루된 혐의로 조사를 받고있기도 하다. 다만 조 장관 가족이 받는 혐의는 입증된 것은 아니고 조 장관도 어떤 위법행위도 부인했다.
But since his appointment, the local news media has been filled with allegations of misdeeds by his family. His wife has been indicted on charges of forging a certificate to help their daughter get into medical school. She is also under investigation for possible criminal links to a relative who was arrested on suspicion of embezzlement.Many of the allegations against his family remain unsubstantiated and Mr. Cho has denied any lawbreaking. (2019.10.14)"
이 두 문단을 보면, <뉴욕타임스>는 조 장관 가족들이 받는 혐의를 설명하면서 결코 '드러났다(reveal)'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조사를 받고 있다'(investigate)란 단어를 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떤 혐의에 대해서도 설명할 때 'allegation' 이나 'charge' 와 같은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 'allege'는 '의혹은 있지만 확실한 증거는 없다'는 의미를 가진 단어입니다. '드러났다'는 뭔가 확실한 사안이 밝혀졌을 때 쓰는 단어입니다. 뉴욕타임스는 검찰 수사단계에서 그런 단어를 쓰는 것보다는 '알려졌다'는 톤의 덜 단정적인 단어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래의 단락에서 <뉴욕타임스>는 '드러났다'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많은 한국 학생들과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 일부도 조 장관 딸이 다른 학생들에 견줘 과도한 혜택을 받은 것이 드러나자, 조 장관에 등을 돌렸다. 이것은 경제적 불평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인들에게 중요한 문제이다. 대학생들은 조 장관에게 위선자라면서 항의하고 있다. But many students and even some of the usual supporters of Mr. Moon turned against Mr. Cho after it was revealed that his daughter had benefited from advantages denied to other students — a sensitive matter in a country where anger over economic inequality runs high. College students began holding rallies against him, calling him a hypocrite. (2019.10.14)"
조 전 장관 딸 관련 논란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뉴욕타임스가 'it was revealed that his daughter had benefited' 라고 단정적으로 쓴 것은, 조 전 장관이 자신의 딸이 대학원에 입학하는 과정과 관련 벌어진 사회적 논란에 대해서만큼은 사과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8월 "법과 제도를 따랐다고 하더라도 그 제도에 접근할 수 없었던 많은 국민들과 청년들에게 마음에 상처를 주고 말았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송구합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한 외신 기자에게 'reveal'(드러나다)란 단어를 어떤 경우에만 사용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 기자는 '검찰의 수사는 확정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수사 당사자가 동의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reveal 이란 단어를 쓴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언론들이 검찰 수사만으로도 마치 확정된 사안처럼 '드러났다'라는 단정적 보도를 하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태도를 외신 기자들은 갖고 있습니다.
해외 언론은 양쪽이 인정하는 사실에만 '드러났다'고 표현
유명인에 대한 수사 소식을 보도할 때 신중을 기하는 태도는 자국 내 벌어진 사건에서도 비슷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리포액트>는 스트라우스 칸 아이엠에프(IMF) 총재가 성추행 혐의로 미국 경찰에 긴급체포 되었을 당시 미국 언론의 보도 내용 등을 함께 검토해보았습니다. 스트라우스 칸은 2011년 5월 뉴욕 방문 때 자신의 방을 청소하러 온 호텔의 여직원을 성추행 한 혐의로 공항에서 긴급체포된 적 있습니다. 그러나 스트라우스 칸은 혐의를 부인했었던 사건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2011년 5월15일 'IMF 총재가 성추행 혐의로 체포되다'(IMF chief arrested in alleged sex assault)라는 기사를 전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사건에 대한 혐의를 설명할 때, '수사당국이 주장(allege)하고 있다'는 식의 표현을 쓰고, 객관적으로 누구나 인정하는 상황에 대한 설명에서만 '수사당국은 밝혔다(say)'라는 표현을 쓰고 있었습니다. 다음 두 단락을 함께 보시겠습니다.
"스트라우스 칸(62)은 지난 일요일 뉴욕에서 강간과 불법감금 혐의로 체포됐다. 수사당국은 칸이 맨하탄의 한 호텔에서 자신의 방을 청소하러 온 청소부를 강간하려 한것으로 보고 있다.(allege) 경찰은 청소부 여성이 그를 나중에 지목했다고 말했다(say). 그러나 칸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고 그의 변호사 벤자민 브래프먼은 설명했다.
Strauss-Kahn, 62, was charged early Sunday in New York with attempted rape, a criminal sex act and unlawful imprisonment. Authorities allege that he attempted to rape a housekeeper at the Sofitel in Midtown Manhattan where he was staying; police said she later picked him out of a lineup. He planned to plead not guilty, according to his attorney, Benjamin Brafman, who has defended a number of high-profile clients."
"스트라우스 칸이 호텔을 떠날 때 휴대전화를 두고 갔는데 그는 후에 JFK공항으로 휴대전화를 가져다 달라고 호텔 쪽에 요구했다고 경찰은 밝혔다(say). 호텔 쪽의 연락을 받은 경찰은 즉시 출동해 JFK공항에서 프랑스 파리로 가는 비행기에 오르려 하던 칸을 체포했다고 경찰은 밝혔다(say).
Police officials said Strauss-Kahn fled the room, leaving his cellphone behind. He later called the hotel to ask if he had left his phone, a police official said, and an employee asked for his location in order to return it. That led authorities to JFK International Airport, where they arrested Strauss-Kahn, who was on a plane bound for France, the official said. Officers with the Port Authority of New York and New Jersey boarded the plane and removed him moments before he was to fly to Paris."
워싱턴포스트의 해당 기사는 이어 스트라우스 칸의 부인이 "우리 남편은 성추행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언급한 것을 첨부해, 독자들이 수사기관의 시각에서만 기사를 읽지 않도록 거들었습니다.
"스트라우스 칸의 부인인 프랑스 언론인 앤 싱클레어는 "남편이 성추행을 저지르지 않았고 당연히 무죄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싱클레어는 "남편은 품위와 절제가 몸에 밴 사람"이라며 뉴욕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을 표현했다. Strauss-Kahn is in his third marriage, to French journalist Anne Sinclair. On Sunday she expressed disbelief that her husband could have done what he is accused of and called on all to exercise “decency and restraint.” “I do not believe for one second the accusations brought against my husband,” she said in a statement relayed by Agence France-Presse. “I have no doubt his innocence will be established.” "
미국 언론 <CBS>가 2011년 7월1일 관련 사건 후속보도 (DA: Strauss-Kahn accuser cleaned after encounter) 한 것을 살펴보면, 역시 대립하는 양쪽이 인정한 부분에 대해서만 단정적 단어를 쓰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기사 제목이 '스트라우스 칸 고소자는 성추행 사건 직후 다른 방청소도 했다'고 달아 좀 단정적입니다. 이건 성폭행 당했다고 주장하는 청소부가 사건 이후 태연하게 다른 방청소를 했다는 점에서 의혹이 일 수밖에 없는 그런 보도입니다. CBS는 왜 이렇게 단정적으로 제목을 쓴 걸까요. 그것은 검찰의 일방적 설명이 아니라, 해당 여성도 이것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역시 검찰의 발표가 아니라, 스트라우스 칸 변호인 쪽이 공개한 '검찰의 문서'를 통한 보도입니다. 아마 뉴욕 검찰은 언론에 아무 것도 밝히지 않은 듯 합니다. 아래 단락을 함께 보시겠습니다.
"뉴욕 검찰이 스트라우스 칸의 변호인단에게 보낸 수사문서에서 따르면, 스트라우스 칸 IMF 총재가 받는 성폭행 혐의 사건과 관련해 호텔 청소부 여직원이 법원 배심원들에게 일부 거짓말 한 것을 인정했다. 기니에서 온 32살의 이 여성은 지난 5월 스트라우스 칸이 호텔방에서 자신을 끌어당겨 옷을 벗기고 강제로 구강성교를 강요했다며 칸을 고소한 바 있다. 칸의 정액이 여성의 옷에서 검출된 것은 맞다. 그러나 수사보고서에는, 여성이 스트라우스 칸과의 사건이 있고 나서 다른 방을 청소하러 갔다가 다시 칸의 방에 돌아와 다시 청소했다고 돼있고 이 여성도 이를 인정했다. 이것은 그녀가 배심원단에 했던 말과 모순된다.
The hotel maid who accused former IMF director Dominique Strauss-Kahn of sexual assault admitted that she lied to a grand jury about the events surrounding the alleged attack, according to a letter sent from prosecutors to Strauss-Kahn's defense team. The 32-year-old woman from Guinea accused Strauss-Kahn of chasing her through his luxury suite in May, trying to pull down her pantyhose and forcing her to perform oral sex. Strauss-Kahn's semen was found on the woman's dress and she reported the alleged assault, but not as quickly as first thought. In a letter dated June 30, prosecutors that she admitted that she cleaned another room following the encounter with the French politician and then returned to Strauss-Kahn's room and cleaned that as well, contradicting what she told the grand jury."
추가로 흥미로운 사실은, 뉴욕 검찰은 스트라우스 칸을 범죄자로 단정하지 않고 되레 여성의 진술의 모순까지 열심히 확인한 점입니다. 또한 언론은 검찰의 수사결과를 검찰에서 확인하지 않고 변호인단이 공개한 공식 문서를 통해 보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문서로 확인된 만큼 '드러나다(reveal)'란 단정적 표현을 쓴 거 같습니다. 우리나라 언론이 수사 관계자의 말만 듣고도 단정적 보도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스트라우스 칸 변호인단은 사설 조사관을 활용해 피해여성의 뒷배경과 사연을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뉴욕 검찰이야말로 고소인 여성의 모순점을 밝혀냈다고 보도했다. 이것은 검찰이 변호인단에게 보낸 수사서류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The defense was using private investigators to aggressively check out the victim's background and her story, but the New York Times reported that it was investigators for the prosecution who uncovered discrepancies. Among the other revelations revealed in the prosecutor's letter to the defense team"
심지어 <뉴욕타임스>는 스트라우스 칸의 재판 관련 기록(보석신청서)을 자사의 누리집에 공개해 독자들이 사건에 대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하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https://archive.nytimes.com/www.nytimes.com/interactive/2011/05/19/nyregion/20110519-Strauss-Kahn-Bail-Application.html?searchResultPosition=2)
<리포액트>가 일부 해외 언론들의 보도들을 살펴본 내용을 종합하면, 해외 언론들은 대체로 이러한 태도를 견지하며 수사속보를 전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검찰의 말만 듣고 단정하듯 보도하지 않는다 △대립하는 양쪽이 인정하는 내용이 아니면 '드러나다'와 같은 표현을 쓰지 않는다 △수사기관의 발표 외에 사건 당사자 쪽의 반론을 가급적 싣는다 △반론이 없더라도, '검찰 수사결과는 아직 입증된 것이 아니다'는 문장을 삽입한다 △검찰은 언론을 상대하지 않는 편이다 △재판정에 제출된 서류를 과감하게 공개한다
"폭로 그 자체보다 폭로 진원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여러분은 이러한 미국 언론의 검찰 수사 관련 보도가 어떻게 읽히십니까. 물론, 미국에서도 이른바 '검찰발 익명 보도'와 같은 사회문제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다만, 우리처럼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은 아니어서, 한번 이런 일이 벌어지면 대단히 큰 사회 문제로 다뤄지는 것이 우리나라와의 차이입니다.
2006년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는 국회의원 7명에 대한 연방수사국(FBI)의 수사기밀이 언론에 유출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로버트 뮬러 FBI장은 상원 법사위에 나와 피의사실 유출경위에 대한 엄정한 진상조사를 다짐했지만 이미 상당수 의원들이 재판도 받아보기 전에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고 낙선하고 말았습니다. 1998년에는 워싱턴포스트가 폴라존스 성희롱 사건과 관련, 빌 클린턴 대통령의 증언녹취록을 공개해 파장이 일기도 했습니다. 당시 유출진원지로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 등이 의심받기도 했지만 제보자가 누구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송현주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리포액트>와 한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도 간혹 기자와 권력자의 유착이 의심되는 보도가 나오곤 한다. 그러나 언론에 기밀을 유출하는 검사는 결국 직을 내려놓게 된다는 점에서 우리와 다르다. 미국 씨엔엔(CNN) 등을 보아도, 우리처럼 검찰 수사속보가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경우는 잘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디어비평가인 조지 프리드먼은 2009년 '딥 스로트의 사망과 저널리즘의 위기'라는 글에서 "이제 '폭로' 그 자체보다 '폭로 진원지'를 아는 것이 독자들에게 더 중요해졌다"며 인식의 전환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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