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사법 개혁 끝까지 감시한다 양승태는 떠나도 양승태 적폐철학은 남았다…최근까지 법원노조 사찰문건 또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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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6,481회 작성일 20-02-19 10:16본문
법원노조 가입 문의했다가 벌어진 일
최근 임신을 한 법원 직원이 있었습니다. 출산일이 다가올 수록 몸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짐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근무일 조정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법원이 임신부 노동자들에 대한 배려가 좀 부족하다고 느낀 그는, 지난해 말 법원공무원노동조합 가입을 문의해보았습니다. 이후 이 법원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법원 직원은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찾았을까요?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최근 벌어진 일입니다. 법원이 임신부 노동자들에 대한 업무환경 개선책을 찾기는 커녕 노조가입 문의를 한 노동자들에 대한 신상 파악에 나섰고 해당 부서 책임자는 서울동부지법 총무과에 불려가 '직원 관리를 어떻게 하는 것이냐'는 질책을 들어야 했습니다. 노조가입을 알아보았던 임신부 노동자들은 가입을 포기했습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벌어진 각종 사법농단 사건 기억하십니까. 판사블랙리스트 작성과 재판 거래 의혹 등이 주로 알려진 사안이지요. 그러나 양승태 대법원장 때 벌어진 부적절한 사건중 '법원 노조 와해 시도'도 있었습니다.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의 조사 내용을 보면 '2016년 사법부 주변 환경의 현황과 전망 문건' 등에서 노조 대응 기구 설치를 계획하고, 노조 간부회의 동향을 파악하려고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문건에는 "(법원노조가) 법적 지위가 불안정해 돌발적인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국면 전환의 도구로 활용했다며 적극적으로 합법노조 전환을 유도하는 정책 변화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법원노조는 법원행정처가 노조원 확대를 막기 위해 전략을 세웠다고 의심했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현재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외에도 여전히 낡은 시각으로 사법 행정을 처리하고 있는 간부급 법원 공무원들의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이들은 언론의 감시가 판사들에게 집중되어 있는 사이, 여전히 법원 공무원 노조를 감시하고 있는 정황이 <리포액트>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리포액트>가 확보한 문건을 보면, 서울동부지법 감사계는 2019년 11월1일 '노조 동향 파악' 문건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에는 언제 어떤 법원 노동자들이 노조 가입 문의를 하였고 노조위원장이 이들에게 어떤 설명을 해주었는지까지 자세히 적시돼 있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감사계의 작성문건을 토대로 서울동부지법 총무과의 한 간부는 노조가입 문의를 한 직원들의 책임자를 불러 "이것은 항명이다. 당신은 관리자로서 대체 뭘 한거냐"고 혼을 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노조가입을 알아보려 한 직원들은 사태가 커지는 것이 두려워 이후 더이상 노조 가입을 알아볼 엄두를 못냈다고 합니다.
[사진설명] 리포액트가 확인한 법원노조 사찰 정황 문건
국회 거짓 보고 의혹까지…사법불신 해소 위해 철저한 조사 필요
법원이 감사계를 동원해 직원의 노조 가입 동향을 확인하고 관계자를 불러다 문책한 것은 사회적 상식에도 어긋나고 법원이 마련해둔 '대법원 감사규칙'에도 없는 행위라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법원감사규칙 2조를 보면, 감사의 정의를 '복무기강 전반에 대하여 실시하는 감사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칙대로라면, 서울동부지법 감사계는 직원들의 노조 가입 문의가 복무 기강과 관련이 있다고 해석해 동향을 파악한 셈입니다.
이재근 참여연대 권력감시국장은 <리포액트>와 한 통화에서 "양승태 대법원 때 법원 노조 사찰 의혹 등 법원 농단 사건이 벌어져 재판까지 진행중인 와중에도 법원조직이 여전히 변화없이 노조의 동향을 감시해온 정황이 드러나 놀랍다.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돼 국민의 사법불신을 해소하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한 법원 관계자는 "서울동부지법에서 우연히 드러난 사건이지만, 각급의 법원에서도 이러한 노조 사찰이 최근까지 은밀히 진행되어온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리포액트>는 문건을 작성한 서울동부지방법원 책임자에게 해명을 들어보았지만 "노조 동향 파악문건은 작성한 적 없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김동욱 동부지법 공보판사는 <리포액트>에 "감사계에 물어보았는데 그런 사실 없다고 한다. 나로서는 더이상 파악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노조 관계자는 <리포액트>에 "서울동부지법 총무과가 노조에 부적절한임을 인정하고 사과까지 했던 사안"이라며 반박했습니다.
서울동부지법은 문제가 커지는 것을 덮기 위해 국회에 허위 답변까지 한 것으로 보입니다. 국회 법사위 소속 금태섭 의원실은 법원행정처에 "2018년 1월1일 이후 서울동부지법 감사계에서 노조 관련 동향 보고서를 생산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 있다면 그 보고서의 사본을 제출하라"고 하였으나 법원행정처는 "해당사항 없다"는 답변만 했습니다. 그러나 <리포액트>가 입수한 해당 문건은 엄연히 서울동부지방법원이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고, 복수의 법원 관계자 등이 해당 문건을 열람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회에서의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 4조의2는 "국회는 (서류 제출을 요구받은 피감기관이 뚜렷한 이유없이) 제출을 거부하거나 거짓으로 서류를 제출한 때에는 (중략) 관계자에 대한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국회에 허위답변을 한 서울동부지방법원 관련 책임자에게 감사 및 징계 조처가 필요해보입니다.
“법원행쟁처 폐지 등 법원행정에 외부인 참여 필요”
이러한 부당한 일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까요. 박주민 의원은 지난달 3일 '법원조직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개정법안을 보면,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법관과 비법관으로 구성된 사법행정위원회를 사법행정에 관한 총괄적 권한을 가지는 심의·의결기구로 도입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사법행정에 비법관 위원이 참여한다면 사법행정의 운영과정에 민주성을 좀더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박주민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며 "사법농단 사태가 불거진 이후 사법개혁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높은 관심을 받고 있으나 우리 국민이 사법부에 가지는 신뢰가 저하된 것을 상쇄하고 사법신뢰를 쇄신할 만큼의 개혁은 추진되지 못했다. 2017년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명된 이후 대법원장이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개혁안에 대한 기대가 높았으나 지금까지의 진행을 고려하면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개혁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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