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반 “범죄혐의가 소명돼서 되레 <더탐사> 구속영장 기각됐다”고? <조선>의 주장이 어처구니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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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6,235회 작성일 23-01-0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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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탐사> 강진구 기자, 최영민 피디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법원이 언론에 밝힌 설명은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정도이다. 영장실질심사결과는 판결문 형태로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언론이 취재할 수 있는 내용은 이정도가 사실상 전부이다. 주거침입 혐의 정도의 수사를 두고 검찰이 무리하게 영장청구를 한것 아니냐는게 언론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지난달 30일 <[단독] 더탐사 영장 기각한 법원 “범죄 사안은 중대...피의자들, 혐의 인정”> 이라는 기사를 내어 정반대의 분석을 내어놨다. 판사가 “범죄 사안이 대단히 중하며, 피의자들이 혐의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며 영장기각 사유서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다는 게 <조선일보>의 보도다. <조선일보>의 보도는 과연 사실일까.


정확한 건 취재가 불가능하다. 영장담당판사는 기자들의 접근이 원천 차단돼 있다. 법원 출입기자들도 다른 판사들과 달리 영장담당 판사는 만날 수 없도록 관행이 정착된지 오래이다. <조선일보> 기자라고 해서 판사가 따로 만나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면 법원 기자단에서 난리가 날 것이다. 물론, 판사가 개별 기자들을 만나는 건 바람직하지도 않다.




혐의가 소명되면 영장 기각? 그렇다면 '김용·정진상 구속'은 혐의가 소명 안돼서인가? 

  

<조선일보>의 이번 취재원은 검찰이나 경찰로 보인다. 그들 입장에서는 이번 구속영장 기각으로 망신을 당한 것이니 <조선일보>를 활용해 언론플레이가 필요했을 것이다. 대다수 언론들이 <더탐사> 기자들에 대한 구속영장만큼은 너무 과도했다는 분위기여서, 검경은 이번에 <조선일보>외에는 활용할 카드가 마땅치 않았을 것이다. <조선일보> 역시 “더탐사 기자들이 혐의를 인정했다”고 보도해, 영장 기각에 환호한 시민사회에 찬물을 끼얹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더탐사 쪽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있기에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건 <조선일보>의 주장처럼 그렇게 <더탐사>에 불리할 것도 없고, 법조계에서도 전혀 이상한 논리가 아니다. 한동훈 장관 집 앞에 찾아간 것은 이미 영상이 다 찍혀 있고 생중계까지 되었다. 즉, 이미 발생한 사건이라 인멸될 증거도 없고, 혐의가 소명된다. <더탐사> 기자들이 이러한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 건 당연하다. 그들이 스스로 이날 과정을 생중계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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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하나 고민할 지점이 있다. 사실 수사기관이 모든 범죄 혐의 증거를 수집하고, 혐의 그 자체가 인정되면 구속 사유는 사라지는 것이 맞다. 우리의 형사법 체계는 불구속 수사, 불구속 재판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모든 수사가 끝났는데 뭐하러 더 구속하는가? 


다만 우리 사회에는 어찌된 일인지, 혐의가 인정되면 구속을 당연한 것처럼 해석하는 분위기가 있다. <조선일보> 같은 언론들이 그런 분위기를 은근히 조장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구속은 그 자체로 형벌적 의미가 담겨 있기에 수사기관이 법원의 역할을 해선 안된다. 형벌에 대한 최종 판단은 검경이 아니라 당연히 법원이 해야하는 것이다. 긴 설명할 필요도 없이, 우리나라는 3권 분립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이러한 순수한 '3권 분립 원칙'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이런 보도를 한 것 같지는 않다. <더탐사> 기자들에 대한 법원 영장 기각의 취지를 훼손하기 위해 '범죄 혐의가 인정되어서 구속하지 않았다'는 보도를 한 것 같은데, 그러는 바람에 <조선일보>는 자기 모순에 빠진 셈이 됐다.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이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구속된 것은 범죄혐의가 잘 소명되지 않기에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것인가? <조선일보>는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을 것이다.




판사는 “사안이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범죄사안이 중하다”고 왜곡 보도?


<조선일보>의 의중을 좀더 솔직하게 분석하자면, 판사가 "사안이 중하다"고 설명한 것을 두고 "범죄사안이 중하다"고 왜곡해 보도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한 강진구 기자의 설명으로는, 검찰과 강진구 기자 모두 “이번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대한 결정은 언론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결정”이라고 설명했고 판사 역시 수긍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번에 영장이 기각되면 많은 유튜버들이 장관 집으로 찾아가서 벨을 누를 수 있다”며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라고 설명한 반면, 강 기자는 “이번에 영장이 발부되면 앞으로 공직자에 대한 언론의 취재활동이 상당히 위축될 것”이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강 기자는 ‘검찰의 <더탐사> 기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비판한 <한겨레> 사설을 판사에게 제출했고 판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이를 읽어내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사회가 이 사안을 어떤 식으로든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판사가 의식했고, 이때문에 기자들에 대한 구속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번 사안은 <더탐사> 쪽과 검경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선다. 그래서 <더탐사>와 검경은 모두 각자 입장에서 주관적 주장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언론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이번 사안에서만큼은 <더탐사> 쪽은 중립적 입장을 취할 필요가 없다. 그들이 사건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달라야 한다. <조선일보>는 한동훈 법무장관과 하나의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것도 아닐텐데, 왜 이번 사안에서 마치 필드의 플레이어라도 되는 양 뛰는 것일까. 이러니까 '한동훈이 언론사들의 밤의 편집국장'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 아닐까.


<조선일보>의 보도와 별개로, 이번 검찰의 <더탐사> 기자들에 대한 영장청구서에는 터무니 없는 내용들이 너무 많아 언론의 비판적 분석이 요구된다. 수사기관은 피의자들에게 불리한 증거만 수집하는 게 아니라, 유리한 증거 역시 공정하게 수집해 법정에 제출해야 한다. 왜냐면 수사기관은 말그래도 수사기관이지, 형벌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독 <더탐사> 기자들에 대해서는 마치 감옥에 보내는 것이 지상과제인 양 검찰이 명백한 허위사실까지 담아서 영장을 청구했다.


<더탐사> 기자들이 한동훈 장관 집의 도어락을 해제하려 했다는 건 명백한 허위사실이다. 경찰이 타워팰리스 출입문 초인종 시스템을 수사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타워팰리스는 특이하게도 초인종을 누르려고 시도만 해도 비밀번호 관련 안내 멘트가 나오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더탐사> 기자들이 한동훈 장관 집 도어락을 해제하는 것을 라이브로 생중계 한다는 게 말이나 되나. 납의 집을 무단으로 들어가는 것을 유튜브로 생중계하는 범죄자도 있는가. 그런데 검찰은 이러한 내용을 생략했다. 판사의 눈을 일부러 가린 것이다.




허위사실로 가득찬 검찰의 영장청구서...수사가 목적인가 구속이 목적인가?


“강진구 기자가 해외 출국 경험이 있어 도주 우려가 있다”는 내용 역시 황당했다. 강 기자의 마지막 출국기록은 취재를 목적으로 경향신문에서 출장을 보낸 것이었다. 또 강 기자는 현재 각종 고소로 인해 출국이 금지된 상태다. 검찰이 스스로 출국금지 해놓고 법원에는 출국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 건 법원을 기망한 것이란 비판도 가능하다. 권지연 <더탐사> 기자가 압수수색 당시 경찰을 향해 "부끄럽지도 않으세요?"라고 말한 것을 두고 “‘ㅈ같지도 않으세요?’라고 말했다”며 영장청구서에 적시한 것도 허위사실을 넘어 실소가 나오는 수준이다. 심지어 권 기자는 구속영장 청구 대상도 아니다.


마지막으로, 세계 언론 자유사에서 기념비적인 판결로 해석되는 미 연방대법원의 '설리번 판결'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미 대법원은 1964년 <뉴욕타임즈>가 경찰 설리번에 대해 허위사실을 담아 보도한 것에 대한 명예훼손 판결에서 “공직자에 대한 토의는 정치적인 의무이다. 이러한 토의는 정부나 공직자에 관한 격렬하고 신랄하여 가끔은 불쾌할 정도의 날카로운 공격이 포함되며, 결코 억제되어서는 안된다”고 판결했다. <뉴욕타임즈>의 공직자 검증 보도에 일부 허위사실이 실제로 담겨 있었음에도, 해당 공무원이 이를 처벌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못박은 것이다. 미국사회는 60년전에 이미 비판과 처벌을 구분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윤석열 정부 출범 6개월도 안돼, 이런 당연한 민주주의 원칙마저 무너질 위기를 맞았다.


“<TV조선>기자가 조국 장관 딸 집 초인종을 누른 것을 두고 경찰이 처벌에 나선 것” 을 두고 “문재인 정부의 언론탄압”이라며  맹비난했던 <조선일보>가 <더탐사> 기자들을 향해서는 검찰과 똑같이 몽둥이를 들고 나서는 것을 보니 얼척이 없고 처연함마저 느낀다. 언론사마다 진보-보수의 성향을 가질 수는 있다. 그러나 원칙은 한가지여야 하지 않을까. <조선일보>에는 철학대신 기회주의적 태도 변신만 가득할 뿐이다.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 기자 repoac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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