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반 미국에서는 언론사 압수수색 자체를 법으로 금지...한국도 법제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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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5,234회 작성일 22-09-02 12:44본문
[사진설명] 경찰이 강진구 기자 등의 집에서 1일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시민언론 더탐사> 화면 갈무리
<시민언론 더탐사>에 대한 경찰의 강제 압수수색을 두고 사회적 파장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명예훼손에 대한 수사를 목적으로 언론사에 대한 강제 압수수색은 한국에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명예훼손 형사처벌 조항이 윤석열 정부 들어 국가보안법처럼 활용되고 있는 격입니다. 관련법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리포액트>는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았습니다. 미국에서는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형사처벌보다는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하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특히 1964년 설리번 판결을 계기로 공직자에 대한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아예 명예훼손 민사 고소자체를 까다롭게 하고 있습니다.
한데 미국에서는 여기서 나아가 명예훼손 수사를 이유로 경찰의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 자체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언론사 압수수색을 금지하는 법'이 제정된 것은 1971년 스탠포드 대학신문에 대한 경찰의 강제 압수수색 사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1971년 4월 미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병원에서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경찰이 투입됐고 이 과정에서 무력충돌이 있었습니다. 스탠포드 대학신문은 이 과정을 보도 했습니다.
미 경찰은 경찰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한 사람들의 신원을 파악한다는 이유로 스탠포드 대학신문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편집국을 수색했습니다. 대학신문 쪽은 언론사 압수수색이 미국의 수정헌법 1조와 4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경찰을 상대로 1978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미 연방법원은 경찰의 압수수색이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미 헌법이 언론의 자유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압수수색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고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이 판결을 계기로 미국 사회는 각성했습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자유가 하위법의 미비로 침해될 수 있는 사례를 발견한 것입니다. 결국 미 연방의회는 1980년 언론인과 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수집한 증거는 언론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어야 하는 것으로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프라이버시 보호법'(Privacy Protection Act, PPA)을 제정했습니다.
미국에서 20여년간 변호사로 활동해온 김원근 변호사(‘명예훼손’ 저자, 2022 박영사)는 <리포액트>와 한 통화에서 “스탠포드 대학신문 사건을 계기로, 미국은 관련법을 재정비했고 이제는 언론사 압수수색 자체를 상상할 수조차 없다. 더탐사에 대해 한국 경찰이 압수수색한 것은 미국사회의 시각으로 보면 반문명적인 사건처럼 여겨질 것이다. 한국에서 관련법 정비가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설명]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은 1978년 스탠포드 대학신문 경찰 압수수색 사건 등을 다룬 보도
한편, <시민언론 더탐사>는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사 압수수색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는 <뉴욕타임즈>와 <아사히신문> 기자 등이 참석해 많은 관심을 갖고 취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