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반 여성노동자들이 상의탈의하자 남자경찰들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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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19,228회 작성일 19-09-11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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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 한국도로공사 노동자들이 상의탈의를 하자 경찰들이 채증을 했고, 여성노동자들이 항의하고 있다. 노동과 세계.


 

 한국 도로공사 노동자들이 경북 김천의 본사에서 직접 고용 약속을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농성을 진압·관리하는 과정에서 각종 인권침해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경찰이 경찰청 개혁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2017년부터 각종 개혁안을 발표해왔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경찰청 인권침해 개선안 발표했지만 과도한 사진채증 여전 

 여러 문제중 하나로 먼저, 반복되고 있는 과도한 사진채증입니다. 도로공사 노동자들은 지난 10일 오전 경찰의 강제 해산 시도에 맞서 상의탈의 시위를 벌였습니다. 목격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여성 노동자들이 탈의를 시작하자 경찰은 사진채증을 시작했습니다. 사진을 잘 찍기 위해 계단 위에까지 올라가서 촬영을 하는 경찰도 있었다고 합니다. 농성장을 둘러싸고 있던 남성 경찰관 500여명이 여성들의 탈의 광경을 지켜봤습니다. 현장에서 채증당한 한 여성 노동자(57)는 11일 <리포액트>와의 통화에서 “수치심이 들어 찍지말라고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경찰이 이전에 발표한 채증방식 개선안과 상당히 거리가 있는 것입니다. 2017년 9월7일 경찰청은 경찰청개혁위원회의 권고안을 받아들여 “집회시위 현장에서 무분별한 채증을 제한하기 위한 구체적 요건을 명확히 하였다”며 다음의 요건을 밝혔습니다. 경찰은 ‘△과격한 폭력행위 등이 있을 것이 임박했거나  △폭력 등 불법행위가 행하여지거나 행하여진 직후  △범죄수사를 목적으로 한 증거보전 필요성과 긴급성이 있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시행’한다는게 그 내용입니다.

 도로공사 노동자들의 점거농성은 신고되지 않은 불법 시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찰은 사후 사법처리를 위해 참가자 채증이 필요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옷을 벗는 행위 자체는 경찰이 채증 요건으로 정한 ‘과격한 폭력 행위’로 볼 수 없습니다. 또한 상의 탈의 자체는 범죄수사 증거보전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습니다. 이때문에 경찰의 과잉 채증과 인권침해 논란이 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인권활동공간 ‘활’ 랑희 활동가는 <리포액트>와 한 통화에서 “회사 점거 농성이 설사 불법이더라도, 채증은 개별행위에 대해 개별적으로 판단해서 엄격하게 해야 한다. 점거농성이 불법이라고 해서 점거 현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을 채증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렇다면 여성노동자들이 점거농성중 밥을 먹거나 화장실가는 것까지 다 채증하겠다는 거냐. 경찰 공권력 남용이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선 경찰들이 여전히 제복에 명찰을 달고 있지 않아 과도한 채증을 하는 경찰의 신원확인이 불가능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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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차 사건의 교훈 잊었나 … 경찰이 구사대와 함께 진압작전 관행도 여전해

 이외에도 경찰의 무리한 공권력 남용 논란 현장은 더 있습니다. 경찰이 도로공사 ‘구사대’로 나선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남성들과 함께 스크럼을 짜는 모습이 사진으로 찍혔습니다. 경찰은 시설물 보호에 나선 제3자이자 공권력입니다. 사쪽을 편드는 노동자와 사쪽을 비판하는 노동자와의 충돌을 중간에서 막아야 하는게 경찰의 임무입니다. 그런데 구사대 직원들과 함께 사쪽을 비판하는 노동자들에 맞서는 모습을 경찰이 보였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러면 경찰 공권력이 중간자적 입장에 있다고 누가 믿겠습니까.

 2009년 경찰은 회사를 점거해 싸우던 쌍용차 해고자 농성을 진압할 때 사쪽의 구사대와 함께 행동해 사회적 지탄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8월 경찰청 인권침해진상조사위원회는 ‘쌍용차 사건’에 대한 후속조처로  “노동쟁의 대응방안과 관련하여 노·사간의 자율적인 교섭을 원칙으로 하여 경찰력 투입은 최후적, 보충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경찰력 투입 결정이 투명하고 객관적인 절차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경찰은 노동자들의 농성 하루만에 회사에 진입하여 구사대들과 함께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경찰이 과거의 교훈으로부터 어떤 것도 성찰하고 있지 않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랑희 활동가는 “노동자들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지 않는 도로공사 사장을 만나러 간 것이지 회사 기물을 파손한 것도 아니고 업무를 방해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경찰이 농성 첫날부터 과도하게 도로공사 쪽에서 농성을 진압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논란과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리포액트>와 한 통화에서 “복잡한 현장에서 만일의 시비를 위해서라도 전 과정을 촬영하는게 옳다고 생각해 채증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노동자들이 상의탈의를 하기 전부터 촬영을 한 것이고 상의탈의에만 집중해 촬영한 것이 아니다. 경찰청 개혁위원회의 권고대로 집회시위관리 원칙을 준수하고 있지만, 상의탈의 시위는 권고 이후 처음 겪는 상황이라 경찰도 추후 채증 방식에 대해 고민해볼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또 “건물 진입 자체가 불법이고 체포대상이지만 경찰이 모든 농성자를 체포할 수 없다. 도로공사 경비 직원들은 합법적으로 자신의 건물을 지킬 수 있고 경찰도 인원이 부족해 잠시 현장에서 같이 막은 것 뿐이다”고 해명했습니다. 

 한편, 1일 오전 서울 톨게이트 노조원들은 농성자들에게 합류하기 위해 도로공사 본사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해 5~6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노동자 24명이 탈진, 요통, 호흡곤란 등으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고 전해집니다. 부상자가 속출하자 김천시 보건소는 도로공사 정문 앞 도로에 응급의료소를 설치해 응급 처치와 병원 이송을 돕고 있습니다.



 대법원이 요금수납원 직접고용하라니까 청소노동 시키겠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사건을 바라보며, 2009년 쌍용차 해고자 농성 강제진압 때로부터 우리 경찰이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불법농성을 하고 있으니 경찰이 과도하게 진압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가볍게 생각하는 사회적 인식이 여전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회적 갈등의 현장에서 공권력의 사용은 최소화 해야 하고 신중해야 합니다. 우리가 여기에 무감각했기에 쌍용차 사건, 용산참사 사건,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을 겪은 것 아닙니까. 정권이 바뀌고 경찰이 여러 인권개선안을 내어놓았지만 현장에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이 오늘 도로공사 노동자 분규 현장에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오늘 이 기사는 특별히 가을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의원과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직접 문자메시지로 전송하겠습니다.

 한편, 대법원은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745명을 직접 고용하라고 최근 판결했지만 도로공사 쪽은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일부만 직접 고용하고 또 직접 고용하는 직원들도 요금 수납 업무가 아닌 청소 등 다른 업무를 맡기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리포액트>와 통화한 현장의 한 노동자는 “나는 소송을 통해 대법원에서 이긴 사람인데 이긴 느낌을 받지 못하고 있다. 수납업무만 17년을 해왔는데 다른 일을 맡긴다는게 말이 되나. 동료들과 함께 추석 연휴에도 계속 농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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